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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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들은 민간 기술자가 아니라 공병 아닌가요. 군인 복장이 저래도 됩니까.]
1. 엔지니어와 시설공병
게임 <적색경보> 시리즈에는 전통적으로 엔지니어가 나옵니다. 쓰임새는 건물 점령. 안전모를 쓰고, 산업용 가방을 들고 다니는 전형적인 공사장 관리인 모습이죠. 무장도 안 했는데, 3편에 와서야 소련 전투 엔지니어가 권총을 쏘는 게 유일무이한 공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유닛을 ‘기술자’라고 불렀는데, 요즘 생각해 보니 이 이름이 옳은지 좀 의문도 드는군요. 이들은 군대와 함께 활동하는데, 그렇다면 민간인 신분은 아닐 테고, 따라서 군인일 겁니다. 양국이 전쟁 중인데 민간인이 전장에서 활동한다… 흠, 그럴 리는 없겠죠. 설사 민간인 신분이라고 해도 준 군사유닛인 건 마찬가지. 그러면 기술자보다 공병이라는 말이 옳지 않을까요. 폭발물을 다루지 않으므로 전투공병(Sapper)보다 일반 공병, 그러니까 시설공병이겠죠. 3편에 나온 소련 전투 엔지니어 역시 무장만 했을 뿐 지뢰를 매설하거나 폭파 작업을 하지 않으니 일반 공병일 겁니다. 다만, 그 복장만큼은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군요. 기술자란 이름으로 불렀던 것도 무리가 아닌 게 아무리 봐도 겉모습은 그냥 공사장 관리직이잖아요. 시설공병이야 전선에서 싸우지 않는다고 해도 군복은 입혀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실 말이 좋아 ‘유닛’이지 게임에 나오는 각종 건물과 차량을 건설하고, 수리하고, 판매(해체)하는 역이 전부 공병 역입니다. MCV까지 치면 더더욱…. 비전투 부대라고 해서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 노란 안전모만 씌우고 들여보낼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소비에트 공병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뭐, 그래도 연합군보다 군인 티는 나네요.]
2. 맘모스 탱크
<씨앤씨> 시리즈는 대대로 매머드 탱크가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데, EA에서 이를 가지고 만우절 장난을 친 적이 있습니다. 매머드가 등에 포대를 매고 다니며 포격하는, 생체 매머드 전차를 보여준 거죠. 그런데 어느 날 <적색경보 3>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까 이게 공식적인 유닛으로 올라왔더군요. 아직 장난을 지우지 않은 건지, 원. (이거 하나로 만우절을 3년 동안 우릴 생각인가) 3편다운 센스가 넘치는 디자인인데, 뭐, 개인적으로 이런 유닛 참 좋아합니다. 밀리터리와 동물을 섞은 SF 분위기랄까, 이런 거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만일 이런 유닛을 실제 전투에 내보낸다면 여러 애로사항이 꽃피울 겁니다. 게임엔 매머드 전차 말고도 군견, 전투곰, 돌고래 등 여러 동물 유닛이 나오긴 합니다만. 이들은 모두 정찰병이며, 기갑부대와 직접 전투를 벌이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초반에 적 기지를 발견하거나 기지 주변의 보병을 경계하거나 할 뿐이죠. 돌고래 역시 빠른 속도가 주요한 유닛이고요. 2편에 나왔던 거대 오징어 역시 촉수로 기습만 할 뿐 전면전을 벌이진 못했습니다. 허나 매머드 전차는 전투병입니다. 상대편 전차와 전격 포격전을 해야 하는데, 강철도 우그러뜨리는 포탄을 동물이 얻어맞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매머드가 제아무리 커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고, 포탄을 방어하기는커녕 총격만 가해도 뼈와 살이 찢어질 겁니다. 거기다 속도도 문제인데, 덩치가 커서 움직임도 둔할 뿐더러 무한궤도나 바퀴와 비교하면 주행 거리에선 한숨만 나올 뿐이죠. 물론 이건 게임이고 어느 정도 게임성은 가미해야 합니다만, 그것도 정도가 있죠. 동물을 데려다가 포격전을 시키다니.
[컨셉 디자인만큼은 꽤 멋집니다. 생체 병기의 로망을 자극한다고 할까요.]
