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첫화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겁니다.


-여러분, 질서를 지켜 탑승해 주십시오. 상황은 통제되고 있습니다.-

아직 한밤중이고 소란이 다 가라앉지 않은듯 했지만 그동안 대피장소
및, 임시 거주구로 쓰였던 중앙정원에서는 조명을 밝게 밝히고 공중대
피시설에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부터 통제해보시지?"

들릴리 없겠지만 루빌은 퉁명스럽게 방송에 대꾸했다.
중앙 정원으로 쓰던 임시거주구에서 공중대피시설 제작구역 사이를 가
로막고 있던 철망담장 사이의 출입구가 열려져 중앙정원으로 대피한 사
람들이 대피시설 한개당 수용가능한 인원단위로 공중대피시설에 오르고
있었다. 나는 루빌을 훑어보았다.

"루빌, 너는 짐같은거 없냐?"

"중요하다 싶은건 다 몸 안에 넣어뒀어. 양도 별로 많지 않으니까.
나는 그렇다쳐도 네 그 배낭은 못들고 타게 할걸."

이 중앙정원은 그래도 안전한 줄 알았지만 곧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물들 넘어에서 어느때보다 큰 함성과 총성이 들렸다.

-여러분, 동요하지 마십시오. 상황은 우리 통제하에 있습니다.-

"거짓말쟁이 즐"

루빌이 투덜거렸다.
곧 바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확성기를 이용한 것 같았다.

-신을 모독한 죄인들은 들어라, 너희들의 죄된 목숨을 받쳐서 너희의
죄를 조금이라도 덜어라! 그것만이 우리가 살아나갈 길이다. 신을 저
버린 어둠의 자식들의 죄를 그들의 피로써 닦아라, 그것이 신의 자녀
로 축복받을 유일한 길이다!-

"네놈들이야말로 무지라는 어둠의 자식.."

루빌의 나직한 대꾸는 '네놈들'하는 대목부터 엄청난 함성에 의해 묻
혔다. 나는 루빌의 말버릇을 항상 알기에 그의 입모양으로 다음 대사까
지알 수 있었지만 말이다.

-와아아!!!!-

밖으로부터 들려온 함성소리는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였다.

"뭐... 뭔가 심상치 않은데?"

루빌은 뛰쳐나가 근처 기울게 쓰러진 벽을 타고 올라 바깥 멀리를 돌
아보고 왔다.

"대단한 동원력이군. 여기서 전국민 부흥회라도 하려나봐. 그걸 막느
라 바깥에선 기관총을 대고 쏘고 있어."

연구소 안의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었다. 충분히 공포감을 주는 함성이
였다. 순서를 보니 조바심이 났다.

"큰일이다. 우리 순서는 아직 꽤 남았어."

게다가 사람들이 동요하자 질서도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대피
시설의 수소주머니가 충전되고 물자를 실고 준비가 끝나면 군인들이
탑승자들 강하게 몰아붙여서 지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속도는 느려져 있었다.

"제길, 정말 재수없으면 못타겠는데..."

총성과 함성이 세상을 채우는 동안에도 커다란 3개의 풍선에 매달린
공중대피시설들은 대형 조명이 비춰지는 위로 느릿느릿 떠오르기 시작
했다. 그러다 함성이 들려오는 담장 넘어 어딘가에서 공중대피시설을
노린듯한 불화살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서너발씩 계속 날아가는 화살
은 대채로 빗나가거나 손쉽게 제거되었지만 풍선에 맞으면 순식간에 불
덩이가 되어 떨어졌다. 그리고 떨어지는 시설에 타고있던 사람들의 비
명과 절규가 격렬히 타오르는 수소주머니의 잔해와 함께 하늘로 퍼져나
갔다.


공중대피시설들은 이리저리 흩어지며 떠오르고 있었지만 떠오르는 위
치는 단 두군데였기 때문에 떨어지던 공중대피시설이 그대로 다른 공중
시설까지 파괴해버리기도 했다. 공중대피 시설에 안전띠로 고정된 사람
들도 대피시설이 떨어지면서 죽거나 크게 다쳤다. 사람들의 혼란이 더욱
커졌고 그동안에도 방어선이 무너졌는지 총성이 잦아들고 함성이 커져가
고 있었다.

"망했다."

여전히 무너진 벽 위에 올라서 바깥 상황을 보려고 노력하던 루빌의 말
이 가장 먼저 들렸다. 루빌이 나를 끌고 가준 덕택에 폭도들이 담을 넘
어 들어와 안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돌도끼등으로 살육하기 시작할 적에
우리는 반대편에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러나 반대쪽 담장 넘어에도 폭도들
이 기어넘어오고 있었다.

"어쩌지?"

"난들 아냐."

달리 빠져나올 틈이 있는건 아니였다. 최소한 국방연구소 건물 더 깊숙
히로 숨어들어갈 여지가 있었다. 수많은 폭도들의 난입엔 그것도 시간문
제겠지만 말이다.



"거기 서라!"

복도를 달리며 아까부터 똑같은 말만 계속 듣고 있었다. 숨도 가빠오고
짜증이 났다. 뒤돌아보며 한마디 던졌다.

"너라면 서겠냐, XX"

"안서면 어쩔래."

