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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게임에서의 추적자. 컨셉 아트의 기괴함이 좀 죽은 듯합니다]
추적자(Stalker)는 게임 <스타크래프트 2>에서 새로 등장한 유닛입니다. 1편의 드라군을 대신하는 유닛으로서 초반에 나와 원거리 공격을 하며, 공중 유닛을 제거하는 역할도 하죠. 설계 역시 드라군과 비슷하게 프로토스 신체를 보행 병기와 결합해 만드는 식입니다. 다만, 칼라를 따르는 아이우 프로토스가 아니라 다크 템플러 신체를 이용한다는 게 큰 차이입니다. 소문으로는 다크 템플러가 드라군을 보고 감명을 받아 개발했다고 하는데, 그냥 들어가서 조종만 하는 건지, 아니면 부상자를 기계와 결합시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머리만 쓱 내놓고 몸뚱이가 안 보이는 걸 보면, 드라군처럼 부상당한 다크 템플러를 보행 기계에 넣어 버릴 가능성이 크네요. 추적자는 이름답게 상대를 추적하기 좋도록 블링크 기술을 씁니다. 일정한 거리를 순간이동하는 건데, 말 그대로 가로막힌 길을 바로 건너거나 유닛들이 가로막고 있어도 지나칠 수 있습니다. 블링크 기술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비용을 투자해 따로 연구를 해야 합니다.
본래 다크 템플러 유닛들이 테크 트리 중반 정도에 나온 걸 생각하면, 초반에 나오는 추적자는 꽤 의외입니다. 시나리오상 아이우가 망하고, 이젠 칼라 프로토스나 다크 템플러나 할 것 없이 서로 연합해 저그와 싸워야 하므로 다크 템플러 유닛이 빨리 나온 거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사쿠라스 디자인이기에 그 괴악한 생김새는 어쩔 수 없네요. 일반적으로 프로토스 디자인은 우아한 황금빛에 신비한 푸른 빛을 반짝거립니다. 질럿, 드라군, 리버, 셔틀, 캐리어 등 우월 종족 프로토스의 자부심이 잘 나타나죠. 심지어 다크 템플러 우주선인 커세어마저도 이런 디자인을 따라갑니다. 2편에서 같은 사쿠라스 디자인이라고 해도 공중 유닛인 공허 포격기(Void Ray)는 전통적인 황금빛 기체에 푸른 불빛을 보여줍니다.
헌데 추적자는……. 음, 과장을 좀 보태면, 무슨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죽은 듯한 잿빛 장갑판과 을씨년스러운 녹색 불빛에, 다리는 길고 날카롭죠. 도대체 왜 추적자만 이렇게 다 죽어가는 것처럼 칙칙한 색깔을 썼는지 모르겠네요. 덕분에 누가 봐도 다크 템플러인 게 확 튀기는 합니다만. 거기다 이 유닛은 기계 몸통에 프로토스 머리(무려 복면도 쓰고 있습니다)가 붙어있습니다. 네, 그냥 기계인 것도 아니고, 완전히 인간 형태인 것도 아닙니다. 보행 기계에 달랑 머리통만 붙어서 고개를 두리번거립니다. 프로토스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인간인 제가 보기엔 끔찍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밖에는. 아니, 솔직히 견마형 보행 병기를 만들어 놨는데, 거기에 사람 머리만 붙어서 눈알을 뒤룩거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뭐, 어차피 다크 템플러는 음침한 존재들이니까 이런 공포스러운 디자인을 채택했을 테지만, 다른 공중 유닛은 멀쩡히 만들어놓고 지상 유닛만 이래 놨는지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이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이 싫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프로토스답지 않아서, 다크 템플러다워서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실 제대로 따지자면, 커세어나 공허 포격기가 사쿠라스 디자인치고 너무 밝은 거죠.
