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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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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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83
뭐 이런저런 스포일러를 조금씩 당하는 바람에 그렇게 신선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화려한 비주얼이나 사운드는 꽤 좋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진부함이더군요 .
오래전 - 사실 에바 자체가 오래된 물건이죠. 95년작인가 그렇죠? 아마... 내가 본것은 그보다 몇년후에 나온 대원 비디오판 20편
까지 인데 , 다소 압박스런 주제가 번역 말고는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근데 이번 신극장 시리즈도 파까지는 약간 의심스러웠는데 바큐를 보고 나니 확신이 갔습니다. 이놈의 감독 - 안노는 또다시
재탕을 하고 있구만... 내기억 속의 에바는 애정결핍에 대인기피 증상이 있던 주인공이 갑자기 전투로봇을 조종해야 하는 험한
상황에 몰리면서 이리 저리 치이고 , 닥달을 당하고 구르고 하면서 서서히 좀 성장하는 듯 한 이야기 였습니다. 근데 한 몇화 정도
그렇게 훈훈? 하게 성장하는 일반적인 소년물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 , 또 금방 틀어서 고약한 꼴을 당하고 히키코모리 신세로
돌아가는... 그랬다가 다시 주변에서 격려?를 받고 쭈볏거리며 다시 복귀 , 약간 성장... , 또 멘붕해서 방콕 , 대충 이런 식의
루프물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보통 소년물이 어느정도 초반에 찌질함을 보이더라도 점차 여러가지 모험을 격고 , 사람들과
만나 접촉하고 ,아픔을 격으며 성장하는 - 최근의 예로는 건담 유니콘의 버나지 같은 - 전개라면 에바는 그런 전개를 따라가는듯
하다가 다시 시궁창에 주인공을 처박는... 그런 내용의 쳇바퀴였다고 생각납니다.
이런 기억을 토대로 할 때 , 서 , 파 ,Q 로 이어진 전개는 고대로 원작 재현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에서 단순 애정결핍의
나약한 꼬마는 파에서 어느정도 성장한 모습을 보이지만 , 다시 Q에서 시궁창스런 현실에 절망하고 추락합니다. 거기서
카오루와 만나서 세상을 복구하자는 희망 비슷한 걸 보지만 , 그 희망에도 배신당하게 되죠. 좀 길게 늘였을 뿐 결국은
95년에 나온 에바의 재탕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은 에바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숨은 메시지에 대해 떠들지만 내생각엔 이건 그냥 "맘대로 안되는
세상사에 대한 화풀이" 정도? 딱 그수준이더군요. 주인공은 어떤 힘든 숙명을 타고났지만 , 겉보기엔 별다른 재능도 없고
딱히 비범한 자질도 없습니다. 그러나 힘든 현실은 그렇다고 봐주지 않고 몰아 닥치죠. 그래서 어떻게든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노력해보지만 그래봐야 결국 상황은 도루묵 , 더 나빠지기만 합니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시련에
부딪쳤을 때 보이는 일련의 과정을 도식화해서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비슷하기로는 얼마전에 본 베르세르크 극장판 강림편
이 생각나는데 거기의 가츠가 그야말로 왕근성에 독종 그자체라 "운명 따위 쪼까 , 물어뜯어서라도 해치워 주겠다" 라면
이쪽은 도대체 해치워야 할 적이 누군지 , 상황조차 불명확하다는 게 더 문제죠. 그나마 가츠가 인복이라도 있어서
그럭저럭 여기저기서 좋은 인물들이 그의 힘이 되어주지만 , 에바의 신지는 그런 사람도 없고 , 설사 도움을 주려는듯
보이는 사람도 자기 형편에 맞게 이용하려거나 , 아니면 아예 그자신도 상황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 이거나 합니다.
일단 이런 상황에서 신지는 현재의 처한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 자신의 미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 이미
거듭된 실패로 그나마 억지로 쥐어짠 용기까지 소진된 상황에서 뭔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이시리즈의
교훈 같은게 있다면 , 인간은 항상 자기 뿐 아니라 주변 ,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 어떤식으로 흘러가는지
에 대해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더라도 큰 줄기 정도는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라는 정도
일까요?
