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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문학관 - 작가 : nitrocity1
글 수 25
'어이가 없다'는 표현이 쓰이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얼마 전, 나와 적대 관계에 있던 흑마법사의 영지에 공성전을 펼치러 들어갔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대천사의 군단이 쏟아져 내려와 허겁지겁 도망쳐야 했던 경우가 바로 '어이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벌어지고있는 상황 또한 그때 못지 않았다.
거대한 그리핀 한마리가 레이스의 무리 한가운데로 기세 좋게 뛰어들었다. 온 몸을 '그리핀 방어 마법'에 의한 백색 오러로 감싸고, 신성력이 감도는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는 모습은 매우 위력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위세도 잠시. 그리핀이 아무리 애를 써도, 단순한 영기와 원한으로만 이루어진 레이스의 실체는 웬만한 빠르기의 공격으로는 데미지를 입힐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하게 움직이며 대부분의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그리고 옆으로 슬쩍 흘러들어 공격을 피하는 레이스의 뒤를 이어 또 다른 레이스가 이미 허공을 가르며 헛발질한 그리핀의 앞발에 들러붙었다.
"키에에엑!"
마치 발에 들러붙은 레이스를 흔들어 떨쳐내기라도 하려는듯이 그리핀이 앞발을 마구 휘젔는 사이, 공격을 피해 옆으로 슬쩍 비켜났던 레이스는 어느 새 그리핀의 옆구리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쿠, 쿠에에에!"
그리핀은 울부짖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리핀 방어 마법을 펼쳐냈지만, 그것도 잠시. 일단 방어자세가 흐트러진 그리핀의 주변에는 레이스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어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퍽, 퍼억!"
"서걱, 서걱!"
레이스의 구름과 같은 몸체가 한곳에 비정상적으로 집중된다 싶더니, 마치 바람의 칼날처럼 날카롭게 형상화된 레이스의 팔이 그리핀을 스쳐 지나갔고, 한줄기 검은 바람이 지나간 그리핀의 몸은 어김없이 갈라지며 핏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흡혈귀라면 상처를 내고 피를 빨아마시겠지만, 레이스들은 피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렇게 상처가 남으로 인해서 방어막에 구멍이 생기자, 그 틈새를 통해 그리핀의 몸 속으로 들어가서 생명력을 흡수할 뿐이었다.
전신을 난도질당해 토막나버린 그리핀의 시체에서 조금씩 사그라드는 생명력을 탐욕스럽게 빨아들이던 레이스는 곧이어 다음 희생물을 찾기 위해, 마치 바람처럼 휘날리며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레이스 군단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후에 남은 것이라곤 피에 젖은 고깃덩어리들과, 원래의 흰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물든 채, 이곳 저곳에 흩날리는 그리핀의 날개 깃털 뿐이었다.
땅 위에 낮게 깔리는 피비린내와 죽음의 냄새 속에서 생명력을 다 빨린 채 남아있는 고통과 증오의 원한이 뭉치기 시작하고, 원래대로였다면 그대로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했을 그리핀의 영혼은 자신에게 부족한 생명력에 대한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레이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핀이 조각난 시체더미에서 검은색 기운이 스물스물 풍겨나오더니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고, 이는 점점 사람의 형상을 갖추며 그 검은색 안개의 농도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미 레이스로 변해버린 그리핀의 원혼이 그 붉은색 눈을 뜨고, 자신의 본능이 시키는대로 다른 생명체의 생명력을 흡수하기 위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금씩 세력을 불리며 휘몰아치는 레이스와, 티아의 지휘 아래 조직적으로 부딫히는 그리핀의 전투. 그러나 전장 대부분의 상황은 앞서 말한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비록 그리핀이 막강한 파괴력과 흑마법 유닛들에게 치명적인 신성력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제대로 맞기 전까지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다. 그리고 바람에 밀려다니는 안개처럼 빠른 속도로 흘러다니는 레이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의 일방적으로 그리핀을 몰아치는 레이스들은, 전투 지역을 점점 티아가 있는 상대편 지역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밀려나는 전선과, 그 뒤에 남은 광경을 보던 제라하드가 말했다.
