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설정.



총사령관 '라유' (이레이져)


삼안족의 총수로 과거부터 싸움을 굉장히 좋아해 이레이져의 각 세계들 구석구석에

그 악명이 떨치고 있었다.

그 오랜 싸움 끝에 얻게될 무언가를 생각하기보다 싸움 자체에 의미를 두는

진정한 투사였다.



Aries Spring - The True Strength - part Three.



" 텔레포트를 방해하던 능력자는 도망친 듯 합니다.

  별로 사람이 없던 걸로 봐서 대부분 지부를 포기하고 다른 거점으로 이동한 것

  같군요. "



" 글쎄.. 의외로 다른 차원에 숨어있다든지.. 할수도 있지.

  어지간히 독특한 차원에 들어가있다면 우리도 검색하는데 꽤나 시간을

  소요할 테니까. "



" 그런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인접한 공간과 차원에 장애물이 없습니다.

  검색을 방해하는 최소한의 것도 없군요.

  이레이져의 기술을 얕잡아 봤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끄는 거라면

  장애물 몇개만 있어도 상당하게 벌 수 있을텐데요. "



" 흐음.. "



나가노 에고일본지부에 3대대소속 정규군 대부분이 들이닥친지 1시간도 채되지않아

남아있던 소수의 능력자들을 간단히 정리한 라유사령관과 아이나는 자신들의 텔레포트를

끈질기게 방해하던 에스퍼의 거취에 대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 간섭방식으로 봐선 2차 침공에서 장거리 이동중에 사라져버린 부대들도 그녀의 짓일

  가능성이.. "



" 후.. 그 덕분에 우리는 귀찮게 대기권을 돌입하고 잦은 근거리 텔레포트를 계속해야 했지.

  게다가 설마 위즈덤따위가 전함을 격침시킬 수 있을 줄이야. "



" 그러나 겨우 1대뿐이지요.

  착륙명령은 약간은 성급했을지도 모릅니다.

  전함의 포격이라면 제압은 수분내에 가능했을 테지요. "



" 어차피 우린 선발대.

  화려함은 뒷분들을 위해 남겨두자고.

  괜히 선발대가 아작나면 나중에 얼굴은 어떻게 들건가. "



" 지구능력자들의 2번의 승리는 우리들의 안이함과 준비부족의 결과입니다.

  이 정도의 정예라면 문제도 없어요. "



아이나의 지구침공에 대한 말들은 거의 마인드컨트롤되어 입력된 기억임을 알고있는

라유사령관으로선 그녀의 말이 약간은 씁쓸하게 들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것이 전투의 기본상식이어도 정정당당함을 좋아하는

라유에게 있어서 삼안족의 강한 정신력을 사용한 마인드컨트롤은 처음 사용할 때도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자신의 가장 충실한 가신이 정신조작된 안드로이드란 것도 잦은 전투로

수많은 가신들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이라면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도 할줄 아는 것도

그것뿐이다.

정말.. 여왕이 라유에게 재차 높은 자리를 맡긴 건 삼안족을 대표하는 자여서가 아니라

그나마 다른 놈들보단 전투사령관으로서 나쁘지 않다는 이유에서가 아니었던가.

여제 이아리스마저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이레이져의 대부분을 이끌다가

마지막남은 알의 자식인 아우니의 죽음에 가까운 부상에 한순간에 무너져

라유에게 전권을 넘길 정도니 지켜야할 것도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은

라유사령관에 있어선 그저 주어진대로 충실하게 전투만을 계속하는 일만이

최후에 남겨진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움직이게 하는 것마저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 그 에스퍼가 아직 어딘가 남아있다면 차후 이뤄질 텔레포트에도

  방해가 될 공산이 큰데 어떻게 할까요.. "



원로원과의 싸움처럼 전투외엔 위임받은 사항이 없으므로

아이나는 결정이 필요한 사안은 하나하나 라유에게 물어보았다.

  
" 이 행성 전체를 정밀스캔해봤지만 종착점 확정을 방해하던

  그 에스퍼의 기운은 나오지 않았어.

  그럼 이 세계에는 없는거야. "



" ..중계기없이 너무 먼 세계로 가면 오는 것조차 불가능해집니다.

  가까운 공간은 다 뒤져봤는데 역시 없습니다.

  그렇다면.. 딱 하나가 남았군요. "



이세계 지구.

평행세계의 경우 직접 가보지않으면 검색이 불가능하다.

