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입니다. 이제 인터뷰, 스포, 리뷰, 해석 맘대로 볼 수 있게 되어서 기쁘네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만하 부분은 그거더군요. 앞부분에 몰입이 안되는 사람이면 뒷부분에도 몰입이 어려울것 같았습니다. 나름대로는 심각한 상황인데, 이야기가 좀 길어져서요. 중반에는 커티스와 길리엄이 이야기 하는데, 그부분도 '난 뭔상관? 액션이 보고싶단 말야.' 하면 싫겠지요.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영화입니다.


 

저는 어떤 쪽이었냐면, 일생의 어떤 목적을 가지고 돌파를 할때, 개중에는 뭔가를 잃고, 희생을 해야 하고 중간에 좌절도 하지요. 그럼 중간에 나머지를 돌파하는 동안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고, 그만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겁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더니 기대와 전혀 다른 결과가 튀어나올 수도 있지요. 어쩌면 그게 환상일 수도 있지요. 물론 때로는 그 목표 하나만 보고 있는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긴 어렵지만. 물론 그 결과가 해법이 될 수 도 있지만,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는겁니다. 밖이 사람살기에 여전히 안좋은 환경이었으면 어쩔뻔 했습니까.


 

계급문제나 시스템 문제는 솔직히 그렇게 참신하다는 생각은 안들었어요. 문명이나 심시티를 하다보면 최하층이 없이는 이 경제사회란게 돌아갈 수가 없겠더군요. 특히 인구가 늘어갈 수록 더 그렇고. 시스템에선 그 인구가 불어나면 불어날수록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만 할 필요가 생겨요. 오히려 그쪽에 대한 설명은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어요. 생각외로 정치쪽으로 대입하기도 애매하고. 만약에 대입을 한다고 쳐도, 이건 하층민의 손을 들어주기 보단 그런 불합리성의 손을 더 들어주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제대로 된 공산주의가 아닌한은 꼬리칸 사람들은 계속해서 불만을 가질테니까.


 

중반부터 영화는 '이상한 기차 앞쪽칸의 꼬리칸 사람들' 쪽으로 흘러갑니다. 식물칸부터 시작하더니 점점 더 기괴해집니다. 교육칸에서는 그냥 정점을 찍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북한 뺨치는 정신병원 같습니다. 게다가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꼬리칸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써요. 심지어는 앞쪽칸 사람들이 꼬리칸 사람들에게 블럭말고 다른 먹을거리를 가져왔는데도 전혀 신경을 안씁니다. 게다가 도대체 도끼칸에서 완전 전멸한것도 아닌것 처럼 보이는데, 그 후부터는 갈사람만 가요. 혁명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멀지 않나요? 인질도 잡았는데, 앞쪽에서 무슨일이 날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그사람들이 소수만 갈 이유가 없어보입니다. 그 후부터는 꼬리칸 사람들의 앞쪽칸 관광입니다. 나는 이따구로 살았는데, 니네는 할거 다하며 사네? 뭐 이런거지요. 민감한 사람은 신경좀 쓰일거에요.  영화가 어둡다 라는 평은 좀 들었는데, 그런걸 보고 있으니, 영화가 좀 밝다고 느꼈어요. 다시 생각해봐도 그나마 제정신인 사람들은 꼬리칸 사람이고, 제정신 아닌 사람들은 오히려 앞쪽칸 사람인것 같네요.


 

그 모든 신경도 안쓰던 사람들이, 나중에 다 지나가게 되니까 폭도로 돌변합니다. 뭐, 방송으로 이사람들 잡아라 라고 나온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그사람들이 왜 갑자기 폭도로 돌변했는지는 어떠한 설명도 없습니다. 그사람들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거든요. 이미 중반부터 개연성을 상당부분 포기했다는 데서 사실 개연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걸 깨닫게 됩니다. 그때부터 이 모든것들이 실제와 같은게 중요한게 아니라, 은유와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걸 깨닫게 되는거죠. 이사람들은 어느정도 다 미쳐있다는말이 나올때부터 지나갈때는 정상인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20분 쯤 후에 일제히 죄다 정신분열증 정신병원 수감자 뺨치는 미친사람들로 돌변하는데는 그냥 정점을 찍어요. 이걸 캐치해내지 못하면 그저 이상한 영화로만 보이겁니다. 저는 그들이 '목표가 코앞인데 생각지도 못한 과거문제들의 뒷통수 홈런' 이정도로 봤습니다. 혹은 많은 해석대로 '체제의 붕괴의 결과로 나올 불안감에 사로잡힌 군중들'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사람 마다 생각하는건 다르니까. 터미네이터같은 프랑코는 그중에서 끈질긴 문제 이정도로 봤었구요.


 

사실 개연성 문제는 이거 말고도 찾으려면 많이 나옵니다. 대체 무슨수로 정확하게 예카테리나 다리전에 폭동을 끌어낼 수 있었는가 부터 시작해서(사실 그건 거의 충동적으로 시작한건데.), 학살중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횃불을 보급할 수 있었나, 등등 뭐 그런것들이요.


 

 

잡담을 추가해보자면,

끝에가서는 엔진 앞에 선 커티스가 윌포드에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는걸로 봐서 '저기 그 엔진이 마인드 컨트롤 장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리고, 메이슨 총리.  귀여운 악역으로 주문을 받았다는데, 무슨말인지 알겠더군요. 스시 먹으려고 한껏 기대하고 있었는데, 블럭 먹는 장면은 좀 많이 측은했습니다. 제가 기대감 배반 이런쪽에 약해서...(데메크때도 그랬는데, 그때도 온갖 속 뒤집어놓는 인신공격을 하는 악마 할머니를 잡고보니 표정이 너무 측은해서 불쌍하게 느껴지더군요.) 근데, 메이슨이 앞쪽에 연락넣진 않았을것 같은데, 좀 괜히 죽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요나는... 요나도 왠지 앞부분과 뒷부분에 갭이 좀 있었습니다. 앞부분에선 '난 니네하고 완전 상관없는 관찰자다.'하는 면이 보였거든요. 뒤에 업혀서 고개만 빼꼼히 내민채로 실실 웃으면서 '니네 좆됐어.' 하는 부분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자기도 죽을 판이었는데. 근데 끝에서는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오랜만에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가 나왔네요. 꽤나 잘 만들었고, 봉준호 감독이 괴물에서도 그랬던 것 처럼, 자신만의 라운드를 펼쳐놓고 할리웃을 능가하는 영화를 만든것 같습니다. 이런쪽에서는 상당히 잘하는것 같아요. SF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말이 무슨말인지 이해했습니다. 


 

Hominis Possunt Historiam Condonare, Sed Deus Non V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