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 A)는 수학이나 논리학에 이용되는 전칭기호로 [모든 것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모두에 대해서], [모두를 포괄한,포함한다] 라는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또, [A(최초)로 돌아온다] 라는 의미로 턴에이라고 읽습니다. 즉 [∀건담]은 건담이라는 작품을 총괄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을 통해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은 반전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바램과는 달리 건담은 끊임없이, 마구 확대재생산 되어갔습니다. 메시지는 전해지지 못한채로, 팬들은 새로운 건담과 새로운 전쟁을 원했습니다. 이대로 둘 수 없었던 토미노 감독은 몇 년간의 고심 끝에 완성한 회심을 일격을 날립니다.

 지금 있는 건담들과, 그리고 새로 나올 모든 건담들의 이야기의 최종장. 턴에이 건담.

 [흑역사]로 모든 건담작들의 미래를 결정해버리고(모든 건담작품들의 미래는 결국 인류의 멸망), 이 [흑역사]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작중 주인공과 히로인들은 사력을 다해 평화를 이룹니다. 건담을 한번이라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턴에이 건담에서 이룩한 '평화'는 그저 '이상을 향한 사람들이 이룬 결과' 로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건담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는 '사람끼리의 전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죽고 죽이는 전쟁입니다. 서로 선을 긋고 적대하여, 군인들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도 수없이 죽었고, 그 전쟁통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없이 많은 삶이 사라졌습니다. 절망과 좌절, 슬픔과 증오, 학살과 복수가 첨철되는 전쟁에서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교훈을 얻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강력하고 막강한 무력을 준비하여 다음 전쟁을 대비합니다. 지구로 떨어지는 액시즈를 밀어냈던 아무로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다툼을 반복했던 인류는 결국 파국으로 치닺게 됩니다.

 인류가 멸망한지 아득히 먼 미래, 지구에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땅을 회복시키며 번영하고 있었습니다. 달에서는 인류가 멸망하기 전의 역사, 즉 [흑역사]를 교훈으로 삼으며 언젠가 지구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문레이스'라 불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레이스'들의 '지구귀환작전'이 발동되며 ∀(Turn A)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은 달사람들의 지구정착계획은 지구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 둘의 전쟁발발은 불보듯 뻔하게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인류멸망이라는 업보를 불러일으킨, 또 다시 사람들간의 전쟁이 시작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평화를 믿어 의심치 않는 주인공들의 노력에 의해 대대적인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지구인과 월(月)인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흑역사]를 교훈으로 삼으며 말이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끝에, 정말로 어렵고도 어렵게 얻은 평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의 평화는 더욱 빛나보이고, ∀는 그저 좋아보이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아름답게' 보입니다.

아래 인용문은 http://sonofspace.egloos.com/1231677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중략...
턴에이의 시대에서 다른 건담 시리즈들은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불행한 역사로 나옵니다. 싸움과 분쟁, 슬픔으로 가득한 그 검은 역사는 감추고 부정해서도 안 되는 것이며(아그리파) 그 역사가 인류의 정해진 운명이라고 믿고 그대로 반복해서도(깅가남), 역사의 진행 방향을 도외시한 채 무분별한 발전만을 추구해서도(구엔) 안 되는 것입니다. 토미노 감독은 이 셋을 부정하고,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교훈으로 삼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건 우리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우리가 범한 잘못들은 묻어버려서도, 반복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잘못을 받아들이고 고쳐나갈 때만 우리는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뉘앙스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겠죠. 열강들의 식민지 지배, 제1, 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지금도 계속되는 점령과 그에 반하는 테러.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이미 죄업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이라고 다르지는 않습니다. 한국 역시 패권주의를 위한 추악한 전쟁에 참여했으니까요.

슬프게도 건담의 세계는 물론 우리의 현실에서도 불행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 깅가남의 주장처럼 인간이라는 종은 투쟁 본능을 없애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로랑이 말했듯이 "인류는 역사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인류의 투쟁심과 호전성, 지나간 세기 동안 벌어진 추악한 과오들은 우리의 업보이지만 우리의 운명
은 아닙니다. 마지막 결전이 끝나고 턴에이와 턴엑스는 고치가 되어버립니다. 문명을 파괴한 이 두 기체가 나비 고치로 변한 것은 언젠가 인류가 지난 업보를 탈피할 것이리라는 암시로 읽힙니다. 지금은 추한 애벌레라도 언젠가 고치를 벗고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인류에 대한 이런 강한 긍정, 언젠가 인류가 진정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싸움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는 진정한 믿음, 바로 퍼스트와 역습의 샤아에서 품은 그 소망을 이 건담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다시 어느 것보다도 강하게 제시하고 있기에 저는 턴에이를 좋아합니다. 우리 역시도 언젠가는,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겁니다.

UC와 비UC를 걸쳐, 거듭 쌓아왔던 인류간의 다툼이 드디어 해소가 되는,

모든 '건담'이야기의 끝을 고하는,

∀(턴에이)건담이였습니다.

부족한 감상문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참조 사이트 :
http://sonofspace.egloos.com/1227646 (건담, 연대기의 시작)
http://sonofspace.egloos.com/1228854 ('역습의 샤아', 다시 한번 인류를)
http://sonofspace.egloos.com/1230310 (턴에이, 토미노의 승부수)
http://sonofspace.egloos.com/1231677 (건담, 시대의 일부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