더우기 서로간에 끼치는 안좋은 영향탓에 이레이져내에선 특이점을 경유하는

평행세계로의 여행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을 정도다.



" 왜 그 골치아픈 데를 갔을까..

  거기 능력자들은 여기 능력자들과도 적대적이라 들었는데.. "



" 저도 관련 문서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쪽 세계에서는 저희가 없다고 하지요.

  극성제국이라 불리는 그 곳은 황제의 절대정치로 강력한 지상군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국자체야 누굴 도와줄 성격의 곳이 아니니

  황제에 반하는 왕국이나 세력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겠죠. "



" 아직 여기 세력들과도 제대로 붙어보지 않았는데?

  본대가 오는 것을 모른다면 지금 온 숫자는 바로 저번 대전 전체 숫자와

  비슷해.

  2번이나 침략당했으니 나름대로 대비도 해놨을텐데 대응책을 왜 지구밖에서

  찾으려 할까. "



" 뭐.. 거기도 일단은 지구니까요..

  과학기술력이 한참 떨어지는 사람들이니 그런 위험한 발상을 하는 겁니다.

  특이점을 불안정하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나 보군요. "



무수한 평행세계가 존재하는 만큼 한번이라도 서로 연결된 세계는

물리법칙의 상이한 차이로 상호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특이한 입자가 상대쪽 세계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 아이나.

  이쪽 우주가 파괴될만한 위험성이 있는 중대한 사안이니만큼

  특이점을 찾아서 봉인하도록 해라.

  특수차원정찰대 30명을 붙여주지. 난 여기서 할일이 있다. "



노조미가 다가오는 기운을 느낀 라유는 아이나가 여기 있어 머리아픈

일이 벌어지는 것도 피할 겸 이 세계를 벗어나는 임무를 부여했다.

크게 걱정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나는 본래 지구에서 만들어진

바이오닉 메이드였고 그녀를 지배하는 마인드컨트롤을 깨버린 게 확실한

능력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 비춰 나쁜 선택은 아니다.



" 라져.

  분부대로 수행하고 돌아오겠습니다. "



아이나는 세계간의 연결점이 있는 곳으로 군사들과 함께 바로 출발하였다.

그곳을 지키는 에고의 파수꾼도 있을테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 이아리스의 딸이 건쉽을 탈취해 지상 어딘가에 내렸다고 들었는데

  설마 기억이 이미 돌아온 걸까..

  모르겠군.. "



라유는 주위를 둘러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나가노 에고지부는 상당히 깔끔한 편이었다.

초능력 소녀들의 모임이다보니 모든 것이 반듯하고 정결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기지로서의 장소라고보기엔 염력을 발휘하기 좋은 형태로 탁트인 건물들을

거의 다 부숴놓은 자신의 흉악한 남성체 부대원들을 보면서

다음에는 좀 예의가 있는 것들로 골라 따로 훈련시켜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라유였다.

다음이란 게 있다면 말이었지만..

대규모전쟁이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충분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 무의미하게 쓸데없고 지겨운 전투들은 이미 그녀에게 있어 더이상

아무런 감정도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레이져 사이보그 전령이 그녀 앞으로 다가와 보고했다.

감정없이 오로지 사실만을 보고하는 이레이져의 특성을 지닌 기계전사다.



" 라유사령관님.

  명령하신대로 지부 최외곽에서 방어선을 구축해놓고 경계하던 중

  3분 20초전에 누군가의 염력으로 동쪽부분이 심하게 타격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할까요? "



왔구나..

내 정신을 이상하게 만든 원흉이..

이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으나 불과 3년전만해도 나가는 전투마다

열정에 불타올랐다.

그때는 희열이 있었다.

설령 결국엔 무의미한 일일지라도 열정을 잃어버린 것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노조미의 정신공격은 라유에게서 얼마남지않은 그 소중한 것마저

빼앗아갔다.

알량한 염동을 날리던 에고 능력자 한명을 거의 없애기 직전

방심한 틈을 타 요상한 정신공격을 가한 노조미에 근처의 삼안족

병사가 마인드컨트롤을 걸었지만 별다른 저항없이 쓰러졌는데도 불구하고

끝끝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 이레이져의 마인드컨트롤 기술은 상대방의 시냅스 연결을

  원격조종하는 것이지.

  조작된 시냅스의 연결을 비활성화시키는 방법은 그 부분의 기억을

  완전봉인하는 수밖에는 없어.

  어쩌면 만나도 날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당히 봐주지는 않을 것이다. '



부하가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가 말했다.



