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는 팬터지 영화지만 동시에 SF적 감수성이 스며있습니다.

전작에서 주인공 히컵은 바이킹의 적인 드래곤과 교감하면서 동시에 기술자로서 드래곤과 함께 할때의 가능성을 직감하고 서서히 그것을 완성시켜나갔습니다. 미지의 생물에 대한 교감이 팬터지의 감수성이라면 탐구와 진보는 SF의 감수성이고 둘을 잘 버무려 독특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다 SF적으로 만든것은 '드래곤 길들이기'란 새로운 진보가 사회 자체에 충격을 주고 갈등을 빚는다는 점입니다. 전작에서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기술의 선구자인 히컵은 곧바로 바이킹 사회의 반발에 부딫히는데 그 대상이 가장 바이킹다운 바이킹인, 그것도 히컵의 아버지인 스토이크라는건 매우 상징성이 있습니다. 창조와 혁신은 종종 반전통적이고 전통이 지배하는 사회에 좋든 싫든 충돌을 빚는다는걸 확연히 보여주는 장치죠. 전작은 이러한 갈등을 드래곤의 폭군인 레드 데스와의 전투로서 해소시킵니다. 기존의 능력으론 극복이 불가능한 위기를 새로운 능력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혁신의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더할나위 없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활극스러운 해결법입니다. 나쁘단건 아니지만 혁신이 빚어내는 갈등은 빗겨난 것일뿐 사라진건 아니니까요.

전작의 스토리를 이어받은 TV드라마는 이것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드라마는 버크가 드래곤을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고통스럽지만 확실히 해결해 나가면서 버크가 드래곤의 존재를 동반자로서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였고, 드래곤의 힘을 전쟁도구로 쓰려는 배신자 바이킹과 여전히 드래곤을 적대시하는 바이킹 부족과 겪게되는 전쟁과 극복을 보였으며, 히컵과 드래곤 아카데미가 학술연구 과정에 겪는 모험을 보여줍니다. 결과 새로운 혁신을 사회가 받아들이며 히컵만이 아니라 버크 전체가 성장합니다. 

(여기서 참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드래곤을 사회에 편입시키는데 흡족한 족장은 대장장이 고버에게 바이킹이 드래곤에 대해 연구한 서적과 문서를 히컵에게 넘기라고 지시합니다. 고버는 연구자료를 넘기는것이 아쉬워 전달식때 손에 힘을 빼지 못하는데, 짜증난 히컵이 거의 빼앗다시피 문서를 챙깁니다. 우스운 광경이면서도 동시에 신기술의 도입이 지식의 주도권에도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징적으로 보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팬터지를 소재로 하였지만 어지간한 SF에 보일만한 요소를 고루 보여줍니다. 혁신이 사회의 생활에 어떤 악영향과 선영향을 미치는지, 신기술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 마찰을 일으키는지 상세히 보여줘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전작과 TV 드라마가 기대치를 만족시켜주었으니 신작에도 같은 기대를 하는건 당연하겠죠.

하지만 신작은 기대에 다소 못미쳤습니다. 각각의 요소는 흥미롭고 재밌었지만 대부분이 따로 놀았고, 드래곤을 동반자로서 보는가, 정복도구로서 보는가의 중심주제는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기엔 전체적인 영향력이 부족했습니다(전작에서 드래곤에 대한 교감과 죄책감으로 본의아니게 혁신자가 되고만 히컵이 작품안에서 언제나 사회와의 갈등에 고뇌한 것과 대비됩니다). 하나의 완결성있는 장편이라기보단 대하드라마의 파일럿에 어울리는 어중간한 작품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일으키는 변화를 중점에 두고 있는 시리즈가(물론 신작에서 한층 발전된 버크의 진보를 보이긴 하지만) 정작 중점이 되는 부분을 놓치고 우왕좌왕하는건 가슴아플정도입니다. 사실 각각의 부분(거대생물과의 교감, 출생의 비밀, 지식의 충돌과 확장, 화려한 비행과 활극등)이 따로 놓고보면 성공한 작품들의 전형적 모습들인데 말이죠.

드림웍스는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를 3편의 영화와 3편의 TV드라마로 잡았습니다. 남은 한편씩의 TV드라마와 영화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걱정하면서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안본다는 말은 왜 없냐구요? 전 이미 마블 어벤져 시리즈나 마마마 시리즈와 함께 드래곤 시리즈의 호갱이 되었거든요(...). 나중에 어떤 불평을 하든, 어떤 찬양을 하든, 뭐든간에 나오기만 하면 절대로 돈내고 전부 다 볼겁니다(...).

[물고기군] 밤이면 언제나 아름다운 인생을 꿈꾼다. 사랑하고픈 사람과 별을 바라다 보고 싶을때 비오는날 우산들이 공허하게 스쳐갈 때 노래부르는 물고기가 되고 싶고 날개달려 하늘을 날고싶다. 아침의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돌려 회색의 도시라도 사람의 모습을 느껴본다 부디 꿈이여 날 떠나지 마소서... [까마귀양] 고통은 해과 함께 서려가고 한은 갑갑하메 풀 길이 없네 꿈은 해와 함께 즈려가고 삶과 함께 흩어지네 나의 꿈이여 나의 미래여 나의 길을 밝혀 밤의 끝을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