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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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보행자 12
cf) 작전 계획
비컨 행성으로 마에스트로가 접근. XF-72에 두 명의 장교를 탑승시켜 내려보냄.
비컨의 의원들을 만나고 간단한 안부 인사. 그러다 넌지시 지구로의 방문을 권함.
얼 준장이 책임자이니 그를 만나 페에드부르크 함선의 동승을 요구토록 함.
함선의 동승은 간단한 시찰과 몇 가지의 기술 교류.
날짜가 정해지면 함장에게 보고해야 하니 말해달라고 부탁.
두명 중 한 명이 먼저 돌아가 나와 폴에게 보고.
남은 한 명을 데리러 다시 비컨으로 돌려보낼 것.
그 날짜까지 비컨에 머무르며 의원들이 지구로 가는 수송선에 탑승할 때
이만 함선으로 귀대하겠다며 두 명의 특사는 돌아옴.
가능하면 비컨에서 연료 배터리 1~2박스를 빌려오면 좋음.
그리고, 날짜에 맞춰 기습 시작. 비컨의 의원들은 따로 모실 것
나는 슬슬 지구 기습 작전을 시행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지구의 중생대를 옮겨 놓은 것 같아 공룡 학계에 큰 발전을 할 수도 있을 테지만, 그것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지구로 돌아가야 했고 나는 약속을 지켜야 했다. 나는 행성 내 최고위 장교로서 마에스트로와 아비스함의 모든 승무원들을 오후 2시에 들판에 집합시키고 작전 계획을 설명했다. 사절단으로 후드 중령과 대니 중위가 자원했다. 그들은 수색대 내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전문가들이었다. 일단 기체가 작아 연료 소비가 덜한 마에스트로로 4시간을 이동해 비컨 행성으로 가 그들을 전투기에 실어 보내는 것이 첫번째 순서였다.
마에스트로와 아비스. 함선 둘 다 현재 상태는 완벽에 가까웠다. 그을리고 금이 간 선체를 수리하는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전투 능력은 원상태로 돌아왔다고 보아도 맞을 것 같았다. 아비스 함은 이곳 예이츠 행성에 남아 수색을 계속하도록 하고, 마에스트로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이륙했다. 순식간에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 공간에 도달했다. 비컨 행성계로 초공간 좌표를 지정하고 엔진을 가동시켰다. 후드 중령과 대니 중위에겐 소형 통신기를 두 개씩 주었다. 하나가 발각되었을 때를 대비해 다른 하나를 더 준 것이었고, 그것은 물에 타면 저절로 녹아 없어지도록 고안된 첨단 도청장비들 중 하나였다. 그들은 먼저 격납고로 가 XF-72에 탑승했다. 2인용 전투기라 1대에 탈 수 있었고 나는 마에스트로가 도착하면 즉시 격납고를 개방하고 작전을 실시할 것이다. 최고 속도로 이동하면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연료를 최대한 아껴야 했기에 엔진과 방어막 50%만 가동해놓고 이동 중이었다.
지구를 떠나온 이후로 나는 빌과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겐 그가 마음을 내어줄 연인 에이미가 있기 때문에, 내가 상관이라 하더라도 궂은 일이나 사적인 대화 같은 것은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작전이 시작되고 그가 두 번째 말을 꺼냈다. 비컨 행성계에 도착했습니다. 격납고를 개방합니다.
후드 중령과 대니 중위가 탄 XF-72가 열린 격납고의 문을 통해 우주로 나갔다. 그 전투기는 모니터에서 작은 점으로 나타났고 계속해서 교신 중이었다. 비컨 행성의 정치의원들에게 보내는 전송내용도 모두 통신기를 통해 마에스트로 안에까지 중계되었다. 비컨 행성에서 착륙을 수락하자 나는 일단 첫번째는 성공했구나 생각했다. XF-72는 방어막이 없었지만 기체가 대기권의 열에 이길 수 있도록 고안되어졌기에 행성 안으로 들어가는데에는 두둥 하는 충격 외엔 별 탈이 없었다. 대니 중위가 작은 목소리로 계속 교신했다.
ㅡ착륙 성공했습니다. 의원들이 마중을 나옵니다.
ㅡ계속 수행하도록, 중위. 눈치 안 채게 조심하고.
ㅡ인사 차 들렀다고 중령님께서 둘러댔습니다. 그들은 의심하고 있지 않습니다.