" 전력을 다해 막아라.

  어차피 그쪽능력자는 소수.

  우린 정예만 골라온 부대원들이 2만명까까이 있다.

  질리가 있겠느냐. "



라유는 3만이 넘어가는 3대대 병력들중 절반은 능력자들의 추적에 보냈고

에고지부에 나머지 절반을 남겨 임시지휘소로 쓰려고 했다.

상시은폐모드의 서쳐들을 곳곳에 배치한 결과 노조미와 그 일행들이

강대한 염동을 날리며 마지막 동쪽게이트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게 보였다.



' 본대를 지휘하고 있는 총참모장 메타트론이 왔을 때 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지. '



라유는 2단계 각성을 하였다.

이것이 이레이져의 독특한 점으로 지구능력자들과는 달리 칭호가 부여된

이레이져의 경우 이른바 스스로 브레이크를 할 수가 있다.

마인드 브레이커가 없는 대신 어려서 능력을 완전 각성시킨 후에

몇 단계의 능력제한을 걸어둔 것이다.

지구능력자들은 브레이크를 유지하는 동안 드는 정신력소모로

정해진 시간동안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를 이레이져는 유전자적인 처치로 뇌의 한공간을 오로지 브레이크의

영구유지에 쓰도록 개발해버렸다.

다프니스도 2차 전쟁때 이레이져의 방식에 착안하여 기술을 개발한

쪽이므로 오리지널은 이쪽에 있다.

마음을 읽는 것에 있어선 마인드 패스라는 칭호를 따라갈 것이 없으니

적 이레이져에게서 기술을 습득한 셈이다.

잠시 후 푸른 반짝임이 라유가 있는 곳까지 번졌다.



" 라유사령관님!!

  보통 지구능력자들이라고 보기엔 너무 강력한 힘으로

  최종방어라인까지 무너졌습니다.

  중화기도 마인드컨트롤도 먹히지 않는지라 이대로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



전투현장에서 황급하게 달려온 듯 온 몸이 상처투성이의 용족 한명이 자지러듯이

말했다.



' 일반적인 브레이크가 아니었어 역시.

  설마 그들이 3단계 각성에 해당하는 태초의 힘을 깨닫게 된 것일까.

  아직 그정도의 정신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한 줄 알았는데 제법이군. '



라유는 별것아니라는 표정으로 부하를 돌려보내며 중얼거렸다.



" 굳이 내가 귀찮게 나설 필요는 없겠지.. "



느긋하게 차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쯤 노조미 일행이 라유가 있는

화원 왼쪽의 대기기숙사 건물을 부수며 들어왔다.



" 이런이런.. 언제부터 노조미 아가씨가 이렇게 난폭해지셨을까.

  전에는 그래도 세련된 방법을 쓰지 않았나.

  적어도 나한텐 말이야. "



건물이 부서져 생긴 먼지가 가라앉으며 나타난 노조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 오랜만이군요. 라유 사령관님.

  제게 복수라도 하러 오셨나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전 그때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해요.

  죄송하지만 유일한 목격자에게 들은 얘기로는

  제가 라유님께 정신공격 비슷한 것을 했다는 말밖에 듣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상하네요.

  제 정신공격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건데. "



노조미는 유카미타니 마이가 무사한지에 온정신이 쏠려있었기 때문에

라유를 3년만에 보고도 그녀가 자신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보다

그녀가 왔을때 이미 점령된 에고지부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무사히 도망쳤는지가 궁금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자 대답해줄리 없으니 최대한 침착을 가장하며

또박또박 평소 생각하던 얘기를 먼저 꺼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좀 더 강한 자신을 연기하듯이.



" 그래.

  공격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그다지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

  약간의 혼란을 준 정도라고 할까.

  우리가 딱히 지고있던 상황도 아니었는데 후퇴를 결정한 것에 대해선

  그 명령을 내린 나조차도 의외였어.

  데려온 적룡족이 거의 전멸했다곤 하나 삼안족부대는 거의 멀쩡했고

  마인드컨트롤한 에고능력자도 꽤나 도움이 됐었지.

  하지만 적은 숫자로 처절하게 싸우는 건 내 취향이 아니거든.

  천사족까지 한번은 물러나게 한 너희들을 너무 우습게 본 대가일지도 몰라.

  그러니 이번은 좀 신경을 쓰고 왔지. "



라유는 어째서 자신이 노조미에게 그런 자세한 설명을 하는지 깨닫지 못했다.

