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조크, 구두를 먹다 / Werner Herzog Eats His Shoe - 레스 블랭크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은 작품. 헤어조크 감독은 당시 신출내기 감독인 에롤 모리스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두를 먹고, 그가 삶은 구두를 먹는 동안 영화, 예술, 그리고 인생에 관한 감독과의 대화가 펼쳐진다. 의지가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감독 자신의 신념을 유머러스하게 빗대어 풀어낸 작품이다.

 

 

 

 



 아귀레, 신의 분노/ Aguirre, the Wrath of God - 베르너 헤어조크

극한 상황의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한계와 자연의 광활함을 대비시키는 베르너 헤어조크의 연출 스타일이 돋보이는 타임지 선정 세계 100대 영화 중 한 편이다. 헤어조크와 클라우스 킨스키가 함께 작업한 첫 번째 작품이며, 전설의 도시인 엘도라도를 정복하러 나선 군대의 아귀레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인간의 광기와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http://akachaos.textcube.com/96

 

 


-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입니다.

영화에 앞서 감독을 소개한다. 누구냐고? 위의 예고편에서 구두 안에 마늘 채워넣고 핫소스 뿌리는 저 아저씨다. 보통이라면 사람들은 감독이 나올 때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지만, 여기서는 감독이 구두 앞굽의 가죽 한점을 떼어 입에 넣을 때 환호와 웃음, 박수가 섞여나온다. 독일 발음이 물씬 풍기는 그의 영어와 후배와의 내기에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기 신발을 삶아먹으면서도 KFC보다는 나을거라는 뻔뻔함. 솔직히 이 20분의 다큐는 저 2분의 예고편에 들어있는 내용이 전부다. 하지만 소개 하나는 정말 강렬하게 한다. 한 기자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묻는다. 그는 역시나 '뻔뻔하게' 말한다. 필름을 훔치고 카메라를 훔치세요. 영화는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

1972년작인 연도를 볼 때 이 영화는 그의 초기작인 것 같다. EIDF에서는 그의 페르소나, 클라우스 킨스키를 만나게 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뭔지 몰라서 검색해보니 엄청 골때린다. 링크글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반역자 '아귀레'를 연기한 배우가 클라우스이다. 소개내용만 보면 말 그대로 '미친놈'인데, 중요한 것은 구두를 씹어먹는 헤어초크 또한 그 '미친놈'과 꽤 죽이 맞는다는 거다. 그리고 미친놈과 미친놈이 만났으니 이 영화는 미친영화가 아니 될 수 있었겠나. 볼 때는 몰랐는데 배우에 대한 소개글을 보니 영화 또한 가상이 아니라 실제 일을 각색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헤어조크에게 총 쏘고 '씨바 나 안해 개새끼야'하면서 떠난다던가..


잡설이 길었다. 영화는 16세기 스페인군이 엘도라도를 발견하는 모험을 풀어놓는다. 작품은 꽤나 조용하다. 수백명의 인디언과 스페인 병사가 험한 산길을 걷고 장비를 옮긴다. 그러나 며칠간의 행군에 지친 군대는 인원을 나눠 조사단을 파견하려고 한다. 그러나 뗏목에 탄 조사단 중 한 무리가 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꼼짝달싹을 못한다. 여기서 부대장 아귀레의 캐릭터가 나타난다. 군대가 잠시 넋을 팔고 대책을 강구하는 사이, 그는 대포병에게 '대포가 많이 녹슬지 않았냐'고 묻는다. 대포병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포쪽으로 다가간다. 펑. 다음 날 단장이 쓰러져있는 뗏목의 무리를 봤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고. 사태가 좋지 않음을 안 단장은 회군을 결심한다. 그러나 이 순간에 아귀레가 나서서 사람들을 막는다. 명령에도 불복종하고 멕시코를 정복한 군대의 이야기를 하면서 화려한 언변으로 사람들을 속인다. 단장이 그를 막으려 한다. 총소리가 울린다. 이 한발로 그는 완벽한 쿠데타를 만들었다.

군대를 점령한 그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황제를 만들고 선언서를 낭독하게 한다. 독립국가 엘 도라도의 탄생. 스페인의 6배나 되는 땅을 가졌다며 좋아하지만 실상 그들이 딛고 설 수 있는 곳은 가로로 여섯 걸음 걸으면 끝날 작은 뗏목일 뿐이다. 가짜 황제도 이 멍청한 짓에 처음에는 이성적으로 대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권력에 심취해 허례허식을 즐긴다. 부하들은 옥수수 낱알을 세어가며 먹는데 자신은 토마토와 생선으로 만든 최고급 음식을 즐기면서도 소금이 없다며 투덜댄다. 아귀레는 끝까지 자신의 야심, 혹은 허상을 쫒는다. 수군대는 반역자의 머리 하나를 없애고 따르지 않는 백성에게 공포감을 심어준다. 허나 그들이 정복할 엘도라도는 끝내 보이지 않는다. 원주민 둘이 나오긴 하지만, 성경을 귀에 대고 들리지 않는다고 대답한 원주민을 신성모독이라며 총을 쏴서 죽인다. 그 이후로 그들의 허상은 사실상 끝났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환상에 고통받고, '보이지 않는' 원주민들의 습격을 받아 전멸한다. 아귀레는 자신을 '신의 분노'라며 자칭하지만 그의 왕국에 남은 백성은 먹을 것을 찾아 모여든 원숭이무리 뿐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고요하여 자칫 심심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고요함은 작품 전체를 아무것도 없다는 냉소로 꿰뚫는다. 그들이 정복해야 할 원주민도, 황제와 대장과 같은 권위도, 스페인의 6배나 되는 땅도, 그리고 엘 도라도조차 허상일 뿐이다. 아귀레가 믿는 신앙은 멕시코 병사의 선례, 그리고 그것을 믿는 자신의 야심이다. 그는 황금을 쫓기 보다는 자신의 욕심, 혹은 야망을 쫓은 미치광이였다. 그러면 다른 이들의 신앙은 어떠한가, 잡아본 적이 없는 황금과 밟아본 적이 없는 땅을 가졌다고 생각한 가짜 황제는 허우적대는 말이 성가시다며 일주일치 식량을 강에 던져버린다. 가졌다고 생각한 것이 그의 신앙이었으나 작품 내에서 황제의 권위는 뒷간 뒤에서 볼일 보다 죽는 만큼 초라하기 그지없다. 작품의 서술자로 종종 나타난 신부는 그나마 이 상황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정상적인 인물처럼 보이나, 교회는 항상 강한 편에 서 왔다고 말하거나 원주민의 '신성모독' 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그 또한 별 다를 것 없는 바보짓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이들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는 유일한 인물은 총을 맞고 쓰러진 전 단장이며, 그의 말을 대변할 수 있는 그의 아내 뿐이다. 이들은 아귀레와 그의 무리가 미쳤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황제가 죽고, 단장이 아귀레의 명령에 따라 깊은 수풀 속으로 버려질 때 아내 또한 '원주민이 존재할 지 모르는' 깊은 숲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간다. 그러나 눈 앞의 음식에 정신팔린 군사들은 그녀를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작품을 관조하는 주시자를 잃어버린 작품은 허상의 결말로 들어간다. 나무 위 작은 배와 존재하지 않는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병사들. 물론 엘도라도는 없었다. 그러자 그들의 신앙도 끝장나버린 것이다. 아마 그들은 그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을지도.


PS : 오늘의 다큐가 이번 EIDF의 마지막이며, 9시 30분에는 이 아귀레를 연기한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에 대한 다큐가 있다. 과연 미치광이 둘이서 무슨 다큐를 찍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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