"이것으로는 노래를 만들지도 못하겠군요."
"어째서? 재밌는 광경 아닌가. 자신만만하게 쳐들어온 그리핀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풍경은 말이야."
"하지만 마스터, 전쟁은 언제나 그 뒤가 중요한 법입니다. 전투가 끝난 후에 전장을 지배하는 그 절대적인 적막감과 비정함, 잔인함은 노래에 절대 빠져서는 안될 요소들이지요."
"하핫. 그런데 지금 이 풍경은, 양계장에서 대량으로 닭을 도살한 후의 풍경밖에 연상시키지 못한다, 그건가?"
"네. 이래서야 진지한 서사시가 아니라 광대의 익살극밖에는 못 만들겠습니다."
내가 제라하드와 여유있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전투가 벌어진 평원은 점점 더 닭 도살장의 풍경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티아가 끌고 온 그리핀 역시 대다수가 전멸한 상태였다. 이미 전투의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익! 이럴수가! 전설의 그리핀이 한낱 악령에 불과한 레이스에게 이렇게 무너지다니!"
티아가 절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는 법. 그가 끌고 온 그리핀의 숫자로 봐서 아마도 꽤나 오랫동안 날을 갈았을 티아의 복수의 칼은 뽑자마자 반동강이 난 채 날아가버렸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 후퇴다!"
티아가 안경을 벗고 소매를 들어 눈물을 닦으며 소리쳤다.
"오늘의 원한은 잊지 않겠다, 마스터N! 두고보자!"
"누가 두고 봐 주기나 한대? 난 네녀석 얼굴 다시 보고싶지 않다구!"
정말 그랬다. 이번엔 그리핀을 상대로 손쉽게 이겼지만 티아가 다음번에 주천사를 끌고 온다면 상황은 또 복잡해질 수도 있었다.
"그냥, 자네와 나 사이의 전쟁은 오늘로 마감하는 편이 좋겠어. 클라르셋!"
"네, 마스터."
"절대 놓치지 마라. 저 닭대가리 그리핀들을 전멸시키고, 티아의 시체를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엑토리우스가 내 곁에 있었다면 그에게 이 임무를 맡겼겠지만, 광전사답게 아직까지도 미친듯이 그리핀 분해작업에 몰두하는 엑토리우스에게 이미 내 명령은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마스터, 제가 가면 안될까요?"
"제라하드? 왜?"
"아크메이지의 죽음은 언제나 좋은 노래거리지요."
"흠... 미안하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도록 하라구. 티아는 전쟁터 뒷편에 있기 때문에 언데드를 효율적으로 통솔할 수 있는 클라르셋이 가야 잡을 수 있어. 괜히 여유뷰렸다가 놓치기라도 하면 어쩔 셈인가?"
"그렇군요. 그러면, 마스터는 계속 여기에 계실겁니까?"
"아니. 티아의 시체를 직접 내눈으로 봐야지 안심할 수 있을것 같아. 그녀석들은 가끔씩 기적에 의해 되살아날 때가 있거든. 피의 저주를 걸어 아예 묻어버려야지."
클라르셋이 레이스 백여마리를 통솔해서 빠른 속도로 티아를 뒤쫒는 동안, 나는 남아있는 레이스들을 제어해서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리핀의 대부분이 레이스 군단의 첫 일격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그리핀들도 제대로 싸우지 못하다가 몰살당했다.
티아의 병력 중 남아있는 것이라곤 티아 자신이 타고있는 그리핀과, 그 뒤를 따라 도망치는 서너마리의 그리핀이 전부. 전투의 대세가 기울어지고, 티아가 후퇴 명령을 내리자 모든 그리핀이 빠른 속도로 날아서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레이스 역시 Flying 능력이 있는 유닛. 전장 일대의 하늘은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치솟는 그리핀과, 그 뒤를 쫓아 날아가는, 마치 검은 손길처럼 보이는 레이스로 인해 검은색과 흰색으로 뒤덮였다.
