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최초로 창을 만든 이래로 오늘날에는 온갖 발사무기가 생겨났습니다. 심지어는 적을 따라서 방향을 꺾는 총알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이 정도면 말 다한 셈이죠. 지금도 이러니 미래에는 어떤 발사무기가 생겨날지 짐작이 안 갑니다. 따라서 미래를 다룬 SF 작품 속에는 으레 최첨단 총기가 판을 칠 거라고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많은 SF 작품들을 보면 총보다 칼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뭐,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전에도 몇 번 이야기한 사항이니 모두 열거하지는 않겠습니다. 단 한 가지, 이러한 부류에서 <듄>만큼은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봅니다. <듄>도 총기보다 칼싸움을 더 많이 묘사하는 작품 중에 하나이지만, 여타의 SF 작품에서 나오는 칼싸움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라는 거죠. 왜냐하면 <듄>에서는 나이프를 위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칼싸움이라고 하면 보통은 긴 칼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무사가 나오는 무협이든, 기사가 나오는 중세 사극이든, 전사가 나오는 판타지든 간에 전부 긴 칼을 들고 싸우거든요. 이런 전통(이라기보다 관습)이 이어져서 SF의 칼싸움도 긴 칼 중심이 되었습니다. 인류의 전쟁사를 살펴보면 항상 어느 정도 길이가 있는 칼을 사용했으며, 무엇보다 뭔가 길어 보여야 멋을 부리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반면 <듄>에서는 나이프를 주로 다룹니다. 킨잘이나 크리스 같은 칼들을 모두 길이가 20센티미터에 달하는 극도로 짧은 칼에 속합니다. 긴 칼이나 창을 들고 있다는 묘사도 종종 볼 수 있지만, 싸움을 할 때는 항상 나이프를 사용하죠. 그래서 그 양상을 살펴보면 중세의 칼싸움을 이어받은 다른 SF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 주먹다짐도 아니죠. <듄>의 칼싸움은 그만의 독특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긴 것과 짧은 것은 좋은 대조를 이루는데, 이건 여타 SF의 긴 칼과 <듄>의 짧은 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는 과거의 관습을 이어받았고, 후자는 미래로 뻗어있죠. 비록 똑같은 근접무기라고 해도 <듄>의 나이프는 긴 칼의 정반대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