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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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연재입니다.
제로의 사역마 라는 작품과 워해머40k 라는 작품의 세계관을 믹스한 팬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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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할케기니아 역사상 가장 많은 인구가 이동한 날이었다.
각종 마법적인 통신수단과 용기사를 이용한 파발, 전서구, 동원 가능한 모든 연락망을 사용하여 트리스테인 전역, 심지어 할케기니아의 인근 국가에까지 내려진 퇴거조치 명령서의 내용은 요약하면 한 줄이었다.
‘알비온 대륙으로 피난하라.’
타이라니드는 이미 전 세계를 덮쳐오고 있었다. 행성 규모의 대규모 침공이라는 허무맹랑하게만 여겨지는 이 사태는 뜬구름 잡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 닥쳐오는 현실의 이야기였다. 그 누구도 트리스테인 왕정부로부터 나온 명령서를 무시하지 못했다.
많은 인간들이 할케기니아의 고향을 떠나 피난처로 향하기 시작했다.
인류 최후의 보루로.
작전개요는 다음과 같다.
현재 타이라니드 주공부대는 특정한 시냅스 크리쳐 개체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발키리 편대와 아마겟돈의 관측 결과로 특정 개체의 위치를 파악하였다. 그 개체는 타이라니드 하이브 마인드의 제일가는 수족,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였다.
보통의 개체보다 더 크고 사나우며 강력한 이 지휘관급 개체를 사살하는 것으로 타이라니드의 침공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 마텔루스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놈은 거대한 타이라니드 군대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돌격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자살행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 상식적인 생각을 떠올린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루이즈가 그러했다.
“다들 제정신이에요!?”
루이즈는 하이브 타이런트가 어떤 종이며, 그 중에서도 알파 개체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강력한 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저렇게나 많은 짐승들의 한 가운데로 뛰어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살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녀의 판단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자살하러 뛰어드는 사람을 말리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스페이스 마린들은 해야 할 일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오직,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를 죽이는 일은 스페이스 마린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구도 루이즈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작전실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올드 오스만은 커맨더에게 이렇게 물었다.
“가능하단 말입니까?”
커맨더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스만은 그러려니, 하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콜베르는 심지어 루이즈를 만류할 지경이었다.
“미스 발리에르. 이 분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 나서는 것이네. 물론 우리의 문제를 전가하는 것이긴 하지만, 귀족으로써 응당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 싶긴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네.”
그렇게 말하는 콜베르를 향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 루이즈였다. 그녀가 무슨 반응을 보이건 간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는 것처럼 마텔루스는 작전개요를 마저 설명했다.
“현재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의 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갈리아 어딘가에 꾹 찍혀있는 붉은 점. 그리고 그 점은 점점이 이어지더니 북쪽으로 쭉 뻗어서 트리스테인의 위치로 이어져 있었다. 정확하게는 트리스테인의 항구도시인 라 로셸이었다.
“놈들은 우리의 철퇴 계획을 알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대규모의 타이라니드 군대가 현재 트리스테인 영내로 이동 중입니다.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를 조기에 제압할 수 있다면 감당 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보입니다.”
좌중은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의 이동 경로를 들여다봤다. 트리스테인의 몇 개 도시와 영지를 거치며 이동할 것으로 추측되었기 때문에, 어디를 전장으로 선정할 지가 관건이었다. 커맨더와 마텔루스를 비롯한 몇몇 대원들은 지형적인 문제로 논의 중이었다. 그 때, 루이즈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버지, 어머니….”
무슨 말인지.
오스만과 콜베르는 루이즈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루이즈는 행성 지도에서 확대되어 표시된 트리스테인 지도에서 어느 부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른 영지에 비해서도 상당히 거대한 지역인 그 곳으로는 하이브 타이런트의 이동 경로가 중첩되어 있었다. 아마도 타이라니드 군대의 공격으로 완벽하게 파괴될 것이다.
그곳은 라 발리에르 영지.
루이즈의 고향이었다.