그리핀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날아가며 도망쳤지만, 결국엔 한 마리도 남지않고 레이스의 손에 잡혀 끌려들어갔다. 그리고 땅으로 곤두박질친 그리핀에는 여지없이 레이스들이 몰려들어 생명력을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그리고, 생명력을 빨린 그리핀에 정비례하여 레이스들이 만들어내는 검은 안개의 농도는 짙어지고 있었다.
"뭐야, 이거... 레이스가 오히려 늘었잖아?"
전투 상황이 거의 끝나 진정될 때 쯤, 레이스의 숫자는 전투 시작 전보다 오히려 늘어 있었다. 클라르셋이 끌고 간 레이스를 감안하면, 거의 백여마리가 훨씬 넘게 그 수가 늘었다.
"재미있군... 그럼, 어디... 나도 티아를 잡으러 가볼까?"
비행 마법을 시전한 나는, 더 강해진 레이스를 이끌고 티아를 잡기 위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뭐야? 저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건가?"
티아가 도망친 방향으로 날아가던 중, 그리핀의 시체를 쌓아놓고 아직도 칼질을 하는 엑토리우스의 모습이 보였다.
"제라하드, 레이스의 컨트롤을 잠시 맡도록. 나는 저 전투 바보의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겠다."
"네, 마스터"
제라하드가 레이스를 이끌고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동안, 나는 엑토리우스에세 빠르게 접근했다.
"엑토리우스!"
"크아아아~!!"
온몸에 그리핀의 피를 거의 뒤집어쓰다시피 한 엑토리우스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반응이 보이자 괴성을 지르며 내게 잘려들었다.
"이런, 젠장. 헤이스트!"
"쉬익!"
헤이스트를 걸어 재빨리 피하자, 엑토리우스의 단검이 아슬아슬하게 내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비!"
내 손에서 섬광처럼 펼쳐진 푸른색 마나의 기운이 엑토리우스의 온 몸을 휘감았다.
"크윽! 크아아아아!"
"빌어먹을... 한두번도 아니고... 전투 치를때마다 이 고생을 시키다니... 잠이나 푹 자라구."
마비 마법에 걸려 꼼짝도 못하는 엑토리우스에게 또 다른 기운의 마나가 스며들었고, 쏟아지는 졸음에 잠시동안 반항하던 엑토리우스는 결국 완전히 잠들고 말았다.
"휴우... 힘들군, 힘들어.."
잠들어서 축 늘어진 엑토리우스를 비행 마법으로 띄워서 유도하며, 이미 상당히 멀어진 클라르셋과 제라하드를 뒤쫓아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상당히 늦어버렸네... 티아의 마지막 모습이 어떨지 꼭 보고싶은데... 아, 저기인가?"
레이스들이 원형으로 둥글게 모여서 마법사 한명을 둘러싸고 계속 덤벼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그리핀 몇마리는 벌써 시체가 되어있었고, 남은 것은 티아뿐이었다.
"늦지는 않은 모양이군."
"아, 마스터. 지금 오십니까?"
"그래. 그런데 어떻게 된 건가, 클라르셋. 아직도 끝장내지 못했다니?"
"그리핀들은 쉽게 전멸시켰는데, 티아의 방어마법이 상당한 수준이라 레이스들이 공격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런가... 역시 아크메이지라서 그런지 쉽게 죽지는 않을거라는 말이군."
"네, 그런데 엑토리우스경은?"
클라르셋이 피투성이가 되어 둥둥 떠있는 엑토리우스를 보며 물었다.
"아아... 별거 아니야. 언제나처럼 잠시 잠재운 것 뿐."
"이번에도... 입니까?"
"그래. 파괴력이 강한 것은 좋지만, 그것도 정도껏 해야지. 이렇게 물불 안가려서야 원..."
"그것이 광전사의 숙명이니까요."
"그나저나... 티아 저녀석, 얼마나 저러고 있을 셈이지?"
"글쎄요... 백마법사답게 방어하나는 잘하는 것 같은데요."