그 점을 제외한다면 꽤나 로망입니다. 생체 병기란 이렇다라는 걸 온 몸의 털가죽으로 증명하는군요. 만우절 장난으로 나왔을 만큼 농담조가 짙은 유닛인데도 디자인 자체는 멋집니다. 윗부분은 헬멧과 장갑판으로 뒤덮고, 아랫부분은 털가죽을 그대로 드러냈는데, 기계와 생명이 절반쯤 섞인 모습입니다. 군견이나 전투곰과 달리 헬멧이 눈을 덮어 표정을 드러내지 않아 한층 무섭게 보이기도 하고요. 눈 덮인 북방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매머드란 동물이 딱 어울리는데, 곰이라면 모를까 소비에트에 매머드가 어울린다는 생각은 이전에 해 본 적이 없네요. 어떻게 보면 전투 코끼리의 SF 버전이기도 한데, 전투 코끼리가 더운 인도나 중동에서 쓰였던 걸 생각하면 완전히 반대이기도 합니다. 현생 동물이 아니므로 고대 문명의 잔재 같은 느낌도 드네요. 그렇다고 공룡처럼 계보가 아예 끊어진 동물은 아니라 (매머드에겐 코끼리라는 친척이 있으니까요) 현실적인 면이 남아있기도 하고요.
[사실 아무리 매머드가 포대를 달아도 포격전은 무리죠. 한 방만 잘못 맞아도 뼈와 살이 분리될 겁니다.]
뭐,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략게임 <배틀 포 미들어스>에 나오는 무마킬 스킨을 그대로 가져다 쓴 터라 컨셉아트와 생김새가 꽤 많이 다릅니다. 일반 매머드보다 크기도 훨씬 크고, 상아도 4개나 되죠. 헬멧이나 장갑판 모양도 다르고요. <적색경보 2> 공룡 미션에 나왔으면 같은 고생물 계열이니까 어쩌면 어울릴지도? 그나저나 아직도 <적색경보> 시리즈에선 ‘맘모스’ 탱크라고 부르는군요. 이젠 매머드라고 해야 옳지 않나.
3. 공격견
현재 군용견을 지칭하는 영어식 표현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MWD와 K-9을 많이 쓰고, 그 외에 War Dog이라는 단어도 있죠. MWD는 Military Working Dog의 약어이며, 군견을 가리키는 공식 용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K-9은 개과를 가리키는 종명과 발음이 비슷하여 굳어진 별명인데, 별명이 거의 공식 용어로 굳어진 듯. War Dog은 현대전 군용견이 아니라 과거부터 전장에 투입했던 모든 개들을 가리키는 말이고요. 현대 군견은 추적, 정찰, 경비, 탐지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동물이라는 한계상 한 마리가 저걸 전부 해내진 못합니다. 그래서 특기를 하나씩 부여하고 한 업무만 전문적으로 훈련시키는데, 시리즈에 꼬박꼬박 출석했던 군견 유닛은 Attack Dog. 즉, 탐지나 추격, 경비가 아닌 공격(물기)이 특기란 의미인데…. 군견 및 경찰견으로 공격 훈련을 시키는 건 중요합니다. 열 감지기나 야간 투시경으로 볼 수 없는 적, 무장 경찰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틈에 숨은 적 등을 공격할 때 필요하거든요. 알사시안이 상당히 날렵한 동물이라 차량 유리창을 뚫고서 순식간에 안에 탄 범죄자를 제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게임에 나오는 군견은 우리가 흔히 보는 추적견이나 폭발물 탐지견이랑은 특기가 다른 유닛인 셈입니다. 경비견에 가깝긴 한데, 경비와 공격은 또 차이가 있는지라. 여하튼 이름으로 보면 첩자나 위장 유닛을 색출하는 능력은 부가적이고, 보병 제거가 주목적인 듯합니다. 어쩐지 보병이 한 방에 죽는다 싶었더니 공격 주특기였군요.
[공격 훈련의 한 장면. 30kg짜리 세퍼드가 전속력으로 덮치면 성인 남성도 버티기 힘듭니다.]
※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결국 <적색경보 3>은 막장 게임이란 말이 많으니, 원. 그 말 많던 <제너럴>의 반만큼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가끔씩 <제너럴> 플레이 영상을 찾아보면 이만한 명작도 또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