갑자기 굵은 목소리가 우리의 앞을 막았다. 목소리가 나는 앞쪽엔 또다른
무리의 광신도들이 보였는데, 가장 앞에는 제법 로브 비슷한 회색 복장에
붉은색 염료로 옷에도 얼굴에도 줄무늬를 새긴 모습은 일반 폭도들과는 분
위기부터가 달랐다. 루빌은 두툼해보이는 등산용 조끼에서 손칼을 꺼내들고
덤빌 태세를 갖추었다. 그런데 그 회색 복장의 사내는 나를 보더니 뒤에서
들고 오던 횃불을 빼앗아 앞으로 내밀었다.

"너는.... 성모님한테 생리대따위를 운운한 불한당 아니냐!?"

하필이면....

"아아... 신께서 너를 응징하기 위해 여기에 나를 보내셨구나. 아흐블라
다마하라...."

뭐라고 알 수 없는 진언을 중얼거리자 주변의 폭도들도 따라서 뭐라고
중얼되었다. 굉장히 불안한 광경이였다. 모두들 갑자기 발을 구르며 중
얼대기를 계속했다. 좁은 석재 복도에서 그들의 발구름은 마치 땅이 울
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땅이 울리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루빌의 말대로 저들도 발구르는 것을 멈추고 당황하듯 주변을 훑어보았다.

-콰르르르르르르릉!-

복도는 마치 카지노 딜러가 흔드는 주사위통처럼 우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여러 지진에도 잔금도 잘 가지 않았던 석회암의 강인한 국방연구소의 벽과
천장에 금이가고 깨져나온 파편이 튀겼다. 그리고 우리는 드럼 세탁기 속에
굴려진 우유팩처럼 이리저리 부딪쳤다. 도저히 서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였다. 나는 넘어져 뺨을 바닥에 심하게 부딪쳤고 바닥은 다시
내려갔다 올려지며 나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내가 빨래였다면 정말 잘 빨렸
을 것이다.

그리고 또 갑작스레 지진이 잦아들었다.
마치 누군가와 난투극을 벌인 다음처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루빌이 나를 끌
고 창문 밖으로 떠넘겼다. 나는 흙바닥에 굴러 한바퀴를 구른 뒤 넘어졌다.
어딘가 잘못 맞았는지 하늘이 아른거리고 세상이 붉게 보였다. 아까 지진에
다치면서 눈에 이상이 생긴 모양이다. 안구 내출혈인가...

루빌이 창틀을 타고 넘어와 나를 흔들었다.

"일어나! 빨리 도망치자. 그런데... 한밤중인데도 하늘이 붉어 보이는군.
지진때문에 다쳤나... 실제로 밝아진것 같은데..."

"너도 그렇게 보이냐..."

나는 루빌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붉은 하늘엔 아른거리는 밝고 어두
운 명암의 차이가 얼룩 같았고 그것은 마치 그로데스크한 무늬 같았다. 지진
의 여파인지 불길한 중저음이 지평선 넘어로부터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감각적 요소는 다 갖추고 있군.
이대로 있으면 정신질환에 걸리겠군."

루빌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고고학자에게 저 붉은 하늘을 보면 떠오르는
기록이 있었다.

"무너져버릴 대지에 하늘은 피에 젖은 망자들의 바다처럼 보였다...."

"아, 그러게. 그런 그러고보니 멸망직전의 하늘이 붉어진다는 기록이
많았지. 붉은 악마들이 하늘에서 네려다본다는 묘사도 있었는데 무늬
는 정말 귀신의 얼굴들이 하늘에 가득 그려진 모습같기도 해. 그러나
카리스. 일단 여기는 벗어나고 보자."

"거기서라!"

등뒤에선 광신도들도 다 깨져버린 창문을 넘어오고 있었다. 그러다
붉은빛 가득한 바깥풍경에 그들은 멈춰섰다. 그리고는 나오는 작작 하
늘을 보며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자비를, 신이시여 자비를..."

그렇게 급히 도망칠 필요는 없었다.




"대규모 지각활동이 있을 때마다 하늘의 색이 바뀌었다는 기록은 종종
있다. 자기장의 변화 때문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어리석은 녀석들, 쉽
게 패닉에 빠져서 다행이야."

루빌은 도망치며 이야기했지만 사실 나도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정말 세상이 끝나는 순간이 온걸까? 나는 저 하늘 위에 있는 것을 그냥
대기현상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국방연구소를 빠져나오며 보이는 사람들중 일부는 붉게 물든 하늘에 홀
린듯 손들고 뭐라고 기도하고 있었고 한명은 하늘을 피하려는듯 어디론
가 숨거나 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다들 이성적인 모습은 아니였다.
그중에서 우린 뜻 밖의 인물을 발견했다.

"신이시여 제발 나의 죄를 사하여주시옵소서...!!!"

"민영교수!"

민영교수는 애걸복걸하듯이 말했다.

"제발 나를 교수따위의 세상 죄에 물든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요. 그런
이름 의미가 없어요, 우리가 안 것은 모두 잘못되었어요. 이제 우리에
겐 신 밖에 없다구요."

루빌은 무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이야기했다.

"우리가 아는 것들이 필요성이 낮아진건 인정해요. 하지만 틀린건 없어요."

"아니요, 이제 인간에게 과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요. 죄와 저주의
이유가 될 수 있을 뿐이라구요."

그녀의 눈빛은 좌절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루빌의 눈에선 왠지모를 분노가 느껴졌다. 그의 낮은 톤의 목소리
에도 분노가 충만해있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을 믿은게 죄가 된다는 말입니까...!?"

민영 교수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를 구원할 수 없는 것을 믿은 것은 죄가 된답니다."

