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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문학관 - 작가 : nitrocity1
글 수 15
"에에? 실장님, 농담하시는 거예요?"
정보력 하나로 먹고사는 범 우주적 매스미디어 그룹, 뉴로다이브 네트워크. 행성 전체가 정보 재처리 시스템으로 가득한 이곳 뉴로다이브 본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1초라도 더 빨리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며 언성을 높이곤 했다. 하지만, 전 행성을 통틀어 지금 막 히스테리컬하게 소리지른 여성의 목소리를 능가하는 소음은 없었다.
"어째서 제가 쿠와르 분쟁을 취재해야 하냐구요! 제 담당은 전후 상황 분석이지, 전장 취재가 아니잖아요?"
분쟁지역 상황 분석 제 3실의 실장, 라르웰 톰슨은 '젠틀맨'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점잖은 태도로 자신을 향해 소리지르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핑크빛 단발머리에, 특출나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귀여워보이는 얼굴의 대부분을 커다란 안경으로 가린 20대 초반의 풋내기 여기자, 라제스 릴. 그녀의 뛰어난 문장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 분석능력은 보통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가능한,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을 짓밟기 전에는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정식 기자 자리에 앉게 해주었다. 하지만 지금, 그 재능이 그녀의 발목에 마치 족쇄처럼 매달려 늘어지고 있었다.
"아.. 물론 알고 있지만.. 회사 방침이라서 말이지. 결국 뉴로다이브에서는 실제로 체험하지 않은 채 안전한 곳에 앉아 단말기만 두드리는 기자는 믿지 않는다는 거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정식 기자가 되면 누구나 한번씩 겪는 일이야. 단지 자네가 너무 빠른 승진을 거듭했기 때문에 의외라고 느끼는 거겠지."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말게. 종군 기자로 투입된 사람들 중에서 97%는 무사히 귀환하니까. 만약 절대로 전쟁터에 가고 싶지 않다면 사표를 쓰는 수도 있긴 하네만?"
라르웰은 자신의 희끗희끗한 은발을 한번 쓸어넘기며 친절한 미소와 함께 라제스를 응시했다. 그리곤 잠시 후, 두개의 카드를 책상 위에 꺼내놓았다.
"오른쪽은 이번달 자네의 급여. 얼마 안되지만 불시해고에 따른 퇴직금도 함께 들어있네. 그리고 왼쪽은 쿠와르 분쟁 취재에 할당된 취재비. 선택은 자네 몫이야, 라제스 양."
"후우..."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한 라제스는 희미한 웃음을 보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실장님은 알고 있죠? 이제와서 제가 뉴로다이브를 나가면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할지?"
"대강은."
"보나마나 뻔한거죠. 뉴로다이브의 그 막강한 네트워크 전체에서 '해고자'라는 낙인이 찍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해야 삼류 식당 웨이트리스 정도일테니. 결국은 천천히 말라죽을지, 전쟁터에서 단번에 죽을지를 결정하라는 거군요."
"부정은 하지 않겠네. 하지만 이런 일을 두려워했다면 아예 이 회사에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라제스가 신경질적으로 왼쪽의 현금 카드를 집어가며 말했다.
"예상은 했어요. 각오도 충분히 되어있구요.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구요. 보란 듯이 살아돌아올테니!"
자신의 책상에서 가방을 집어들고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다른 기자가 라르웰에게 물었다.
"실장님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라제스는..."
"글쎄.. 저런 스타일은 워낙 판단하기 어려워서 말이야.. 통계적으로 볼 때 25세 이전에 종군기자로 참전한 녀석들은 거의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으니까."
"확실히 사망 종군기자의 퍼센테이지는 전체의 3%에 불과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뛰어난 재능 덕에 고속 승진을 했던 사람들이죠. '정식 코스'를 밟아서 기자가 된 사람들이라면 사회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겪어가며 그 자리를 차지했으니 왠만한 전쟁터 따위, 웃으면서 헤쳐나오지만요."
"아아.. 뉴로다이브에서도 머리 좋고 재능있는 녀석들보다는 음모와 계략, 거짓 정보가 판치는 이쪽 세계에서 '살아남는' 인재를 더 중시하니까. 하지만..."
라르웰이 안락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말을 이었다.
"혹시 또 모르지. 살아돌아오기만 한다면, 편집국장까지 바라볼 수 있을지도."
"하핫.. 설마.. 그게 가능할까요?"
"거의 불가능하지. 쿠와르 지역의 분쟁은 상당히 본격적인 전쟁이 될테니까 말이야."
"그렇겠죠? 이번엔 베테랑 기자들도 고개를 돌리던데요.."
웃음과 함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던 그 기자는, 그러나 마지막으로 라르웰이 중얼거린 말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은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야.. 언제나 1%의 가능성은 남아있으니까.."
