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디스트릭트 9과 엘리시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스트릭트 9(2009)는 지구로 망명한 외계인들이 격리된 구역에서 생활하며 빈민보다 못한 생활을 하는 와중에, 정부가 이곳의 정화를 위해 새로운 구역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파견한 MNU직원 비커스가 사고를 당하고 그 계기로 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에너지원을 모으던 외계인 크리스토퍼와 협력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개봉 당시에 꽤 호평을 받았죠.

그리고 엘리시움(2013)은 사고로 5일이면 죽게 될 맥스가 부자들만 사는 인공 세계 엘리시움에 가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담고 있는데요.


디스트릭트 9만을 보았을 때는 잘 몰랐지만 엘리시움까지 보고 나서 들게 된 생각은,
"닐 블롬캄프 감독은 이념 같은 추상적인 문제를 현실의 문제로 연결하는데 엄청난 재능이 있군!!" 이라는 생각입니다.

두 영화 다 차별받고 불평등한 두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어떤 출중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나타나, 이들이 받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평등한 세계를 건설하는 내용이 전형적이죠.
그러나 두 영화에서 영웅은 어떤 고상한 신념을 가지거나, 출중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닌 그냥 보통 사람이고, 이들은 어떤 이유에 의해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디스트릭트 9의 외계인들은 격리 구역에서 빈민들만도 못한 생활을 영위하며 사회적 문제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또 다른 격리 구역으로 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사업을 벌이려고 합니다. MNU직원 비커스는 이를 위해 외계인들에게 강제 서명을 받으로 다니는 중이었는데 사고로 외계인의 수용체에 노출되게 되고, 점점 외계인화 되죠. 이를 두려워한 비커스는 어쩔 수 없이 외계인과 협력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탈출을 준비하던 크리스토퍼를 도와 우주선을 보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자신은 결국 외계인이 되어버린 채 외계인 모성에서 올 우주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됩니다.

엘리시움에서 맥스는 전형적인 하층민(그 배경의 지구인들이 다 하층민이지만..) 인간으로서 전과 경력까지 있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되어 5일이면 죽게 될 신세가 되자 살기 위해 엘리시움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 와중에 훔치기로 되어 있던 엘리시움의 설계자인 칼라일의 뇌내 데이터가 하필 엘리시움 리부팅 코드인 덕분에 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구원할 영웅적인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자신은 죽고 말죠.

즉 이 두 영화의 영웅들은 자신들이 불평등을 혁파하려고 한 게 아니라, 자신의 다른 목적을 위해 한 일들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되어버린 거죠. 우연스럽기는 해도, 자신에게 닥친 어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중에 더 높은 차원의 문제를 해소하게 된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전 꽤나 전율을 느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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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게임프로그래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