민영교수는 얼굴을 양손에 파묻었고 루빌은 입을 다물었다.

"그래요. 우리가 믿은 것이 아무런 도움이 안될지도 몰라요. 그러나 오늘
우리가 우리로써 살아가는데엔 도움되요. 부질 없을지 몰라도, 나는 죽는
날까지 나로써 살아가볼 생각이에요."

....라고, ....내가 말했다.

'카리스!'

루빌이 나를 보는 눈빛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섞여있었다. 아무 말을 안했
지만 마치 내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민영교수는 한동안 그대로 있다고 곧 눈물을 닦으며 일어섰다.

"부끄럽군요. 괜찮다면 같이 가요. 어디로 갈꺼죠?"

루빌이 답했다.

"특별히 갈데는 없지만 동쪽으로 갈까 해요."

거기가 우리 집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영 교수를 데려온건 다행이였다. 그
녀는 여기의 중추를 맡고 있었던 뛰어난 지질학자였다.

"잘됐군요. 동쪽으로 가요. 대륙은 서쪽부터 잠수해들어갈테니까요. 조금
이라도..."

"가능성이 있겠군요."

루빌이 말을 가로막자 민영교수는 웃었다. 그냥 웃을 뿐이였다.




"카리스, 너 정말 멋진걸?"

동쪽을 향해가는 도중 루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몰라.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을 뿐이야."

사실 그렇게 말한 나는 정작 공황상태에 빠지기 직전이였다.





우리는 우리의 일터였던 마사리아 연구소를 발견했다. 하지만 건물은 이미
큰 지진으로 거의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오면서 멀쩡히
서있는 구조물은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땅은 금이 가고 다리는 무너져서
오는데 고생이 많았지만 도중에 차를 줏어서 타고 올 수 있어서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나는 마사리아 연구소의 잔해를 뒤지며 자료를 긁어 모았다.

잔해를 미루어보면 마사리아 연구소는 무너지기 전에 약탈을 당한 모양이였
지만 다행하게도 심판의 날에 관련한 자료가 많이 남아있었다.

"카리스, 좋은걸 찾았어."

루빌이 나를 찾았다.

"뭔데?"

"니 책상"

근처엔 개인 라커도 있었고 국방연구소에서 자리를 배정받으면서 보냈던 짐
이 포장도 안뜯힌 박스에 담겨 있었다.

"카리스, 네 것은?"

"후우.. 깡그리 타버렸어."

아침이 되면서 하늘은 붉은색이 덜해져 보라색이 된 하늘 아래서 일행이
잠시 쉬는 동안 나는 내 책상에 앉아 그 자료들을 훑어 보았다.

이제와서 답안을 찾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마음 속에 남아있는 의문을
풀어보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 때문이였다.

분명 유적은 서쪽 해안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지만 고대 문명은 대륙 동쪽에서
부흥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동부 해안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 것일까?

동부지역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수원지가 넉넉한 덕분에 오늘날의 문명에서도
번성한 지역이지만 정작 고대의 유물은 한조각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 문제는 마사리아 연구소에서 우리를 오랫동안 물고늘어진 문제였다. 덕분에
우리가 내세운 고대문명에 대한 가설도 검증 받을 방법이 없어서 진보적 고고학
이 신빙성 없는 학문이라는 누명을 제대로 벗은 적이 없었다.




낮이 되어도 구름에 가려 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망할. 그래 네가 이기는 모양이구나...'

이제 와서 머리 짜낸다고 해답이 나올리가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문제는
풀리지 못할 것 같다.

약간 망가진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는 사실을 잊고 평상시에 앉던 의자에서처럼
등을 뒤로 펼쳤다가...

-퍼각!-

....의자가 폭삭 주저 앉아버렸다.

"아아..."

쿠션이랑 등받이는 멀쩡히 남아있었기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았다. 고개를 넘겨
뒤를 쳐다보니 루빌과 민영 교수가 서있었다.

"그냥 민영이라고 불러요."

"카리스, 산책이라도 다녀올까?"

난데없이 무슨 산책이란 말야...

"이 지구적 이벤트를 안보고 죽자니 억울하잖아. 기분전환도 할겸 말야."

나는 할말을 잃었다. 루빌 너도 참...




산책은 한번의 격렬한 지진 이후 시작했다. 꽤 험한 지형을 오를 것이라 가는
길에 지진이 나면 곤란하기때문에 지각에 축적된 에너지가 한번 소진 된 다음을
기다린 것이다.

"후우... 힘들군."

지각이 불안정해진다더니 과연 대륙의 지형은 말도 안되게 변해였었다. 고지
위로 올라가보니 보니 저 멀리에는 평지였던 곳이 가장 높은 산맥인 에스칼레이
터 산맥처럼 높이 치솟아 있었다. 그 끝자락은 구름에 가려져 있을 정도였지만,
높은 산맥답지 않게 그 끝가닥에는 눈이 덥혀있는 대신 논이나 밭, 그리고 건물
의 잔해가 고스란히 붙어있었다. 반대로 여기서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푹 파인 곳으로 강물이 흘러들어가고 있는 곳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압력으로 대륙판이 붕괴하고 있어요."

이렇게 심하게 일그러진 대지 반대편, 대륙의 끝인 동부 해안선에선 연기가 뿜
어져 나오고 있었다. 민영교수는 설명을 계속했다.

"저건 해령이군요... 저기서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는거에요. 하지만 그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나머지 마그마가 해수와 접촉해 수증기가 나는 것이죠. 해
안가가 언덕이 된 것도 해령이 올라와버린 덕분이에요."

