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jpg소개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70권. 정소연 작가의 신작 2편을 포함해 모두 15편의 단편을 엮은 소설집으로, 지난 12년간 꾸준히 활동해 온 작가의 작품을 총망라한 것이다. 견고한 과학적 얼개를 앞세워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일부 SF와는 다르게, 정소연의 소설은 지극히 소박한 삶 속에 파고든 기묘한 출렁임을 서정적이고 섬세한 필치로 담아내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 점이 특징이다.

청소년, 성정체성, 장애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가답게 수록작 대부분이 ‘타자성의 문제’를 화두로 던지면서 다름에 대한 사유를 진지하게 녹인 것도 흥미롭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SF의 색다른 재미를 전하고 문학을 통해 소수자를 향한 온기 어린 시선을 경험하게끔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줄거리

「우주류」 오랫동안 우주로 나가기를 꿈꿔 온 소녀는 대학원을 마치고 우주인 채용에 합격하지만, 꿈을 이루기 직전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얻는다.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어머니와의 바둑을 통해 ‘세상을 버티는 줄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이치를 깨닫고, 수년 뒤 우주 기지에서 장애인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주인공은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제목 ‘우주류’는 바둑 용어에서 따 온 말로, 실리 위주였던 기존 바둑과 달리 반상 한가운데를 공략하는 전투적인 전술을 뜻한다.

「마산앞바다」 물거품 속에 망자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림보’는 마산앞바다에만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다. 주인공 현아는 어린 시절 떠나온 마산앞바다를 다시 찾아 중학교 시절의 첫사랑과 마음으로 결별한다. 동성애자 정체성을 탐색하는 ‘퀘스처닝’ 단계에 있는 주인공의 심리를 진실하게 그렸다.

「옆집의 영희 씨」 화가이자 미술 전담 교사로 일하는 수정은 도심의 오피스텔을 싼값에 구한다. 옆집에 외계인이 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수정은 그 외계인 이웃과 마주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이영희’로 소개한다. 어디까지나 지구어 발음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모두가 징그럽게 여기는 외계인과의 짧은 만남을 따뜻하고 유머 있는 필치로 묘사한 작품.

「비거스렁이」 “36번 홍지영인데요.” 지영은 누군가 이름을 물으면 본능적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몇 년째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도, 옆자리에 앉은 짝도 자신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데 갑자기 담임이 지영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기 시작했다. 걸핏하면 지영을 불러 앉혀놓고 상담을 하는 담임에게는 어떤 속셈이 있는 것일까?

「개화」 인터넷 검열 사회를 배경으로, 식물처럼 물과 햇볕으로 자라는 공유기를 발명하고 유포하다가 체포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과 여러 인물의 인터뷰만으로 이루어진 실험적인 형식의 단편이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만큼 재미있게 쓰였다.

「이사」 우주 비행사를 꿈꾸는 지후는 열세 살이 넘어 마침내 우주선을 보러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지만, 부모님은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동생 지혜의 난치병을 치료하려 가두알로 이사하겠다는 것. 이동할 자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카두케우스 본사가 예외적으로 내린 결정이라 꼭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행 학교가 없는 가두알로 가면 우주 비행사의 꿈과는 멀어질 텐데? 지후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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