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 언리쉬드 가지고 이런 저런 망상 하다 계기가 생겨 (http://beatles9.egloos.com/4253984) 망상을 바탕으로 끄적 거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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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파-.


시스의 암흑 군주, 다스 베이더는 숨을 죽이고 - 이 표현이 맞는 건가? - 팔짱을 낀 채로 커다란 철문 뒤에 기대어 서 있었다. 완전히 비스듬하게 기대어 한쪽 발 끝을 톡톡 위 아래로 흔드는 그 모습은 청동상과도 같은 외양만 아니었더라면 마치 초조함을 애써 감추고 여유를 가장하며 연인을 기다리는 모습 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지금 꽤나 기쁜 긴장감을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조금 전, 그는 제자의 수련을 위해 어쌔신 드로이드 두 대를 신청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의 제자가 연습용 세이버를 휘두르기 시작한지 어느덧 두 달. 이제 한 대의 어쌔신 드로이드 정도는 가볍게 상대하게 된 제자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그래서 오늘 부터는 두 대의 드로이드를 동시에 상대하는 훈련을 하게 할 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보고야 말았다. 자신이 제자에게 붙여 놓았던 드로이드 - 프록시 - 가, 작은 금속 막대기와 전지, 그리고 멀리서 봐도 확연히 알아볼 수 있는 한 개의 붉은 크리스탈을 들고 제자의 방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그 물건들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드디어 그의 제자가 자신의 손으로 라이트세이버를 만드려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1주일 동안 제자와 프록시가 유난히 들러 붙어 다녔던 것이 기억났다. 뭔가 숨기고 있는 듯 했지만, 그게 설마 이것일 줄은...


오랬동안 '감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그였지만, 이번 만큼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부터 왈칵 솟아 오르는 감정을 부인할 수 없었다. 10년도 더 된 과거의 기억들이 새삼 몰려왔다. 일럼의 광산에서 오비완과 떨어져 다스 몰의 환영과 싸우다가 훈련용 라이트세이버를 분실하고, 자기도 기억 못하는 사이에 새 라이트세이버를 조립해 완성시켰던 일. 희귀한 크리스탈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라이트세이버에 끼워보며 이것저것 실험해 보았던 일. 몇번이나 그것을 잃어 버리고, 망가트리고 하여 오비완에게 꾸중을 들었던 일...  


비록 제다이들이 물질에 대한 집착을 금기시 했지만, 라이트세이버에 대해서 만큼은 사실상 예외였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의 다스 베이더 역시. 제다이에게도 시스에게도, 라이트세이버를 완성하는 순간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였다.


가면으로 가리워진 그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제자가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세이버를 만든다는게 오히려 기특하게 느껴졌다. 깜짝 놀라게 해 줄 셈인 걸까? 그렇다면 나도 시치미 떼고 놀란 모습을 보여주는게 좋겠지...






그러나 이런저런 행복한 상상을 하는 중에도, 그의 가슴속에는 한가지 불안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의 제자가 전기 인두 한번 손에 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확실히, 그 동안 그의 수련은 전부 포스의 운용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 일찌기 자신의 능력을 따라오지 못하는 커리큘럼에 진저리가 난 적이 있었던 베이더는 제자의 강력한 포스 능력을 무한대로 쏟아내는 훈련을 오랬동안 시켜왔지만 그 이외에는 소흘했던 것이다. 사실, 라이트세이버 훈련에 들어간 것도 최근의 일이었다.


적잖이 불안하긴 했지만, 일단 프록시가 곁에 있다. 그리고 아까 멀리서 본 힐트의 형태로 봤을 때, 이제 대충 완성단계에 들어간 듯 싶었다. 포스를 사용해 각 부분들을 조화롭게 조합만 하면 되는 정도?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조금 불안한 마음에, 그는 마스크의 청각 센서 감도를 최대한 올리고 자신의 청각 역시 포스를 사용해 확장시켜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겨우 다됐네."



타이밍이 좋았다. 자신의 제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베이더도 따라서 한숨을 내쉬었다.



"...저의 기록에 따르면 베이더 경께서는 5분 만에 했던 과정입니다만...주인님께서는 한시간 이나 걸렸군요."



살짝 우쭐해진 베이더 였다. 과거에는 왠만한 제다이 마스터들도 2~30분은 걸렸다. 그러나 그의 제자가 바로 직후 내뱉은 한마디 말이 그의 행복감을 그 어떠한 세이버 보다도 날카롭게 잘라내었다.








"그야 어쩔 수 없잖아. 난 기계따윈 딱 질색이고 말야."








...어?




...지금 뭐라고...?






베이더는 잠시 시야가 흐려졌다. 갑자기 잊고 지냈던 옛 스승의 목소리가 머리 속에서 메아리 치는 듯 했다.




'기계 따위만 맨날 조물락 거리면 절대로 위대한 제다이가 못된다.'