현지 협력자인 루이즈 프랑소와즈 양의 강력한 요청으로,
블러드 레이븐은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에 대한 공격을 발리에르 영지에서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아스트로노미칸, 제국 워프항해의 정점이 되는 등대의 역할을 어째서 수행할 수 있는지 해명하는 것에 협조할 것을 약조함과 동시에 그 교환조건으로 ‘자신들의 가족을 구해줄 것’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루이즈는 아버지가 결코 영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고. 두 분은 그런 분이다. 트리스테인의 제일가는 귀족인 발리에르 가의 인간은 자신의 땅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법이라며 다가오는 죽음의 물결에 정면으로 맞서 싸울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온 바로는 타이라니드란 인간이 막을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살육, 혹은 그에 준하는 것을 수행하는 군대의 준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대지를 떠돌아다니며 온갖 피해를 일삼는 재앙에 가까웠다. 트리스테인에는 태풍 따위 오지 않건만 루이즈는 재앙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어렴풋이 생각할 뿐이었다.
마치 불길 같았다. 사람을 불태울 새카만 악의를 지니고 그 몸을 널리 퍼뜨리며 인간을 장작, 연료삼아 자신까지 불사를 불길. 타이라니드란 그런 것일까.
“부모님이 걱정되니?”
루이즈와 함께 썬더호크를 타고 발리에르 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은 타데우스였다. 그 외에도 몇몇 대원들이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를 공격하기 위해 매복 위치를 잡을 요량으로 동승해 있었다. 그러나 타데우스의 경우에는 한 가지 목적이 더 부가되어 있었다. 커맨더는 간단하게 지시했다.
‘타데우스, 자네가 루이즈 양의 신변을 보호하게.’
그나마 가장 정이 많고… 비록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인간성을 버렸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천사이자 황제의 검으로써는 가장 이상주의적이며 인간적인 타데우스가 호위에 적임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린 판단이었다. 과연, 타데우스는 쉽게 임무를 받아들였다.
루이즈는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저… 타데우스?”
그 물음에 타데우스는 눈짓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썬더호크의 내부는 어두웠고, 스페이스 마린들은 그런 어둠에 전혀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루이즈가 어떤 곤란을 겪고 있는지 눈치채지는 못했다.
어쨌거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루이즈가 말했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지요?”
가장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질문이 아닌가.
스페이스 마린을 모르는 누군가가 그들에게 ‘당신들은 대체 누구인지’ 물어본다면, 타데우스는 예전부터 그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대답을 들려주고 싶어서 스페이스 마린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타데우스는 가장 기본적인 대답을 들려줬다.
“전능하신 황제폐하의 검이자 의지, 인류의 수호자, 죽음의 천사.”
“당신들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다른 자들은 모른다. 스페이스 마린은 모두 황제폐하의 뜻을 받들어 제국에 영원히 충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자들. 그들은 스페이스 마린이 되려고 서원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러니까, 내 옆에 있는 전우들 하나하나의 의미를 내가 가져다 붙이지는 않겠다. 모두가 동일하니까. 황제폐하의 검. 죽음의 천사.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그러나, 타데우스는 뜸을 들이며 말했다.
“내 경우를 이야기해줄까. 대략 백 년쯤 전에….”
“배… 백 년이요?”
그래, 타데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든 스페이스 마린은 강화 수술을 받는다. 몸을 개조하면서 우리들은 황제폐하의 의지를 구현한 강건한 육체와, 오랫동안 제국에 근속할 수 있도록 기나긴 삶을 부여받지. 그러나 천 년조차도 찰나에 불과할 지도 몰라. 폐하께서는 이미 수만 년을 사셨으니까. 이야기가 빗나갔나….”
눈앞의 남자가 백 살을 넘었단 말인가. 루이즈는 경악으로 눈을 부릅떴다. 비록 선이 굵고 얼굴에 잔 생채기와 흉터가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삼십대 정도에서 아무리 많이 쳐줘도 사십대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쉽게 거짓이라고 치부하기도 곤란했다. 그들은 루이즈가 알고 있는 규격의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이야기를 계속 해주세요.
루이즈의 말에 타데우스는 입을 열었다.
“나는 메리디언 행성에서 백 년쯤 전에 태어났다. 메리디언은 아우렐리아 섹터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한 행성이었고, 백 년 전에도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지. 가장 인간이 많고, 인간이 많은 곳은 항상 추악한 일면이 있기 마련이야. 그 때, 나는 어느 갱단의 두목이었지. 부끄러운 과거로군.”