어쩌면 생각보다 당당한 그녀를 보며 말에서부터 지고싶지 않다는 의식이

작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2단계 각성상태의 라유는 특별히 정신공격에 강한 방어모드를 전개해놓고 있었다.

지난번은 엄밀히 말하자면 방심하다 당했다고 보는 편이 옳으니까.

그래도 이미 당해버린 건 변함이 없으며 그로인한 후유증은 라유뿐만 아니라

노조미도 마찬가지였다.



" 전 지지않을 거예요.

  설령 2번의 격퇴가 우리들이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 할지라도.

  우리들은 그렇게 약하지도 않고 빠져나오기 힘든 궁지에 몰려도

  포기할리도 없고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도 않을 거니까요. "



마음약한 노조미로서는 강한 의지를 담아 말해본 것이지만 라유에게는

건방지게 들릴 뿐이었다.
  
" 실력 좀 늘었다고 자만하지 마라. 칭호가 있는 이레이져의

  힘은 최정예 특수부대 수십만과 필적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너라면 충분히 느꼈을 거라 생각했다마는..

  하필 그걸 잊었나보군, 제일 중요한 건데. "



" 전부 잊은 건 아니예요.

  당신이 마이언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까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



노조미는 터져나오려는 을분을 가까스로 넘기며 말했다.



" 음.. 정작 난 잘 기억이 안나는군..

  워낙 죽인 에고 능력자가 많아서 말야.

  돌입전에 궤도상에 놓아둔 위성서쳐로 보았다.

  레이드를 아주 가지고 놀던데?

  이젠 마인드컨트롤도 못하게 막아둔 거 같더군. "
  
" 마이언니는 안죽었어요!

  하기사 우리들의 세계를 침략하려는 이레이져와 사이좋게 대화한다고해서

  해결될 일이었으면 이렇게 싸우고 있지도 않았겠죠.

  전방위 교섭통신도 묵살한 채 실컷 쳐들어온 건 당신들이니까

  우린 전력을 다해 싸울테니 각오하세요. "



라유와 노조미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어 긴장한 채 상황만 살피던

다프니스와 클레르는 겨우 부딪칠 분위기가 조성되자 다른 일행에게도

눈치를 보이며 전투준비에 임했다.

전투의 효율성을 위해 하뉴 미키와 아자카, 노조미는 다프니스가,

아키무와 신도우가 소녀들은 클레르가 브레이크하는 것으로 결정한 지

2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에름팀벨은 능력도 미지수고 이레이져이니만큼 외곽에서 대기중이다.

확실치않는 전력을 벌써부터 드러내 약점잡힐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새로운 포지션이 어느정도 익숙해져 최초전투에 비해선 쓸데없는 정신력소모도

많이 준 상태였지만 상대는 이레이져의 최상단에 위치하는 라유사령관이다.

방심은 그즉시 죽음을 부를 것이 확실하다.

라유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은채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 후..

  너희들에게 내 능력을 굳이 수고스럽게 보여줄 것까진 없지.

  난 이래뵈도 현 이레이져 지구침공함대 총사령관이라서 말야.

  주위를 둘러봐라 뭔가 조용한 게 이상하지 않나? "



" 그게 무슨 소리지.

  우릴 막는 적들은 모두 물... "



아키무가 대응하려다 스스로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말을 얼버무렸다.

그렇다.

방해하는 적들을 물리치고 들어오긴 했지만 그 많은 병력을 다 물리친 건 아니었다.

그런데 라유사령관 혼자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원병력이 한명도 안오고 있다는 건

명백하게 이상했다.

신도우 하즈키가 직감적으로 에고지부 전체를 스캔해보았다.

그 결과 이레이져의 병력들은 모두 빠지고 이자리에 있는 건 오직 라유와 자신들뿐이었다.

노조미 일행들은 순간 어리둥절한 기분이었으나 그것이 경악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않았다.

어느새 타격순양함 클라우디아가 그들의 위에서 포격전투모드로 전환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돌입할 때와는 달리 지상위의 완전은폐모드라면 너희들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함선을 발견할 수 없지.

  공격을 하려면 은폐모드를 풀어야하지만 내 쪽은 이미 함선으로의 텔레포트 준비가

  완료되었다.

  자 너희들은 이제 어쩔거지? 후후훗. "



라유는 그말을 마지막으로 이레이져 특유의 텔레포트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클라우디아는 당장이라도 그들에게 포격을 가하기 직전이었다.



" 제길..!!

