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부를 다시 읽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원숭이별의 멍청이들

이테제 기자는 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지나가던 편집장이 그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었을 것인가. 테제는 자신의 프로 정신이 신의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흐흐흐.”

이테제는 울트라상을 받을 욕심에 눈에 불을 켜고 편집장을 바라 보았다.

“자네.”

“예!”

“해고이네.”

“예?”

“자네가 내 조카만 아니었어도, 파충류 호텔에 그냥 두었을 것이네.”

“예?”

“자네 때문에 우리 신문이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 된 것을 아는가?”

“예?”

“한번만 더 그 예소리를 하면 자넬 버리고 가겠네.”

“예?”

편집장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사라졌다. 황당하게 편집장과 이별한 기자는 자리에 앉아 술만 마셔대었다.

“그래, 나는 바보가 아니지. 저 나쁜 편집장이라는 녀석은 나의 특종이 배가 아파서 그러는 것이야! 혼자 울트라퓰리처상을 타 보아라. 이 개떡 같은 편집장아!”

이테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우주 보드카를 들이켰다.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나저나 어쩌한다. 돈이 한 푼도 없는데 술을 17병이나 마셨으니.’

이테제는 한숨을 쉬면서 자리에서 앉아 있었다.

‘이대로 기절하면 그냥 보내 주겠지. 하하. 나는 머리가 좋군.’

이테제는 미소를 지으면서 술을 더욱 시키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로 푸른 색의 괴한이 다가왔다.

“안녕하신가.”

푸른 색의 괴한은 그를 바라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이테제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이정도라면 이므사여느와 구분이 가지 않겠군.”

“뭐요?”

이테제는 흥얼대면서 말했다.

“자네를 여장시켜서 준수왕의 소굴로 보낼 생각이네. 불쌍한 나의 이므사여느는 데려오고. 어때? 이 정도라면 괜찮은 계획이 아닌가?”

“이므사여느? 그 미친 여자? TV에서 교수형에 처한다고 난리도 아니던데?”

“그놈의 교장이라는 작자 떄문에 불쌍한 이므사여느만 희생당하게 생겼다네. 그러니까 자네가 대신 죽으라는 것이지.”

“무슨 미친…….”

푸른색의 사나이는 그에게 레이저를 들이대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더 바라는 것도 아니야. 일단 나를 따라오도록 해.”

이테제는 술이 확 꺠는 것을 느꼈다. 식은 땀의 그의 등 뒤에서 흐르는 것을 느낀 이테제는 자기 앞의 푸른색 오더라스인을 걷어차면 어떻게 될 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가격 한 번으로 오더라스 인이 기절 할리는 없었다. 오더라스인의 비행선으로 숨어든 그들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나 보고 대신 죽으라는 말이에요?”

“그래.”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가 허약해 보인다고 생각한 이테제는 여장을 하는 데에는 자기 앞의 남자가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의문을 표했다.

“이렇게 마초적인 내가 무슨 여장을 한단 말 인가요?”

“후훗. 모르는군. 준수왕의 취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네. 그의 애첩의 이름이 아마 경영운이라 했던가?”

이테제는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큰 문제였다.

“도대체 이므사여느는 왜 구하려는 겁니까?”

“우리 별에는 거대한 정신병원이 있네. 그래 정신병원 말이야. 이므사여느는 그곳에서 간호원 열두명을 죽이고 도망쳤다네. “

“멀쩡해 보이던데요?”

“글쎼. 내 팔을 보게나.”

이테제는 경악을 여전히 감출 수 없었다. 오더라스인의 팔이 네개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오더라스인의 팔은 얼핏 보면 두개가 짝을 지어 하나인 것 처럼 되었지만 그 팔들을 분리시켜 네개로 만들 수 있었다. 변신파워하강법칙에 의해서 오더라스인은 팔힘이 약했다.

“무시무시하군요. 또 가늘군요.”

“그래. 그게 이므사여느의 무서움이지. 그녀는 변신을 못하거든. 그러니 얼마나 팔 힘이 세겠나.”

“음. 그럼 당신은 비밀경찰쯤 되곘군요.”

“아주 정확하게 틀렸다네. 나는 과학자이네.”

“과학자요?”

“그래. 이므사여느는 내 실험상자에서 도망친 실험 대상이라네.”

이테제는 자기 앞에 서 있는 녀석이 미친 과학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게 말로 해결을 보겠다는 것은 최교장을 말로 해결 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미친 일이었다.