우리는 잠시 그대로 그 광경을 보기로 했다. 루빌과 나와 같은 고고학자에겐 불
안한 광경일뿐이였지만 지질학자인 민영교수는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해안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루빌을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우리 그냥 바다에나 가볼까?"

"위험하게 뭐하러...."

루빌은 중간에 나를 쳐다보고는 말을 바꿨다.

"하긴, 이제와서 위험이랄 것도 없겠군. 가자~!"



고지를 내려가자 땅은 언제나 진동하고 있었고 해안선은 더우며 바다가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그리고 해안선쪽으로 육지가 더 생긴 것처럼 보였는데
사실 이건 새로 생긴 지각이 올라온 만큼 기존의 땅이 서쪽으로 밀려난 것일 터
였다. 민영교수는 자욱한 안개 때문에 더 안보인다면서도 밀려난 땅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우리를 어딘가로 끌고갔다.

"여기에요. 여기에 수평단층이 생겨나고 있어요."

지층이 끊임없이 밀려나오고 있으므로 오랜 지진으로 황폐해진 시가지 역시 밀
려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밀려나지 않고 있는 지역이 해안을 향해 뾰족하게
형성되 있었다.

"이 반대편에는 우리를 향해 V자 모양으로 해령이 만나고 있어요. 더 봐야 알
겠지만 여기는 밀려나지 않는군요... 아쉽게도... 이제와서라도 연구해보고 싶
은 현상이에요."

한탄하는듯한 민영교수의 말을 루빌이 받았다.

"그럼 여기는 밀려나 물에 빠지지 않는다는건가요?"

"아뇨. 어차피 격렬한 지각활동 덕분에 대륙 전체가 침강하도록 되어있어요.
하지만 여기는 움직임이 덜하니 조금 나중에 가라앉을지도 모르죠."

"좋군요."

그리고 루빌은 모든 짐 -...이라해도 대단한 것은 없지만...-을 모두 여기로
옮기자고 했다. 나는 처음에 이렇게 덜그럭거리는 곳에서 어떻게 지내냐고 반
대했지만 나가보니 어딜가나 땅이 진동하고 있었으므로 루빌을 따르기로 했다.



저녁이 되었다.
루빌은 어디선가 그물을 구해다 적당한 곳에 3개의 해먹침대를 만들었다. 처음
엔 루빌이 어디선가 구해온 휴대형 카세트 플레이어(휴대형 카세트플레이어는
이 재앙 전엔 최첨단의 물건으로 돈주고 사라면 매우 비싼 물건이였다.)를 귀에
꼽고 책까지 들고서 해먹침대에 올라가는 것을 보고 어이없어 했다. 하지만 해먹
침대 위에 올라가보니 길게 메단 해먹이 진동을 흡수해준 탓인지 덜덜거리는 기
분은 덜 수 있어 편리했다.

솔찍히 루빌의 저 낙천성은 부러울만 했다. 저 녀석은 무인도에 던져놔도 아무
렇지도 않게 살아갈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선가 구해온 봉지 과자와 쿠키를
끊임 없이 먹는 것으로 끼니를 때우며 캔에 든 탄산음료로 목을 축였다.

루빌은 그 와중에도 역사책을 읽고 있었고, 민영 교수도 곧 무언가 자연과학
서적을 찾아 읽고 있었으므로 나는 연구소에서 가져온 짐 중에서 최근 발굴에
대한 보고서를 비롯한 연구자료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잠깐, 저게 뭐죠?"

하늘이 어두워졌을 무렵 민영교수가 해안선을 향해 한무리의 등불을 발견했다.
우리는 모두 해먹침대에서 내려와 불빛을 관찰했다. 민영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광신도들일까요?"

루빌이 대답했다.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죠."

우리는 숨을 죽이고 숨어있었고 그 무리는 우리보다 낮은폐허를 통해 지나갔다.
무리들의 웅성거림이 가까이 와서 찬송과 기도문이라는 것을 알게되자 더 경계
심이 들어 몸을 움추렸다.

그들이 어느정도 다가왔을때 무리를 앞장서던 누군가가 뒤를돌아 무리에게 말
하는 것이 들렸다. 그 목소리는 나이가 들어 있었다.

"여러분! 여기가 구원의 삼각대가 내려왔다고 기록된 땅인듯 싶습니다. 이제
여기서 우리를 가엽게 여기신 신께서 또한번 삼각대를 내려주시길 기다립시다.
이렇게 땅이 떨리니 천막은 치지 말고 쉬도록 합시다."

숨어있던 우리의 마음도 움직이기 충분한 이야기였다. 무리가 자리를 잡고 담
요를 까는등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우리도 짐을 꾸려서 조금 물러서기로 했다.
우리의 짐 중에서도 몇가지는 무거워 포기했지만 상당히 편안했던 해먹을 회수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도 해먹 덕분에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다음날 나와 루빌은 민영교수를 새 은신처에 남겨둔채 어제 찾아온 무리를 살
피러 갔다. 몇일째 구름이 짙어 해를 가리는 날씨는 사람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
들법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몰래 움직이는 것에는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러
나 우리는 기척을 줄이자마자 헐은 암갈색 로브를 걸친 중년의 남자와 마주쳤다.
우리는 바싹 경계했지만 의외로 그의 반응은 점잖았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어제
들었던 바로 그 나이 든 목소리였다.