아크메이지의 명성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하기라도 하듯이, 위태위태하게 이어지는 마력의 불규칙적인 공급과 집중하기에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티아는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레이스들의 공격을 간신히, 그러나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빨리 마스터 타워로 돌아가서 한숨 자고싶은데 말이야."
"레이스가 계속 덤벼들고 있으니 이제 얼마 못갈겁니다."
이렇게 나와 클라르셋이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티아의 안색은 갈수록 창백해지고 있었다.
"이봐, 티아! 내가 왔으니 이제 편히 눈을 감아도 된다구! 기다리기 귀찮으니 빨리 죽어!"
"이놈~! 마스터N!!!"
모든 힘을 방어에만 치중해도 힘겨웠을 티아에게, 평정심을 잃고 화를 낸 것은 방어막에 구멍을 뚫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쉬이익!"
순간적으로 약해진 방어의 틈을 놓치지 않고, 레이스 하나가 달려들어 티아의 어깨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으아악!"
"드디어 끝날 것 같군요"
"그래, 레이스 제어 잘 해서 돌아오도록. 괜히 날뛰게 만들다가 우리 나라 국민들 잡아먹게 만들지 말고."
"먼저 가시겠습니까?"
"보아하니, 부활할 수 있을만큼의 생명력도 남지 않을 것 같은데, 뭐 어때? 타워로 돌아가서 잠이나 자야겠어."
"네. 전 그럼 티아의 확실한 사망을 확인하는대로 귀환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상을 입고 쓰러진 티아에게 달려드는 레이스들을 보며 말했다.
"이번엔 나의 승리가 확실한 것 같군, 티아. 다음에 환생할 때는 상대를 잘 고르도록 하라구."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뒤돌아선 나는 마스터 타워로의 텔레포트를 준비했다. 그러나, 텔레포트의 준비가 제대로 끝나기도 전, 등 뒤에서 솓아져나오는 눈부신 빛에 의해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지, 이건?!"
놀라서 뒤돌아선 내 눈에 비친 것은, 티아의 몸 주변을 둘러싸고 하늘끝까지 뻗은 눈부신 빛의 기둥이었다.
"절대 방어막?! 어떻게?"
기절해있는 티아가 마법을 시전했을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하하하! 이거, 늦을뻔 했군."
흰색 신관복을 입고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난 또 한명의 백마법사. 국경을 맞댄 까닭에 항상 나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오펜바흐였다.
"오펜바흐?! 네놈이 어째서 이곳에!"
"어째서...라니? 자네가 지금 어디 있는건지 아직도 자각을 못하는 건가?"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본 나는, 티아를 뒤쫓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어느새 오펜바흐의 영지로 넘어와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아무리 영토를 침범했다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빠른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거지?"
"아, 지금 저기 기절해있는 티아가 얼마전 내 영토를 횡단해 가겠다고 연락을 해왔었거든. 전설의 그리핀으로 마스터N을 응징하겠다며 말이야.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지. 그리핀으로 레이스를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전투 끝나자마자 이쪽으로 다시 도망쳐올거라는 사실도 예상을 했고 말이야."
"흠... 티아가 나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은 이유는 뭐지?"
"이미 전쟁을 치르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의 적을, 방벽과 요새의 이득을 보며 내 영지에서 격파한 다음, 반격을 명분으로 확실하게 땅을 빼앗을 기회가 생긴건데, 그 기회를 눈뜨고 그냥 포기하란 말인가?"
같은 백마법사의 안위보다 자신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 이거군. 웬만한 흑마법사보다 훨씬 더 사악한 놈이라니까.
"나중에 티아에게 원한 질 일은 생각하지 않은 건가?"
"내가 생명을 구해줬잖아. 이제 자네만 죽으면 이 사실은 아무도 몰라. 난 티아에게 단지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 되는 것 뿐이지."
"내가 죽어? 누구마음대로?"
그 순간, 하늘에서 여러 줄기의 빛이 뿜어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 모습을 나타내는 거대한 천사들...
