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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문학관 - 작가 : nitrocity1
글 수 15
"끝났군요, 이 전쟁."
카림이 단정짓듯이 말했다.
"수송선 한척에 전차 한대씩만 들어간다고 쳐도, 현재의 쿠와르 해방전선의 지상군이 당해내기는 역부족이예요. 여기에 결정적으로 구축함의 원거리 지원사격까지 생각한다면 앞으로는 전투라고 할만한 것도 없겠어요.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라제스의 말대로 전쟁이 진행되다니."
"하지만..."
여전히 뭔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라제스가 중얼거렸다.
"아직도 뭔가 이상한 점은 남아있어.."
"뭐가요? 이 전쟁은 갤럭시 로테이션이 아르사브에 상륙한다는 작전을 세웠을 때부터 끝난 거예요. 아니, 어쩌면 국력 11위의 거대 성간 기업과 이런 변두리 소행성의 대립이라는 것부터가 전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힘들겠지만."
"그렇지 않아. 그렇다면 리오의 판매자금은 다 어디로 사라진거지? 대부분이 무기 구입에 투자되었다던데."
"보나마나 며칠 후에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다가브 시의 대공방어망 구축에 들어갔겠죠."
"글쎄.. 너라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다가브 시의 재래식 방공무기를 추가로 배치할 생각이 들까? 그럴 바엔 차라리 아르사브에도 나누어 배치했을텐데. 하지만 이곳에는 대공 방어망이란 눈씻고 찾아봐도 없잖아."
"하지만.. 지상병력을 늘린 것도 아니예요. 무엇보다도 쿠와르 행성의 인구에는 한계가 있고, 전투차량을 운용할만한 전문 인력도 없다구요. 용병들을 기용했다는 말도 없는데.."
"그래.. 그렇다면 최소 천만 드램은 넘는다는 그 막대한 리오 판매 자금은 어디로 사라진거지? 혹시 오르비탈 캐논이라도 하나 건설한 건 아닐까?"
"하핫... 오르비탈 캐논은 천만 정도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구요. 제작 비용도 제작 비용이지만 워낙 고급 무기인지라, 기술력이 떨어지는 쿠와르 해방전선이 구한다는 건 어림도 없는..."
그러나 카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파앙!"
찢어지는듯한 파공음과 함께, 아르사브 시내의 한 건물이 산산조각나며 사라졌다. 그리고 건물 속에서 뿜어져나온, 전함의 이온빔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빛줄기가 마치 방금 전에 당한 공격을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갚아주겠다는 듯이 힘차게 하늘로 올라갔다. 몇초도 지나지 않아 위성궤도에 도달한 오르비탈 캐논의 푸른색 입자가속탄은 이제 막 코르벳함들을 전개시키기 시작한 순양함에 명중하며, 표면 장갑을 녹이고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졌다.
마치 멈추어버린듯한 몇초간의 시간이 지나고,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보이던 거대한 순양함의 옆면에서 조그만 빛무리가 연달아 반짝거리더니, 곧이어 지상의 인간들에게도 보일 정도로 충분한 크기의 폭발을 만들어냈다. 함선의 내부에서부터 형성된 푸른색 에너지장이 확장하며 그 안의 모든 물체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차원의 조그만 찢겨진 틈 - 이른 바 '디멘션 홀'이라고도 불리는 소용돌이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인간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만들어낸 우주 공학의 결정체'라고 칭송받던 순양함은 그 소용돌이의 가장자리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며 수십차례의 폭발과 함께 다른 차원의 통로로 빨려들어갔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함선들도 마찬가지여서 모든 엔진을 가동시키며 오르비탈 캐논이 만들어낸 폭발의 반경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금 모선에서 출동한 대부분의 코르벳함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전방을 경계하던 두척의 구축함 역시 오르비탈 캐논이 찢어놓은 디멘션 홀의 통로로 빨려들어갔다. 만약 온전하게 그 통로를 빠져나갔다면 이론상으로는 새로운 차원을 탐험하는 선구자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오르비탈 캐논은 '완벽하게 계산된 항로를 통해 충분한 통과 공간을 제공하는 워프 게이트'와는 달리 이질적인 힘을 한곳에 집중시켜 -비록 순간적인 효과에 불과하지만 거의 블랙홀과 맞먹을 정도의 흡인력을 생성시키는 기계였다.
이 차원의 틈을 온전히 통과한다는 것은 우주선의 선체가 0.5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이하로 줄어들기 이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일단 소용돌이에 휩싸인 우주선들은 모두가 갈가리 찢겨나가며 폭발할 뿐이었다.
