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있었던 SFwar 클럽 파티에서 브레인13 님의 설명 아래 '배틀테크' 미니어쳐 게임을 했습니
다. 테이블 위에 산이나 건물, 호수 등의 지형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서 각종 미니어쳐를 움직이며 서
로 싸우는 형식이죠. 오오, 이거 정말 재미 있었습니다. 저야 전략에는 꽝이지만, 다른 분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하니까 정말 멕커맨더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한 가지 놀랐던 것은 메크 이외에도 다양한 미니어쳐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자주포, 전차, 엘리멘탈
같은 보병들, 헬기 등도 있었죠. 이들은 그저 메크에게 깨지는 역할이 아니라 나름대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헬기는 고도를 이용해 싸움을 하고, 보병들은 메크를 탈취(!)하기도 했죠. 메크
혼자서 이거저거 다 해먹는 게임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메크가 그냥 다른 전차들과 똑같으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메크는 보행 병기답게 달릴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쿠거 같은 경우, 삽시간에 전장을 주파할 수도 있었죠. 게다가 산지를 오르내
리거나 호수를 건너는 등 지형의 제약도 덜 받았고요. (이것이야말로 보행 병기의 로망이 아닐지!) 흔히
말하는 오버히트 개념도 있었습니다. 움직이고 난 후에는 쉬면서 열을 내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셧다운
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니어쳐들은 꽤나 섬세하게 만들어졌더군요. 체스의 말처럼 그냥 모양만 내라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
다. 포대가 돌아간다든지 몸통이 회전다든지 하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다루기 힘들고 보관하기도 까다
로웠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부서질 것만 같았습니다. 하긴 섬세할수록 강도가 약하니 어쩔 수가 없죠.

그리고 알아볼 수 있는 메크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유일하게 알아본 메크가 달랑 쿠거 하나….
'배틀테크' 게시판에 놀러오는 사람치고 이렇게나 지식이 빈약할 줄 몰랐습니다. 그 동안 나름대로 메
크를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게다가 팀버울프나 벌쳐 같은 유명한 기
종이 나오지 않아서 섭섭했습니다. 팀버울프 미니어쳐의 위용을 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어쨌거나 게임을 이끌어주시느라 수고하신 브레인13 님께 감사드리며, 같이 게임을 즐겼던 멕커맨더
여러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레이븐 메크를 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레이븐을 좋아해서 이걸로 전술을
짜고 싶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