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저런 스포일러를 조금씩 당하는 바람에 그렇게 신선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화려한 비주얼이나 사운드는 꽤 좋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진부함이더군요 .
 오래전 - 사실 에바 자체가 오래된 물건이죠. 95년작인가 그렇죠? 아마... 내가 본것은 그보다 몇년후에 나온 대원 비디오판 20편
까지 인데 , 다소 압박스런 주제가 번역 말고는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근데 이번 신극장 시리즈도 파까지는 약간 의심스러웠는데 바큐를 보고 나니 확신이 갔습니다. 이놈의 감독 - 안노는 또다시
재탕을 하고 있구만...  내기억 속의 에바는 애정결핍에 대인기피 증상이 있던 주인공이 갑자기 전투로봇을 조종해야 하는 험한
상황에 몰리면서 이리 저리 치이고 , 닥달을 당하고 구르고 하면서 서서히 좀 성장하는 듯 한 이야기 였습니다. 근데 한 몇화 정도
그렇게 훈훈? 하게 성장하는 일반적인 소년물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 , 또 금방 틀어서 고약한 꼴을 당하고 히키코모리 신세로 
돌아가는... 그랬다가 다시 주변에서 격려?를 받고 쭈볏거리며 다시 복귀 , 약간 성장... , 또 멘붕해서 방콕 , 대충 이런 식의 
루프물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보통 소년물이 어느정도 초반에 찌질함을 보이더라도 점차 여러가지 모험을 격고 , 사람들과
만나 접촉하고 ,아픔을 격으며 성장하는 - 최근의 예로는 건담 유니콘의 버나지 같은 - 전개라면 에바는 그런 전개를 따라가는듯
하다가 다시 시궁창에 주인공을 처박는... 그런 내용의 쳇바퀴였다고 생각납니다. 

 이런 기억을 토대로 할 때 , 서 , 파 ,Q 로 이어진 전개는 고대로 원작 재현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에서 단순 애정결핍의 
나약한 꼬마는 파에서 어느정도 성장한 모습을 보이지만 , 다시 Q에서 시궁창스런 현실에 절망하고 추락합니다. 거기서 
카오루와 만나서 세상을 복구하자는 희망 비슷한 걸 보지만 , 그 희망에도 배신당하게 되죠.  좀 길게 늘였을 뿐 결국은
 95년에 나온 에바의 재탕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은 에바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숨은 메시지에 대해 떠들지만 내생각엔 이건 그냥 "맘대로 안되는
세상사에 대한 화풀이" 정도?  딱 그수준이더군요. 주인공은 어떤 힘든 숙명을 타고났지만 , 겉보기엔 별다른 재능도 없고 
딱히 비범한 자질도 없습니다. 그러나 힘든 현실은 그렇다고 봐주지 않고 몰아 닥치죠. 그래서 어떻게든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노력해보지만 그래봐야 결국 상황은 도루묵 , 더 나빠지기만 합니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시련에 
부딪쳤을 때 보이는 일련의 과정을 도식화해서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비슷하기로는 얼마전에 본 베르세르크 극장판 강림편
이 생각나는데 거기의 가츠가 그야말로 왕근성에 독종 그자체라 "운명 따위 쪼까 , 물어뜯어서라도 해치워 주겠다" 라면 
이쪽은 도대체 해치워야 할 적이 누군지 , 상황조차 불명확하다는 게 더 문제죠.  그나마 가츠가 인복이라도 있어서 
그럭저럭 여기저기서 좋은 인물들이 그의 힘이 되어주지만 , 에바의 신지는 그런 사람도 없고 , 설사 도움을 주려는듯
보이는 사람도 자기 형편에 맞게 이용하려거나 , 아니면 아예 그자신도 상황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 이거나 합니다. 

 일단 이런 상황에서 신지는 현재의 처한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 자신의 미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 이미
거듭된 실패로 그나마 억지로 쥐어짠 용기까지 소진된 상황에서 뭔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이시리즈의
교훈 같은게 있다면 , 인간은 항상 자기 뿐 아니라 주변 ,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 어떤식으로 흘러가는지
에 대해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더라도 큰 줄기 정도는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라는 정도
일까요?

하이텔의 '장혁'님 글을 보고 가입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