"새로운 손님들이시오? 환영하오. 여러분도 신께서 이끌어주신 모양이군요."

루빌이 답례하고 물었다.

"예, 그런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도 성경을 수십번 읽었습니다."

우리는 고고학자다. 나도 골 백번은 읽어봤을 거다.

"그러나 구원의 삼각대가 어디에 나타난다는 구절은 보지 못했습니다. 인도자
께선 어디서 그런 내용을 보셨나요?"

"외람된 일이겠지만 이것은 금서중에 실린 내용입니다. 나는 중부 말엘로니
수도원의 수도사였습니다."

말엘로니 수도원은 서 루만 제국시절 교황청의 명령으로 여러 서적을 보관하
기 위해 지어진 곳이다. 이 남자의 말에 따르면 얼마전 지진으로 수도원이 무
너지면서 나온 책을 마차나 수레에 실어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남자
수레에 놓여있던 책이 금서였다. 금서인줄 모르고 읽게 되었으나 나중에 읽고
알게된 사실을 수도원 형제들에게 말했으나 죽임을 당할뻔 하였고 겨우 빠져
나와 사람들을 모으며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였다.

"의외군요. 금서에 적힌게 삼각대나 고대문명의 기록이라니... 무언가 다른
내용이 들어있을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제가 본 것은 단순히 성경의 구절구절이 좀 더 자세히 써져 있
었을 뿐이였습니다."

나도 의문이 생겼다.

"그럼 어째서 그게 금서인 걸까요?"

하지만 엉뚱하게도 답변은 루빌이 했다.

"역사에 따르면 동 루만제국과 서 루만제국이 갈라지고 나서 동 루만제국은
야만족의 침략으로 책이 서고들이 불타고 말아. 그 후에 상황이 정리되면서
동서의 루만제국은 정통성 문제에 서부터 이것저것 대립이 많았었지. 그때
당시 동 루만제국에선 자신들이 신의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고 서 루만
제국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지어. 구원의 삼각대가 대륙 동부에 나타난다는
성경의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진다면 서 루만 제국의 권위는 상처를 입겠지.
  그래서 서 루만 제국의 교황은 권위의 유지와 정보통제를 위해 성경을 편
집했...."

"루빌 그만하자구. 이런 이야기는..."

나는 루빌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년의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과학자라던가, 가확자라던가 하는 선생들이신가보군요. 괜찮습니다. 저도
여기까지 오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제 율법따위 믿지 않게 되었
으니까요... 그러면 여러분은 어째서 여기 계신건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송구스럽게도 우리보다 나이든 남자는 깍듯한 말투를 사용했다. 하지만 루
빌은 거기엔 별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과학자입니다. 그것도 정확히 '진보' 과학자이죠. 보수과학자들은 신학자
들과 다름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이곳이 대륙에서 가장 안정적인 지
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보과학자들의 예언에 따르면 조만간 모든
대륙이 가라앉게 되지만 여기는 조금 늦게 가라 앉을지도 모른다는군요."

"다행이군요. 어쨌든 이제는 온전히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렇게 좋은 깨우침을 갖고 계신 선생님들을 만났으니 정말 다
행입니다."

남자가 우리의 손을 모아 부여잡았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는 너무 잘 통한
셈이다.



민영 교수를 포함해 우리는 이 무리에 합류하기로 했다. 하루 종일 흔들리
는 대지는 예전이라면 크게 놀랐겠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는데 그조차
사람을 불면증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해먹침대를 사용하도록 하자
그런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었다. 이런게 진보과학자들
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싶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오래 지낼 채비를 하느라 여기저기서 식수나 식량들을
긁어 모았고 무너진 폐허도 정리해 제법 지낼만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땅의
진동때문에 넘어져도 크게 다칠 요소가 많이 줄어들어서 좋았다. 뿐만 아니
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람들도 긁어왔다. 그칠줄 모르고 진동하는 대지
에 사람들은 미쳐가고 있었지만 온화한 중년 수도사가 말하는 구원의 삼각
대 이야기는 사람을 제 정신으로 만드는데 효과적이였다.


그렇게 삼각대가 나타나길 기다린지 2일이 지나고, 언젠가부터 유별나게도
진동이 잦아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습한 기후를 만들었던 해안의 안개도
많이 잦아 들고 있었다. 체감 온도도 서늘해져서 지푸라기가 깔린 맨바닥에
서도 잘 수 있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족한 휴식을 취했다. 간만
에 살만한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지질학자인 민영 교수는 이런 시기를 조
금도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폭풍 전의 고요함 같군요."

인간이 인지하느냐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재앙은 언제나 사전에 징조
를 남긴다. 그러나 격렬한 지각활동이 일어나기 전엔 고요가 흐른다. 여지껏
의 진동이 결과가 아니라 징조일 뿐이라면, 이 고요는 최후직전의 순간이였
다. 이것이 민영교수가 말하는 폭풍이였다. 그래서 민영 교수는 이 고요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 내일로 그 삼각대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린 다 죽은거에요."

우리는 그녀의 말을 수도사 아저씨한테 전했고, 수도사 아저씨는 더이상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도록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렇게 밤이 지나고 동이
트자 삼각대가 우리의 눈 앞에 모습을 들어냈다.

"야, 카리스. 저기에 섬이 있었나?"

해령에서 생기는 안개의 커튼이 옅어져 흐린 수평선이 보일무렵, 우리는
저법 큰 돌섬이 수증기 커튼 넘어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민영 교수는 손
보지 못해 늘어진 머리칼을 쓸어올리렸다. 그녀의 얼굴은 그동안 씻지 못
해 쌓인 흙먼지와 함께 약간의 희망이 묻어 있었다.

