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시리즈는 항상 극장에서 보아 왔습니다.
1편에서부터 4편까지...

터미네이터1편은 단성사에서 보는 행운을 누리지는 못했고, 동네 극장에서 봤습니다. 
왕년에는 1년 이상 지난 영화도 동시상영으로 노상 틀어대는 동네 극장이 곳곳에 꽤 있었죠.
1986년에 봤으니까 조금 늦게 본 편입니다.
당시 해적판 비디오로 <생지옥의 복수(바탈리언1)>을 보고 얼마 후에 동네 극장에서 터미네이터1을 보았는데,
영화를 본 타이밍이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터미네이터가 사실상 좀비와 거의 똑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왠만해서 잘 죽지도 않고, 마지막에 하반신이 날아가고도 끝끝내 기어오면서까지 금발의 여주인공을 쫓는데,
어린 마음에 터미네이터는 로봇이라기보다 좀비로 여겨지더군요.

터미네이터 2편은 잠실 롯데월드에 있었던 극장에서 봤습니다.
당시 너무 많은 극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상영을 해서 손님이 거의 없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롯데월드의 극장은 별로 장사가 안되어서 한 동안 폐쇄되었다가 최근 다시 열었죠.
하지만 터미네이터 2편의 열기는 요즘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고3 수험생들도 그 영화는 극장에 가서 보고 왔습니다.
초등학생들도 어떻게든 우겨서 보려고 했습니다.
나이 먹은 중장년층들도 입소문에 가서 보고 멋지다고 환호했었죠.
줄거리 다 관두고 그냥 비주얼 만으로도 크게 감동한 것은 터미네이터 2편이 처음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왠만큼 떳다는 영화들도 과거 터미네이터 2와 같이 폭발적인 화제를 몰고 온 게 있을런지,
아예 비교 불가가 아닐까 합니다.

터미네이터 3편은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봤는데,
관객은 많았지만 다들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영화 내내 자신감 없는 찌질 청년으로 보이고,
여자 주인공은 도대체 왜 나오는 지 그것부터 잘 모르겠고,
터미네이터는 늙은 모습이어서 영 박력이 없었습니다. 
악역 터미네이터라기보다는 그저 모델로 보이는 예쁜이의 포즈와 몸매 감상 외에는...
솔직히 그다지 별볼일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터미네이터 4편을 보았네요.
비주얼은 가장 훌륭한 편이었고, 영화 보면서 졸았습니다.
쉴 틈을 안 주는 영화다 보니 도대체 뭘 보고 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또 어지간해서 죽지 않는 캐릭터였던 터미네이터가 너무 쉽게 박살나니까,
1편에서부터 계속되었던 막강한 터미네이터라는 이미지와 매핑이 잘 안되어서 불편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영 몰입이 안되는 영화였습니다.

앞으로 터미네이터 5편이 나온다면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가게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