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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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2021년 개봉작을 감상하였습니다.
왕년에 풀빛에서 줄간된 프랭크 허버트의 듄 1부~4부를 한 달음에 탐독한 후 듄의 열렬한 팬이 되었고,
이후 민음사에서 번역되어 나온 5부~6부에는 실망하였지만 하여간 여전히 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였기 때문에...
극장에서 개봉한 듄을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 코로나 기간 내내 극장을 멀리하다가, 간만에 극장을 찾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거의 모든 장면이 (심지어 배우들의 이미지와 분장까지도) 데이비드 린치의 1984년 영화와 유사하였고,
등장인물들의 대사 역시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드니 빌뇌브의 듄 2021년 영화는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원작과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원작을 충실히 따릅니다.
약간의 튜닝은 존재하지만, 그래도 큰 골격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원작의 분위기와 설정, 대사를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온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2021년판 영화는 "이해하기 쉽다"라는 것이 장점입니다.
저와 같이 영화를 본 와이프는 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고 제가 보자고 권하니까 따라 나선 것이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무척 신비한 느낌이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어서 좋았다고 하더군요.
데이비드 린치의 듄 1984년 영화가 화려한 영상미에 반하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혹평에 시달렸지만,
이번에 나온 드니 빌뇌브의 듄 2021년 영화는 원작이나 세계관에 대한 지식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면서도 압도적인 스케일과 아름다운 영상, 분위기 있는 음악으로 신비로운 듄의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리하게 극장용 영화 한 편에서 원작 소설 듄 1부의 내용을 전부 다 담아 완결하려고 하지 않고,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누어서 원작의 60 % 정도만을 Part1에 담은 것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과 제작진이 "관객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작정하고 노력했다고 여겨졌습니다.
관객을 위해 요소요소에 내용 이해를 돕는 장면을 배치하고 급하지 않은 호흡으로 차분히 이야기를 전개하더군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듄 1984년 영화가 무엇이 문제였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그것을 극복하려 애쓴 결과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에 듄 2021 영화를 보기 전까지 드니 빌뇌브 감독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었습니다.
큰 기대를 하고 보았던 블레이드 러너 후속편, 컨택트(당신 인생의 이야기) 영화가 제게 모두 최악이었거든요.
이 감독은 분위기 있는 영상에는 강점이 있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량은 서툴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듄 2021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후속편과 영상, 음악, 이야기 전개 방식 등에서 유사점이 꽤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나온 듄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죠 - 탄탄한 원작의 서사 덕분인 듯 싶습니다.
감독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영상미는 여전히 훌륭했고, 이것이 듄의 신비로움을 묘사하는 데 잘 어울렸구요.
영화를 보고 집에 온 후, 곧바로 듄 소설 원작을 다시 꺼내 들고 탐독하고 있습니다.
듄 Part2 영화 개봉이 무척 기다려 집니다.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