“음. 그럼 저는 그, 준수왕의 왕궁으로 가서 이므사여느와 바꿔치기를 당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네. 음.”

오더라스 과학자는 강력한 폭음이 울려 퍼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얼굴 근처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테제의 하이킥이 오더라스인의 귓가로 쇄도해 갔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테제는 엉엉 울며 발을 감싸 쥐었다.

“자네는 참 한심하군. 나는 방어막을 지니고 있네. 자네 따위의 저질 하이킥이 먹히겠는가. 하하하하하! 장애우가 된 것을 축하하네.”

이테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강력한 방어막을 가지고 있는 오더라스 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준수왕의 왕궁에서 도망을 치는 것이 좋겠군.’

이테제는 일단은 오더라스인의 말을 순순히 듣는 것이 났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망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더 위험할수도 있다. 준수왕의 변태 행각을 고려해 볼 때.’

이테제는 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도망을 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테제의 느린 두뇌로 얼마 생각을 하지도 못한 사이에 오더라스인의 UFO는 준수왕의 궁궐에 도달하였다.

“자 내려라. 너의 순교로 은하계의 과학력은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테제는 대꾸도 하지 않고 우주선에서 내려 준수왕의 지하 감옥으로 잠입했다. 오더라스 인의 레이져가 불을 뿜을 때마다 준수왕의 경비병들이 쓰러져갔다. 그리고 결국 비상벨이 울리고 말았다. 오더라스인과 이테제가 긴장하는 순간, 준수의 정예 가디언들이 로봇들과 함께 나타났다.

“네 녀석들은 누구냐!”

“후훗.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지. 변신!”

오더라스인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돌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티타늄 갑옷이 그의 몸에 씌워지기 시작했다. 이테제는 사살되라는 듯한 표정을 짓던 오더라스인은 번개와 같은 속력으로 준수의 가디언들에게 달려들었다. 가디언들은 당황했다. 너무나도 해괴한 갑옷을 입은 오더라스인을 그냥 미치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강력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어느 새 수많은 로봇들이 피살 되어 버렸다.

“이런……. 이를 어쩐다?”

“흑흑 살려주세요.”

준수의 가디언들은 굴욕적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나 잔혹한 오더라스인은 그칠 새 없이 손에서 불을 뿜어 대었다. 지하 감옥의 중심부까지 빠른 속력으로 달려들던 오더라스인은 순간 이테제를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짜증이 밀려 온 오더라스인은 어쩔 수 없이 지상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리고 그의 눈 앞에는 영운을 제압했던 무적의 마법사들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뭐야, 이 늙은 도마뱀들은?”

모욕적인 말을 일삼던 오더라스인은 강력한 기공의 그의 주위에 밀려 온다는 것을 느꼈다.

“끌끌끌. 오더라스인의 과학력이 과연 우리의 신비주의를 이길 수 있을까?”

파충류 마법사들이 일제히 오더라스를 비웃었다. 몸이 기괴하게 뒤틀린 채 쓰러져 있는 이테제를 본 오더라스인은 파충류들의 마법이 놀라운 수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군. 후퇴다!”

오더라스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우주선으로 향해 갔다. 그러나 그의 기계몸도 H-Y의 마법사들의 순간이동을 누를 수는 없었다. 어느 새 그의 몸은 파충류들에 의해서 포위가 되었다.

“흐흐흐. 반반하게 생겼군. 대왕님이 좋아하시겠어.”

파충류들이 음흉하게 웃으며 오더라스인을 쳐다보았다. 오더라스의 미친 과학자는 그제야 자신의 실험 대상들이 느꼈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강력한 갑옷이 벗겨지기 시작하자 오더라스인은 상황의 심각함을 느꼇다. 만약 자신이 이므사여느와 같은 별에서 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므사여느와 교배를 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에게는 프라이드가 있었다. 차라리 외계인과 결혼을 하는 것이 날 수도 있었다. 오더라스 최고의 추녀인 이므사여느는 싫었다.

‘아아아, 아니다.’

그 외계인이라면 악명높은 준수왕이었다. 도저히 감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았다. 그의 자존심이 허락할 수 있는 범위의 시련이 아니었다. 오더라스인은 혀를 깨물고는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 푸른 기운이 주위를 요동쳤다. 무방비 상태의 마법사들은 그 기운을 맞고는 회복 불능의 중상을 입게 되었다.