지상에서의 첫 반격에서부터 오르비탈 캐논이 만들어낸 에너지장이 사라지고 마지막 폭발의 잔광이 가시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기껏해야 3분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동안 이번 진압작전에 투입된 갤럭시 로테이션의 병력 중 거의 4분의 1에 달하는 함선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여기에 쿠와르 행성의 대지는 밟아보지도 못한 채 소멸한 지상병력까지 감안한다면 아무리 거대 기업이라도 상당히 뼈아픈 추억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분석은 어디까지나 이후의 일. 공격당하는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전장을 이탈해서 오르비탈 캐논의 제 2탄이 발사되기 전에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것이 최우선 사항이었다. 이렇게 갤럭시 로테이션 함대가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는동안, 좀 더 안전한 지역에서 이 모든 것을 관람할 수 있었던 라제스와 카림은 다른 이유로 얼이 빠져있었다.
"이건 말도 안돼..."
가건물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그 모습을 드러낸 오르비탈 캐논은 뜨겁게 가열된 가속형 포신에 액화 질소를 끼얹으며 안개에 버금가는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변압기와 송전선, 여기에 자체 핵 융합로까지 포함된 수많은 부속시설물 사이에서 마치 신의 영역에 도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지금 막 수많은 생명을 원자단위로 분해해서 이공간으로 던져버린 오르비탈 캐논의 실루엣은 오만하게 고개를 들고 하늘을 수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카림과 라제스를 그렇게 놀라게 한 이유도 거기 있었다.
"포신이 수직이야!"
"설마 고정형 오르비탈 캐논?!"
상당히 넓은 범위를 방어할 수 있는 초기형 오르비탈 캐논과는 달리 2세대 오르비탈 캐논은 조준 범위의 확장을 포기했다. 그대신 그 댓가로 주어진 것은 (비록 수십초에 불과했지만) 인공적인 디멘션 홀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으로 집중된 입자 가속포였다.
초기형 오르비탈 캐논이 여섯기 정도로 소행성 전체의 대공 방어가 가능하다면, 이른바 고정형으로도 불리는 2세대 오르비탈 캐논 한기로는 잘해봐야 도시 하나정도가 방어 범위의 한계였다. 때문에 현재는 선진국의 수도 방위에나 쓰이는 효용성 적은 무기가 되어버렸지만, 그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만은 일종의 전설과도 같았다.
"하지만 무엇때문에 아르사브같은 변두리 도시에 저런 최고급 신무기를 배치한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아마 쿠와르 해방전선의 수뇌부에서도 짐작했던 거겠지. 적들이 가장 먼저 상륙할 곳이 어디인지를 말이야. 그리고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했고, 그들이 이긴거야."
"아닐걸요. 아무리 이번에 막아냈다고 해도 아르사브에 고정형 오르비탈 캐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상, 이제 갤럭시 로테이션 사는 잔여병력 모두를 다가브 공습에 투입시킬게 분명해요. 쿠와르 해방군은 모든 자금을 저 희귀원소 덩어리인 괴물 대포에 쏟아부었을테니 다가브의 방어력은 미르 사가 쫒겨날 때 그대로. 만약에, 아마도 거의 확실하겠지만, 기존의 무기를 팔아서 저 오르비탈 캐논을 건설했다면 방공망은 더 약화되었을지도 모르죠."
"그럴까..."
하지만 라제스는 여전히 자신이 써놓은 기사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남은 병력만 계산하더라도 갤럭시 로테이션사가 훨씬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난 아직도 쿠와르 해방전선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거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아르사브에 오르비탈 캐논을 배치해 놓았을 리가 없으니까."
"과연 그럴까요.. 어쩌면 마지막 발악일지도..."
"어쨌거나!"
라제스는 기쁜듯이 자신이 녹화한 동영상을 보며 말했다.
"이건 특종이라고 할만해. 단순히 거대 기업이 조그만 행성국가 하나를 짓눌러 버릴 예정이었던 것이 의외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니까.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겠지."
"그러면, 일단 숙소로 돌아갈까요?"
"그래. 부탁해요, 기사아저씨."
"하아... 파워슈츠를 단순한 콜택시 정도로 생각하는 거 아니예요?"
한숨을 내쉬면서도 카림은 별다른 사고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는 것에 대해 안도하며 다가브 시로 향했다.
그리고 파워슈츠의 부스터가 만들어낸 모래바람의 궤적 뒤에는 아직도 첫번째 승리와 오르비탈 캐논의 위력에 들뜬 병사들이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카림이 단정짓듯이 말했다.
