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을 보았습니다.

일단 저는 영화같은 영상매체를 볼 때 감성의 자극정도로 평가를 하는 타입입니다.
어떤 장면이 황당 하다 해서 극의 구조상 잘못된것이 아니라면
어떠한 비 현실적인 장면이 나와도 감성팔이만 잘하면 다 무시하는 편이죠.

그런면에서 명량은 저에게 아주 흡족한 영화였습니다.
아주 그냥 감성팔이 제대로 해보자고 작정하고 만든 300 1,2편 조차도 명량에 비교하면 학예회 같이 보인달까요.
물론 제가 한국인라서 그렇다고 봅니다.

똑같이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다고 해도
남의 역사와 자신의 역사와는 대하는게 서로 다르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따지고 보면 극상에서 일본인에 대한 적개심이 마구 느껴져야
혹은 느껴지게끔 영화가 관객들을 끌고 가야할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어쩌면 다른 나라에서도 명량을 보면
한국사라는 배경지식 없이 영화 자체로 충분히 감성 자극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는 임진왜란 에피소드의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영화는 또 조금 달라지는 듯 합니다.

다른 종류의 감동이랄까요.

난중일기에 언급한 몇가지 사실들이 그대로 나열 되는것을 스크린으로 보는 희열.
이순신 장군이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게 난중일기에 나왔던 그 대사라는 점에서 참 느낌 새롭더군요.
그리고 그동안 삼지창 웨이터복으로 통하는 포졸 장병들이 역사화에 나오듯이 갑주를 입고
장병겸 신기전 비격진천뢰 대장군전 조란환 으로 통하는
막연히 역사책에서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는 그런것들이 당시에는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
말이나 글로 아닌 영상으로 볼 때의 쾌감

물론 고증문제는 따지고 들어가면 피곤해지는 문제이긴 하지만
학교에서 역사를 배웠던 한국인들한테는 그런것들도 감동으로 다가오는 영화인듯 합니다.

그리고 몇가지 묘한게...

예전에 밀리터리 작가분들이 명량해전 하루 이야기를 쓴 격류라는 소설과 묘하게 흐름이 비슷하달 까요.
준사의 대두, 탐망꾼 임준영의 활약, 그리고 적의 저격수와 아군 장수의 활 대결
이순신 장군의 괘씸한 놈들 한마디로 정리되는 소설이었습니다 ㅋ
밀덕 소설 답게 군사적 고증에 얽매이는 모습도 보이지만 명나라와 일본본토 그리고 서양인들 입장까지 죄다 묘사하고
천주교인 고니시 유키나가의 출정전 예배라든지 이순신 장군에 대한 극존칭. 고니시 유키나가의 십자가 마크를 조선수군에서는 조준점 취급한다던지
낫하나면 모두모두 덜덜덜 떠네 같은 장병겸 마징가 제트 패러디나 나대용의 음주 운전이라든가...
김억추 형제나 선조와 그의 친구들의 개그 같은 코미디 장면도 간간히 터져 나와서
이거 영화화 하면 대박이겠다. 했는데 진짜로 이게 영화화? 되어서 나올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 죽고 끝나는 300같은 영화도 만드는데 17대1 전설도 아니고 대장선 1척으로 독고다이 맞짱 떠서 죄다 발라버리는
현실이 더 소설같은 명량해전 이야기는 영화로 안나올까 했는데
드디어 나와서... 그리고 생각보다 잘 만들어져서 다행입니다.

3부작으로 만든다고 하니 다음편 한산도 대첩에서는
시즈탱크 판옥선 펼쳐놓고 벌쳐 거북선이 닥치고 쳐 내려오는 왜구 질럿들 휘저어 십자포화로 끝장내는 임요환의 학익진 컨트롤 나올듯 해서
더욱 더 기대 됩니다.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배를 돌려라 한마디에 판옥선들이 드리프트 하는 장면보구 소름 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