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설정.



여제 '이아리스' (이레이져)


20대 중반처럼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나이가 굉장히 많고 4대용족을 이끄는 여왕룡 이아리스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그녀의 소중한 알들이 은하여왕에게 볼모로 잡힌 까닭에 이를 되찾기 위해

힘든 결단을 계속해 나간다.






Aries Spring - Prologue - part Three.



이레이져 4대용족들의 지배자 여제 이아리스의 본궁에 있는 한 접견실에서는

삭막한 분위기에서 경과보고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홀로그램 스크린 몇 개가 펼쳐져 그 중 하나는 강화 플라스크에서 회복중인

드래곤 워리어 아우니의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스크린에서는 마치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힌 영상처럼 보이는

전투상황이 급박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수 분의 시간이 흐른 뒤 함선에 올라타는 모습을 끝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몇초동안 정신없는 영상이 스쳐지나가는 동안 다들 조금은 놀란 눈치에

웅성거렸지만 그것도 화면이 꺼짐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보고하던 이아리스의 신하가 긴장된 말투로 말했다.



" 이상으로 아우니의 전투당시 기억데이터의 재생이 끝났습니다. "



영사가 끝난 후에도 이아리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자신의 측근인 아우니가 트랜스포터로 아군기지로 돌아오던 중 장거리 포격을 받아

격추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도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한참 후 꺼낸 말 한마디에 신하들 전부가 숨을 죽일 정도였다.



" 아우니의 상태는 어떠한가? "



인공지능을 지닌 수리담당드론중 하나가 곧바로 대답했다.



" 다행히 용족의 급소인 트윈하트에 손상이 없었기 때문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몸체의 재생도 3일 내로 완료될 예정입니다.

  다만.. 정신 쪽에 한해서는 뇌손상이 워낙 심각해 저희가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전투 이전의 기억은 거의 복구불능입니다.

  이제 과거의 어떤 것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기억데이터의 마지막 재생에서 나타난 은하연방 침공당시의 회상은 강렬한 사념에 의해

  떠올려진 것이라 실제로는 은하연방이 무엇인지, 알의 정체가 무엇인지, 심지어

  이아리스님마저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에게 남아있는 것은 단지 단편적인 장면과 이름들 뿐. "



순간 이아리스가 잡고 있던 왕좌의 손잡이 부분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하들은 이아리스가 분노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깊은 두려움에 떨었다.



"  · · ·전투에서 멋지게 도망쳐 살아난 라유에게 통신을 연결하라. "



이아리스의 말은 그대로 힘의 명령이 되어 순식간에 대형 스크린 하나가 나타났다.

잠시 후 연결완료 메세지와 함께 아이나의 무표정한 얼굴이 떠올랐다.



" 무슨 일로 이 야심한 시각에 통신을 요청하셨습니까, 이아리스님. "



여느때와 별반 다름없는 메이드복 차림의 아이나가 모성의 정원인 듯한 곳에서 물었다.



" 난 라유에게 통신을 연결했는데. "



" 라유님은 지난번 전투에서 부상을 입으셔서 일찍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



" 정도는? "



" 보고 드린 바와 같이 대단한 정도는 아닙니다. 이미 치료를 마치고 회복중에 있습니다. "



" 글쎄.. 정말로 부상을 당했는지는 모를 일이지.

  너희들이 내 이름을 외치며 워프하기직전에 찍힌 우리 서쳐에는 아주 말짱해 보였는데 말이야. "



" 이아리스님은 ECM으로 가득한 전장에서의 서쳐 이미지를 100% 신용하십니까. "



" 용족의 서쳐는 원로원 따위의 허접한 기술력보다 몇단계는 상위에 있다. "



이아리스가 가소롭다는 듯이 차갑게 말했다.



" 저도 용족의 과학기술은 높이 평가하고 있으나 원로원이 수많은 이레이져 가문의

  연합체인 만큼 방심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봉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



" 우습군. 은하여왕에게 제대로 된 저항한번 못하고 저버린게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정말로 그 짧은 기간에 여왕에 대항할만한 뭔가를 만들었다면 그들과는

  격이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 용족 또한 이미 만들어 시도하고도 남았을 거다.

  내 알이 소중하기는 하지만 용족 전체의 운명을 걸 정도는 아니다. "



아이나는 석연치 않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 그 말은 자신의 가장 충실한 측근마저 사지에 내몰아놓고 하는 말치고는

  어폐가 있군요.

