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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문학관 - 작가 : nitrocity1
글 수 15
쿠와르 행성의 변방도시, 아르사브.
쉘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지만, 낙후된 소형도시인 아르사브의 구형 쉘터는 외부의 가혹한 환경을 완벽하게 막아주지는 못했고, 그 결과 도시 내부는 완전히 사막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뜨거운 태양 아래 유일한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전투기의 동체 밑에서 두 사람이 만나고 있었다.
"여어~ 카림, 오래간만이야."
전투기의 파일럿이 먼저 손을 흔들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남자에게 아는 척을 했고,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쓴 고글과 방진마스크 때문에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상대방 역시 반가운듯한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용케도 아직 살아있었군요, 리우 웬. 전투기 기체가 업그레이드 된 걸 보니 돈 좀 벌었나본데, 밀수업자 출신 주제에 상당한 실력이네요."
"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 목숨을 담보로 크게 한건 했다고나 할까."
"그나저나.."
카림이라고 불린 남자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보호 대상은?"
"저 뒷쪽에. 어제 먹었던 저녁 메뉴를 확인중이야."
"저런. 또 곡예비행을 한건가요? 여자 승객을 태웠으면 좀 더 점잖게 모셨어도 좋았을텐데..."
"하지만, 멀미를 하는 것이 죽는 편보다는 낫지 않겠어?"
"하긴.. 그도 그렇군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카림의 눈 앞에 창백한 표정의 '보호대상'이 비틀거리며 등장했다.
"으읍... 최악이야.. 어뮤즈먼트 월드에서 두시간짜리 롤러 코스터를 탔을 때보다도 심해..."
"아,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부터 당신의 경호를 담당하게 된 알 카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아.. 네.. 전 라제스 릴. 뉴로다이브의 특파원이죠. 앞으로 잘 부탁.. 우웁!"
다시 입을 막고 급하게 뛰어가는 라제스의 뒷모습을 보며 리우 웬이 안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군, 카림."
"할 수없죠, 일이니까요. 그나저나 '물건'은?"
"아아.. 컨테이너에 있어. 기타 장비 다 합치면 꽤나 무게가 나가니까, 우선 파워슈츠부터 입는게 좋을걸."
"가디언 타입, 맞죠?"
"그래.. 그나저나 네녀석도 참 운이 없군. 원래는 정찰임무였을텐데. 어쩌다가 호위임무로 바뀐거냐?"
"불쌍한 전쟁 고아가 몇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거죠."
카림이 마스크와 고글을 벗으며 말했고, 검은색 곱슬머리와 아직 앳되어보이는 순진한 얼굴이 나타났다.
"뭐야? 설마, 미성년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돌아온 라제스가 카림의 얼굴을 보곤 경악하며 외쳤다.
"아직 열 여섯살이니까, 법적으로는 미성년자가 맞겠지."
"미성년자가 용병하지 말라는 법도 없죠."
리우 웬과 카림이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대꾸하는 것을 보며 라제스 릴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말도 안돼! 막내동생뻘 되는 어린애에게 내 목숨을 맡겨야 한다는 거예요?"
"이봐요, 라제스."
카림이 정색하며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태양빛에 그슬린 것인지, 원래 그랬는지는 알 수 없는 갈색 피부에, 강인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검은색 눈망울이 자신을 응시하자 라제스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상대가 단순한 어린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의뢰인이 나를 믿지 않으면 살아날 확률은 없다고 보는게 좋아요.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뉴트럴 컴퍼니의 C플러스급 계약직 사원이라는 건, 최소한 40차례 이상의 전투에서 80%이상의 임무달성률을 보였다는 뜻이라구요. 다시 말하면 왠만한 정규군의 베테랑 병사보다도 낫다는 거죠."
"그럼, 그럼"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또 한명의 C플러스급 계약직 파일럿을 무시한채 카림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 말을 듣는게 좋아요. 살아남으려면 말입니다. 아시겠죠?"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이는 라제스를 보며, 카림이 다시 사람 좋아보이는 순진한 미소를 띄었다.
"좋아요, 그럼 가장 먼저.. 옷부터 갈아입도록 하죠. 그런 캐쥬얼복을 입고다녔다가는 이 더운 곳에서 그대로 쓰러질테니까요. 미안하지만 탈의실을 따로 장만해드리지는 못하니까, 저 컨테이너 뒤에서 갈아입으세요."
카림에게서 약간은 거친 감촉의 옷을 건네받은 라제스는 곧장 컨테이너 뒤로 들어갔고, '공짜 구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라는 말이냐!'라며 소리치는 리우 웬의 목소리와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도 의뢰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짓이라구요!'라고 맞받아치는 알 카림의 목소리에 방해를 받아가며 가까스로 헐렁한 사막용 복장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다.
"자, 이제부터는 어떻게..."