"수송선 한척에 전차 한대씩만 들어간다고 쳐도, 현재의 쿠와르 해방전선의 지상군이 당해내기는 역부족이예요. 여기에 결정적으로 구축함의 원거리 지원사격까지 생각한다면 앞으로는 전투라고 할만한 것도 없겠어요.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라제스의 말대로 전쟁이 진행되다니."
"하지만..."
여전히 뭔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라제스가 중얼거렸다.
"아직도 뭔가 이상한 점은 남아있어.."
"뭐가요? 이 전쟁은 갤럭시 로테이션이 아르사브에 상륙한다는 작전을 세웠을 때부터 끝난 거예요. 아니, 어쩌면 국력 11위의 거대 성간 기업과 이런 변두리 소행성의 대립이라는 것부터가 전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힘들겠지만."
"그렇지 않아. 그렇다면 리오의 판매자금은 다 어디로 사라진거지? 대부분이 무기 구입에 투자되었다던데."
"보나마나 며칠 후에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다가브 시의 대공방어망 구축에 들어갔겠죠."
"글쎄.. 너라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다가브 시의 재래식 방공무기를 추가로 배치할 생각이 들까? 그럴 바엔 차라리 아르사브에도 나누어 배치했을텐데. 하지만 이곳에는 대공 방어망이란 눈씻고 찾아봐도 없잖아."
"하지만.. 지상병력을 늘린 것도 아니예요. 무엇보다도 쿠와르 행성의 인구에는 한계가 있고, 전투차량을 운용할만한 전문 인력도 없다구요. 용병들을 기용했다는 말도 없는데.."
"그래.. 그렇다면 최소 천만 드램은 넘는다는 그 막대한 리오 판매 자금은 어디로 사라진거지? 혹시 오르비탈 캐논이라도 하나 건설한 건 아닐까?"
"하핫... 오르비탈 캐논은 천만 정도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구요. 제작 비용도 제작 비용이지만 워낙 고급 무기인지라, 기술력이 떨어지는 쿠와르 해방전선이 구한다는 건 어림도 없는..."
그러나 카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파앙!"
찢어지는듯한 파공음과 함께, 아르사브 시내의 한 건물이 산산조각나며 사라졌다. 그리고 건물 속에서 뿜어져나온, 전함의 이온빔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빛줄기가 마치 방금 전에 당한 공격을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갚아주겠다는 듯이 힘차게 하늘로 올라갔다. 몇초도 지나지 않아 위성궤도에 도달한 오르비탈 캐논의 푸른색 입자가속탄은 이제 막 코르벳함들을 전개시키기 시작한 순양함에 명중하며, 표면 장갑을 녹이고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졌다.
마치 멈추어버린듯한 몇초간의 시간이 지나고,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보이던 거대한 순양함의 옆면에서 조그만 빛무리가 연달아 반짝거리더니, 곧이어 지상의 인간들에게도 보일 정도로 충분한 크기의 폭발을 만들어냈다. 함선의 내부에서부터 형성된 푸른색 에너지장이 확장하며 그 안의 모든 물체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차원의 조그만 찢겨진 틈 - 이른 바 '디멘션 홀'이라고도 불리는 소용돌이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인간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만들어낸 우주 공학의 결정체'라고 칭송받던 순양함은 그 소용돌이의 가장자리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며 수십차례의 폭발과 함께 다른 차원의 통로로 빨려들어갔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함선들도 마찬가지여서 모든 엔진을 가동시키며 오르비탈 캐논이 만들어낸 폭발의 반경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금 모선에서 출동한 대부분의 코르벳함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전방을 경계하던 두척의 구축함 역시 오르비탈 캐논이 찢어놓은 디멘션 홀의 통로로 빨려들어갔다. 만약 온전하게 그 통로를 빠져나갔다면 이론상으로는 새로운 차원을 탐험하는 선구자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오르비탈 캐논은 '완벽하게 계산된 항로를 통해 충분한 통과 공간을 제공하는 워프 게이트'와는 달리 이질적인 힘을 한곳에 집중시켜 -비록 순간적인 효과에 불과하지만 거의 블랙홀과 맞먹을 정도의 흡인력을 생성시키는 기계였다.
이 차원의 틈을 온전히 통과한다는 것은 우주선의 선체가 0.5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이하로 줄어들기 이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일단 소용돌이에 휩싸인 우주선들은 모두가 갈가리 찢겨나가며 폭발할 뿐이었다.
