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시리즈는 1부 <듄>부터 <메시아>, <아이들>, <신황제>, <이단자들>, <신전> 등 총 6부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래는 <신전> 이후로도 이야기가 계속 나와야 하지만, 작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6부작에 그치게 되었죠. 하지만 어찌 보면 6부작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한 게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듄> 이후에 나온 시리즈는 평가가 상당히 안 좋거든요. 1부만 내고 나머지는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라서요. 심지어 ‘<듄>은 시리즈가 길어지면 어떤 졸작이 나오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프랭크 허버트가 애초에 <듄>을 이렇게 계획했는지 아니면 1부가 엄청나게 팔려서 돈 욕심 때문에 사가를 완성하게 된 건지 진짜 이유는 모릅니다. 하지만 저쪽 출판계에서는 1부가 잘 나가면 애초에 계획도 없었던 사가를 완성하게 되는 일이 흔하다고 하더군요. <파운데이션>이나 <라마> 시리즈도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1부 혹은 초반 시리즈와 이후 시리즈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거죠. (<파운데이션>은 아시모프가 로봇 설정을 무리하게 연결하느라 그렇게 되기도 했지만요) <듄>도 다를 바가 없어서 1부와 나머지 시리즈는 작품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듄> 1부와 이후 시리즈의 차이점을 살펴보자면, 일단 활극이 줄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1부에서는 아트레이드와 하코넨, 프레멘과 사다우카가 쉴 새도 없이 싸우고 전투를 벌였지만, 2부부터는 그런 게 꽤 줄어들었어요. 대신 정치 이야기가 곳곳에 포진했는데, 솔직히 황실 정치보다는 전투가 훨씬 재미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막상 전투를 벌여도 1부에서 보여준 신선함이나 충격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1부에서는 그야말로 ‘듄을 배경’으로 싸웠습니다. 거대한 모래벌레가 튀어나오고 평원에서는 폭풍이 휘몰아쳤지요.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이런 면이 별로 보이질 않습니다. <듄>의 장점은 모래행성에서 활극을 벌인다는 건데, 이 점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한 거죠.

문화 충격이 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1부에서는 어디를 가든 애타게 물을 갈구했고 그래서 인물들이 모래행성에 있다는 걸 끊임없이 상기시켰습니다. 우주 활극이라면 으레 뻔한 것만 생각했던 독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거죠. 하지만 갈수록 그런 모습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여전히 멜란지 스파이스나 모래벌레가 나오긴 하지만, 모래행성이라는 배경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어요. 스파이스는 벌레에게서 나오는 물건이 아니라 그저 진귀한 물건이 되었고, 벌레는 이후로 수가 엄청나게 줄어듭니다. 제목만 ‘듄’이었지 막상 이야기는 듄과 별 관계가 없었다는 거죠.

의식의 흐름을 구구절절 묘사한 것도 단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의 흐름을 묘사하는 건 빼놓을 수 없지만, 그 지루한 걸 기다랗게 쓰니 보는 사람은 어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흥미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겠지요. 1부에서도 이런 묘사가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이런 지루함을 덮어줄 다른 요소가 있었습니다. 흐름을 따라가는 게 제법 쉽기도 했고요. 하지만 나중에는 도대체 이 의식의 흐름이 뭘 말하는 건지 구분이 잘 안 되더라고요. 전 아직도 레토가 말하는 ‘황금의 길’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그걸 굳이 알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제가 듄을 찾는 이유는 다른 SF에서는 볼 수 없는 사막 이야기와 생태계 때문이지 정치 때문이 아니거든요. 정치 이야기라면 꼭 <듄>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꼭 SF가 아니더라도) 다른 작품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나머지 시리즈도 재미있긴 합니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뒤통수를 탁 때리는 맛이 있어요. 폴과 레토가 의식을 공유하거나 오드레이드의 부녀 관계가 밝혀지는 장면은 퍽 인상 깊습니다. 무엇보다 레토가 모래송어와 몸을 합치는 장면은 진짜 ‘깨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마지막 반전이 뛰어나다 한들 과정이 지루하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죠. 마지막을 위해서 그 수많은 분량을 읽는 게 아니니까요.

결국 1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거나 확장하지 못한 게 나머지 시리즈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메시아>부터는 더 이상 사막 이야기도 아니고, 프레멘과 모래벌레도 안 나오고, 전투보다 정치에 집중하고, 의식의 흐름만 강조하고…. 아, 제 견해를 좀 더 붙이자면 연애 이야기도 빠졌군요. 폴이 챤니를 꼬시는 장면이 볼만 했거든요. 그러나 나머지 시리즈는 막판 반전에만 힘을 쏟은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만약 저보고 “<듄>을 어디까지 보는 게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전 3부 <듄의 아이들>까지만 보라고 권하겠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프레멘과 모래벌레가 사라지지 않거든요. 레토가 모래송어와 합치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매력 넘치는 소재가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