“마마, 어쨰서?”

파충류들이 절규했다. 그들의 앞에는 준수의 애첩, 경영운 제2왕비가 서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

영운은 복수를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탄지신통으로 마법사들의 눈알을 쏘아대며 즐거워하던 영운은 나는 듯이 이테제와 오더라스인을 들고는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하하하! 하하하!”

영운은 우주선을 조종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오더라스인의 다리를 분질러 놓고는 조종간 앞에 앉혀 놓았다.

“어서 출발해라!”

미치광이 과학자는 자기보다 더 미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울면서 H-Y의 대기권을 벗어났다. 그들은 곧 H-Y의 중력장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영운은 H-Y 정윤을 계산에서 놓치고 말았다. 지상의 관제탑에서 침착하게 교란 장치를 발사한 정윤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젠 안녕. 영원히.’

정윤은 헤헤거리면서 수상 관저로 갔다. 그곳에서 상큼한 벌레 주스를 마시면서 영운과 떨거지들이 죽는 것을 상상하기로 했다.

워프를 통해서 우주 공간을 단숨해 파헤친 영운과 오더라스인, 그리고 이테제 기자는 그들의 앞에 엄청난 중력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안 있어 중성자별에 떨어질 위기였다.

“이자식아! 어서 탈출하란 말이다!”

“저. 죄송하지만 너무 중력이 강해요. 이런 중력이라면 우리는 모두……. 흐흐. 다른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거지요.”

“뭐야!”

“아무튼 이제는 그냥 죽는 것이 편하게 죽는 것 일지도 몰라요. 차라리 블랙홀에 잡히면 안드로메다쯤으로 이동할 수도 있는데……. 저 정도의 별이라면 그냥 믹스가 되는 거지요.”

오더라스인은 웃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영운의 주먹에 영원히 납작해지고 말았다.

“그냥 워프해, 아무렇게나!”

“그랬다가 적색거성 같은 것 안으로 들어갈 확률이 83%입니다.”

오더라스인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방법이 있지요. 저기 저 비상 탈출선.”

“그걸 이제야 말하냐!”

“비상 탈출선에는 단점이 있지요. 이 우주선 안에서 누군가가 희생을 하여 인도해줘야 한다는 것.”

“너가 하면 되겠네.”

영운은 거침없이 말했다.

“저도 그러고는 싶지만 저기 저 이테제라는 놈도 기자이니 과학에 대해서는 조금 알지 않겠나요.”

오더라스인은 벌벌 떨면서 이야기했다.

“기자가 뭘 아냐! 닥치고 그냥 나를 탈출이나 시켜 줘라. 내가 너의 삶을 대충 10분은 연장시켜 준 것 같은데?”

오더라스인은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공연한 심술에 희생을 이야기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판국에는 죽는 것은 자기일 뿐이었다.

‘그래! 노예행성으로 가자.’

오더라스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노예행성, 고르드하교우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자신의 사촌 형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포격을 가한다면 저기 앞에 있는 지렁이같이 생긴 지구인과 턱주가리 외계인을 생포하여 노예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는 기분이 들게 해 주마.’

노예가 되어 준수와 같은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하렴. 이렇게 생각한 오더라스인은 행복하게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뜬 그는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다. 초기값을 잘못 계산하여 노예행성에서 22파섹이나 떨어진 곳으로 떨어지게 생긴 것이었다. 남은 시간은 12초. 자신이 희생하면 노예행성으로 갈 수 있었지만 오더라스인은 주저없이 탈출선으로 달려 들었다. 그리고 탈출선의 문은 닫혀 있었다.

“이거 열어요!”

오더라스인은 기겁했다. 탈출선의 문을 걸어 잠근 영운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를 놀리려는 것 이었다. 남은 시간은 5초, 오더라스인은 주변이 깜깜해졌다.

“하하하! 장난이다.”

영운이 웃으며 문을 열고 오더라스인을 끌고 안으로 옮기고 문을 닫는 데에는 단지 3초만이 필요했다. 그런 번개와 같은 속도는 영운의 장기였다. 문제는 과학자인 오더라스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의 연약한 팔에 중력가속도의 열배가 넘는 힘이 가해지자, 오더라스인은 실신하고 말았다. 우주 공간을 워프하면서 영운은 오더라스인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야, 일어나. 아무튼 살았다.”

