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고 그동안 볼려고 마음먹은 만화영화를 보느라 시간을 전부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만화영화를 봤습니다만, 역시 가장 재미나게 보고 있는 건 '건담 빌드 파이터즈'입니다.
이거, 멋집니다. 그냥 죽여줘요.

미리니름을 해도 좋은 부분만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이 멋진건 설정부분입니다.
프라프스키입자(프라모델+미노프스키입자?)를 사용해 장난감을 실제처럼 움직이게 하고, 움직임 뿐 아니라 각종 화기와 장난감의 파손까지 현실화시킨다는 설정으로 장난감으로 접한 모든 모델이 마음껏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거든요.

세계관이 달라, 혹은 세계관이 같더라도 배경상 절대 같은 무대에 나올 수 없는 기체들이 혈투를 벌인다는 것 만으로도 이 작품을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프라프스키입자라는 설정은 또 다른 장점이 있는데, 각각의 작품 드라마 구성상 어지간해선 나올 수 없는 클라이막스급 혈투가 쉴새없이 나온다는 점! 주인공 건담이 산산조각날 정도의 전투는 작품 최후반이 아니고선 나올 수 없는데, 이 작품에선 이런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 매우 많이 나옵니다. 건담 시리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한 훌륭한 전투가 곳곳에 베어있죠.

한가지 이것 때문에 안좋은게 있다면... 위 설정의 반동으로 인해 건담 시리즈의 주역급 기체라도 아무런 자비가 없단 것입니다.
후후후... 저의 데빌 건담이 쪽도 못쓰고 작살날땐 순간 피를 토하는줄 알았습니다ㅜㅜ...OTL...
어쨰건...


이 작품은 영화로 나온 '리얼 스틸'처럼 기본적으로 스포츠 만화영화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이틴 로맨스를 살짝 끼얹었죠.
재능이 넘치는 파이터. 그리고 그를 알아본 코치의 콤비라는 투톱 주인공 구성.
동지인 동시에 언젠가 겨룰 숙명인 개성적인 라이벌들.
누구나 노리고 있는 영광된 최고의 자리.
그야말로 (바쿠만 식으로 표현하자면) 스포츠 만화영화의 '정도'를 철저히 추구하고 있습니다.

기본이 스포츠 만화영화인만큼 이 작품을 즐기는데 굳이 건담 시리즈의 팬일 필요는 없습니다.
건담 빌드 파이터는 그 자체로 충실한 스포츠 만화영화고, 이 부분만 감상해도 그 본연의 재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까요.
단지, 건담 시리즈의 팬이 느낄 -본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지 못할 뿐이죠^^;.

주인공이 십대인만큼 하이틴 로맨스가 살짝 가미되어 있는데, 이게 또 한 재미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스포츠 드라마를 해치지 않습니다. 도리어 스포츠 드라마를 살리는데 큰 공을 세우죠.
주인공이 빠진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인이, 주인공의 영향으로 그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 역시 스포츠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아니겠습니까?
각각의 주인공이 서로 다른 측면에서 이러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과 스포츠 드라마다운 -그리고 다분히 하이틴 로맨스다운- 관계로 서서히 어우러지는데 이게 쏠쏠하게 재밌습니다.


다만... 이 작품에 팬터지 설정이 굳이 필요한지는 의문입니다.
과학이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기에 탄생한 새로운 스포츠.
그렇게만 해도 건담 빌드 파이트는 충분한 당위성을 얻을 텐데 말이죠.

굳이 팬터지 설정을 쓸거라면 아예 세계관 자체를 팬터지로 만들어도 됩니다.
해리포터에서 쿼디치는 배경이 팬터지라도 충분히 훌륭한 스포츠였고, 쿼디치는 스포츠 드라마로서 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 쿼디치에 근대 과학이 끼어든다면 매우 어색해지겠죠.

그 자체로 훌륭한 스포츠 드라마에 이질적인 설정이 끼어드는건 솔직히 그리 좋지 않아요.
그만큼 작품의 포인트가 스포츠에서 팬터지로 흐트러질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습니까?
권투 스포츠 만화에 레슬링이 끼어드는 것 이상으로 좋지 않은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어째건...


이렇게 정통파인 스포츠 만화영화를, 그것도 동시에 로봇 전투 만화영화인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무척 기분 좋습니다.
영화 리얼 스틸을 보면서, 스포츠인 동시에 로봇 격투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한 느낌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어서 두근두근해요^^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이고, 이질적인 설정으로 다소 걱정은 되지만서도
그만큼 큰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아주, 아주 재밌는 만화영화인만큼 제 기대를 제 상상 이상으로 충족시켜주는 작품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고기군] 밤이면 언제나 아름다운 인생을 꿈꾼다. 사랑하고픈 사람과 별을 바라다 보고 싶을때 비오는날 우산들이 공허하게 스쳐갈 때 노래부르는 물고기가 되고 싶고 날개달려 하늘을 날고싶다. 아침의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돌려 회색의 도시라도 사람의 모습을 느껴본다 부디 꿈이여 날 떠나지 마소서... [까마귀양] 고통은 해과 함께 서려가고 한은 갑갑하메 풀 길이 없네 꿈은 해와 함께 즈려가고 삶과 함께 흩어지네 나의 꿈이여 나의 미래여 나의 길을 밝혀 밤의 끝을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