"그럼, 레이스 군단으로 내 영토를 침범한 주제에, 주천사들을 상대로 살아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나는 일이 꼬여도 아주 단단히 꼬였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벌어지고있는 상황 또한 그때 못지 않았다.
거대한 그리핀 한마리가 레이스의 무리 한가운데로 기세 좋게 뛰어들었다. 온 몸을 '그리핀 방어 마법'에 의한 백색 오러로 감싸고, 신성력이 감도는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는 모습은 매우 위력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위세도 잠시. 그리핀이 아무리 애를 써도, 단순한 영기와 원한으로만 이루어진 레이스의 실체는 웬만한 빠르기의 공격으로는 데미지를 입힐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하게 움직이며 대부분의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그리고 옆으로 슬쩍 흘러들어 공격을 피하는 레이스의 뒤를 이어 또 다른 레이스가 이미 허공을 가르며 헛발질한 그리핀의 앞발에 들러붙었다.
"키에에엑!"
마치 발에 들러붙은 레이스를 흔들어 떨쳐내기라도 하려는듯이 그리핀이 앞발을 마구 휘젔는 사이, 공격을 피해 옆으로 슬쩍 비켜났던 레이스는 어느 새 그리핀의 옆구리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쿠, 쿠에에에!"
그리핀은 울부짖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리핀 방어 마법을 펼쳐냈지만, 그것도 잠시. 일단 방어자세가 흐트러진 그리핀의 주변에는 레이스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어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퍽, 퍼억!"
"서걱, 서걱!"
레이스의 구름과 같은 몸체가 한곳에 비정상적으로 집중된다 싶더니, 마치 바람의 칼날처럼 날카롭게 형상화된 레이스의 팔이 그리핀을 스쳐 지나갔고, 한줄기 검은 바람이 지나간 그리핀의 몸은 어김없이 갈라지며 핏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흡혈귀라면 상처를 내고 피를 빨아마시겠지만, 레이스들은 피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렇게 상처가 남으로 인해서 방어막에 구멍이 생기자, 그 틈새를 통해 그리핀의 몸 속으로 들어가서 생명력을 흡수할 뿐이었다.
전신을 난도질당해 토막나버린 그리핀의 시체에서 조금씩 사그라드는 생명력을 탐욕스럽게 빨아들이던 레이스는 곧이어 다음 희생물을 찾기 위해, 마치 바람처럼 휘날리며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레이스 군단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후에 남은 것이라곤 피에 젖은 고깃덩어리들과, 원래의 흰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물든 채, 이곳 저곳에 흩날리는 그리핀의 날개 깃털 뿐이었다.
땅 위에 낮게 깔리는 피비린내와 죽음의 냄새 속에서 생명력을 다 빨린 채 남아있는 고통과 증오의 원한이 뭉치기 시작하고, 원래대로였다면 그대로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했을 그리핀의 영혼은 자신에게 부족한 생명력에 대한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레이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핀이 조각난 시체더미에서 검은색 기운이 스물스물 풍겨나오더니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고, 이는 점점 사람의 형상을 갖추며 그 검은색 안개의 농도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미 레이스로 변해버린 그리핀의 원혼이 그 붉은색 눈을 뜨고, 자신의 본능이 시키는대로 다른 생명체의 생명력을 흡수하기 위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금씩 세력을 불리며 휘몰아치는 레이스와, 티아의 지휘 아래 조직적으로 부딫히는 그리핀의 전투. 그러나 전장 대부분의 상황은 앞서 말한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비록 그리핀이 막강한 파괴력과 흑마법 유닛들에게 치명적인 신성력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제대로 맞기 전까지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다. 그리고 바람에 밀려다니는 안개처럼 빠른 속도로 흘러다니는 레이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의 일방적으로 그리핀을 몰아치는 레이스들은, 전투 지역을 점점 티아가 있는 상대편 지역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밀려나는 전선과, 그 뒤에 남은 광경을 보던 제라하드가 말했다.
"이것으로는 노래를 만들지도 못하겠군요."