영운의 말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쓰러져 있던 오더라스인은 영운의 강력한 사커-킥을 맞아야 했다. 그리고 오더라스 인은 완전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기절했구나. 아무튼 그 교장이라는 영감탱이가 은하계 저 편으로 사라졌으니, 지구 챔피언은 나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자유다!”

영운은 탈출했다는 해방감에 자신의 탈출선이 정체 불명의 성계의 4번째 행성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주변이 빨갛게 변하자 놀란 영운은 이테제를 깨웠다. 전신이 뒤틀어진 이테제는 발성도 힘겨워 보였다. 측은지심이 들은 영운은 이테제를 반대로 뒤틀어 주었다. 이테제는 놀라운 비명을 질러대다가 곧 정신을 차렸다.

“이봐, 턱쭈가리. 제법 근성이 있군.”

영운의 마음은 어두워져 있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말하고 있었다.

“네네. 흑흑.”

이테제는 교장을 강간하고 스스로 준수왕에게 갔다고 전해진(이테제가 보낸 기사에 의해서) 잔혹한 영운이 자신을 구했다는 사실이 아직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리둥절하게 앉아 있었는데.

“퍽.”

“으윽.”

“무엇을 꾸물대지? 어서 착륙시켜라!”

“예?”

이테제는 이제야 영운이 자신을 구해줬다고 믿겨졌다. 그런데 탈출선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온도가 올라가면 옷을 벗어야 하고, 그러면……. 기겁한 이테제는 성실하게 우주선을 조종했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해, 탈출선은 거대한 해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주선이 바다로 빠진다는 것을 깨달은 영운은 이테제를 걷어차고는 조종 레버를 끌어당겼다.

“뭐하시는 겁니까!”

“이 미친놈아, 바다로 빠지면 어떻하자는 것이냐!”

“그럼 땅으로 갑니까?”

그제야 자신의 멍청한 실수를 깨달은 영운은 조종간을 거꾸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영운의 근육질 팔에 의해서 조종간은 부러져 버리고 말았다.

“으악!”

영운과 이테제는 경악 할 수 밖에 없었다. 조종간이 없는 탈출선은 수직으로 추락하며 달아 올랐다. 이테제는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무서운 상상이 들 뿐이었고, 영운은 롤러코스터도 못 타본 자신이 이런 속도를 버틴다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해안가로 충돌해가는 탈출선 안에서는 이테제는 삶의 희망을 포기했다. 해안의 절벽으로 간다면 얼마나 아플까. 테제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충돌한다. 으으으앙.”

영운과 테제는 삶을 포기한듯 절규했다. 그리고 지면에 우주선이 떨어지는 순간, 영운은 희미하게 준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영운은 엉성한 생각을 해 대면서 지면으로 떨어져 갔다. 그리고 그 순간, 격렬한 폭음이 들리면서 탈출선은 진흙 탕 위로 떨어졌다.

“아니, 해변에 무슨 이런 곳이…….”

“그러게 말이에요.”

아무튼 살았다고 생각한 영운은 오더라스인과 이테제를 집어 들고는 단단한 땅 위로 올라갔다.

“하하하! 나는 자유이다!”

“저……. 분위기를 꺠서 죄송하지만, 챔피언님.”

“영운님이라고 불러라.”

“예, 영운님.저…….”

영운은 이테제의 말을 끊고는 말했다.

“니 이름은 뭐냐.”

이테제는 긴장했다. 아무래도 영운의 치부를 은하계에 알린 장본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죽음만이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영운에게 당할 수도 있었다.

“제 이름은 이헤스라고 합니다.”

이테제는 자신의 쌍둥이동생의 이름을 말했다. 위기를 극복했다고 생각한 이테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럼 이 멍청한 놈의 이름은 뭐냐?”

“글쎄요. 다짜고차 준수왕의 궁궐로 가서, 이름도 못 물어봤거든요.”

“아무래도 상태가 갔군. 묻어줘야 할 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아까 너 무슨 말을 하려고 했냐?”

“저, 이별에는 문명의 흔적이 없었습니다.”

“뭐?”

“아무래도 무인성인 것 같아요. 흑흑.”

영운은 앞이 깜깜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여기서 구조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야?”

“구조도 힘들거에요. 탈출선 좀 보세요.”

발신기가 들어있는 탈출선은 진흙탕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가 버렸다. 영운은 할 말을 잃고 울부짖었다. 천둥소리가 울리면서 영운의 분노가 주변부로 날아갔다. 그 별의 토착 생물들은 우주에서 날아온 괴물에 의해서 보금자리가 부서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루종일 울어대던 영운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테제에게 말했다.

