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No.1 Ladies Detective Agency입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생각없이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제가 채널을 고정시키게 만든 영화입니다.
TV 시리즈로 제작된 거고요. 인기가 없었는지 시즌1 이후에 더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제 주의를 끈 것은 음악.
주인공 아버지가 타계하면서 유산을 남기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장례식 장면에서 사람들의 합창은 예술적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아프리카에선 흔해빠진 평범한 레벨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겠습니다.
편견인지는 모르겠으나 흑인들의 노래 재능은 후덜덜 하잖아요.  일단 그것만으로도 영화가 마음에 들었는데요.
 
두번째로 볼 만한 것은 보츠나와를 배경으로 하는 아프리카의 생활상입니다.
다큐멘터리나 사진에서만 보여주는 내전, 기아, 질병 혹은 원시 부족생활 등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현대식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좋은 집에서 살고 옷도 세련되게 입었고 나름 즐겁고 평온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소한 문제들이 있긴 해요. 안 그러면 탐정 사무소가 영업이 될리가 없으니까요.


모두들 영어를 쓰는데 보츠나와(로 추정되는) 액센트가 뚜렷합니다. 모두들 유창하게 영어를 말해요. 그러나 액센트때문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들리지는 않아요. 아주 가끔씩 원주민 언어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시청자들이 영어만 알고 있다면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됩니다. 

아프리카의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게 무척 좋았습니다. 
물론 다수의 인구가 전쟁과 질병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아프리카 중에서도 정치적 레벨에 따라 안정된 곳이 있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곳들도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과밀한 도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우리 나라 60년대나 70년대, 혹은 오늘날 서구권에서도 인구가 작은 그런 곳에 가면 느낄 법한 도시 정서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게 아프리카라는 지역과 맞물려 이국적이기까지 하니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컴퓨터 대신 타이프라이터를 쓴다거나 우리가 흔히 보는 대도시의 대형버스 대신 미니 버스가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예요. 

의상의 컬러 연출이 대단합니다. 이것도 저의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것일까요?
세련되게 꾸민 미인 언니들이 등장하고 꼬마 아이들도 너무 예쁩니다.
주인공은 후덕한 아줌마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전 상관없어요. 그 아줌마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스토리나 연기는 경쟁이 치열한 미드, 영드 온갖 드라마에 길들여진 우리가 보기에는 약간 덜 세련되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장르가 약간의 코미디라는 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그건 그냥 코미디적인 과장인 것 같아요. 그렇게 몰입을 방해할 수준도 아니고요.
배우들이 연기를 못한다기 보다는 컨셉이 세련되고 치밀한 추리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의 시청자를 감안한 것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보다는 훨씬 훨씬 훨씬 낫습니다. 
보츠나와에서 제작을 했다고 보기엔 퀄리티가 너무 뛰어나서 의심스러웠는데 역시나 제작은 BBC.
중간 중간 감탄을 자아내는 BBC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뛰어난 영상들이 많습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이라든지 등등 

마지막에 아이들이 학예발표회 같은 걸 하는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반라로 나와서 춤을 춥니다.
헉, 저게 초등학교 공연이야? 하면서 더 자세히 보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그냥 저 사람들의 전통이잖아요. 
아, 역시 편견을 버려야 해요. 편견을. 

imdb 자료는 여기
http://www.imdb.com/title/tt1356380/?ref_=nv_sr_1

*  배우들은 모두 영미권 배우들이네요. 주인공은 그래미상을 수상했던 R&B 가수이고요. 촬영은 현지에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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