“갱단?”
“범죄조직 말이야. 불량배 같은.”
아아. 그렇게 긍정하며 루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강건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런 과거가 있었구나, 하고.
“그 때도 지금도 변함없지만 비록 황제폐하의 인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옳은 길로만 가지는 않아. 메리디언은 그 대표적인 예나 다름없었다. 귀족과 하층민으로 인간이 나눠지고 출신성분에 따라 호사스럽게 살 것인지 길바닥의 개처럼 비참하게 살 것인지가 결정됐지. 나는 그게 못마땅했어. 하지만 갱단의 단원으로써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저항하더라도 한 개인으로써는… 아니. ‘인간’으로써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래. 스페이스 마린은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가 아닌가. 메리디언을 비롯한 아우렐리아의 3개 행성은 블러드 레이븐의 모병행성이지. 그 당시, 데비언 툴 대위께서 주관하신 유혈 시험을 통과하고 나는 블러드 레이븐이자 스페이스 마린으로써 거듭났다. 그러면서 나는 한계의 굴레를 벗어던졌지.”
타데우스는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듯 말했다.
“나는 내가 추구했던 길을 걸어가면서, 내게는 불가능한 일을 마주칠 것이라고 겁내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신념이고 열정이지. 형제들은 그런 나를 이상주의적이라고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번복하지 않아. 메리디언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니?”
그의 갑작스럽지만 부드러운 물음에 루이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의 메리디언에서는 블러드 레이븐의 새로운 형제를 모집하지 않는다. 야생의 가장 날카롭고 거칠며 사나운 전사만이 스페이스 마린이 될 수 있다는 이유지. 메리디언의 환경은 이미 강력한 전사가 태어나기엔 글렀다던가.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동기는, 인간을 강하게 만들어. 의지는, 인간이 뭔가를 성취하는 원동력이 되지. 우리들도 한때는 모두 평범한 인간이었다. 메리디언에도 평범한 인간들이 있고.”
메리디언에서 블러드 레이븐의 신병을 받지 않은지는 어언 칠백 년.
타데우스가 스페이스 마린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기적과 같았다.
툴 대위가 그를 눈여겨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자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가 결코 자신의 열망을 배제하고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루이즈가 물끄러미 타데우스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는 마치 선언하듯 말했다.
“챕터가 나의 뜻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인간의 전사로써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황제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한 전사는 그렇게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자신의 신념, 황제폐하에 대한 충의, 행위의 모든 것이 의미 있게 남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어느 한 민간인의 가족을 구하러 가는 것조차도 가치 없는 일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으며… 모든 인류의 안위를 위협하는 외계인의 강대한 군대 한 가운데로 뛰어드는 것조차도 서슴지 않으며….
어째서 그들이 스페이스 마린이 되었는지, 스페이스 마린이란 무엇인지.
루이즈는 조금 알 법한 기분이 들었다.
썬더호크의 가속이 늦춰지면서, 지면에 거의 도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몇 번인가 느껴본 적이 있는 익숙한 진동이 몸을 뒤흔들었다. 타데우스가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램프도어가 열리면서 루이즈는 새어 들어오는 밝은 빛에 얼결에 눈을 가리고 말았다.
빛에 적응되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리운 정원, 색깔조차 익숙한 돌벽… 멀리서 다가오는 흐릿한 형체는 너무나 눈에 익은 것이었다. 그녀의 가족들이었다.
“아버님! 어머님! 언니!”
“루이즈! 루이즈야! 돌아왔구나!”
루이즈와 얼핏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네 명 뛰어오는 모습을 타데우스는 지켜봤다.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조직적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이 곳에서야 저런 모습은 정녕 가치있을 것이다. 문득 타데우스는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려고 했다.
타데우스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마모된 지 오래였다.
스페이스 마린의 부모라.
그는 피식 웃었다.
회포를 풀 시간이 없다. 타데우스의 지적에 루이즈는 발리에르 공작과 공작부인에게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할케기니아 전역에 타이라니드라는 외계생명체의 공세가 시작되었다는 말을, 당연하지만 공작 부부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왕정부로부터 포고된 퇴거명령서를 들먹이면서 당장 피난하지 않으면 몰살당할 거라고 말하자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썬더호크에 몸을 실었다.