“야, 그럼 여기서 평생 살아야 하는 거냐? 나 배고픈데.”

“저도 맨날 책상에 앉아 기사만 쓰던 몸이라, 서바이벌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데요.”

“이놈은 과학자니까 좀 알지 않겠냐?”

“그래봤자 며칠 못 넘기겠어요. 그냥 죽게 놔 두죠.”

오더라스인에게 고통을 겪었던 이테제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런 소리를 듣던 영운의 눈이 순간 탐욕으로 가득찼다.

“그래. 이 녀석을 먹으면 되겠군.”

반쯤 이성을 잃은 영운이 하는 말을 들은 이테제는 아무래도 사냥이라도 하는 것이 났겠다고 생각했다. 영운을 말리면서 이테제는 말했다.

“영운님이 강력한 기공포로 짐승들을 잡아오면 제가 요리할께요.”

영운은 아무래도 사람을 먹는 것이 걸렸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산으로 달려갔다. 영운은 산에서 많은 토착 생물들을 보았다. 모든 생물들이 요리로 보였다. 아무튼 좀 몸집이 있어 보이는 고릴라 비슷한 생물에게로 영운은 달려 들었다. 고릴라 암컷들과 신나게 놀고 있던 왕고릴라는 난데없는 영운의 등장에 혼비백산 하였으나 암컷들이 옆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히얍!”

고릴라는 반격의 자세를 취했다. 명색이 고릴라 난봉계의 황태자인 그가 난데없이 달려든 저 미끈미끈하게 생긴 털 없는 고릴라를 상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릴라는 힘을 모으고는 영운에게 펀치를 날렸다. 그런 펀치를 피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영운이었다. 영운은 방긋 웃으며 몸을 돌리더니 다시 고릴라에게 달려 들었다. 고릴라를 열 세대 때려준 영운은 이윽고 갈고리를 준비하였다. 고릴라는 상대의 움직임이 느려졌다는 생각에 자신도 공격 좀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영운의 후두부로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영운은 질풍과 같은 속도로 몸을 돌리더니 고릴라를 부둥켜 안았다.

“광속 클린치 후킹!”

영운의 기합과 함께 갈고리가 고릴라의 국부로 날아갔다. 번개와 같은 그의 손놀림에 외계 행성의 공기가 요동을 치는 듯 했다. 그리고 그의 손 에는 고릴라의 중요한 부위가 들려 있었다. 하렘을 구성하는 대왕 고릴라의 죽음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하하하! 맛있겠군.”

영운은 고릴라를 들쳐 업고는 웃으면서 해변가로 걸어갔다. 분노한 고릴라의 신부들은 어서 동족들에게 수장의 죽음을 알리고 저 털 없는 고릴라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멀리서 산더미만한 고릴라들 번쩍 들고 오는 영운의 모습을 보고는 이테제는 경악했다. 그의 엄청난 힘을 갖고 싶어졌다.

“이야! 영운님, 대단한 파워이십니다! 저도 배우고 싶어요.”

“닥치고 요리나 해라.”

영운의 무시무시한 어조에 기가 죽은 이테제는 고릴라를 분해하려 했다. 그러나 고릴라는 너무 컸고, 또 너무 사람과 비슷했다.

“영운님, 너무 사람 같지 않나요. 좀 찝찝한게…….”

방금 전까지 오더라스인을 잡아먹으려던 영운을 기억하지 못한 이테제의 건망증 때문에 이테제는 멀리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겨우 돌아와 어렵게 고릴라를 해부한 이테제는 요리 할 줄도 모르면서 장작을 모으고 있었다.

“고릴라 바비큐라. 음 맛 있겠군.”

영운은 웃었다. 그러나 불씨가 없지 않은가.

“불은 어떻게 하죠?”

이테제의 질문에 답할 사이도 없이 영운은 손에 진기를 모아 장작에 불을 지폈다. 영운의 광대한 힘에 이테제는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튼 고릴라를 잘게 조각낸 테제는 꼬챙이에 고릴라를 끼워서 꼬치구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양념은 어떻게 하지요?”

“바닷물이 있잖아.”