  실드로는 절대 못막아.

  안전지대까지 텔레포트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



다프니스의 절망에 가까운 외침에 사츠키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 긴급 텔레포트라도 이 인원이라면 10분은 걸려요.

  한명이라도 3분은 족히 걸리는데.. "



단순히 도망쳐 탈출하기에는 클라우디아의 포격범위는 지부전체를 넘어서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정말 수 초정도..



" 여기서 이렇게 끝낼 순 없어.

  절대로!!

  이건 진짜 말도 안돼!! "



하뉴 미키도 분노에 찬 음성으로 일행이 속한 공간을 일그러뜨리려 애썼다.

그러나 미키의 능력은 고도의 집중과 침착함이 필요한 특수한 것이다.

그 정도로 치면 다른 능력자의 텔레포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제대로 될 리가 없다.



' 저희가 당신들을 구해드리겠습니다.

  너무 오래 걸려서 죄송해요. '



어디선가 가냘픈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린 듯 했다.

노조미는 거의 반포기 상태로 마이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되내이고만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인가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곧이어 라유사령관의 모함 클라우디아는 엄청난 양과 위력의 포격을

노조미 일행을 중심으로 쏟아부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포격소리는 사이타마를 넘어 도쿄에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2번의 대전으로 능력자들끼리의 싸움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그 뼛속까지 파고드는 참혹한 공격방식에 치를 떨며 침략자들을 저주했다.

나가노 에고일본지부는 이 날 지상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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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위스 북단의 도시 바젤 WIZ-DOM 마법학원의 금지구역 '타락의 정원' -



" 서..성공한 거지?

  그런거지? 루이체 폰 프릿슈? "



스펠라이터 마기나 마그스가 곁에서 주문을 암송하던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그녀가 기쁜 얼굴로 지팡이를 흔들며 정원내를 뛰어다녀도 루이체는

조용히 눈만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마크드 위치에게 내재된 강대한 마법진은 한번 펼치는데 오래 걸리는만큼

회수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십여분이 흐른 후 마기나도 제풀에 지쳐 드러누웠을 때 루이체가 입을 열었다.



" 휴우..

  겨우 성공했네.. 정말 타이밍 작살이라고 할까..

  간발의 차이였어.. "



" 어어?

  루이체 그 이상한 말은 어디서 배운거야?

  또 밤새워 인터넷하다가 요상한 사이트라도 들린거 아냐? "



마기나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피하며 루이체가 황급히 둘러댔다.



" 아.. 아냐!

  내가 그런 애로 보이니?

  얘는 정말.

  내 몸속에 있는 마법진에 대해 실마리라도 있을까싶어서 하는거지

  다른 이유가 있겠어. "



이미 뒤질만한 문헌은 다 찾아보았다.

마법학원의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지하도서관에도 '마크드위치'라는

칭호명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넷을 뒤지기 시작한 루이체였으나

인터넷서핑이란 게 그렇게 자기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찾다보면 이런저런 커뮤니티사이트도 가보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밤도 새게 된다.

그덕분에 알수없는 통신어체도 배우게 된건 어쩔수없다고 할까.



" 흐흥...

  뭐 그건 그렇다치고 지리안 교장선생님은 스텔라님에게 가서

  대규모 공격마법을 이레이져에게 시도중이라고 했었지? "



" 1대 정도는 떨어뜨렸다는데..

  앞으로 어찌될런지는..

  교장선생님 없는 틈을 타서 타락의 정원에도 올 수 있었던 거잖아.

  마기나 네 은폐술이라면 지리안님만 아니면 안들킬거라구 그래서.. "



마기나가 가슴을 펴며 말했다.



" 에헴.. 그건 확실해.

  걱정 안해두 돼.

  그보다 갑자기 에고일본지부에서 긴급구조요청을 받았는데

  다들 바빠서 우리라도 구조할 수 있었던 게 어디야.

  한 3시간 정도 늦었지만 뭐.. 아직 사람은 남아있었으니까.

  교황청은 지금 이레이져가 혜성폭탄 몇개를 떨궈서 난리도 아니래.

  으음.. 근데 이 근처엔 아무도 안보이네?

  어디다가 소환한거야? "



" 어.. 그게 범위안에 이레이져로 보이는 생명체가 하나 잡히더라고.

  근데 어느 순간까지는 에고능력자들과 행동을 같이하길래 포로인가

  싶어서 같이 소환시켰어.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좀 먼데다가.. "



" 뭐라고?!?!?!