루이즈는 스페이스 마린들이, 그 중에서도 타데우스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며 말했다.
“꼭 돌아와요.”
당연하지, 라며 타데우스는 대답했다.
그렇게 썬더호크가 대기권 밖으로 사라졌다. 루이즈가 각별히 가족들의 ‘안전’을 요구한 탓이다. 아마겟돈은 분명 안전한 곳이겠지. 공작 내외가 앙리에타 공주를 돕길 원한다면 다시 내려갈 수도 있겠고.
일이 그렇게 흘러가자, 뒤늦게 드랍 포드를 통해 배치된 아비투스가 말했다.
“그 나이 먹어서 민간인 여자애를 홀리나, 타데우스?”
“무슨! 전투를 앞두고 그딴 농담하지 마라! 단지 측은하게 여긴 것뿐이니까!”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너는 민간인을 너무 좋아해. 우리는 황제폐하의 검이지, 황제폐하의 자비가 아니다. 왜 본분을 망각하나.”
“인류의 투사가 해야 할 본분을 멋대로 정하지 마라. 아비투스.”
그러자 아비투스를 거들 의도는 아니었지만, 타르커스가 말했다.
“타데우스. 이미 너는 메리디언의 갱이 아니다. 우리들은 블러드 레이븐, 황제폐하의 의지, 황제폐하의 검, 황제폐하의 전능함을 사해에 떨치는 사도다. 죽음의 천사로써 너의 몸가짐을 바르게 해라.”
“그건 무슨 의미지?”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는 것 아니겠나.”
타데우스는 얼굴을 붉혔다.
아무래도 루이즈와의 대화가 전체 통신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대부분의 배틀 브라더가 자신의 고백 비슷한 것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아비투스는 느물거리며 말했다.
“자네가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메리디언 행성이 다시 모병행성이 될 수도 있겠지. 자네의 소중한 그 행성이 말이야.”
그는 애써 화제를 돌렸다.
“적이 다가온다. 다들 집중해!”
“타데우스의 말이 맞다. 정탐 결과로는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는 이 추세라면 1시간 후에는 우리가 있는 위치까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함정 설치는 완료되었지만 놈이 걸려들지는 모르겠군.”
사이러스의 말이었다. 그는 이미 어디로 적을 유인해서 저격 포인트를 어디에 잡고 어떤 방식으로 공격할지에 대해서도 모두 계획을 수립해둔 상태였다. 그의 과묵함과 근면함에 커맨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적이 다가온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전투가 다가온다. 할케기니아를 침공한 타이라니드 군대, 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다가오는 흉악무도한 짐승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지 곳곳에 파괴와 절망의 복음을 전파하는 짐승은 바로,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
하이브 마인드의 제일가는 수족.
타이라니드 최고위 지상 지휘관.
할케기니아에서 최근 발생한 모든 학살의 원흉.
인류의 적.
그런 괴물이 수십만 명을 단 하루 만에 학살할 만한 엄청난 전력을 이끌고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놈들의 기세는 마치 대지를 가르며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검은 폭풍과도 같았고, 한 줌의 스페이스 마린들은 마치 촛불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 촛불은 인간의 유일한 희망으로써 검은 폭풍 앞에서도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결코 괴물들 앞에서 굴복하지 않으리라. 그들은 결코 인간의 적 앞에서 굴복하지 않으리라. 그들은 결코 황제폐하의 의지를 관철하고야 말리라.
마린들은 전투에 대한 열망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들의 사명을 달성할 때가 다가온다!
황제폐하와 챕터에 목숨 바쳐 싸우며 인간을 지킬 것이라고 서원했던 때를 기억하리라!
싸움을 원한다, 전투를 원한다, 전쟁을 원한다!
인간의 모든 적을 사멸시킬 기회가 오길 원한다!
“블러드 레이븐이여.”
커맨더가 그의 형제들에게 고했다.
“전투를 준비하라.”
모두가 외쳤다.
“황제폐하와 위대한 아버지를 위해!(For The Great Father And The Emperor!)”
그들은 블러드 레이븐이자,
모든 인류를 지키기 위한 지고의 전사.