이테제는 한숨을 쉬고는 고릴라 조각을 바닷물에 담그었다. 어느정도 간이 배었겠다고 생각한 테제는 그 상태에서 고릴라 조각을 불에 가져다 대었다. 노릇노릇하게 고기가 구워지자 영운은 잠시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그래, 너는 어쩌다 저 멍청한 놈 한테 잡혔냐?”

이테제는 사실대로 편집장에게 쫒겨났다고 말했다. 그러자 영운은 마치 기다리기도 한 양 왜냐고 물었다.

“제가 특종을 잡았는데, 편집장이란 놈이 절 시기했어요.”

“무슨 특종?”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테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말했다.

“그냥 사회의 상류층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었어요.”

자신이 사회 상류층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영운은 그 말을 듣고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가 지구 제 2의 파이터라고 할 지라도, FEG와 사기 계약을 하는 바람에 돈은 별로 못 벌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렇군. 나는 말이야, 내가 신문에 나오는 게 싫어. 만약 나를 조롱하는 기사가 신문에 나온다면, 그 기자라는 놈은 아마 이 고릴라처럼 되겠지.”

이테제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고기를 뜯으면서도 바닷물이 양념인지 자신의 땀이 양념인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느끼던 이테제는 고향 생각이 나 눈물도 났다. 아무튼 고기는 양념이 잘 되었다. 이테제가 고향의 따스한 봄을 생각하는 순간, 영운이 말을 했다.

“저 자식 왜 저러냐?”

영운은 오더라스인에게 다가갔다. 오더라스인은 마구 발작을 하고 있었다. 발작의 정도가 점점 심해짐에 따라서 영운의 표정도 일그러지고 있었다.

“이 녀석 아무래도 간질 같은 병이 있나 본데요.”

“기절한 놈이 무슨 발작이냐!”

오더라스인은 기절할 듯이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체내의 나노 머신이 그를 치료하고 있었지만, 자원이 없었다.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서 질소를 마구 흡수하던 나노 머신이 폭주하는 바람에 오더라스 인은 미치광이가 될 판이었다. 영운과 테제는 아는 바가 없어서 오더라스인이 발광하는 모습을 지켜 보기만 했다.

“야, 물에라도 빠뜨리는 것이 어떨까?”

이테제는 한심하다는 듯이 영운을 쳐다보았지만 영운은 어느 새 오더라스 인을 번쩍 들어 바다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

오더라스인은 공중에서 날아가며 파도와 맞섰다. 영운의 치료가 효과를 보았는지, 나노 머신의 폭주는 그치고, 오더라스 인은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영운은 아무래도 자신이 의대를 갔어야 했다고 생각하며 오더라스 인을 보았다.

“흐흐흐흐.”

오더라스 인은 세상을 다 얻은 듯이 미칠듯이 웃었다.

“이게 미쳤나보다.”

오더라스인의 싸다귀를 때린 영운은 오더라스 인이 다시 기절하자 도로 바닷가로 가서 그를 빠뜨렸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오더라스인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영운에게 조아렸다. 아마도 생존 본능에 나노 머신이 그의 대뇌로 찾아든 결과였다.

“그래, 나는 신의이거든.”

영운이 교만하게 웃었다. 문득 영운은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사람과 비슷해 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현실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야, 아무튼 내 신묘한 계책으로 네가 살아났으니, 이제 이 별에서 탈출할 방법을 구해라.”

“그 전에 물 좀……..”

영운은 바닷물을 퍼 와서 오더라스 인에게 먹였다. 먹어도 먹어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영운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유치원 때 선생님께서 바닷물을 마시면 더욱 목이 말라진다고 한 것을. 선생님의 말 좀 잘 들을걸. 영운은 후회하면서 오더라스인도 좀 당해보라고 생각하면서 씰룩 웃었다.

“맛있는 물이군요.”

오더라스인은 나노 머신으로 물을 정화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영운에게 말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씰룩 웃으면서 바닷물은 맛있다고 말했다.

“그래, 탈출할 방법은 있는거냐?”

“그 전에 지금 무슨 상황인지를 알아야죠.”

영운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기지가 자신도 구하고 오더라스인도 구하고, 터크주카리인도 구했다는 생각에 하하하 웃고만 있었다. 나머지는 이테제가 설명했다.

“저는 천재 과학자였습니다.”

“?”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죽다니요. 억울해 죽겠군요.”

“그래서,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냐?”

과학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렇다고 했다. 아무래도 미치광이 과학자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 눈매였다. 잠시 과학자가 예쁘다고 생각한 영운은 경악했다. 준수의 마기가 아무래도 자신의 순수함에 영향을 끼친 듯 했다. 영운은 눈을 감고 말했다.