  이.. 이레이져도 같이 소환했단 말야?

  너 분명히 지부밖으로 이레이져 군대가 모두 빠져나가는 걸

  확인했다고 했잖아.

  한명이라도 걔가 나중에 위치송출이라도 하면 어떻하려고 그래! "



" 그러니까 그들과는 다른 거 같다니까는.

  전부터 계속 같이 다녔던 거 같았어.

  첨에 스캔했을 때 지부가 온통 이레이져 천지라 이미 늦었나싶은 찰나

  정면진입을 시도한 에고능력자들이어서.. "



" ..수효가 한 2만쯤 되보인다고 그랬지?

  그걸 진짜로 뚫고들어가서 한명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뭔가 대단한 능력을 지닌 능력자들인 건 맞는 거 같아도..

  어째서 이레이져같은 걸 포로로 잡았을까.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할 상황이냐고 지금이.. "



에고지부에서 요청받은 사항은 오로지 구조였다.

텔레포터가 힘을 너무 써버려서 자력으로는 탈출할 수 없으니

원거리 광역대상 텔레포트의 경우 위즈덤이라면 가능하니까

조속한 구출을 부탁한다는...

요청한 에고능력자만 빼내오면 될 일이긴 했다.



" 여.. 여하튼!

  이미 데려온 건 어쩔수 없는거구 어차피 여긴 강력한 결계로

  보호되고 있어서 빠져나갈 수 있는 신호란 건 없어.

  바젤 전지역은 텔레파시든 텔레포테이션이든 나가는 것만 가능하고

  들어오는 건 불가능하니까 말야. "



" 그것도 이 타락의 정원을 제외한 장소에만 해당하는 거야.

  이 금단의 땅은 들어오는 건 자유여도 나가는 방법을 모르면

  평생을 헤메게 되는 곳이지. "



" 그럼 걱정없잖아.

  애초에 그렇게 걱정이 많은 애가 왜 여길 들어와서 소환하자는 소릴 한거지? "



루이체가 대화가 길어지는 것 같자 피곤한 표정으로 물었다.

원거리 소환마법은 상당한 정신력을 소모하는 마법이다.

마기나가 보조해도 그건 복잡한 구축식 계산에만 해당했다.



"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못본 채 할 수가 있니?

  왠지 요청한 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을 구한거 같지만..

  그리고 이레이져의 과학기술을 우습게 보면 안돼.

  강력한 물리공격으로 결계를 부서버리는 게 불가능한 것도 아냐.

  에휴 뭐 이미 벌어진 일이고.. 그래서 어디다 소환시킨건데? "



조금 흐트러진 검은 리본을 가다듬으며 루이체가 나직히 말했다.



" 음..

  타락의 정원 끝자락에 있는 온천이야. 알지?

  딱히 생각나는데가 거기밖에 없어서...

  옷은 좀 젖었을지도 모르지만 뭐 어때 살았으니 됐잖아. "
  
마기나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 어라.. 거긴 여자기숙사전용 온천과 막바로 이어져있는 곳이잖아.

  중간에 경고표지가 있지만 그거야 무시하면 그만이고.. "



루이체가 무심결에 지적했다.
  
" 마기나. 위즈덤 마법학교엔 여자기숙사밖에 없어요. "



" 사소한 건 넘어가고 그걸 누가 모르니.

  에.. 에고랑 아라야식 능력자들이라고 했지?

  브레이커가 같이 있었다면 남자 1명쯤은 있을 법도 한데. "



" 어차피 마법학원 학생들은 거의 다 전투대기상태 발령으로

  중앙광장에 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어떤 정신나간 애가 거기 있겠어. "



" 으음.. 타락의 정원에 포함되는 온천은 무슨 이유가 있어서

  금지됐다고 들었는데 뭐였더라.. "



마기나는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으나 갑자기 생각하려니 잘 되지 않았다.

미간에 검지손가락을 댄 채 고민하는 마기나를 보며 루이체가 말했다.



" 네 말대로 사소한 건 넘어가고 어서 가자.

  느닷없이 소환되서 좀 놀랐을 거야.

  전음 하나 보내는 게 다였으니까 말야. "



루이체가 손을 잡고 이끌자 마기나는 귀찮아져서 고민을 그만두었다.

가뜩이나 구축식 계산하느라고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별 것도 아닌 것에

신경쓸 필요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 금지이유만 떠올렸다면 그녀들 인생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타락의 정원은 이름뿐만인 곳이 아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