스페이스 마린이다.
제로의 사역마 라는 작품과 워해머40k 라는 작품의 세계관을 믹스한 팬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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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마법적인 통신수단과 용기사를 이용한 파발, 전서구, 동원 가능한 모든 연락망을 사용하여 트리스테인 전역, 심지어 할케기니아의 인근 국가에까지 내려진 퇴거조치 명령서의 내용은 요약하면 한 줄이었다.
‘알비온 대륙으로 피난하라.’
타이라니드는 이미 전 세계를 덮쳐오고 있었다. 행성 규모의 대규모 침공이라는 허무맹랑하게만 여겨지는 이 사태는 뜬구름 잡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 닥쳐오는 현실의 이야기였다. 그 누구도 트리스테인 왕정부로부터 나온 명령서를 무시하지 못했다.
많은 인간들이 할케기니아의 고향을 떠나 피난처로 향하기 시작했다.
인류 최후의 보루로.
작전개요는 다음과 같다.
현재 타이라니드 주공부대는 특정한 시냅스 크리쳐 개체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발키리 편대와 아마겟돈의 관측 결과로 특정 개체의 위치를 파악하였다. 그 개체는 타이라니드 하이브 마인드의 제일가는 수족,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였다.
보통의 개체보다 더 크고 사나우며 강력한 이 지휘관급 개체를 사살하는 것으로 타이라니드의 침공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 마텔루스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놈은 거대한 타이라니드 군대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돌격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자살행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 상식적인 생각을 떠올린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루이즈가 그러했다.
“다들 제정신이에요!?”
루이즈는 하이브 타이런트가 어떤 종이며, 그 중에서도 알파 개체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강력한 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저렇게나 많은 짐승들의 한 가운데로 뛰어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살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녀의 판단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자살하러 뛰어드는 사람을 말리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스페이스 마린들은 해야 할 일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오직,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를 죽이는 일은 스페이스 마린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구도 루이즈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작전실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올드 오스만은 커맨더에게 이렇게 물었다.
“가능하단 말입니까?”
커맨더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스만은 그러려니, 하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콜베르는 심지어 루이즈를 만류할 지경이었다.
“미스 발리에르. 이 분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 나서는 것이네. 물론 우리의 문제를 전가하는 것이긴 하지만, 귀족으로써 응당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 싶긴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네.”
그렇게 말하는 콜베르를 향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 루이즈였다. 그녀가 무슨 반응을 보이건 간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는 것처럼 마텔루스는 작전개요를 마저 설명했다.
“현재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의 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갈리아 어딘가에 꾹 찍혀있는 붉은 점. 그리고 그 점은 점점이 이어지더니 북쪽으로 쭉 뻗어서 트리스테인의 위치로 이어져 있었다. 정확하게는 트리스테인의 항구도시인 라 로셸이었다.
“놈들은 우리의 철퇴 계획을 알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대규모의 타이라니드 군대가 현재 트리스테인 영내로 이동 중입니다.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를 조기에 제압할 수 있다면 감당 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보입니다.”
좌중은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의 이동 경로를 들여다봤다. 트리스테인의 몇 개 도시와 영지를 거치며 이동할 것으로 추측되었기 때문에, 어디를 전장으로 선정할 지가 관건이었다. 커맨더와 마텔루스를 비롯한 몇몇 대원들은 지형적인 문제로 논의 중이었다. 그 때, 루이즈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버지, 어머니….”
무슨 말인지.
오스만과 콜베르는 루이즈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루이즈는 행성 지도에서 확대되어 표시된 트리스테인 지도에서 어느 부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른 영지에 비해서도 상당히 거대한 지역인 그 곳으로는 하이브 타이런트의 이동 경로가 중첩되어 있었다. 아마도 타이라니드 군대의 공격으로 완벽하게 파괴될 것이다.
그곳은 라 발리에르 영지.
루이즈의 고향이었다.