"어째서? 재밌는 광경 아닌가. 자신만만하게 쳐들어온 그리핀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풍경은 말이야."
"하지만 마스터, 전쟁은 언제나 그 뒤가 중요한 법입니다. 전투가 끝난 후에 전장을 지배하는 그 절대적인 적막감과 비정함, 잔인함은 노래에 절대 빠져서는 안될 요소들이지요."
"하핫. 그런데 지금 이 풍경은, 양계장에서 대량으로 닭을 도살한 후의 풍경밖에 연상시키지 못한다, 그건가?"
"네. 이래서야 진지한 서사시가 아니라 광대의 익살극밖에는 못 만들겠습니다."
내가 제라하드와 여유있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전투가 벌어진 평원은 점점 더 닭 도살장의 풍경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티아가 끌고 온 그리핀 역시 대다수가 전멸한 상태였다. 이미 전투의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익! 이럴수가! 전설의 그리핀이 한낱 악령에 불과한 레이스에게 이렇게 무너지다니!"
티아가 절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는 법. 그가 끌고 온 그리핀의 숫자로 봐서 아마도 꽤나 오랫동안 날을 갈았을 티아의 복수의 칼은 뽑자마자 반동강이 난 채 날아가버렸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 후퇴다!"
티아가 안경을 벗고 소매를 들어 눈물을 닦으며 소리쳤다.
"오늘의 원한은 잊지 않겠다, 마스터N! 두고보자!"
"누가 두고 봐 주기나 한대? 난 네녀석 얼굴 다시 보고싶지 않다구!"
정말 그랬다. 이번엔 그리핀을 상대로 손쉽게 이겼지만 티아가 다음번에 주천사를 끌고 온다면 상황은 또 복잡해질 수도 있었다.
"그냥, 자네와 나 사이의 전쟁은 오늘로 마감하는 편이 좋겠어. 클라르셋!"
"네, 마스터."
"절대 놓치지 마라. 저 닭대가리 그리핀들을 전멸시키고, 티아의 시체를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엑토리우스가 내 곁에 있었다면 그에게 이 임무를 맡겼겠지만, 광전사답게 아직까지도 미친듯이 그리핀 분해작업에 몰두하는 엑토리우스에게 이미 내 명령은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마스터, 제가 가면 안될까요?"
"제라하드? 왜?"
"아크메이지의 죽음은 언제나 좋은 노래거리지요."
"흠... 미안하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도록 하라구. 티아는 전쟁터 뒷편에 있기 때문에 언데드를 효율적으로 통솔할 수 있는 클라르셋이 가야 잡을 수 있어. 괜히 여유뷰렸다가 놓치기라도 하면 어쩔 셈인가?"
"그렇군요. 그러면, 마스터는 계속 여기에 계실겁니까?"
"아니. 티아의 시체를 직접 내눈으로 봐야지 안심할 수 있을것 같아. 그녀석들은 가끔씩 기적에 의해 되살아날 때가 있거든. 피의 저주를 걸어 아예 묻어버려야지."
클라르셋이 레이스 백여마리를 통솔해서 빠른 속도로 티아를 뒤쫒는 동안, 나는 남아있는 레이스들을 제어해서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리핀의 대부분이 레이스 군단의 첫 일격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그리핀들도 제대로 싸우지 못하다가 몰살당했다.
티아의 병력 중 남아있는 것이라곤 티아 자신이 타고있는 그리핀과, 그 뒤를 따라 도망치는 서너마리의 그리핀이 전부. 전투의 대세가 기울어지고, 티아가 후퇴 명령을 내리자 모든 그리핀이 빠른 속도로 날아서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레이스 역시 Flying 능력이 있는 유닛. 전장 일대의 하늘은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치솟는 그리핀과, 그 뒤를 쫓아 날아가는, 마치 검은 손길처럼 보이는 레이스로 인해 검은색과 흰색으로 뒤덮였다.