ㅡ알았네. 조금 뒤에 다시 교신을 잇도록.
잘 지내셨습니까, 의원님? 예. 이곳 행성계를 지나가다 함장님께서, 예, 그렇습니다. 예.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지구를 방문해보시는 게 어떠신지요. 양국 간의 우호도 다질 겸 해서 말입니다. 최근에 페에드부르크라는 함선이 지구의 기함이 되었답니다. 지구 항공작전사령부의 얼 준장님께서 책임자시니, 그분께 한 번 말씀드려서 동승을 해보시지요. 우리가 기술 교류를 하지 않은 지도 좀 오래 되었잖습니까. 아, 그렇잖아도 가시려고...예, 그러셨군요. 아뇨. 한 사흘 정도는 이곳에서 지내도록 허락을 받았습니다. 좀 쉴 겸도 해서요. 아, 숙소는 아직...예, 감사합니다, 의원님. 만약 날짜가 정해지시면 저도 함장님께 보고해야 하니 제게 알려주십시오. 예, 그럼 물러가보겠습니다. 예, 이곳 기후는 익숙합니다. 예. 예.
후드 중령은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의심하지 않는 듯 보였고 나는 안심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구 방문 날짜였다. 물론 기습이 성공하면 그들은 따로 다른 곳으로 데려올 것이다. 비컨 행성 의회를 이용하는 것 같아 께림칙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었다. 대니 중위가 밖에 나와 교신하는지 바람소리까지 들려왔다.
ㅡ그들은 완벽하게 넘어갔습니다, 함장님. 최고의원 두 명이 짐을 챙기고 있으니 빠르면 내일 오후 쯤 출발할 것입니다만, 확실하지 않으니 내일 교신하겠습니다.
ㅡ대단히 잘했네, 중위. 그리고 중령. 푹 쉬고 내일 교신을 이어주게.
나는 방어막 20%를 제외한 모든 동력을 끄도록 했다. 조명이 꺼지고 취침 상태로 들어갔다. 하루 정도는 이렇게 떠 있어도 연료가 많이 소비된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빌은 내게 편안히 자라고 말했다. 나도 똑같이 말했다. 왠지 그와의 대화가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성대한 파티를 기대하라며 데리고 온 친구에게 파티의 끝을 더듬거리며 말해주는, 그런 상황이 된 것 같았다. 우주는 멀었고 우주의 까만 몸에 박힌 은빛 점들은 훨씬 먼 거리에서 눈빛만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잠이 오지 않아 내일 시행할 작전 순서를 되새겨보았다. 내려가 있는 팀이 날짜를 전송하기 위해 교신을 시작하고, 의원들이 떠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다시 돌아올 것이었다.
내일 오후에 비컨의 의원들이 떠난다면 그들의 비행 기술로 볼 때 닷새는 족히 걸릴 것이다. 그들은 함선이나 다른 기계를 만드는 것 보다 다른 기술에 더 관심을 보였다. 디자인이라든가, 아니면 문화나 예술 쪽이 더 강했다. 지구는 武적인 것을 추구했고 비컨은 文적인 것을 추구한 셈이었다. 닷새 간 이동할 동안 마에스트로는 예이츠 행성으로 돌아가 작전을 짤 것이다. 이 작전은 완벽했지만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와르르 무너질수도 있었다. 나는 불편한 잠을 계속 부르며 눈을 감았다.
나는 꽤 늦게 일어났다. 빌은 나를 깨우지 않았다. 그저 내게 아까 내려가 있는 팀으로부터 교신이 왔는데, 비컨 행성의 고위 의원들은 아마 오늘 오후 5시에 출발할 것이라고 했다. 후드 중령이 세심하게도 비컨의 수송함의 제원까지 알려주었다고 했다. 우리 컴퓨터에는 그 수송함의 속도가 몹시 느리게 되어 있었다. 닷새는 족히 걸리리라.
XF-72는 곧 이륙하여 격납고로 들어올 것이었고,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피곤했다. 아침에 잔다는 것은 끝없이 비쳐오는 햇살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나른한 잠에서 나는 격납고에서 함교로 올라온 후드 중령과 대니 중위의 경례를 받으며 깨어났다. 마에스트로는 다시 예이츠 행성으로 향했다. 초공간으로 진입할 때 나는 문득 몇 번이나 초공간을 진입해야 우주의 끝을 갈 수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얼마나 걸어야 얼마나 날아야 그곳에 이를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우주의 끝. 나는 사람들의 눈동자야말로 우주의 끝이라고, 그것만큼 선명하고 의미에 부합되는 것은 없다고 확신했다.
