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럼....."

그 남자....라기 보다는 거의 소년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생긴정도는....한상수가 아니라 이 소년이 엘리트 인생을 밟는다고 해야 더 신뢰가 갈 정도로 잘생겼었다.
아마 길거리 캐스팅을 받을 정도였다.
이미지만으로 프로파일링을 하라면 학교의 쾌활하고 미소년인 모범생 정도랄까....

하지만,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는걸 알수 있었다.
지하인 데다가 주변에 전등밖에 없어서 어두운게 아니라,일종의 오오라라고 해야할까....보통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이 감돌았다.

그 방에는 검은 옷의 사람들이 그를 포함해 너댓 명 정도 있었다.
일종의 도박장소 같이 어두운 분위기였지만,담배냄새는 나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천장,벽,바닥 모두 철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뚜벅뚜벅.....'

소년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검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만약 그 남자가 '소년'이라는 어린 외모를 보이지 않았다면,흡사 조직폭력배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상황으로 보아 그가 제일 위처럼 보였지만,역시 믿기지 않았다.

무서운 오오라를 풍기던 소년의 기가 갑자기 사라지며

"밥이나 먹으로 가죠~!"

하며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음날 아침.

"어이,너.이름은?"

"에....그러니까.....뭐라 말해야 하나...."

.........딱히 정상적인 반응은 아니다.....

"이름......은...딱히 말해야 하나요?"

"장난치냐."

"그럼....아!맞다....아,그건 아니지...."

하며 시간을 끄는 건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일단 '51번'이라고 불렸구요.별명은....."

하며 약간 얼굴을 붉혔다.

"'여...신'이에요....."

예쁘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푸하하하!뭐?ㅋㅋㅋㅋㅋ"

소녀는 얼굴이 더욱 붉으락푸르락해진다.

"웃지 마라...."

"넵!"

처음으로 반말이 나왔고 역시 처음으로 존댓말이 나왔다.순식간이었다.
상수는 왠지 건드리면 얻어터질것 같은 눈에 기가 죽었다.

.....
'????잠깐만...이름 물었는데 대답이.....????'
역시 보통 아이는 아니었다.

"야,야,야.잠깐만,그,그럼 부모님은?"

"잊어버렸어요."

....................

상수는 멍때리는 자세가 되버렸다.

'내가 애를 납치해도데려와도 보통 애를 납치데려왔어야 했는데...'

하며 거의 울상이었다.부모님이 있다면 만의 하나.....갖고 되겠냐.
억의 하나라도 상수가 대충 얼버무려 돌려보내면 그만이지만....

"어이,너.나 이제 출근할 거니까 얌전히 있어라."

"이 상태에서요?"

소녀는 뒤로 묶인 손으로 시선을 주었다.

.......

말없이 문 밖으로 나갔다.

"아~심심해...."












"그나저나 형님."

역시 도저히 익숙치 않은 광경이었다.
거의 사촌형뻘 정도의 나이되는 남자가 밥을 먹으면서 사촌동생뻘 나이되는 사람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네?"

조직이라 칭해야 한다면 보통 조직과는 다른 점이 꽤나 많았다.
그 예로 밥을 먹으면서 지금 '형님'이라 불렸던 소년이 존댓말을 쓰고 있다는 것일까....

'형님'이라 부른 자는 같이 먹던 여성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음.....상당한 미인이었다.
전형적인 여비서 느낌이었고 현재 밥을 밖에서 먹고 있기 때문에
남자들이 한번즈음 삿된 눈길을 보낼만한 여자였다.
말할것도 없이 한 테이블에 같이 먹고있는 이들은 익숙하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다.

"왜 누님은 '대장'이라 부르게 하고 저희는 '형님'입니까?"

상황으로 보아 그 '누님'은 그 여자였다.

"에?전 딱히 강요한 적 없어요.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불러도 되요."

소년은 그렇게 대답했다.

"아뇨,됐습니다."

그냥 단순한 질투였나 보다.솔직히 쪽팔리기 때문 아닐까?

"아,그리고 밖에서는 되도록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요.정 부를거면 작게 부르라고."

"네,주의하겠습니다."

허나 이미 존댓말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근처의 시선이 집중된 뒤였다.















같은 시각.

"아~심심해....."

당연하다.

1시간 경과.

"아,맞다.테레비가 있었지?"

그리고 tv쪽으로 발을 뻗는다.