"저 섬은 V자 모양의 해령 사이에 있어요. 저 섬이라면...!"

정작 수도사 아저씨는 신이 내린 구원의 삼각대가 고작 못생긴 돌섬이였
다는게 의외였던 모양이였다.

"하지만 이걸로 된 것이겠죠. 보트를 구해와야겠군요."

해안도시여서 보트는 그럭저럭 있었지만 죄다 육지가 되어 있어서 끌고
오긴 어려워 보였다. 바닥에 둥그런 나무조각들을 대는 방식등을 써가며
사람들이 보트를 옮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인도자님, 도와주세요."

그때 뒤에서 왠 아주머니가 창백한 얼굴로 땀을 흘리며 수도사 아저씨를
불렀다.

"무슨 일입니까?"

"아무리 봐도 우리 아이가 보이질 않아요."

"뭐라고요? 자제분 이름이 어떻게 됐었죠?"

"나하누에요."

수도사 아저씨는 주변을 향해 크게 외쳤다.

"여러분, 잠시 멈추고 들어보십시오. 나하누를 보신분 없습니까?"

근처에 있던 사람중 한명이 되물었다.

"나하누가 누굽니까?"

아주머니가 나서며 자신의 아이라고 하자 그제서야 알았다는듯 말했다.

"미안합니다. 모르겠는데요."

사람들이 서로 수군거리기만 할적에 한쪽에 손수레를 받친 보트를 끌고
오던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무슨일인지 묻더니 한명이
나섰다.

"좀 전에 저기 하얀 나무집있는 쪽에서 왠 꼬마아이가 강아지랑 놀고 있
는 것을 봤습니다."

그때 또다른 사람이 나와 수도사 아저씨에게 말했다.

"인도자시여, 이미 6척의 배가 출발할 준비되었습니다."

수도사 아저씨는 민영교수를 바라보았다.

"과학자 선생님, 시간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난데없는 질문에 민영교수는 잠시 머뭇했지만 곧 차갑게 대답했다.

"알 수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예고없이 모든 기회를 잃게 될겁니다."

수도사 아저씨는 입을 다물고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섣불리 지체할 수 없다는 이야기군요. 자, 그럼... 우선 여자와 아이순으로
태워보냅시다."

그리고 배에 실을 짐을 나르던 우리를 불렀다.

"과학자님들, 괜찮으시다면 여러분이 애를 찾아주시겠습니까?"

당연히 가야지. 나는 일행을 보며 말했다.

"카리스, 민영교수 가죠!"


우리는 여기서 조그만 언덕 넘어에 바로 보이는 하얀 나무집을 찾았다. 우리
는 여기서 갈라져 찾기로 했지만 모두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약속
은 할 수 없었다. 여기서 민영교수가 말했다.

"조만간 배들도 출발 준비가 될거에요. 게다가 격렬한 지질활동이 일어나기
전의 고요는 길지 않아요."

그러나 나는 솔찍히 말해 민영 교수가 지나치게 위험을 강조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래도 갑자기 대륙 전체가 가라앉을까요."

"어쩌면 그간의 지진활동이 잠시 쉬는 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는 이게
파멸적인 지진활동을 임박했음을 알리는 고요라고 믿어요. 이렇게 긴 고요
는 분명 그만큼 거대한 에너지를 응집하기 때문이겠죠. 저 뒤에 화산 보여요?"

우리는 민영교수가 가르킨 손을 따라 육지 쪽의 솟아나온 지각을 보았다.
우리가 예전에 올라갔던 곳처럼 예전엔 평지였던 곳인데 땅이 수평으로 압력
을 받아 가운데가 솟아나 상당한 해발고도의 산이 된 곳이였다. 그것은 마치
기와지붕처럼 생겨있어서 도저히 화산처럼 보이진 않았다.

"화산... 은 아닌 것 같은데요?"

"우리가 보통 아는 화산은 마그마의 압력이 한점으로 몰려 생기는 것이죠.
하지만 추측컨데 저건 선형 화산이에요. -연구할 기회가 없어서 유감이군요.-
화산이 분출되는데 선으로 분산되어도 충분할만큼 대륙 전체에 화산에너지가
가득하단 뜻이에요."

....라고해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그러자 카리스가 이렇게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각자의 판단으로 돌아가기로 해요. 다른 사람을 기다리
지 말고. 대신에...."

카리스는 근처에 떨어진 광고판의 비닐원단을 칼로 잘라 붉고 파란 리본을
두개씩 만들었다. 그리고는 근처 반쯤 무너진 건물 안테나를 가르키며 말했
다.

"먼저 출발하는 사람은 저기에 리본을 묶어두자. 이 정도 높이면 멀리서도
종종 확인할 수 있고 올라가기도 편하게 되어있으니까 말이야."

3층짜리였을 건물은 한쪽 모서리부분의 일부만 온전히 서있었다. 하지만
주변 건물은 완전히 무너진 덕분에 충분히 보기 편했다. 그러면서 철제로
만든 외부계단은 온전히 붙어있었는데 방범의 문제로 1층엔 이어져있지
않아야할 비상계단이 무너진 잔해덕분에 올라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기왕이니 애를 찾았다면 파란 리본을, 못찾았다면 빨간 리본을 묶는거야."

