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의 글터
지구를 떠난 이민선단 '엘도라도' 호는 목표인 지구형 행성이 있다는 고르다리 성계를 향해 기약없는 행해를 하고 있었다.
이민선단 안에는 이민을 하기 위해 지구에서 탑승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이 이민선을 건조하는 데
큰 영향력을 끼친 창립자들이었고, 나머지는 거주민이었다.
지구의 식량난과 자원부족으로 인해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 올랐고, 일부의 부호들이
그 이민선에 엄청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민선 안에서 마치 왕과 같은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그 외에 그런 호사스러움을 누리지는 않지만 함선의 운영에 참가할 수 있는 창립자들이 있었다.
나머지 거주민들은 기아와 죽음을 피해 우주선에 승선한 말 그대로 노예와 같은 신세였다.
붕괴해버린 제3세계에 난민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모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십수년에 걸친 오랜 시간동안 아광속 여행을 했을때의 일이었다. 아직 목표까지 절반 정도도 가지 못했지만
밖에서는 수백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을 터였다.
그때 그들은 무엇인가를 만났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심우주에서 그들은 놀랄만한 동행을 목격했다.
그리고 두려움과 흥분에 사로잡혀 교신을 시도했다.
잠시후 돌아온 것은 유창한 지구말이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내용인 즉, 지구에서 발명된 초공간 이동 엔진이 개발되어 예전에 떠난 이민선들을 따라왔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이민선에 도킹하여 함내로 건너왔다. 그들은 앞선 기술로 만들어진 몇가지 기계와 로봇, 물자등을 전달하고는
몇명의 부호들을 불렀다.
이 작고 새로운 우주선은 그들의 후손이 만든 것으로 고르다리 성계로 훨씬 빨리 날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후손들은 자신들의 선조를 찾아 더 빠르게 목적지로 날라줄 수 있도록 이 우주선을 건조했다.
현지에 건설작업을 위해서는 이미 무인 로봇을 실은 함대가 도착해 건설에 착수했다고 했다.
이민선이 도착해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한 고난은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오랜 여행에 질린 부호들이 동행을 요청했다.
그들은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대다수에 포함되는 거주민들은 이런 논의에 대해 들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들은 제한된 식사와 제한된 공간에서 신기술, 그리고 부호들이 떠나가는 덕분에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조금 더 늘어난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몇몇 창립자는 남기를 원했다. 자신들이 만든 이민선에 대한 자긍심과 아쉬움 때문이었다.
지구에서 온 후손들이 도킹을 풀기 전, 한명의 엔지니어가 한 창립자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는 당신의 후손입니다. 이것은 비밀입니다만, 이 이민선의 항로에 관측되지 않은 고중력 천체가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파멸입니다. 우리가 온 것은 그 때문입니다. 저희와 함께 가시면 안전합니다."
하지만 창립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데려온 거주자들을 모두 살릴 수 없다면 자신의 생명을 도모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이 이민선의 궤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중간에 심각한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강직하신 선조님의 성격에 대해선
많이 이야기 들었습니다. 여기 그동안 발견된 새로운 이론들에 대한 학습용 자료가 있습니다. 제가 도움드릴 수
있는 게 이것 뿐이라 죄송합니다. 선조님과 거주민들이 무사히 고르다리 항성계에 도착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후손들은 떠났고 빛과 같이 사라졌다. 창립자와 부호중 남은 이는 그리 많은 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학자였고 탐구자였다. 그들은 도전을 피하지 않았다.
그들은 새로 발견된 이론과 기술들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또 파고 들었다.
그들은 우주선의 속도를 늦추고 좀 더 시간을 벌기로 했다. 여행이 길어진다는 데 대해 거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모두가 함께 감내해야 할 위험 앞에선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마침내 급조된 시스템을 통해 고중력 천체의 위치가 확인되고 항로의 수정에 들어갔다.
남은 십수년의 여정에 다시 수십년이 더해졌다.
그리고 위험을 비껴나간 그들은 마침내 그들이 목표로 삼은 고르다리 항성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의 여정이 길어지며 나이가 많은 창립자중 몇은 세상을 떠났다. 거주민들도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였다.
감속에 감속을 거듭하여 마침내 행성궤도에 올라선 그들이 행성으로 교신을 시도했을때 그들은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관측용 탐사선을 보낸 결과 이전에 건설된 식민지가 거대한 운석군의 충돌로 철저하게 파괴되었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아직 행성요격 무기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은 지키기 보다는 떠나기를 택했고, 남은 것은 불모가 되어버린
땅 뿐이었다.
창립자들과 거주민은 차례 차례 불모가 되어버린 행성 위에 내려섰다.
거칠게 변해버린 대지는 초라한 모습으로 그들을 반겼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불타버린 대지와 미약한 생명의 흔적과 파괴되어 버린 식민지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절망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안위를 찾는 대신 함께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과 희망, 그리고 이 땅을 그리며
수십년간 꾸었던 아름다운 꿈들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안위보다 다수를 위해 살았던 위대한 인물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이곳은 그들의 고향이었다. 그리고 꿈꾸던 낙원은 그들의 가슴속에 있었다.
갈라진 돌틈 사이로 숨죽이고 있다 피어난 새로운 싹이 버려진 행성의 새로운 주인들을 맞이했다.
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
우오옹,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