그리핀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날아가며 도망쳤지만, 결국엔 한 마리도 남지않고 레이스의 손에 잡혀 끌려들어갔다. 그리고 땅으로 곤두박질친 그리핀에는 여지없이 레이스들이 몰려들어 생명력을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그리고, 생명력을 빨린 그리핀에 정비례하여 레이스들이 만들어내는 검은 안개의 농도는 짙어지고 있었다.
"뭐야, 이거... 레이스가 오히려 늘었잖아?"
전투 상황이 거의 끝나 진정될 때 쯤, 레이스의 숫자는 전투 시작 전보다 오히려 늘어 있었다. 클라르셋이 끌고 간 레이스를 감안하면, 거의 백여마리가 훨씬 넘게 그 수가 늘었다.
"재미있군... 그럼, 어디... 나도 티아를 잡으러 가볼까?"
비행 마법을 시전한 나는, 더 강해진 레이스를 이끌고 티아를 잡기 위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뭐야? 저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건가?"
티아가 도망친 방향으로 날아가던 중, 그리핀의 시체를 쌓아놓고 아직도 칼질을 하는 엑토리우스의 모습이 보였다.
"제라하드, 레이스의 컨트롤을 잠시 맡도록. 나는 저 전투 바보의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겠다."
"네, 마스터"
제라하드가 레이스를 이끌고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동안, 나는 엑토리우스에세 빠르게 접근했다.
"엑토리우스!"
"크아아아~!!"
온몸에 그리핀의 피를 거의 뒤집어쓰다시피 한 엑토리우스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반응이 보이자 괴성을 지르며 내게 잘려들었다.
"이런, 젠장. 헤이스트!"
"쉬익!"
헤이스트를 걸어 재빨리 피하자, 엑토리우스의 단검이 아슬아슬하게 내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비!"
내 손에서 섬광처럼 펼쳐진 푸른색 마나의 기운이 엑토리우스의 온 몸을 휘감았다.
"크윽! 크아아아아!"
"빌어먹을... 한두번도 아니고... 전투 치를때마다 이 고생을 시키다니... 잠이나 푹 자라구."
마비 마법에 걸려 꼼짝도 못하는 엑토리우스에게 또 다른 기운의 마나가 스며들었고, 쏟아지는 졸음에 잠시동안 반항하던 엑토리우스는 결국 완전히 잠들고 말았다.
"휴우... 힘들군, 힘들어.."
잠들어서 축 늘어진 엑토리우스를 비행 마법으로 띄워서 유도하며, 이미 상당히 멀어진 클라르셋과 제라하드를 뒤쫓아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상당히 늦어버렸네... 티아의 마지막 모습이 어떨지 꼭 보고싶은데... 아, 저기인가?"
레이스들이 원형으로 둥글게 모여서 마법사 한명을 둘러싸고 계속 덤벼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그리핀 몇마리는 벌써 시체가 되어있었고, 남은 것은 티아뿐이었다.
"늦지는 않은 모양이군."
"아, 마스터. 지금 오십니까?"
"그래. 그런데 어떻게 된 건가, 클라르셋. 아직도 끝장내지 못했다니?"
"그리핀들은 쉽게 전멸시켰는데, 티아의 방어마법이 상당한 수준이라 레이스들이 공격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런가... 역시 아크메이지라서 그런지 쉽게 죽지는 않을거라는 말이군."
"네, 그런데 엑토리우스경은?"
클라르셋이 피투성이가 되어 둥둥 떠있는 엑토리우스를 보며 물었다.
"아아... 별거 아니야. 언제나처럼 잠시 잠재운 것 뿐."
"이번에도... 입니까?"
"그래. 파괴력이 강한 것은 좋지만, 그것도 정도껏 해야지. 이렇게 물불 안가려서야 원..."
"그것이 광전사의 숙명이니까요."
"그나저나... 티아 저녀석, 얼마나 저러고 있을 셈이지?"
"글쎄요... 백마법사답게 방어하나는 잘하는 것 같은데요."
아크메이지의 명성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하기라도 하듯이, 위태위태하게 이어지는 마력의 불규칙적인 공급과 집중하기에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티아는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레이스들의 공격을 간신히, 그러나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빨리 마스터 타워로 돌아가서 한숨 자고싶은데 말이야."