현지 협력자인 루이즈 프랑소와즈 양의 강력한 요청으로,
블러드 레이븐은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에 대한 공격을 발리에르 영지에서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아스트로노미칸, 제국 워프항해의 정점이 되는 등대의 역할을 어째서 수행할 수 있는지 해명하는 것에 협조할 것을 약조함과 동시에 그 교환조건으로 ‘자신들의 가족을 구해줄 것’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루이즈는 아버지가 결코 영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고. 두 분은 그런 분이다. 트리스테인의 제일가는 귀족인 발리에르 가의 인간은 자신의 땅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법이라며 다가오는 죽음의 물결에 정면으로 맞서 싸울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온 바로는 타이라니드란 인간이 막을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살육, 혹은 그에 준하는 것을 수행하는 군대의 준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대지를 떠돌아다니며 온갖 피해를 일삼는 재앙에 가까웠다. 트리스테인에는 태풍 따위 오지 않건만 루이즈는 재앙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어렴풋이 생각할 뿐이었다.
마치 불길 같았다. 사람을 불태울 새카만 악의를 지니고 그 몸을 널리 퍼뜨리며 인간을 장작, 연료삼아 자신까지 불사를 불길. 타이라니드란 그런 것일까.
“부모님이 걱정되니?”
루이즈와 함께 썬더호크를 타고 발리에르 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은 타데우스였다. 그 외에도 몇몇 대원들이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를 공격하기 위해 매복 위치를 잡을 요량으로 동승해 있었다. 그러나 타데우스의 경우에는 한 가지 목적이 더 부가되어 있었다. 커맨더는 간단하게 지시했다.
‘타데우스, 자네가 루이즈 양의 신변을 보호하게.’
그나마 가장 정이 많고… 비록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인간성을 버렸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천사이자 황제의 검으로써는 가장 이상주의적이며 인간적인 타데우스가 호위에 적임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린 판단이었다. 과연, 타데우스는 쉽게 임무를 받아들였다.
루이즈는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저… 타데우스?”
그 물음에 타데우스는 눈짓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썬더호크의 내부는 어두웠고, 스페이스 마린들은 그런 어둠에 전혀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루이즈가 어떤 곤란을 겪고 있는지 눈치채지는 못했다.
어쨌거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루이즈가 말했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지요?”
가장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질문이 아닌가.
스페이스 마린을 모르는 누군가가 그들에게 ‘당신들은 대체 누구인지’ 물어본다면, 타데우스는 예전부터 그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대답을 들려주고 싶어서 스페이스 마린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타데우스는 가장 기본적인 대답을 들려줬다.
“전능하신 황제폐하의 검이자 의지, 인류의 수호자, 죽음의 천사.”
“당신들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다른 자들은 모른다. 스페이스 마린은 모두 황제폐하의 뜻을 받들어 제국에 영원히 충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자들. 그들은 스페이스 마린이 되려고 서원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러니까, 내 옆에 있는 전우들 하나하나의 의미를 내가 가져다 붙이지는 않겠다. 모두가 동일하니까. 황제폐하의 검. 죽음의 천사.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그러나, 타데우스는 뜸을 들이며 말했다.
“내 경우를 이야기해줄까. 대략 백 년쯤 전에….”
“배… 백 년이요?”
그래, 타데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든 스페이스 마린은 강화 수술을 받는다. 몸을 개조하면서 우리들은 황제폐하의 의지를 구현한 강건한 육체와, 오랫동안 제국에 근속할 수 있도록 기나긴 삶을 부여받지. 그러나 천 년조차도 찰나에 불과할 지도 몰라. 폐하께서는 이미 수만 년을 사셨으니까. 이야기가 빗나갔나….”
눈앞의 남자가 백 살을 넘었단 말인가. 루이즈는 경악으로 눈을 부릅떴다. 비록 선이 굵고 얼굴에 잔 생채기와 흉터가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삼십대 정도에서 아무리 많이 쳐줘도 사십대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쉽게 거짓이라고 치부하기도 곤란했다. 그들은 루이즈가 알고 있는 규격의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이야기를 계속 해주세요.
루이즈의 말에 타데우스는 입을 열었다.
“나는 메리디언 행성에서 백 년쯤 전에 태어났다. 메리디언은 아우렐리아 섹터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한 행성이었고, 백 년 전에도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지. 가장 인간이 많고, 인간이 많은 곳은 항상 추악한 일면이 있기 마련이야. 그 때, 나는 어느 갱단의 두목이었지. 부끄러운 과거로군.”
“갱단?”