하이텔의 '장혁'님 글을 보고 가입하는데요?
으잉?? 저는 대한민국 막장드라마 얘기가 아닌 그냥 극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요. 원래 극화(그게 연극이건 애니메이션이건 영화건)라는 물건 자체가 주제와는 별개로 아무리 현실적이어도 현실로 끌어오면 얘기가 안되는 물건들이예요. 그러니 캐릭터가 극단에 치달은 찌질함을 보여도 관객이 찌질함을 느낄 필요도 없고 그걸로 극의 가치를 떨굴 필요도 없죠. 그리고 '신지'는 인간도 아니고 쓰여진대로 나오는 캐릭터고요.
단, 아무리 비현실적인 극화라 할지라도 캐릭터의 행동양상 자체는 현실을 어느 수준 이상은 반영해야 한다고 보고요. 극중 행동양상이 비정상적이라면 누구나 막장이라고 느끼는거라는 겁니다. 그냥 신지는 캐릭터 나름의 행동을 보였다고 생각하고요.(그 찌질함은 충분히 보일수있는 행동양상이지만 캐릭터의 머리가 지나치게 차가우면 이질감을 느낄수밖에 없죠.) 뭐, 극전개도 나름 평타 이상의 수준이었고요.
아마 맥신님이 제 글을 잘못 이해하신것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엔드 오브 에바>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이전 TV판이나 극장판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신극장판의
신지는 자기 때문에 세상이 망하고, 레이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좌절한다는 걸 깨닫지만, 그래도 그걸 바꾸려고 뭐라도 해 보거든요.
TV판에서였다면 병실 구석에 틀어박혀 자기가 바보라고 궁시렁거렸을 겁니다. 하지만 'Q'에서는 다시 의욕적으로 도전하고, 잘못된 걸 바로 잡으려고 어떻게든 노력하죠. 물론 어디까지나 중학생 소년인 이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지만, 시도만으로도 좋게 봐줘야 할 겁니다. (솔직히 일이 그 지경으로 잘못된 건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옆에서 머리만 감싸쥐었던 카오루 탓이 큽니다. 욕하려면 카오루를 욕해야…)
다만, '서'~'파'까지 꽤 긍정적이고 열혈스럽게 진행하다 갑자기 'Q'에서 분위기가 팍 죽어버린 건 문제이긴 합니다. 너무 뜬금없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할까요. 이야기나 캐릭터 해석보다는 극적 구성이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마지막 4편에서 이걸 어째 해결할지 모르겠어요.
다만, '서'~'파'까지 꽤 긍정적이고 열혈스럽게 진행하다 갑자기 'Q'에서 분위기가 팍 죽어버린 건 문제이긴 합니다. 너무 뜬금없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할까요. 이야기나 캐릭터 해석보다는 극적 구성이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마지막 4편에서 이걸 어째 해결할지 모르겠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신지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신지가 모르는 내용은 관객도 알수가 없도록 꾸며졌던데요.
문제는 신지가 카오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을 강행-카오루의 조종권까지 박탈하면서- 하는 심리 묘사가 좀 부족했던것 같습니다.
'야! 모든걸 알려줬단 카오루가 이상하다며 말리는데 그걸 왜 강행해? 미쳤구나..' 라고나 할까요.
재탕 수준이란건 동의하지만 미디어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다보니 많은 분들이 무감각해지는게 있는데...대부분의 대중매체에서 캐릭터가 겪는 사건들은 보통 사람들이 평생에 한번 겪기도 힘든 일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드라마틱한거죠. 고작 중학생이 저런 상황에 담대한(하다고 쓰고 무감각하다고 읽을만한) 내용을 그린다면 전 그 시나리오 작가의 정신상태를 더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성인도 저 정도로 연타석으로 터지면 PTSD치료 받아야 할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