우리는 카리스가 건물의 비상계단의 난간에 리본들을 메어두는 것을 보며
아이를 찾으러 갈라졌다.





"나하누! 나하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빠르게 걸었다. 그러면서 위를 보니 많이 맑아져 약
간 흐린 하늘 높이엔 무사히 탈출한 사람들의 대피시설이 작은 점처럼 보이
고 있었다. 그러나 폭풍인가, 제트기류 때문에 흔들리는듯 했다.

'저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공중대피시설들은 상승하여 고도를 높이고 있었다. 다시 시선을 내려 대지를
훑어보니 끊임없는 폐허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였다. 이 동부지역은 서부지역
보다 발달한 도시였기에 건물이 많았고 그것이 죄다 무너져 있었다. 마치 세
계대전 당시의 스할린 그라드가 이런 모습이였을까...


-철퍽!-

내가 뒤로 무언가 육중한 것이 떨어어지는 동시에 장딴지에 뭔가 따끔한 기
분이 들어 뒤돌아 살펴보았다. 거기에 떨어진 것은 사람 몸뚱아라였다. 나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여기는 무언가 떨어질 높이의 무언가가 없었다. 그냥
하늘일뿐...

-철퍽!-

저쪽에 또 떨어졌다. 위를 돌아보니 뭔가 또 떨어지는게 보였다. 저 까마득
한 높이의 하늘에서, 저 점으로 보이는 대피시설 무리 쪽에서....

하늘 위로 날아간 사람들은 이런 결과도 맞는구나 싶었다.
여기엔 바람이 잔잔한 편이지만 고공의 기류는 격렬하다고 했하니...

고대의 기록 속에서의 전해져 내려오는 하늘 위로 올라간 사람들도 저런 것
이였을까....




아이를 찾아다니다 언덕에 오르자 우리가 갈라진 쪽을 찾아 주변을 살펴봤
다. 그러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카리스가 지정한 안테나엔 어떤 이유에선지 파란색 리본 두개가 보기 좋게
묶여있었다. 그야말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였다.

나는 젠장을 연발하며 해안으로 나갔다. 거기에 보니 바다 저 멀리에 루빌
과 민영교수가 어디서 났는지 2명의 아이를 태우고 저 멀리로 나와있었다.

"야아!"

나는 고함을 쳤다. 다른 배들은 거의 섬 해안근처까지 도달해 있었는데 매
정하게도 준비가 되는대로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출발한 모양이였다. 대신
우리 몫으로 모터보트를 남겨두었던 모양이다. 다른 배들은 모양도 제대로
깍아놓지 않은 통나무 노로 젓는 배인듯하니 충분한 배려랄까....
하지만 충분히 기다려주지 않고 둘이서 가버리다니 이건 좀 심하다.

어정쩡하게 가다 말고 중간에 서있던 모터보트는 나를 발견했는지 엔진을
켜고 선회하기 시작했다.

"카리스! 조금만 기다려!"

루빌의 고함이 들렸다. 그러나 보트는 다가오다말고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해안선에선 일정 거리를 두고 왠지 희물거보이는 띠모양의 영역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바다가 타오르는듯 하얀 증기가 방출되기 시작했기 때문
이였다.

나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는 저 불타는 바다에는 배가 접근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나도 진보과학자인지라 최근 진보과학자들이 밝혀
낸 쾌거에 대한 지식 역시 알고 있었다.

최근에 진보주의 과학자들은 세계의 미스테리중 가장 유명한 것중 하나인
바무라 삼각지의 비밀을 파헤쳐낸 적이 있다. 배와 항공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 바무라 삼각지의 정체는 사실은 해저토양 밑에 누적된 천연가스
의 방출이였다. 해저 지표 밑에 생성된 천연가스가 해저에 누적되어있다가
일정량이 모이면 해저의 무른 지표를 뚫고 분출되는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든 물에서 솟아나는 공기방울이든 진행할 수록
잘게 갈라지게 되는데 그 결과 이런 가스도 수표면으로 올라올 무렵엔 무수
히 작은 기포로 잘게 나누어지게 된다. 그래서 수면에선 공기방울이 아니라
불타는 듯한 현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기체가 혼합된 물은 비중이 급격히 낮아져 어떤 배도 그 속으로 가
라앉게 되어버린다. 이 부분에 대해선 거창하게 바다까지 가지 않고도 실내
에서 수조에 띄운 모형배가 밑에서 기포를 발생시키면 가라앉는 실험으로 충
분히 증명할 수 있다.

이렇게 다량의 가스가 격렬히 움직이면 이온 역시 발생시키기 때문에 전자
기장이 발생해 전자기기에대한 교란이 일어남은 물론 희미하나마 발광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것으로 계기판이 멋대로 움직이는 현상이 설명되고 동시에
과거 유명한 항해록에서도 등장하는 끓어오르는 바다에 대한 기록도 설명된다.

그리고 가스가 분출되는 동안 열려지는 해저지표로 침몰하거나 추락한 기체
가 가라앉고 가스분출이 끝나면 다시 진창이 가라앉게 되므로 그 잔해를 찾
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을 두고 아틀라이트 문명의 잔해인 비밀병기가 선박과 항공기를 공격했
다느니 4차원과 연결된 통로라느니, 괴물이 살고 있다느니의 이론을 펼친 사
람들의 상상력은 칭찬할만하지만 합리성과 비판성이 부족한 사고만큼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한가한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저 바다의 끓어
오름이 잠잠해지길 기대해야한다. 일단 가스를 다 뿜어낸 다음엔 잠잠해지
니까 가스를 뿜어내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느냐가 관건이다.