“범죄조직 말이야. 불량배 같은.”
아아. 그렇게 긍정하며 루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강건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런 과거가 있었구나, 하고.
“그 때도 지금도 변함없지만 비록 황제폐하의 인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옳은 길로만 가지는 않아. 메리디언은 그 대표적인 예나 다름없었다. 귀족과 하층민으로 인간이 나눠지고 출신성분에 따라 호사스럽게 살 것인지 길바닥의 개처럼 비참하게 살 것인지가 결정됐지. 나는 그게 못마땅했어. 하지만 갱단의 단원으로써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저항하더라도 한 개인으로써는… 아니. ‘인간’으로써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래. 스페이스 마린은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가 아닌가. 메리디언을 비롯한 아우렐리아의 3개 행성은 블러드 레이븐의 모병행성이지. 그 당시, 데비언 툴 대위께서 주관하신 유혈 시험을 통과하고 나는 블러드 레이븐이자 스페이스 마린으로써 거듭났다. 그러면서 나는 한계의 굴레를 벗어던졌지.”
타데우스는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듯 말했다.
“나는 내가 추구했던 길을 걸어가면서, 내게는 불가능한 일을 마주칠 것이라고 겁내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신념이고 열정이지. 형제들은 그런 나를 이상주의적이라고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번복하지 않아. 메리디언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니?”
그의 갑작스럽지만 부드러운 물음에 루이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의 메리디언에서는 블러드 레이븐의 새로운 형제를 모집하지 않는다. 야생의 가장 날카롭고 거칠며 사나운 전사만이 스페이스 마린이 될 수 있다는 이유지. 메리디언의 환경은 이미 강력한 전사가 태어나기엔 글렀다던가.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동기는, 인간을 강하게 만들어. 의지는, 인간이 뭔가를 성취하는 원동력이 되지. 우리들도 한때는 모두 평범한 인간이었다. 메리디언에도 평범한 인간들이 있고.”
메리디언에서 블러드 레이븐의 신병을 받지 않은지는 어언 칠백 년.
타데우스가 스페이스 마린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기적과 같았다.
툴 대위가 그를 눈여겨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자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가 결코 자신의 열망을 배제하고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루이즈가 물끄러미 타데우스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는 마치 선언하듯 말했다.
“챕터가 나의 뜻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인간의 전사로써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황제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한 전사는 그렇게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자신의 신념, 황제폐하에 대한 충의, 행위의 모든 것이 의미 있게 남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어느 한 민간인의 가족을 구하러 가는 것조차도 가치 없는 일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으며… 모든 인류의 안위를 위협하는 외계인의 강대한 군대 한 가운데로 뛰어드는 것조차도 서슴지 않으며….
어째서 그들이 스페이스 마린이 되었는지, 스페이스 마린이란 무엇인지.
루이즈는 조금 알 법한 기분이 들었다.
썬더호크의 가속이 늦춰지면서, 지면에 거의 도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몇 번인가 느껴본 적이 있는 익숙한 진동이 몸을 뒤흔들었다. 타데우스가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램프도어가 열리면서 루이즈는 새어 들어오는 밝은 빛에 얼결에 눈을 가리고 말았다.
빛에 적응되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리운 정원, 색깔조차 익숙한 돌벽… 멀리서 다가오는 흐릿한 형체는 너무나 눈에 익은 것이었다. 그녀의 가족들이었다.
“아버님! 어머님! 언니!”
“루이즈! 루이즈야! 돌아왔구나!”
루이즈와 얼핏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네 명 뛰어오는 모습을 타데우스는 지켜봤다.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조직적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이 곳에서야 저런 모습은 정녕 가치있을 것이다. 문득 타데우스는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려고 했다.
타데우스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마모된 지 오래였다.
스페이스 마린의 부모라.
그는 피식 웃었다.
회포를 풀 시간이 없다. 타데우스의 지적에 루이즈는 발리에르 공작과 공작부인에게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할케기니아 전역에 타이라니드라는 외계생명체의 공세가 시작되었다는 말을, 당연하지만 공작 부부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왕정부로부터 포고된 퇴거명령서를 들먹이면서 당장 피난하지 않으면 몰살당할 거라고 말하자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썬더호크에 몸을 실었다.
