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사막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소설 <듄>에 나오는 주요 배경인 아라키스 행성을 가리키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별명이 듄이고, 때로는 스파이스 원산지라고 부르기도 하며, 가끔씩 사막행성이라고도 하죠. 아마 이 중에서 듄이란 별명을 제외하면 아라키스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건 사막행성이라는 표현일 겁니다. 생긴 게 온통 모래뿐이니 사막행성이라는 말이 아주 적절한 비유 같기도 한데요. 하지만 이 사막행성이라는 말은 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라키스 행성을 사막행성이라고 말하는 게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옳다고만 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사막이라는 말이 도대체 뭘 가리키는 걸까요. 사전 설명으로는 강수량이 많은데 비해 증발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식물이 거의 자랄 수 없는 불모의 토지를 말합니다. 흐음, 일단 강수량이라는 말이 좀 걸리네요. 아시다시피 아라키스에는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구름이라는 것 자체가 낮게 깔리지 않아요. 기온차가 심해서 이슬이 맺힐 뿐이지 비라는 게 내리지는 않거든요. 적어도 강수량 운운할 정도로 내리지는 않을 겁니다. 따라서 이것만 따져봐도 아라키스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막과는 거리가 멉니다. 다른 사막은 물이 너무 빨리 말라서 불모의 토지가 되었지만, 애초에 아라키스가 불모의 땅이 된 이유부터가 증발량 때문이 아니니까요. 모래송어가 죄다 물을 빨아들여서 그렇게 된 거죠. 기후가 아니라 생물 때문에 생태 자체가 바뀌었다고 할까요.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다는 설명도 그렇습니다. 주의할 것은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 것’과 ‘식물이 완전히 자라지 않는 것’은 다르다는 겁니다. 아라키스는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습니다. 도저히 제대로 된 식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죠. 반면 일반적인 사막은 드문드문 녹색 빛깔이 눈에 뜨이기 마련입니다. 사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선인장부터 그렇지 않습니까. 허나 아라키스에는 이런 사막 식물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아라키스에 식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막에 비해 상당히 드문 것만은 사실이죠. 식물이 자라나는 여하를 기준으로 해도 아라키스는 다른 사막과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아라키스는 듄이란 별명처럼 모래가 많습니다. 극지방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이 모래죠. 그런데 일반적인 사막은 모래사막이 아니라 암석사막이라고 합니다. 암석사막에는 모래를 거의 볼 수가 없으며, 상당 부분 자갈이 깔려 있습니다. 흔히 사막이라고 하면 카레색으로 펼쳐진 모래 평원을 생각하지만, 실제로 지구상의 사막 중 모래사막은 극히 일부분이며 대부분은 암석 사막이라고 합니다. 잘 알려진 사하라 사막도 모래로만 덮인 곳은 기껏해야 10%에 불과하다고 하는군요. 따라서 아라키스는 일반적인 사막과 또 한 번 차이를 드러낸 셈입니다. 아라키스에는 암석사막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죠. 거의 대부분이 모래사막인데, 실제 사막은 모래사막이 아니라니까요. ‘사막화’라는 말은 모래로 덮는다는 뜻이 아니라 식물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말한다고 합니다.

결국 아라키스는 도저히 ‘일반적인 사막’으로 볼래야 볼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사막이라는 말이 맞기는 합니다. 강우량도 없고, 식물도 없고, 자갈도 별로 없지만, 여하튼 불모의 땅인 것만은 확실하니까요. 허나 이렇게나 차이점이 많아서야 사막행성이라는 표현이 쉽게 나올는지 의문입니다. 맞는 부분보다 틀린 부분이 더 많은데도 굳이 이런 표현을 쓸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사막행성보다 모래행성이라는 표현이 더 낫다고 봅니다. (모래행성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쓰입니다) 아라키스를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데엔 모래행성이 더 적격이죠. 사실 듄이란 별명과 그렇게 다르지도 않습니다만.

여하튼 ‘사막 = 아라키스’란 공식은 깨야 할 듯합니다. 그보다 먼저 ‘사막 = 모래’라는 통념부터 고쳐야 하겠지만요. 아라키스는 모래행성이지 사막행성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