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만인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오랫만에 글 씁니다. 자유로운입니다.

퍼시픽 림은 진정 몇년 만에 이렇게까지 타오르고 본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영화입니다. 울면서 보고 감동했지요. 진짜 이런 영화 다시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그 정도로 감동해서 봤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사람들 평가가 극과 극이더군요. 저같은 사람, 아닌 사람 그리고 적당히 재밌게 본 사람. 저야 이런 작품에 토다는 자체가 싫다고 칼을 갈 정도로 좋아했지만 취향은 존중해야겠지요.

 사실 퍼시픽 림은 진짜 뻔뻔한 작품 맞습니다. 이렇게까지 돌직구를 던진 영화도 없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치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퍼시픽 림에서 중요한 것은 딱 하나 예거와 카이주의 레슬링입니다. 영화의 나머지 부분은 모두 그걸 위한 배경일 뿐입니다. 정말 그러한 부분에 충실한 영화였지요. 그리고 여기서 사람들의 평가가 갈리는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하게 예거와 카이주의 레슬링 이 자체에 열광하는 사람에게 있어 퍼시픽 림은 진정 훌륭한 작품입니다. 스토리? 개연성? 그래픽? 그런게 지금 중요하겠습니까? 중요한건 저 거대한 스크린에 예거가 카이주의 강냉이를 떨구고 있다는 겁니다. 그거 보기도 정신없이 바쁜데 쓸데 없는 소리 하는 있을 시간이 있을까요? 그냥 눈물 흘리면서 보면 되는거지요. 그런데 제일 중요한 예거와 카이주의 레슬링에 별 신경 안쓰이는 사람에겐 재미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예거와 카이주가 싸우던 말던, 지구가 멸망하던 말던 고뇌도 없고 개연성도 없네 어쩌고 저쩌고... 이러니 싸움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뭐 어떻습니까? 대박쳐서 2편만 나온다면, 이렇게 싸우면서 계속 이야기 거리가 되고 위너에서 또 투자할 그런 분위기만 만들어 낸다면야 상관없지 않나 싶네요. 

 진정 뜨거운 혼을 가지고 로봇들의 포르노를 즐길 사람이라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 퍼시픽 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토리고 뭐고는 거대한 배로 오타치를 구타하는 것보다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물론 그걸 가지고도 즐길 수 있지만, 스크린 앞에서는 마치 당장 머리 위로 포탄이 떨어질 때 이념이든 뭐든 다 잊고 단지 생존만을 바라는 것 처럼,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을 위한 축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설정과 스토리에 대한 잡설은 축제 뒤의 여운이 아닐까 싶고요. 

어찌되던 2차 시장까지 포함해서 계속 그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으니 대박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철의 사냥꾼들이 다시 스크린에서 카이주를 사냥하는 그 모습이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 이상 뭐가 필요할까요? 스토리? 개연성? 그런거 다 필요 없습니다. 스크린에서 다시 강철의 사냥꾼이 카이주를 사냥하는 그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보다 거대하게, 보다 강렬하게, 보다 화려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