“그래, 니 이름이 뭐냐?”

“수아라고 합니다.”

영운은 여자 이름같다고 생각하면서 웃으며 말했다.

“꼭 여자 이름같군. 어머니가 정신이 별로 안 계신 모양이야.”

오더라스인은 모욕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자기 이름이 뭐가 어때서. 어울리기만 하는 이름인데. 아무튼 오더라스인은 영운을 쳐다 보았다.

“그래. 내 이름은 영운이시다. 나를 영운님이라고 부르도록 해라.”

영운은 오더라스인의 턱을 잡고는 말했다.

“하하. 그래그래그래. 하하하.”

영운은 의미없는 소리를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의 뒤에서는 이테제가 목을 움켜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영운은 무공을 닦아 바닷물을 마셔도 어느정도 살 수는 있었고, 또 고릴라 사냥을 갔을 때 산으로 올라가 옹달샘에서 물을 마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테제는 멍청하게도 바닷물만 마셔대다가 탈수 증상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야, 과학자.”

“예,예…….”

“그럼 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다는 말이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요?”

“탈출할 방법은 조금도 없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요.”

영운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여기에 온 이유는 다 저 앞에 있는 과학자의 계산 착오 떄문이었다. 아무래도 저 녀석을 좀 패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영운은 주먹을 쥐고는 기를 모았다.

대왕 고릴라의 첩들은 고릴라 사회에 가서 강적이 출현했음을 알렸다. 고릴라 장로들은 아무래도 악마의 무리가 하늘에서 날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릴라의 전 병력 120명 대군을 이끌고 해변으로 당당하게 진군하던 고릴라의 대장은 악마들이 내분이 일어나서 자기들끼리 치고 박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저 악마는 대장인데 옆에 있는 악마들이 한심해서 때린다고 생각했다.

“장로님, 어떻게 합니까?”

“이이제이라고 들어 보았나?”

고릴라들이 그런 말을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난데없이 행복하게 수아를 패고 있는 영운에게로 달려 들었다.

“저건 또 뭐야!”

영운은 기겁했다. 엄청난 수의 고릴라들이 해변으로 돌을 들고 밀려오고 있었다. 영운은 아무래도 저 고깃덩어리들이 먹히려 왔나보다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고릴라 중 하나가 말을 걸었다.

“악마여, 너의 정체는 무엇이며, 우리의 신앙을 참람되게 훼손하는 것은 어쩌한 것이냐?”

영운은 자기도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통역기가 고장 났다고 생각했다. 이테제는 자신이 먹은 것이 지능이 뛰어난 외계 종족이라는 것을 알고 기겁했다. 아무래도 식인종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한 이테제는 욕지기가 마구 밀려왔다.

“우리의 대 제사장은?”

영운은 그들이 하는 말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바비큐 더미를 가리켰다. 대체로 훈제가 되어 있었다. 고릴라들이 분노에 차서 그들을 노려보자 영운은 한숨을 쉬고는 도망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릴라들은 영운의 무리를 둘러 싸고는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얍!이야!”

영운은 번개와 같은 손으로 방어를 하고 나섰다. 또한 오더라스인인 수아도 방어막으로 손 쉽게 돌덩이를 저지했다. 얻어 맞는 것은 단지 이테제였다. 테제는 마구 부어 오르면서 엉엉거렸다.

“영운님, 어디 도망이라도 가면 안 될까요?”

“바다, 바다로!”

영운의 무리는 바다를 향해 갔다. 헤엄을 치면 고릴라는 따라 잡을 수 없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던 영운은 해안가로 밀려온 해파리들을 만나 기절하였다.

영운이 정신을 차린 것은 만 하루가 지난 뒤였다. 영운은 자신이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술한 밧줄에 묶여 장작 위에 있는 것을 깨달은 영운은 기겁했다.

“이 자식들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영운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고릴라의 장로는 화형을 집행하라고 명령했다. 영운은 수아와 이테제가 옆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는 그들을 집어 점프했다. 고릴라들의 엉성한 줄들은 단숨에 끊어지고 말았다.

“으악!”

고릴라 전사들이 잠시 뒤로 물러났다. 불의 악마가 무시무시하게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난 죽기 싫어. 흑흑.”