ㅡ예이츠 행성까지 3시간 남짓 걸립니다. 현재 방어막 10%와 엔진 외엔 모든 동력을 내렸습니다, 함장님.
ㅡ잘했네, 빌. 하나 말해줄 것이 있는데, 내가 언젠가 명령을 하나 하면, 두말 않고 따라주길 바라네. 알겠나?
ㅡ언제나 그럴 것입니다, 함장님.
그러나 그의 말은 왠지 편안해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형식적인 대화만 주고받아 왔던가. 지구에 돌아가 반란의 진압을 성공하면 한 번 식사라도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전이 성공했다고는 하나 아직 본편인 기습 작전의 승패는 모르는 일이었고 어쩌면 우리가 더 불리할 수도 있었다. 불리한 전투를 거의 임박해서,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괜히 분위기와 의지를 흐리게 할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온도를 좀 더 높였다. 우주는 차가웠고 초공간 안은 보이는 것 모두가 푸르게 추워 쌀쌀한 공기가 함교 안에 돌았다. 나도 그 한기를 느끼며, 잠들었다.
ㅡ닷새가 걸릴테니 우린 나흘 뒤에 출발하면 돼. 일단 두 함선 모두가 지구 궤도에서 좀 떨어진 위치에 있고, 페에드부르크를 확인하면 마에스트로가 먼저 출격해 방어막 발전기를 부술 걸세. 그리고 다른 무기들도 무력화시킬 것이고. 내가 신호하면 아비스함이 궤도로 들어와 페에드부르크에 강제 도킹을 실시하여 무장한 대원들을 투입, 얼 준장과 다른 장교들을 연행하되 불필요한 사살은 금하도록. 마에스트로는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여 얼 준장의 반란을 진정시키고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 질문 있나?
ㅡ만약 페에드부르크의 방어막 발전기가 부서지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차선책을 갖고 계신가요?
ㅡ미안하네, 중사. 차선책은 없네. 페에드부르크가 우주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후면부에 위치한 방어막 발전기에 전화력을 집중해야하네. 그 함선의 무기라고 해봐야 우리 방어막이 막아낼 수 있으니까.
ㅡ강제도킹이야 쉬운 일이지만 페에드부르크의 모든 승무원을 억류해야하기 때문에 인원이 더 있어야 합니다.
ㅡ마에스트로의 승무원 20명을 차출해서 아비스함으로 보내도록 되어있으니 염려하지 말게. 그리고 후드 중령과 대니 중위가 비컨 행성이 만든 동력 에너지 배터리를 두 개 가져왔으니 하나씩 예비로 장착하도록. 지구의 물건이 아니니 100% 가동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네.
ㅡ아비스가 페에드부르크를 붙잡고 있는 동안 마에스트로는 내려가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전을 진행합니까?
ㅡ일단 작전사령부 내에 침투해서 웨그먼 소장님을 포함한 다른 분들의 신병을 확보하고 그분들의 도움으로 시행할걸세. 우리 문제는 페에드부르크를 상대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지.
회의는 끝났다. 두 함선 모두 준비가 완료되었고 이제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어차피 떠날 것이므로 수색대 편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룡이 어딘가에서 튀어나올지도 몰랐지만 나는 애써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갑자기 공룡 하나를 생포해서 지구로 가져다놓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다. 쥬라기 공원. 재밌는 영화였는데.
나는 잠을 청했다. 잠은 오지 않았고 잠처럼 아늑한 바람만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에스트로와 아비스는 마치 웅크린 짐승처럼 조용했다. 얼 준장을 만약 생포한다면, 그는 어떻게 될까. 반란죄는 가장 중죄에 속하니 사형이 집행될 것이다. 합참이 어떤 처분을 내릴지는 알 수 없었다. 우주군이니만큼 대기권 밖에다 그냥 떨궈버리라는 명령이 나올 수도 있었다. 빨리 끝낼 수도 있었고 고통스럽게 끝낼 가능성도 존재했다. 나는 얼이 왜 그런짓을 했나 생각해보았다. 만약 기지 내에 쿤 왕조의 사절단 비슷한 것이 있다면, 모두 사살할 것이다. 더 이상 적국과의 교섭이나 타협보다는 전면으로 부딪쳐 나아가야 함을, 나는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