다시 밖으로 나오자 벌어져있는 상황, 즉 리우 웬이 어색한 미소를 띄고 양손을 들고 있고, 카림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총구를 그의 뒷머리에 겨누고 있는 장면을 보며 라제스는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하지?"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카림이 곧바로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겉보기에는 투박한 중세 갑옷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웬만한 신형 전차 뺨치는 방어력과 공격력을 지닌(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제작비용으로도 악명높은) 파워슈츠를 입고 걸어나왔다. 사막전이 될 것을 대비해서인지 전체적으로 노란 위장색으로 칠해진 파워슈츠는, 등에 자신의 두배는 될 듯한 크기의 거대한 날개처럼 보이는 부스터를 달고 있어서인지 더욱 거대해보였다.
마치 준비운동을 하는 운동선수처럼, 파워슈츠를 입은 카림은 이곳 저곳을 움직여보더니 결국은 만족했는지 약간은 기계적으로 필터링 된 목소리로 말했다.
"오케이. 아무런 이상도 없음. 매끄럽게 잘 돌아가네요."
"자, 그러면 일차적인 내 임무는 완수한거지?"
"넵. 보호대상과 장비, 모두 이상없이 인수했습니다. 복귀할 때도 직접 오실겁니까?"
"아마도 그렇겠지."
"좋아요, 그럼 20일 후에 다시 보도록 하죠."
"수고하라구."
리우 웬이 손을 흔들며 자신의 전투기에 올랐고, 곧이어 수직 이착륙 엔진이 조그마한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자, 그러면..."
알 카림이 자신의 얼굴을 가린 헤드셋의 불빛을 반짝이며 돌아보았다.
"우리도 출발하도록 하죠."
"펫."
대답대신 입속으로 날아든 모래를 뱉어내며 울상을 짓는 라제스였다.
"나도 헬멧같은 거 하나 구할 수 없을까?"
"구할 수야 있지만, 적응하기 힘들걸요. 열이 엄청나게 오르니까 실신할지도 모른다구요."
"모래바람을 막으려면 헬멧이 있는편이 나을 것 같은데.."
"조금만 참아요, 어차피 전쟁 취재를 하려면 쿠와르의 수도인 다가브까지 가야하니까. 다가브의 쉘터는 아직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니 일단 그곳까지만 가면 지낼만 할거예요."
카림은 말하는 도중에도 쉴새없이 팔에 달린 컨트롤러를 움직였다.
"지금 그건, 뭐하는 거야?"
"다가브까지 걸어갈 생각이예요? 물론 파워슈츠의 부스터를 이용한다면 금방 갈 수 있지만, 그랬다가는 쿠와르 해방전선의 미사일 세례를 받게 된다구요."
카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6인승 소형 APC가 그들 앞에 멈춰섰다.
"현재 다가브 시내에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차종이죠. 파워슈츠를 보관하기에도 알맞은 차량이구요. 그러면, 갈까요?"
쉘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지만, 낙후된 소형도시인 아르사브의 구형 쉘터는 외부의 가혹한 환경을 완벽하게 막아주지는 못했고, 그 결과 도시 내부는 완전히 사막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뜨거운 태양 아래 유일한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전투기의 동체 밑에서 두 사람이 만나고 있었다.
"여어~ 카림, 오래간만이야."
전투기의 파일럿이 먼저 손을 흔들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남자에게 아는 척을 했고,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쓴 고글과 방진마스크 때문에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상대방 역시 반가운듯한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용케도 아직 살아있었군요, 리우 웬. 전투기 기체가 업그레이드 된 걸 보니 돈 좀 벌었나본데, 밀수업자 출신 주제에 상당한 실력이네요."
"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 목숨을 담보로 크게 한건 했다고나 할까."
"그나저나.."
카림이라고 불린 남자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보호 대상은?"
"저 뒷쪽에. 어제 먹었던 저녁 메뉴를 확인중이야."
"저런. 또 곡예비행을 한건가요? 여자 승객을 태웠으면 좀 더 점잖게 모셨어도 좋았을텐데..."
"하지만, 멀미를 하는 것이 죽는 편보다는 낫지 않겠어?"
"하긴.. 그도 그렇군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카림의 눈 앞에 창백한 표정의 '보호대상'이 비틀거리며 등장했다.
"으읍... 최악이야.. 어뮤즈먼트 월드에서 두시간짜리 롤러 코스터를 탔을 때보다도 심해..."
"아,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부터 당신의 경호를 담당하게 된 알 카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아.. 네.. 전 라제스 릴. 뉴로다이브의 특파원이죠. 앞으로 잘 부탁.. 우웁!"
다시 입을 막고 급하게 뛰어가는 라제스의 뒷모습을 보며 리우 웬이 안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군, 카림."
"할 수없죠, 일이니까요. 그나저나 '물건'은?"
"아아.. 컨테이너에 있어. 기타 장비 다 합치면 꽤나 무게가 나가니까, 우선 파워슈츠부터 입는게 좋을걸."
"가디언 타입, 맞죠?"
"그래.. 그나저나 네녀석도 참 운이 없군. 원래는 정찰임무였을텐데. 어쩌다가 호위임무로 바뀐거냐?"
"불쌍한 전쟁 고아가 몇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거죠."
카림이 마스크와 고글을 벗으며 말했고, 검은색 곱슬머리와 아직 앳되어보이는 순진한 얼굴이 나타났다.