유닛 기능으로 따지면, 기대했던 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주진 못하나 봅니다. 드라군처럼 막강한 화력과 든든한 내구력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다른 종족의 원거리 유닛과 맞서면 깨지기 일쑤라고 하더군요. 심지어 뮤탈리스크가 몰려오면 밀리기까지 한다니, 프로토스 유저로서는 눈물을 머금고 뽑는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1편에선 초반 유닛치고는 화력과 방어력이 엄청났던 질럿으로 최전선을 밀고, 뒤에서 드라군 부대가 원거리 지원을 해주면 어지간한 조합과 다 싸울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질럿이 최전선을 밀고 들어가도 추적자가 지원을 잘 못해 주는 듯. 거기다 밥줄이라 할 수 있는 점멸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따로 개발을 해야 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이 10초인데, 생각보다 그리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원성이 높은 듯합니다. 언덕에 올라가려다 언덕 밑에서 헤매고, 섬과 섬 사이를 건너뛰려다 못 가서 다 잡은 적을 놓치고……. 그렇다고 이걸로 현란한 조작을 해 화력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하면 대기시간이 너무 길고. 베타 테스터들은 추적자를 그렇게까지 높게 평가하진 않는 것 같아요. 막상 완제품이 나오면 어떻게 될 지야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베타 테스트를 못하니 기능을 떠나서 설정은 참 마음에 듭니다. 다크 템플러 계열은 일반 유닛부터 영웅인 제라툴, 우주선 커세어까지 모두 좋아하는 편인데, 추적자 역시 설정이 딱 마음에 드네요. 특히 그 괴악한 생김새가. 다만, 이게 부상자를 이용한 유닛이라면, 1편에서 페닉스가 그랬던 것처럼 제라툴이 이런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 제라툴이 저 희한한 기계에 타고 머리통만 내놓고 다니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이긴 합니다. 대신 사이언 검을 휘두르는 폼 나는 장면은 사라지겠지만요.
[이런 모습을 제대로 구현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 정도면 제라툴에게도 어울릴 듯?]
그런데, 프로토스 불멸자와 추적자는 둘 다 부상당한 프로토스인을 기계에 넣은 사이보그 유닛인데, 괴이하게도 게임 내 초상화에 나타나는 얼굴은제라툴의 것과 똑같습니다. 설마 정말로 제라툴이 추적자 신세가 되는건 아닐지.;;
사실 게임 자체가 좀 밝고 광원히 강한 경향이 있어서 일반 게임 내에서 추적자의 저 음침하고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보기는 힘든 건 사실입니다. 다만 성우가(정확히 말하면 한국 성우가) 연기를 정말로 음침하게, 또 동시에 우울하게 해 주는 덕분에 음침하게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요.
덧) 아, 맞아. 공허 포격기도 현재는 은색으로 바뀌었어요. 다만 여전히 암흑기사 치고는 너무나도 밝은 건 사실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프로토스 유닛인 '파수기(sentry)'의 공격처럼 만드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데.
물론 다수가 모였을 때 이야기지만요.
같은 자원을 썼다면 뮤탈이 추적자를 이기기 힘듭니다.
거기다 중장갑에 추가 데미지가 붙어 있기 때문에 한타 싸움에서도 역할을 톡톡히 해 주는 편이죠.
드라군과 달리 사정거리 업그레이드도 필요 없이 충분히 길고... 점멸은 공포스러울 정도입니다.
어제 한 컴퓨터로 프로토스로 4판 해봤는데, 가격값은 하는데 조금 처음하거나 익숙치못한 사람들한테는 다루기가 어려운듯싶네요. 차라리 블링크 쿨다운을 8초정도로 줄여준다면 모르겠는데...
문제는 같은 중장갑 추뎀 유닛인 불곰에게 씹혀먹인다는 것이랄까요-_-
뭐 무탈이야 전면전용이 아닌 후방 테러용에 가까워서 추적자 없는 곳만 요리조리 피해서 들어가면 그만이긴 합지요.
거기다 이속이 묘하게 빨라서, 앞을 막아줘야 할 질럿이 뒤로 처지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도 합니다 -_ㅜ
점멸이야 업하면 좋긴 하지만 로보틱스나 스타게이트 테크가 환영받다보니 템플러계열은 자주 사장되더군요.
여하간 초반 프로토스 게이트유닛이 취약한 이유가 요놈도 큽니다. 뭐 느린 질럿도 한몫 하지만요.
그런데 불멸자는 왜 게이트에서 안나오고 로봇공학 연구소에서 나오는지 원.
밸런스 때문에 많은 컨셉이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본격 이토 준지풍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