정보력 하나로 먹고사는 범 우주적 매스미디어 그룹, 뉴로다이브 네트워크. 행성 전체가 정보 재처리 시스템으로 가득한 이곳 뉴로다이브 본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1초라도 더 빨리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며 언성을 높이곤 했다. 하지만, 전 행성을 통틀어 지금 막 히스테리컬하게 소리지른 여성의 목소리를 능가하는 소음은 없었다.
"어째서 제가 쿠와르 분쟁을 취재해야 하냐구요! 제 담당은 전후 상황 분석이지, 전장 취재가 아니잖아요?"
분쟁지역 상황 분석 제 3실의 실장, 라르웰 톰슨은 '젠틀맨'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점잖은 태도로 자신을 향해 소리지르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핑크빛 단발머리에, 특출나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귀여워보이는 얼굴의 대부분을 커다란 안경으로 가린 20대 초반의 풋내기 여기자, 라제스 릴. 그녀의 뛰어난 문장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 분석능력은 보통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가능한,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을 짓밟기 전에는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정식 기자 자리에 앉게 해주었다. 하지만 지금, 그 재능이 그녀의 발목에 마치 족쇄처럼 매달려 늘어지고 있었다.
"아.. 물론 알고 있지만.. 회사 방침이라서 말이지. 결국 뉴로다이브에서는 실제로 체험하지 않은 채 안전한 곳에 앉아 단말기만 두드리는 기자는 믿지 않는다는 거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정식 기자가 되면 누구나 한번씩 겪는 일이야. 단지 자네가 너무 빠른 승진을 거듭했기 때문에 의외라고 느끼는 거겠지."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말게. 종군 기자로 투입된 사람들 중에서 97%는 무사히 귀환하니까. 만약 절대로 전쟁터에 가고 싶지 않다면 사표를 쓰는 수도 있긴 하네만?"
라르웰은 자신의 희끗희끗한 은발을 한번 쓸어넘기며 친절한 미소와 함께 라제스를 응시했다. 그리곤 잠시 후, 두개의 카드를 책상 위에 꺼내놓았다.
"오른쪽은 이번달 자네의 급여. 얼마 안되지만 불시해고에 따른 퇴직금도 함께 들어있네. 그리고 왼쪽은 쿠와르 분쟁 취재에 할당된 취재비. 선택은 자네 몫이야, 라제스 양."
"후우..."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한 라제스는 희미한 웃음을 보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실장님은 알고 있죠? 이제와서 제가 뉴로다이브를 나가면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할지?"
"대강은."
"보나마나 뻔한거죠. 뉴로다이브의 그 막강한 네트워크 전체에서 '해고자'라는 낙인이 찍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해야 삼류 식당 웨이트리스 정도일테니. 결국은 천천히 말라죽을지, 전쟁터에서 단번에 죽을지를 결정하라는 거군요."
"부정은 하지 않겠네. 하지만 이런 일을 두려워했다면 아예 이 회사에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라제스가 신경질적으로 왼쪽의 현금 카드를 집어가며 말했다.
"예상은 했어요. 각오도 충분히 되어있구요.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구요. 보란 듯이 살아돌아올테니!"
자신의 책상에서 가방을 집어들고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다른 기자가 라르웰에게 물었다.
"실장님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라제스는..."
"글쎄.. 저런 스타일은 워낙 판단하기 어려워서 말이야.. 통계적으로 볼 때 25세 이전에 종군기자로 참전한 녀석들은 거의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으니까."
"확실히 사망 종군기자의 퍼센테이지는 전체의 3%에 불과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뛰어난 재능 덕에 고속 승진을 했던 사람들이죠. '정식 코스'를 밟아서 기자가 된 사람들이라면 사회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겪어가며 그 자리를 차지했으니 왠만한 전쟁터 따위, 웃으면서 헤쳐나오지만요."
"아아.. 뉴로다이브에서도 머리 좋고 재능있는 녀석들보다는 음모와 계략, 거짓 정보가 판치는 이쪽 세계에서 '살아남는' 인재를 더 중시하니까. 하지만..."
라르웰이 안락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말을 이었다.
"혹시 또 모르지. 살아돌아오기만 한다면, 편집국장까지 바라볼 수 있을지도."
"하핫.. 설마.. 그게 가능할까요?"
"거의 불가능하지. 쿠와르 지역의 분쟁은 상당히 본격적인 전쟁이 될테니까 말이야."
"그렇겠죠? 이번엔 베테랑 기자들도 고개를 돌리던데요.."
웃음과 함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던 그 기자는, 그러나 마지막으로 라르웰이 중얼거린 말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은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야.. 언제나 1%의 가능성은 남아있으니까.."
아울러 삽화가 있으면 좋겠군요. 기*감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