고릴라들이 울부짖었다. 그들의 생각을 읽은 양 영운은 험악한 미소를 짓더니 수아와 이테제를 들고는 숲으로 숨어 들었다.

“꺄하하하! 멍청한 원숭이들!”

영운은 있는 힘껏 웃으며 깊은 숲속으로 숨어 들었다. 고릴라들은 그런 영운을 보면서 경악에 차 말을 하였다.

“숲으로 갑니다.”

“아무래도 같은 악마를 만나러 가는 모양이군. 큰일이야. 이세계의 종말이 오고 있다. 아 온 슈라 소와카 나우마크 삼만다 보다난……..”

“온 슈라 소와카 나우마크 삼만다 보다난.”

고릴라들은 종말론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들 중의 장로가 앞으로 나와 연설을 하였다. 모든 고릴라들이 두 손을 들고는 손을 하늘 쪽으로 향하여 외쳤다. 장로는 웅변조로 말을 하였다.

“아무래도 곧 휴거가 올 것이다. 신실한 자는 구원을 얻을 것이요, 불손한 자는 영원한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질 지어니. 온 슈라 소와카, 보다난.”

“아아아! 아아아!”

고릴라들은 미칠듯이 기도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한편 숲으로 숨어 든 영운은 한숨을 쉬면서 과일을 따 먹었다. 벌써 이 별에 온지 3일이나 되었는데 한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영운은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 과학자를 보았다.

“아무래도, 산 위로 올라가는 것이 좋겠어요.”

“왜?”

“산에 올라가면 이 지역을 대충은 알 수 있겠죠.”

영운은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산을 비호와 같은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테제와 수아는 아무래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마치 영운이 자신들을 들고 가기를 바라는 양, 그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영운을 쳐다 보았다. 영운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들고는 산 위로 올라갔다.

산의 정상에서는 이 지역이 그런대로 보였다. 아무래도 추락하는 와중에 놓친 지역이 있었는데, 꽤 큰 부락이 있는 듯 했다. 영운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고릴라들의 집단 아닐까요?”

수아는 우려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수아의 꿀밤을 때리면서 이테제가 말했다.

“저 따위 고릴라가 무슨.”

이테제는 작은 복수를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한 대 더 때려주었으나, 이미 분노한 수아가 방어막을 켠 뒤였다. 손가락 하나를 잃어버린 테제가 울부짖는 것을 뒤로 한 채, 영운과 수아는 그 부락을 향해서 걸어갔다.

정글은 위험한 길이었다. 수많은 독사와 전갈들이 영운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영운은 잠시 고민하다가 날아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비행 능력이 있는 것을 잊고 있던 영운은 잠시 자신이 한심해졌다. 창공으로 솟아오른 영운과 그의 똘마니들의 모습을 지상에서 지켜보던 고릴라들은 혼비백산해 흩어졌다. 종교고 뭐고 그들의 정신을 보호 해 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어떤 고릴라라고 해도 땅 속으로 숨어들지 않는 고릴라는 없었다. 영운은 자신의 무궁무진한 힘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그 부락을 향해 날아갔다.

“영운님. 날 수 있으면서 왜?”

영운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까먹었거든. 근데 말이야. 이대로 대기권을 돌파 하는 것이 어떨까?”

진짜로 그렇게 마음을 먹은 양 영운은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오더라스인은 그를 말려야 했다.

“공기, 공기가 없잖아요!”

“아, 그렇군.”

영운은 팔장에 낀 오더라스인을 쳐다보면서 다시 하강하였다. 땅으로 내려오며 멀리 있는 부락에 도달한 영운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만이 그들의 앞에 있었다.

“이런, 이건 좀 똑똑한 놈들이 만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여기 살던 고대 종족 같은 종류 아닐까요?”

이테제가 말하였다.

“그런데, 저것 좀 보세요. 무슨 로봇 같은데.”

영운은 그 말을 듣고는 그 쪽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로봇이 그들 앞에서 있었다. 비록 에너지가 다 달아 있었지만, 그 위용은 마치 아디가로를 서른 배 정도 확대해 놓은 듯 했다.

“저 녀석이 에너지가 있었다면……. 끔찍하군.”

인간을 초월한 수준인 영운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이테제와 수아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자리를 뜨는 것이 좋겠다고 둘은 생각했다. 그래서 영운에게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이미 영운은 지하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하로 들어가면, 안 되요!”

그들의 말을 마치 일부러 무시하는 양 영운은 히죽히죽 웃으며 지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