"레이스가 계속 덤벼들고 있으니 이제 얼마 못갈겁니다."
이렇게 나와 클라르셋이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티아의 안색은 갈수록 창백해지고 있었다.
"이봐, 티아! 내가 왔으니 이제 편히 눈을 감아도 된다구! 기다리기 귀찮으니 빨리 죽어!"
"이놈~! 마스터N!!!"
모든 힘을 방어에만 치중해도 힘겨웠을 티아에게, 평정심을 잃고 화를 낸 것은 방어막에 구멍을 뚫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쉬이익!"
순간적으로 약해진 방어의 틈을 놓치지 않고, 레이스 하나가 달려들어 티아의 어깨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으아악!"
"드디어 끝날 것 같군요"
"그래, 레이스 제어 잘 해서 돌아오도록. 괜히 날뛰게 만들다가 우리 나라 국민들 잡아먹게 만들지 말고."
"먼저 가시겠습니까?"
"보아하니, 부활할 수 있을만큼의 생명력도 남지 않을 것 같은데, 뭐 어때? 타워로 돌아가서 잠이나 자야겠어."
"네. 전 그럼 티아의 확실한 사망을 확인하는대로 귀환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상을 입고 쓰러진 티아에게 달려드는 레이스들을 보며 말했다.
"이번엔 나의 승리가 확실한 것 같군, 티아. 다음에 환생할 때는 상대를 잘 고르도록 하라구."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뒤돌아선 나는 마스터 타워로의 텔레포트를 준비했다. 그러나, 텔레포트의 준비가 제대로 끝나기도 전, 등 뒤에서 솓아져나오는 눈부신 빛에 의해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지, 이건?!"
놀라서 뒤돌아선 내 눈에 비친 것은, 티아의 몸 주변을 둘러싸고 하늘끝까지 뻗은 눈부신 빛의 기둥이었다.
"절대 방어막?! 어떻게?"
기절해있는 티아가 마법을 시전했을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하하하! 이거, 늦을뻔 했군."
흰색 신관복을 입고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난 또 한명의 백마법사. 국경을 맞댄 까닭에 항상 나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오펜바흐였다.
"오펜바흐?! 네놈이 어째서 이곳에!"
"어째서...라니? 자네가 지금 어디 있는건지 아직도 자각을 못하는 건가?"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본 나는, 티아를 뒤쫓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어느새 오펜바흐의 영지로 넘어와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아무리 영토를 침범했다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빠른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거지?"
"아, 지금 저기 기절해있는 티아가 얼마전 내 영토를 횡단해 가겠다고 연락을 해왔었거든. 전설의 그리핀으로 마스터N을 응징하겠다며 말이야.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지. 그리핀으로 레이스를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전투 끝나자마자 이쪽으로 다시 도망쳐올거라는 사실도 예상을 했고 말이야."
"흠... 티아가 나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은 이유는 뭐지?"
"이미 전쟁을 치르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의 적을, 방벽과 요새의 이득을 보며 내 영지에서 격파한 다음, 반격을 명분으로 확실하게 땅을 빼앗을 기회가 생긴건데, 그 기회를 눈뜨고 그냥 포기하란 말인가?"
같은 백마법사의 안위보다 자신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 이거군. 웬만한 흑마법사보다 훨씬 더 사악한 놈이라니까.
"나중에 티아에게 원한 질 일은 생각하지 않은 건가?"
"내가 생명을 구해줬잖아. 이제 자네만 죽으면 이 사실은 아무도 몰라. 난 티아에게 단지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 되는 것 뿐이지."
"내가 죽어? 누구마음대로?"
그 순간, 하늘에서 여러 줄기의 빛이 뿜어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 모습을 나타내는 거대한 천사들...
"그럼, 레이스 군단으로 내 영토를 침범한 주제에, 주천사들을 상대로 살아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나는 일이 꼬여도 아주 단단히 꼬였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