지상에서의 첫 반격에서부터 오르비탈 캐논이 만들어낸 에너지장이 사라지고 마지막 폭발의 잔광이 가시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기껏해야 3분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동안 이번 진압작전에 투입된 갤럭시 로테이션의 병력 중 거의 4분의 1에 달하는 함선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여기에 쿠와르 행성의 대지는 밟아보지도 못한 채 소멸한 지상병력까지 감안한다면 아무리 거대 기업이라도 상당히 뼈아픈 추억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분석은 어디까지나 이후의 일. 공격당하는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전장을 이탈해서 오르비탈 캐논의 제 2탄이 발사되기 전에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것이 최우선 사항이었다. 이렇게 갤럭시 로테이션 함대가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는동안, 좀 더 안전한 지역에서 이 모든 것을 관람할 수 있었던 라제스와 카림은 다른 이유로 얼이 빠져있었다.
"이건 말도 안돼..."
가건물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그 모습을 드러낸 오르비탈 캐논은 뜨겁게 가열된 가속형 포신에 액화 질소를 끼얹으며 안개에 버금가는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변압기와 송전선, 여기에 자체 핵 융합로까지 포함된 수많은 부속시설물 사이에서 마치 신의 영역에 도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지금 막 수많은 생명을 원자단위로 분해해서 이공간으로 던져버린 오르비탈 캐논의 실루엣은 오만하게 고개를 들고 하늘을 수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카림과 라제스를 그렇게 놀라게 한 이유도 거기 있었다.
"포신이 수직이야!"
"설마 고정형 오르비탈 캐논?!"
상당히 넓은 범위를 방어할 수 있는 초기형 오르비탈 캐논과는 달리 2세대 오르비탈 캐논은 조준 범위의 확장을 포기했다. 그대신 그 댓가로 주어진 것은 (비록 수십초에 불과했지만) 인공적인 디멘션 홀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으로 집중된 입자 가속포였다.
초기형 오르비탈 캐논이 여섯기 정도로 소행성 전체의 대공 방어가 가능하다면, 이른바 고정형으로도 불리는 2세대 오르비탈 캐논 한기로는 잘해봐야 도시 하나정도가 방어 범위의 한계였다. 때문에 현재는 선진국의 수도 방위에나 쓰이는 효용성 적은 무기가 되어버렸지만, 그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만은 일종의 전설과도 같았다.
"하지만 무엇때문에 아르사브같은 변두리 도시에 저런 최고급 신무기를 배치한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아마 쿠와르 해방전선의 수뇌부에서도 짐작했던 거겠지. 적들이 가장 먼저 상륙할 곳이 어디인지를 말이야. 그리고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했고, 그들이 이긴거야."
"아닐걸요. 아무리 이번에 막아냈다고 해도 아르사브에 고정형 오르비탈 캐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상, 이제 갤럭시 로테이션 사는 잔여병력 모두를 다가브 공습에 투입시킬게 분명해요. 쿠와르 해방군은 모든 자금을 저 희귀원소 덩어리인 괴물 대포에 쏟아부었을테니 다가브의 방어력은 미르 사가 쫒겨날 때 그대로. 만약에, 아마도 거의 확실하겠지만, 기존의 무기를 팔아서 저 오르비탈 캐논을 건설했다면 방공망은 더 약화되었을지도 모르죠."
"그럴까..."
하지만 라제스는 여전히 자신이 써놓은 기사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남은 병력만 계산하더라도 갤럭시 로테이션사가 훨씬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난 아직도 쿠와르 해방전선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거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아르사브에 오르비탈 캐논을 배치해 놓았을 리가 없으니까."
"과연 그럴까요.. 어쩌면 마지막 발악일지도..."
"어쨌거나!"
라제스는 기쁜듯이 자신이 녹화한 동영상을 보며 말했다.
"이건 특종이라고 할만해. 단순히 거대 기업이 조그만 행성국가 하나를 짓눌러 버릴 예정이었던 것이 의외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니까.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겠지."
"그러면, 일단 숙소로 돌아갈까요?"
"그래. 부탁해요, 기사아저씨."
"하아... 파워슈츠를 단순한 콜택시 정도로 생각하는 거 아니예요?"
한숨을 내쉬면서도 카림은 별다른 사고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는 것에 대해 안도하며 다가브 시로 향했다.
그리고 파워슈츠의 부스터가 만들어낸 모래바람의 궤적 뒤에는 아직도 첫번째 승리와 오르비탈 캐논의 위력에 들뜬 병사들이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