'내가 방에 고물 들여 놓지 말라고 했지!...뭐? 손만 보면 된다고? 퍽이나.'


'어휴 기름 냄새.'


'마스터 틴이 왜 카운슬에서 왕따인지 내가 얘기 안해줬냐?'


'이자식아, 커서 카센터 차릴래?!'






되돌아 오는 불쾌한 기억들과 그가 씨름하는 사이 프록시의 딱딱한 기계 음성이 잠시간의 불편한 침묵을 잘랐다.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어쨌든 완성되었으니, 테스트를 해보셔야겠죠."


"에? 지금?"


"기왕 폭발할 거면 베이더 경이 보시지 않는 앞에서 폭발하는게 나으니까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라이트세이버에 사용되는 전지는 굉장히 강력하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한계 출력까지 지속적으로 방출해 내는 것이 라이트세이버다. 하나라도 어긋났다간 폭발해 버리는게 당연하다. 자신의 제자에 대해 굉장한 신임을 안고 있는 베이더 였지만, 지금의 전개에서는 분명 뭔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프록시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주춤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그리고 난 직후 그런 자신에 대한 경멸감에 휩싸이긴 했지만.



"좋아, 그럼...작동."








간만에 포스의 의지에게 간절히 소원을 빌며, 베이더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침묵.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작동 되었어야 할 경우, 고출력의 에너지가 공기와 부딪히며 '우웅-'하는 소리가 방 너머에서 들려와야 했지만. 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제자가 느끼는 실망은 포스를 통해 실감나게도 전달되었지만. 어쨌든 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실패네..."



적잖이 낙담한 제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베이더는 가슴이 메어지는 듯 했다.



"잠시 제가 좀 보도록 하죠."



드로이드의 걸음 소리와 이후 세이버를 분해하는 딸깍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베이더는 자신의 제자를 어떻게 달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오늘의 세이버 트레이닝은 취소할까? 뭔가 맛있는 거라도 좀 먹게 해주고...그리고 잠시 스승 대 제자로, 정답게 전투기 정비나 해보자. 오비완은 한번도 그런 걸 해준적이 없었지. 하지만 난 달라. 그리고 내 제자도...


그 순간. 폭발이냐 성공이냐의 긴장감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조금 전의 기억이 돌아오려는 그 순간, 방 너머에서 땡그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베이더는 다시 문에 귀 - 아니, 헬멧 - 을 갖다 대었다.



"왜 그래?"



그의 제자가 아리송한 목소리로 물었으나 드로이드는 대답이 없었다. 무슨 일이지? 베이더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



마치 한숨소리를 들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로이드가 한숨을 쉴 수 있었나?



"...지금 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주십시오, 주인님."



베이더와 그의 제자가 동시에 침을 삼켰다.













"...전기라는 것은 정상상태에 있거나 유동하는 '전하'에 관련된 현상입니다. 전하란 것은 물질의 기본적인 성질이며 소립자들에 의해 생성되는데 전기에서 관련된 입자는 '전자'라 부릅니다. 전기가 통하는 매체는 양 단자에 '전극'이라 부르는 금속으로 된 도체를 가지고 있는데 전자가 방출되는 전극은 음극이라 하며 전자를 받는 전극을 양극이라 합니다.................그러니까 짧게 요점만 말씀드리자면, 앞으로는 절대로 전선 양 끝을 같은 극에 연결 시키지 말아주시지 말입니다...랄까. 당신 리모컨에 건전지 갈아 본 적도 없어?"











***

특별 관리 품목의 물품을 담당하는 보급 드로이드 Z-4FG는 평소와는 다른 물품 신청 내역을 보고 잠시 검토중이었다.


이틀에 한 대 꼴로 출고되어 나가는 어쌔신 드로이드가 처음에 두 대 신청 되어 있더니 그것이 취소되고 열 대가 한꺼번에 신청 되어 있었다.


잠시 전산 오류라 판단한 Z-4FG였으나 그것이 베이더 경으로 부터 직접 온 명령임을 확인하고는 그는 인가 버튼을 눌렀다.


덕분에 오늘 한명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는 것을 그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You can't hide from me, Ulic... ...Not even in this hellish wasteland. I know you... I know your mind... I know your heart... I know your guilt... This place reminds me of you, Ulic. Isolated...Frozen... Crumbling. Once you had a glorious past, but now you're just cold..." - Nomi Sunrider - "Ulic Qel-Droma! I have searched for you across the galaxy. Even in a place as cold as this, your festering presence is like a beacon to me. Your running and hiding is finished now. Justice is mine! You must die, Ulic... For your crimes against the Republic. For all the blood on your hands, for your alliance with the evil Exar Kun. ...And especially for the death of my mate Crado!" - Sylvar - "Ulic! I can feel you out there. It's dark. I'm trapped. I survived...but I'm trapped. Ulic! Why don't you answer me? Don't leave me! Ulic! Ulic?" - Exar K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