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다큐멘터리 등 모든 작품에 대한 이야기. 정보나 감상, 잡담.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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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693
원제는
No.1 Ladies Detective Agency입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생각없이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제가 채널을 고정시키게 만든 영화입니다.
TV 시리즈로 제작된 거고요. 인기가 없었는지 시즌1 이후에 더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제 주의를 끈 것은 음악.
주인공 아버지가 타계하면서 유산을 남기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장례식 장면에서 사람들의 합창은 예술적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아프리카에선 흔해빠진 평범한 레벨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겠습니다.
편견인지는 모르겠으나 흑인들의 노래 재능은 후덜덜 하잖아요. 일단 그것만으로도 영화가 마음에 들었는데요.
두번째로 볼 만한 것은 보츠나와를 배경으로 하는 아프리카의 생활상입니다.
다큐멘터리나 사진에서만 보여주는 내전, 기아, 질병 혹은 원시 부족생활 등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현대식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좋은 집에서 살고 옷도 세련되게 입었고 나름 즐겁고 평온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소한 문제들이 있긴 해요. 안 그러면 탐정 사무소가 영업이 될리가 없으니까요.
모두들 영어를 쓰는데 보츠나와(로 추정되는) 액센트가 뚜렷합니다. 모두들 유창하게 영어를 말해요. 그러나 액센트때문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들리지는 않아요. 아주 가끔씩 원주민 언어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시청자들이 영어만 알고 있다면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됩니다.
아프리카의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게 무척 좋았습니다.
물론 다수의 인구가 전쟁과 질병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아프리카 중에서도 정치적 레벨에 따라 안정된 곳이 있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곳들도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과밀한 도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우리 나라 60년대나 70년대, 혹은 오늘날 서구권에서도 인구가 작은 그런 곳에 가면 느낄 법한 도시 정서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게 아프리카라는 지역과 맞물려 이국적이기까지 하니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컴퓨터 대신 타이프라이터를 쓴다거나 우리가 흔히 보는 대도시의 대형버스 대신 미니 버스가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예요.
의상의 컬러 연출이 대단합니다. 이것도 저의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것일까요?
세련되게 꾸민 미인 언니들이 등장하고 꼬마 아이들도 너무 예쁩니다.
주인공은 후덕한 아줌마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전 상관없어요. 그 아줌마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스토리나 연기는 경쟁이 치열한 미드, 영드 온갖 드라마에 길들여진 우리가 보기에는 약간 덜 세련되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장르가 약간의 코미디라는 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그건 그냥 코미디적인 과장인 것 같아요. 그렇게 몰입을 방해할 수준도 아니고요.
배우들이 연기를 못한다기 보다는 컨셉이 세련되고 치밀한 추리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의 시청자를 감안한 것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보다는 훨씬 훨씬 훨씬 낫습니다.
보츠나와에서 제작을 했다고 보기엔 퀄리티가 너무 뛰어나서 의심스러웠는데 역시나 제작은 BBC.
중간 중간 감탄을 자아내는 BBC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뛰어난 영상들이 많습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이라든지 등등
마지막에 아이들이 학예발표회 같은 걸 하는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반라로 나와서 춤을 춥니다.
헉, 저게 초등학교 공연이야? 하면서 더 자세히 보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그냥 저 사람들의 전통이잖아요.
아, 역시 편견을 버려야 해요. 편견을.
imdb 자료는 여기
http://www.imdb.com/title/tt1356380/?ref_=nv_sr_1
* 배우들은 모두 영미권 배우들이네요. 주인공은 그래미상을 수상했던 R&B 가수이고요. 촬영은 현지에서 했습니다.
어떤 나이지리아 여류 작가가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아프리카'라는 하나의 대륙으로 보지 말고, 각 나라의 문화와 정치를 이해해달라고 말입니다. 아시아라고 해서 모든 나라가 중국이나 일본과 똑같지 않은 것처럼요. 내전이나 인권 문제로 몸살 앓는 곳도 있지만, 반면에 평범한 도시 생활을 영위하는 곳도 많으니 말입니다. 허나 아직 이런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지, '아프리카를 다룬 창작물은 무조건 내전과 인권에 치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심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프리카 작가가 일상물을 쓰면 별 대접을 못 받는다고도 들었네요.
역시 편견은 어느 방향으로 작용하든 안 좋습니다.
본래 작가가 영국(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법대 교수이고, 자신이 전공한 전문 영역에다가 아프리카의 체험을 버무렸습니다.
이 작가가 [넘버 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것은 나이 50 줄이 넘어서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나이 30 대부터 열심히 책을 썼지만 주로 아동용 동화였고, 반응도 미적지근했던... 그저그런 비인기 작가였죠.
현재 65살을 넘긴 작가가 [넘버 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를 계속 쓰고 있어서 현재 12권인가 13권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아마도 더 나이 먹고 고령으로 글을 쓰기 힘들어질 때까지 속편을 꾸준히 써서 발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한국에는 2006년부터 부정기적으로 조금씩 번역본이 나와서 대략 7권까지 번역되어 나온 상태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06년 처음 한꺼번에 3권까지 나올 때 사서 보고 더 못보고 있는데, 미인대회 에피소드가 가장 재미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