"아오씨!발저려..."

허나 끝내 닫지 않아 포기한다.

2시간 경과.

"아나....심심해 미치겠네."

3시간 경과.

"하늘이 차암 파랗구나...."

그녀 위치로는 고개를 젖혀야 겨우 창문이 보인다.

4시간 경과.

'음...역시 지루해...'

이 집의,적어도 그녀 위치에서 볼수 있는 집의 구조는 완벽하게 파악했다.
할 일이 없어 그러지만 역시 질린다.

그래서 창문으로 내다 보아도 앉아 있기에 가끔 지나가는 새들만 보일 뿐.

5시간 경과.

"배고파...."

그 순간!

'따르르르릉!'

'움찔!'

전화벨이 울렸다.
그래서 놀랐다.

"깜짝이야....아,맞다!거기에다 전화하면 됐었지?"

음...적어도 전화할 곳은 있는걸 보니 단순한 노숙자가 아니다.

"나...바보였나.....이걸 이때까지 몰랐다니...."

그리고는 쭈욱 뻗는다.
TV보단 가깝긴 하지만.....역시 닿지 않는다.

"그,그래...안 닿았으니까....어차피 알았더라도 똑같잖아?난 바보가 아냐."

그러는 와중에도 벨 울리는 소리는 계속됐다.

"뭐야....꽤 오래가네.."

이윽고 '삐 소리와 함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소리와 함께

'삐----!'

"야.51번.ㅋㅋㅋㅋ"

전화기에서 5시간 26분전에 말했던 51번이 나왔다.

"니가 묶여있는 주방 서랍 열어보면 빵 있거든?그걸로 때워라."

".........."

소녀는 목소리를 통해 그것이 5시간 26분 전에 얘기했던 사람의 목소리임을 알았다.

"그럼 난 끊는다."

소녀는 묶여저 있던 서랍을 열었다.

"빵....이네....젠장....이걸 몰랐다니 ㅠㅠ"

알았다 하더라도 배가 빨리 부를 뿐이다.

"이영차~아씨,발저려ㅠㅠ"

손이 자유롭지 못해 발을 뒤쪽으로 빼서 가져오는 수밖에 없다.

"아~....아파죽겠다 ㅠㅠ"

결국 그러면서 힘들게 빵을 꺼내왔다.

"그건 그렇고...."

"이 상태에서 어떻게 먹으란 거야 이 양반아......"




















"여기 명단 입니다."

다시 공적인 대화투가 들렸다.
장소는 꽤나 고층 빌딩 최상층의 방.
이번에는 꽤나 험악해 보이는 사람이 그 소년에게 그 '명단'이란 거를 주었다.

좋게 말한다면 아주 큰 사무실,
나쁘게 말한다면 정치인의 뒷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곳이라 설명하면 되겠다.

허나 어느 쪽이든 적어도 그 소년정도의 나이가 들어갈 만한 방은 아니었다.

"흐음~....."

그 험악한 사람은 아까의 미모의 여비서라는 느낌과는 대조적으로 보디가드란 느낌이 팍팍 들었다.
그러나,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제까지 말을 걸었던 사람모두 적어도....그 소년과 아는 사이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네.알았습니다."

그러면서 그 명단이 담겨져 있는 서류를 책상 앞에 놓았다.

"그런데,그....."

소년은 약간 말하기 껄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사람은?"

"그...사람이라니요?"

소년은 알아듣지 못한 것에 대해 눈쌀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정말 모르겠습니까?"

"아!"

이윽고 남자가 생각난듯 했다.그러나 큰 감정이 실려있진 않았다.

"아뇨.아직은 어딨는지는 모르겠습니다.계속 찾고 있습니다."

"네.뭐,설마 제가 이런 일로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정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였다.

"네.알고 있습니다."

"뭐,저도 그렇게 빨리 알아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형님.이상한 것이.....발신기가 작동하질 않습니다."

"흠.....그럼 지하라든지 전파가 안 통하는데 있다는 건데.....그녀를 빨리 찾아내야겠군요."

그리고는 컴퓨터를 켰다.적어도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니라.

"형님."

"네?"

"죽음을 각오하고 묻겠습니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슬...프셨습니까?"

'형님'은 몇분간 말이 없었다.

"형님!"

"아,네.네....딱히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소년은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2번이라서 용서 해주는 줄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