"뭐야? 설마, 미성년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돌아온 라제스가 카림의 얼굴을 보곤 경악하며 외쳤다.
"아직 열 여섯살이니까, 법적으로는 미성년자가 맞겠지."
"미성년자가 용병하지 말라는 법도 없죠."
리우 웬과 카림이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대꾸하는 것을 보며 라제스 릴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말도 안돼! 막내동생뻘 되는 어린애에게 내 목숨을 맡겨야 한다는 거예요?"
"이봐요, 라제스."
카림이 정색하며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태양빛에 그슬린 것인지, 원래 그랬는지는 알 수 없는 갈색 피부에, 강인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검은색 눈망울이 자신을 응시하자 라제스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상대가 단순한 어린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의뢰인이 나를 믿지 않으면 살아날 확률은 없다고 보는게 좋아요.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뉴트럴 컴퍼니의 C플러스급 계약직 사원이라는 건, 최소한 40차례 이상의 전투에서 80%이상의 임무달성률을 보였다는 뜻이라구요. 다시 말하면 왠만한 정규군의 베테랑 병사보다도 낫다는 거죠."
"그럼, 그럼"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또 한명의 C플러스급 계약직 파일럿을 무시한채 카림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 말을 듣는게 좋아요. 살아남으려면 말입니다. 아시겠죠?"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이는 라제스를 보며, 카림이 다시 사람 좋아보이는 순진한 미소를 띄었다.
"좋아요, 그럼 가장 먼저.. 옷부터 갈아입도록 하죠. 그런 캐쥬얼복을 입고다녔다가는 이 더운 곳에서 그대로 쓰러질테니까요. 미안하지만 탈의실을 따로 장만해드리지는 못하니까, 저 컨테이너 뒤에서 갈아입으세요."
카림에게서 약간은 거친 감촉의 옷을 건네받은 라제스는 곧장 컨테이너 뒤로 들어갔고, '공짜 구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라는 말이냐!'라며 소리치는 리우 웬의 목소리와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도 의뢰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짓이라구요!'라고 맞받아치는 알 카림의 목소리에 방해를 받아가며 가까스로 헐렁한 사막용 복장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다.
"자, 이제부터는 어떻게..."
다시 밖으로 나오자 벌어져있는 상황, 즉 리우 웬이 어색한 미소를 띄고 양손을 들고 있고, 카림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총구를 그의 뒷머리에 겨누고 있는 장면을 보며 라제스는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하지?"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카림이 곧바로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겉보기에는 투박한 중세 갑옷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웬만한 신형 전차 뺨치는 방어력과 공격력을 지닌(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제작비용으로도 악명높은) 파워슈츠를 입고 걸어나왔다. 사막전이 될 것을 대비해서인지 전체적으로 노란 위장색으로 칠해진 파워슈츠는, 등에 자신의 두배는 될 듯한 크기의 거대한 날개처럼 보이는 부스터를 달고 있어서인지 더욱 거대해보였다.
마치 준비운동을 하는 운동선수처럼, 파워슈츠를 입은 카림은 이곳 저곳을 움직여보더니 결국은 만족했는지 약간은 기계적으로 필터링 된 목소리로 말했다.
"오케이. 아무런 이상도 없음. 매끄럽게 잘 돌아가네요."
"자, 그러면 일차적인 내 임무는 완수한거지?"
"넵. 보호대상과 장비, 모두 이상없이 인수했습니다. 복귀할 때도 직접 오실겁니까?"
"아마도 그렇겠지."
"좋아요, 그럼 20일 후에 다시 보도록 하죠."
"수고하라구."
리우 웬이 손을 흔들며 자신의 전투기에 올랐고, 곧이어 수직 이착륙 엔진이 조그마한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자, 그러면..."
알 카림이 자신의 얼굴을 가린 헤드셋의 불빛을 반짝이며 돌아보았다.
"우리도 출발하도록 하죠."
"펫."
대답대신 입속으로 날아든 모래를 뱉어내며 울상을 짓는 라제스였다.
"나도 헬멧같은 거 하나 구할 수 없을까?"
"구할 수야 있지만, 적응하기 힘들걸요. 열이 엄청나게 오르니까 실신할지도 모른다구요."
"모래바람을 막으려면 헬멧이 있는편이 나을 것 같은데.."
"조금만 참아요, 어차피 전쟁 취재를 하려면 쿠와르의 수도인 다가브까지 가야하니까. 다가브의 쉘터는 아직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니 일단 그곳까지만 가면 지낼만 할거예요."
카림은 말하는 도중에도 쉴새없이 팔에 달린 컨트롤러를 움직였다.
"지금 그건, 뭐하는 거야?"
"다가브까지 걸어갈 생각이예요? 물론 파워슈츠의 부스터를 이용한다면 금방 갈 수 있지만, 그랬다가는 쿠와르 해방전선의 미사일 세례를 받게 된다구요."
카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6인승 소형 APC가 그들 앞에 멈춰섰다.
"현재 다가브 시내에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차종이죠. 파워슈츠를 보관하기에도 알맞은 차량이구요. 그러면,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