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의 글터
태양이 잠들러 간 사이, 밤하늘에 솟아오른 별들을 보며 아름다운 수아가 말했다.
/저기 저 반짝이는 별엔 무엇이 있을까./
태오는 대략의 답을 알았지만 수아가 알아듣게 말해줄 재주는 없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도 몰라./
생각에 잠겨있는 수아는 상대의 대답 같은 건 원하지 않았다. 태오도 그걸 알았다. 아무런 대답 없이 밤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저 별에 갈 수 있을까?/
/살아. 사람. 저기 못 가./
/왜 못 가지?/
/너무 멀다, 황량해. 숨 막혀. 배고파. 목말라. 죽어../
태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쉬운 방법으로 수아에게 설명해 주었다.
/나중에 내가 죽으면, 나는 저 별에 가고 싶어. 그렇게 해 줄 수 있겠어? 너는 그 하늘에서 왔으니까./
태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아는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힘없이 웃었다. 며칠 후 수아는 세상을 떠났다.
샤먼은 향을 사르며 자신의 제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수아는 아마 자신의 죽음을 알았을 것이다.
태오는 샤먼에게서 수아의 혼이 담긴 그릇을 받아 들었다.
샤먼은 태오가 수아의 부탁을 받고 마을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샤먼은 태오를 축복하고 오랜 시간동안의 여행에도 지치지 않도록 기도했다. 사모사 풀을 말린 가루를 뿌리며
그의 무병장수를 빌었다. 그리고 귀한 이슬풀꽃을 태워 그 연기를 두르며 수아와 태오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했다.
태오는 천천히 걸어 마을을 나섰다. 샤먼과 그들의 친구들이 그를 배웅했다.
석양이 내리고 어둠이 내리자 태오는 자신을 이 세상으로 태우고 온 빛의 화살에 올랐다. 그리고 신령한 불꽃을 뿜으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신의 시련이 그에게 주어졌고 피를 토할 것 같은 아픔이 찾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태오는 신의 시련을 벗어나 그 너머의 곳으로 떠 올랐다.
태오는 한없이 날았다. 그는 수아가 가리킨 별을 향해 날아갔다.
품에는 수아의 혼이 담긴 그릇을 소중히 안은 채였다.
배가 고팠고, 숨이 막혀 왔지만 태오는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잠을 청했다. 길고 끝없는 잠을 자면 배고픔을 걱정할 일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지 모른다.
태오는 수아가 가리킨 그 별에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근처에 사람이 있을 것 같은 땅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파랗게 불타오르는 태양 뿐이었다.
태오는 여기까지 자신과 수아를 데려다 준 빛의 화살에 감사했다. 그리고 태양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그것은 아주 오랜 시간 살아갈 수 있는 태오에게도 죽음을 의미했다.
태양 아래에서 모든 것은 타버릴 것이고 신의 숨결 속에 스러지는 안개처럼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음을 넘어 별의 일부가 되어 그 속에서 빛으로 화하리라.
태오는 자신이 알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수아의 혼이 담긴 그릇을 꼭 끌어안고 바라보았다.
빛의 화살이 견딜 수 있는 마지막까지 그는 수아의 혼의 그릇을 바라보았다.
사랑이나 낭만 같은 말은 아니었다.
운명, 아마 그런 말이 가장 어울릴 것 같았다.
이 별은 거의 무한한 생명을 가진 그가 잠들 곳이었다.
어린 샤먼인 수아가 말한 것처럼. 그가 왔던 하늘 속에 그와 수아의 무덤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미소지으며 눈을 감았다.
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