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끝없이 펼쳐진 사막…

사람이 무언가에 빠지게 되면 연관이 있는 걸 볼 때마다 자꾸 그것만 생각하게 됩니다. 당구에 빠지게 되면 천장이나 칠판이 당구대로 보이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이런 현상을 잘 말해 주죠. 저는 <듄>을 읽다가 그런 지경에 빠지게 되었는데,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보노라면 거기서 당장이라도 모래벌레가 불쑥 솟아나올 것 같은 환상에 빠집니다. 뇌가 사막이 그대로 펼쳐진 꼴을 보지 못하고 자꾸만 거기다 모래벌레를 심어놓는 거죠. 뭐, 그렇다고 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중독이 심하다는 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그냥 사막만 봐도 알아서 모래벌레가 튀어나올 정도.

<듄>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매니아가 될 정도로 빠지진 않았는데, 이런 형상이 생기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프랭크 허버트가 사막을 그려내는 솜씨가 좋다는 뜻이겠죠. 그냥 사막만 쳐다봐도 좋아질 지경이니…. 최근에는 <네버윈터 나이츠 : 쉐도우 오브 언타이렌드>란 게임을 했는데, 사막이 배경이라서 모래벌레가 안 나오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게임은 <D&D>를 바탕으로 했으니 <듄>이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레인저를 택해서 동물친구로 모래송어를 데리고 다니면 재미있겠다는 생각까지…. 이렇게 되면 레인저가 아니라 프레멘입니다) 뭐, 얼마 안 가서 이런 현상도 없어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사막 그림만 보면서 아라키스 풍경을 연상하는 것도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