  클론은 둘째치고라도 라유사령관님의 부대를 제외한 삼안족은 모조리 몰살당한

  저희 입장에서도 의아할 정도입니다. "



" 무엇이 말인가.

  너희도 우리도 은하여왕의 지휘하에 있다.

  내가 좋아서 아우니를 죽음에 내몰았다고 생각하는가. "



아이나가 놀라서 작게 소리쳤다.



" 아우니가 죽었습니까?

  그는 제일 먼저 전장을 이탈하여 무사히 트랜스포터로 탈출했다고 들었습니다만.. "



" · · ·아직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우니의 자아는 죽었다고 보는 편이 옳겠지. "



" 그렇군요.. 트윈하트를 지닌 용족은 생명력이 굉장히 강하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기억까지 되돌릴 정도까지는 아니었군요.

  뭐 이런저런 사정은 그렇다치고 연락하신 이유가 있으실 텐데요.

  설마 이제와서 저희의 후퇴를 문제삼진 않으실 테고.. "



이아리스는 잠시 침묵하다 결심한 기색으로 선언하듯 말했다.



" 더 이상의 내전은 없다.

  이번 전투로 은하여왕은 우리 모두에게 실망한 것 같다.

  뭔가 재미있는 싸움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원로원에 자신의 친위대인

  천사족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천사족이 나선다면 더 이상 원로원에게 승기는 없겠지.

  아마도 내 생각에는 원로원도 설마 천사족이 직접 나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뭔가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거라고 본다.

  은하여왕은 여태까지 다른 세력을 점령할때만 천사족을 내보냈을 뿐 그외의 영토내 분쟁에는

  이미 한번 진 약한 상대에게 그럴 필요까지 있냐며 무관심에 가까운 대응을 보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인질을 잡거나 협박하는 방법을 써서 세력끼리 싸우도록 만들었던 거다.

  순전히 자신의 여흥을 위해서..

  더우기 이 숙청이 마무리되면 남아있는 이레이져들을 다시 한번 지구에 보낸다고 하더군.

  유독 지구에 한해서만 첫번째 전투에서 천사족을 내보내고 그후로는 자신이 점령한

  이레이져만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지.

  약한 놈들은 필요없으니 일찍 죽어버리라는 거다. "



지구에의 침공은 이아리스 자신이 주창한 것이나 그것은 어디까지 은하여왕의 지시였을 뿐이다.

두 번의 대전에서 이미 많은 용족을 잃은 이아리스가 그런 걸 원할리 없지 않은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아이나가 말을 받았다.



"  · · ·기나긴 연설, 잘 들었습니다.

  이제 다시 지구를 침공하는 이레이져가 된 이상 우리들의 지위도 같아지겠군요.

  여제 이아리스.

  저는 당신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족의 여왕에게 알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바도 아니기에 광기에 몸을 맡겨

  이레이져 모두가 죽어간 최근까지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우리처지만을 한탄할

  뿐이었지요.

  그리고 알려드릴 것이 하나 있는데 은하여왕에게 직접 메세지를 받은 것은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음이 아쉬우나

  저희들에겐 무척 소중한 것을 준다 약속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재침공에 앞서 여왕이 각 가문들에게 뭔가 조건을 걸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례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이번 지구 재침공에 성공하면 이아리스님에게

  무언가 돌려드린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



이에 이아리스가 동요하는 것이 분명한 눈동자로 아이나를 쏘아보았다.

아이나는 이내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 · ·이번 전투는 전보다 훨씬 치열해지겠군요.

  과거 지구에서 만났던 능력자들에 저도 앙금은 남아있어도 곧 같은 처지가

  될 것이기에 극단까지 밀어붙이지는 못했었습니다.

  곱게 점령당하지 않은 그들이 조금은 측은하게 느껴지는군요. "



통신은 곧이어 별다른 내용없이 끝이 났다.

이들의 대화를 빠짐없이 들은 신하들도 곧 시작될 대규모 전쟁에 전과는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알만 돌려받는다면, 더 이상 은하여왕에 짓눌려 살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 여왕은 알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는 듯 하다.

그녀가 약속을 지킬지 어떨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여제 이아리스가 직접 낳은

그 알들에서 깨어날 용족의 전사들은 왕족인 만큼 하나하나가 이아리스에

버금갈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은하여왕에 항복할 당시 급하게 낳았다고는 해도 그 알이 제때 부화만 했더라도

절대 쉽게 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존심 높은 용족을 자신의 말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알을 인질로 삼은 여왕의 선택은

그만큼 용족에게는 뼈아프도록 침통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프롤로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