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다큐멘터리 등 모든 작품에 대한 이야기. 정보나 감상, 잡담.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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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cm 로 유명한 감독의 작품입니다.
옴니버스 스타일인건지 대체 스토리의 흐름이 어떻게 연결되는건지 결론적으로 어떻게 사건이 마무리된건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건지 밑도 끝도 알 수 없었던 초속 5cm 인데요......
듣자하니 보진 않았지만 감독의 다음 작품인 '별을 쫓는 아이'도 그랬다더군요.
그래서 아마 이것도 그러겠지........싶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작품에서 이해하기 힘든 건 거의 없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약간 4차원이긴 해도 이야기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며 이해할 수 없는 전개나 끊기는 부분도 전혀 없습니다.
'어. 그럼 재미있겠네?'
라고 묻는다면 솔까말 그건 아니고요.
그럼 스토리가 구리느냐? 라고 한다면 뭐 딱히 그런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이합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시작부터 끝까지 평이합니다. 보통 이런걸 잔잔하다 라고들 표현하죠. 클라이막스도 배경 보느라 대사를 못봐서 그다지 극적이진 않습니다. 전작도 그랬지만 극적인 반전 같은 건 없습니다. 뭐 초속~에서도 그랬던 것처럼요. 꽤나 현실적인 감독인듯. 다만 스탭 올라간뒤의 뒷이야기는 상당히 희망적인 결말을 암시하긴 합니다. 뭐 훈훈하다고나 할까. 근데 딱히 인상적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애니메이션이 좋았습니다.
캐릭터가 좋아서도, 이야기가 좋아서도, 구성이나 스토리연출이 좋아서도 아닙니다.
단지 비오는 풍경이 좋아서였습니다.
초속 5cm도 그런 부분이 있었죠. 개인적으로 초속~ 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벚꽃길과 눈오는 플랫폼의 풍경이 나오는 장면은 좋았습니다. 어시들이 죽어 나갔겠군
종종 초현실적인 스토리도 아니고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나? 싶은 것들이 있죠. 제가 알기로는 초속~ 은 실제 풍경을 떠다가 배경을 그린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 감독은 평범한 풍경이라도 이상적인 형태로 뜨는 능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역시 완벽한건 2D로만 존재합니다.
만약 비오는 날 창가나 베란다에서 담배를 꼬나물거나 맥주캔을 따는 센티의 소유자라면 스토리는 집어 치우고 풍경을 보기 위해 한번쯤봐도 나쁘진 않을 거 같습니다.
대개 창작물은 플롯이 중요하겠습니다만.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 매체는 인상적인 볼거리만 남겨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봅니다. 혹은 영상을 부각하기 위해 일부러 줄거리를 간단하게 쳐내기도 하죠. 아마 이 애니메이션도 그런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올려주신 스크린샷만 봐도 어떤 작품일지 딱 감이 오네요. 1시간 동안 비오는 숲 속을 평화롭게 산책하는 기분 같습니다. 그것도 범상치 않은 공간에서요. 감독이 노린 게 그런 부분이라면 나름대로 괜찮은 결과물이겠죠.
둘째 스크린샷이 제일 눈에 들어오네요. 저런 분위기, 좋아합니다. 녹음과 숲과 기이한 빌딩과 흐린 하늘…. 상당히 센티멘탈해지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