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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로 적 보병을 기절시키는 전투곰]

군견은 <적색경보> 1편부터 3편까지 줄곧 등장한 개근 유닛입니다. 지금은 게임의 상징처럼 되었는데, 그렇다고 주력 부대는 아니고 정찰 유닛일 따름이죠. 탐지 기능이 있어 위장한 첩보원나 연구원, 시노비 등을 발견할 수도 있으며, 생산과 이동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초반 정찰에 많이 쓰입니다. 멀티 플레이에서는 첩보원 등을 별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탐지 기능은 잘 안 쓰이고, 대신 정찰에만 활용한다고 하고요. 하지만 가끔은 군견도 공격용으로 활용하는 변칙 전술이 있는데, 보병 유닛을 한 번에 물어죽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초기에 보병만이 몰려 있을 때 군견 부대로 총격을 무시하고 돌진하여 보병을 싸그리 제거하는 겁니다. 흔히들 말하는 '초반 러시'에 해당하는 개념이죠.

 

3편에서도 이러한 전술을 가끔 볼 수 있는데, 1~2편과는 달리 군견이 더욱 공격적인 유닛으로 바뀌었습니다. 짖기 기술이 생겼기 때문인데요. 'Amplified Bark'라고 하는 이 기능은 근처에 있는 보병 한 명을 기절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군견이 보병에게 돌진할 때 이전처럼 총격을 몸으로 받을 필요가 없어졌지요. 멀리 적군이 보이면 총격을 가하기 전에 짖어서 기절시키고, 무력해진 동안 잽싸게 뛰어가서 물어 죽이면 됩니다. 이 기술은 소비에트 연방의 군견에 해당하는 전투곰에게도 있어서 마찬가지로 울부짖어 적군을 무력화시키고, 그 틈을 타 앞발 한 방으로 보내버릴 수 있습니다. (곰은 짖지 않고 울부짖으므로 'Amplified Roar'라고 합니다) 항상 이빨과 발톱만을 사용하던 동물 유닛에게 원거리 공격 방식을 심어준 셈이죠.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지만, 사정거리를 두고 상태 이상을 유발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 동물들 중에서 소리를 질러 상대를 기절시키는 능력으로는 고래들이 유명합니다. 고래의 음파 공격은 여러 가지 소문이 퍼져 있는데, 돌고래는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나 오징어를, 범고래는 맞상대라 할 수 있는 상어를, 향유고래는 천적인 대왕오징어를 기절시킨다고 하죠. 물론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 입증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보니 박쥐가 음파 교란으로 먹이를
 혼동시킨다는 설도 있군요. 호랑이는 울음소리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한다고 하는데, 이건 물리적인 충격보다는 심리적인 공포 때문에 그러는 거고요. 여하간 군견과 전투곰에게 실제로 이런 능력을 부여하는 건 꽤 어려울 겁니다. 개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청역이 높다고 하나 그만큼 높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미 후각을 주요 감각기로 삼았으니 굳이 소리를 쏠 이유도 없죠. 곰도 마찬가지고요. <적색경보>는 SF 밀리터리 장르니까 유전자 조작이나 신체 개조를 했다고 하면야 가능합니다. 곰도 전파 조종을 하는데, 뭐가 안 될까요. 다만,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강화 작업일 겁니다.

 

한편, 저 기술 덕분에 <적색경보 3>에 나오는 동물 유닛은 모두 소리로 공격한다는 공통점이 생기기도 합니다. 군견과 전투곰은 포효를, 돌고래는 위에서 언급한 가설을 반영하듯 음파 공격을 하죠. 이는 동물이 멀리 있는 상대에게 영향을 끼칠 만한 요소가 소리 밖에 없기 때문일 겁니다. 판타지에서는 '브레스'라는 게 있어서 용을 비롯한 여러 마수들이 입에서 불이나 산, 연기, 냉기 등을 뿜습니다. 허나 SF 밀리터리에서 군견이나 전투곰이 입에서 불을 토한다는 건 좀 어색한 설정이고, 그렇다고 눈에서 레이저를 쏜다고 하기도 그렇고…. 일부 SF 세계관에서는 군견이나 돌고래에게 매직핸드를 달아 총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허나 그렇게 하면 설정이 너무 번거로워지므로 아무래도 소리가 제일 나은 선택이었겠죠. 그래도 이런 걸 실사 동영상으로 구현하려면 묘사하기가 꽤 까다로울 듯해요. 소리라는 건 눈에 보이지가 않으니까요.

 

연합군과 소비에트가 싸울 때는 저 기술 때문에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초반에 동물 전투가 벌어집니다. 2편에서도 적 기지를 알아내기 위해 서로들 군견(연방은 세퍼드, 소비에트는 허스키)을 뽑아 정찰하고, 그 와중에서 서로 도그 파이팅이 벌어지는 일도 있긴 했습니다만. 3편의 전투는 양상이 다른 게 포효 기술이 보병만이 아니라 동물 유닛에게도 통하기 때문입니다. 포효는 일정한 범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군견 3마리가 서로 붙어서 정찰하다가 전투곰 우워엉~ 한 방에 다 기절할 수도 있다는 거죠. 아마 연합군 돌고래한테도 통할 듯한데, 전투곰과 연합군 돌고래가 싸운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질 못했네요. 해상전이 중요한 게임이라 전투곰도 수영을 하긴 합니다만, 돌고래가 돌아다니는 먼 바다까지 나갈 일은 없는지라. 혹여 돌고래 무리가 정찰하다 전투곰 울부짖기에 걸린다면 고래를 학살하는 북극곰의 다큐멘터리적인 면모를 전장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꽤 재미있는 설정이긴 한데, <적색경보 3>가 너무 개그 노선으로 흘러가서 신경쓰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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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곰이 포효하여 적 피스키퍼를 6초 동안 도발합니다. 10의 분노가 소모됩… 음, 이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