루이즈는 스페이스 마린들이, 그 중에서도 타데우스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며 말했다.
“꼭 돌아와요.”
당연하지, 라며 타데우스는 대답했다.
그렇게 썬더호크가 대기권 밖으로 사라졌다. 루이즈가 각별히 가족들의 ‘안전’을 요구한 탓이다. 아마겟돈은 분명 안전한 곳이겠지. 공작 내외가 앙리에타 공주를 돕길 원한다면 다시 내려갈 수도 있겠고.
일이 그렇게 흘러가자, 뒤늦게 드랍 포드를 통해 배치된 아비투스가 말했다.
“그 나이 먹어서 민간인 여자애를 홀리나, 타데우스?”
“무슨! 전투를 앞두고 그딴 농담하지 마라! 단지 측은하게 여긴 것뿐이니까!”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너는 민간인을 너무 좋아해. 우리는 황제폐하의 검이지, 황제폐하의 자비가 아니다. 왜 본분을 망각하나.”
“인류의 투사가 해야 할 본분을 멋대로 정하지 마라. 아비투스.”
그러자 아비투스를 거들 의도는 아니었지만, 타르커스가 말했다.
“타데우스. 이미 너는 메리디언의 갱이 아니다. 우리들은 블러드 레이븐, 황제폐하의 의지, 황제폐하의 검, 황제폐하의 전능함을 사해에 떨치는 사도다. 죽음의 천사로써 너의 몸가짐을 바르게 해라.”
“그건 무슨 의미지?”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는 것 아니겠나.”
타데우스는 얼굴을 붉혔다.
아무래도 루이즈와의 대화가 전체 통신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대부분의 배틀 브라더가 자신의 고백 비슷한 것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아비투스는 느물거리며 말했다.
“자네가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메리디언 행성이 다시 모병행성이 될 수도 있겠지. 자네의 소중한 그 행성이 말이야.”
그는 애써 화제를 돌렸다.
“적이 다가온다. 다들 집중해!”
“타데우스의 말이 맞다. 정탐 결과로는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는 이 추세라면 1시간 후에는 우리가 있는 위치까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함정 설치는 완료되었지만 놈이 걸려들지는 모르겠군.”
사이러스의 말이었다. 그는 이미 어디로 적을 유인해서 저격 포인트를 어디에 잡고 어떤 방식으로 공격할지에 대해서도 모두 계획을 수립해둔 상태였다. 그의 과묵함과 근면함에 커맨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적이 다가온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전투가 다가온다. 할케기니아를 침공한 타이라니드 군대, 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다가오는 흉악무도한 짐승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지 곳곳에 파괴와 절망의 복음을 전파하는 짐승은 바로,
‘하이브 타이런트 알파’
하이브 마인드의 제일가는 수족.
타이라니드 최고위 지상 지휘관.
할케기니아에서 최근 발생한 모든 학살의 원흉.
인류의 적.
그런 괴물이 수십만 명을 단 하루 만에 학살할 만한 엄청난 전력을 이끌고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놈들의 기세는 마치 대지를 가르며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검은 폭풍과도 같았고, 한 줌의 스페이스 마린들은 마치 촛불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 촛불은 인간의 유일한 희망으로써 검은 폭풍 앞에서도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결코 괴물들 앞에서 굴복하지 않으리라. 그들은 결코 인간의 적 앞에서 굴복하지 않으리라. 그들은 결코 황제폐하의 의지를 관철하고야 말리라.
마린들은 전투에 대한 열망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들의 사명을 달성할 때가 다가온다!
황제폐하와 챕터에 목숨 바쳐 싸우며 인간을 지킬 것이라고 서원했던 때를 기억하리라!
싸움을 원한다, 전투를 원한다, 전쟁을 원한다!
인간의 모든 적을 사멸시킬 기회가 오길 원한다!
“블러드 레이븐이여.”
커맨더가 그의 형제들에게 고했다.
“전투를 준비하라.”
모두가 외쳤다.
“황제폐하와 위대한 아버지를 위해!(For The Great Father And The Emperor!)”
그들은 블러드 레이븐이자,
모든 인류를 지키기 위한 지고의 전사.
스페이스 마린이다.
whatever you 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