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 아트레이드

<듄의 아이들>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이나마 누쉬프"는 참 듣기 좋은 곡입니다. 이 노래는 후반부에 엘리아를 외치면서 절정에 다다르게 되는데,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엘리아를 언급한다는 게 좀 그렇더군요. 곡 자체는 굉장히 성스러운데 비해 기리는 대상이 영~ 아닌 것 같아서요. 아시다시피 (소설이든 미니 시리즈든) <듄의 아이들> 마지막 장에서 엘리아는 비참하게 최후를 맞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엘리아는 가여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쌍둥이 레토와 가니마를 없애려 일을 꾸몄지만, 사실 그건 엘리야가 아니라 그 속에 깃든 하코넨 남작의 짓입니다. 엘리아는 예지의 환영에 기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하코넨과 손을 잡은 거고요. 물론 아트레이드 사람이 끝까지 하코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은 큰 잘못입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피해자이기도 하죠. 아마 제시카가 물을 마시지 않았다면 엘리아도 그렇게까지 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코넨 쪽처럼 절대악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듄> 연대기의 주제 중 하나-인간이 예지력을 갖게 되고, 거기에 의존하면 어떤 폐해가 생기는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엘리아라고 생각합니다. 스파이스로 인해 사람들은 앞날을 내다볼 수 있게 되었지만,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는 법. 여기에 너무 매달리는 바람에 예지력이 없이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엘리아가 조금이라도 예지의 환영을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이유가 바로 그거죠. 결국 그게 안 되니까 다른 유혹에 빠져들어 타락하게 된고 말았고요.

여하튼 선하든 악하든 간에 엘리아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의지가 너무 약하거든요. 그러나 <듄 > 연대기 전체에 걸쳐 엘리아는 상당한 성인으로 추앙받습니다. '칼의 엘리아'라고 불리며 말이죠. 아마 이 때문에 "이나마 누쉬프"도 이 인물을 노래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엘리야가 비참하게 죽은 시리즈에서 이 사람을 기리는 노래가 나온다는 게 상당히 아이러니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