"카리스!"

이렇게 손빨고 기다리는데 이제 가스로 흐려진 바다 위 넘어로 또 다시 루
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왜 부르는지는 나도 막 알게되던 참이였다.

순간 땅이 진동하며 등뒤에서 폭음이 들려서 돌아보니 뒤에선 화산이 폭발
하는듯 했다. 등 뒤의 화산은 민영 교수의 말처럼 역사의 유례가 없는 선형
화산이였다. 그리고 지금 뿜어져 흘러 나오는 것은....!

"카리스, 화쇄성 구름이야! 카리스!"

화산의 가장 궤멸적인 피해중 하나가 바로 저 화쇄성 열운이다. 화산 폭발
초기에 분출되는 파편중 암석파편과 용암등의 가장 무거운 파편들이 화산가
스와 섞여 마치 사태처럼 밀려내려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쾌락과 향락의 도시로 알려진 품테일의 사람들이 불의 천사가 보
낸 용암에 타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와 다르다. 분명 나중에 용암
에 덥히긴 했지만 발굴된 바에 따르면 그들의 직접적인 사인은 강력한 물리
적 충격에 의한 것이다. 용암에 묻히지 않은 유골이 뼈가 250군데 이상 골절
당해 있었으니까... 게다가 화쇄성구름은 엄청난 질량이 경사진 산허리를 타
고 사태처럼 밀려내려오기 때문에 석조건물로 가득찬 시가지가 다 무너지고
생존자가 거의 나오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지형은 지극히 극단적이기 때문에 갑자기 경사가 된 평야를
타고 내려오는 화쇄성구름의 속도는 여기서 어림잡아도 초속 50m는 되보였다.
저 경사를 내려온 다음에 지형에 따라 어느정도 속도가 변할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없다. 여기 있어도 죽긴 충분하다.

'어떻해야하지? 어디로 피해야하지?'

순간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장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넉넉할지 알
수 없으므로 루빌에게 소리치고 우리가 그동안 잠자던 곳을 향해 달렸다.

"루빌! 나는 네 해먹 침대가 처음 있던 밑으로 대피해있겠어!"



숨이 차도 무시하며 달렸다. 그리고 목적지에 다다랐다. 우리가 처음 해먹
침대를 펼쳤던 곳에는 그곳을 포기하면서 같이 버려둔 짐들이 있었다. 나는
그중에 있던 티태니움 삽을 꺼내들었다. 땅을 파기엔 충분히 크진 않았지만
맨손으로 파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이 좋았고 내가 파려는 곳은 이미 어느정
도 파여져 있는 곳이여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히기만 하면 됐다.

1분이 될까 말까하는 시간동안 필사적으로 파내어 사람이 웅크리면 겨우 들
어갈만한 구멍을 땅바닥에 팠다. 그리고 이 구멍 위에는 두꺼운 돌벽이 조금
흔들거리며 서있었다. 땅이 울리면서 가끔 '구르릉'소리가 나서 넘어트려버릴
까 했었는데 이제 안 넘어트린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구멍 안에 들어
가면서 넘어트리면 화쇄성 열운으로부터 나를 격리시켜줄 든든한 격벽이 되
어줄 것이다.

그리고 구멍 한쪽, 조각난 바위덩이 들과 닿아 있어서 밀폐가 충분하지 않아
보이는 곳에 마사리아 연구소의 폐허에서 서류조각들을 모아 담아둔 가방을
박아두었다. 그리고 흔들거리는 그 두꺼운 돌벽을 힘껏 당겼다. 그리고 돌벽이
충분히 기울자 나는 재빨리 구덩이 안으로 몸을 웅크렸다.

-쿵!-

그리고 2초도 안되어 이루 말할 수없는 격심한 진동이 나를 감싼채로 맹수
처럼 포효했다.






격렬한 진동으로부터 마비된 감각이 돌아오기까지 나는 내가 살아있는지 죽
어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살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위를 누르고 있는 이 거대한 돌벽을 내힘으로 여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아니라면 화쇄성 구름의 폭풍으로부터 나를 구할 수 없었겠지. 괜찮다. 이럴
줄 알고 구덩이로 들어갈 적에 삽도 들고 왔으니까. 먼저 서류를 담아둔 가
방을 치우고 숨구멍부터 터야했다. 약간 흙을 치우자 뜨겁고 먼지섞인 공기
가 들어왔다. 지상까지는 틈새가 있는듯 하므로 때문에 숨은 통할 것 같다.
돌조각들이 쌓여있는 사이로 잘은 흙은 쉽게 흘러내려간 덕분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위에서 돌을 걷어내준다면 모를까, 안에서는 치울 수 없는 돌들
이다.

일단 삽으로 주변을 파려고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하지만 두터운 돌벽때문인지 돌벽 위에 무언가 굴러가는 소리같은건 잘 들
리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로 삽으로 돌벽을 쳐보니 꽤 소리가 잘 났다. 그
럼 이제 루빌과 민영교수가 구하러 와준다면 돌벽을 쳐서 신호하면 되겠지.

바다의 가스분출은 걱정이 되지만 이정도 양의 화산쇄설물이 추가된다면
해저지표가 견딜 수 있는 가스의 양도 늘어날테니 아마 멈출지도 모른다.

물론 용암이 흘러내려오면 끝장이지만 초속 50m가 넘는 화쇄성 열운과 비
교하면 그 갭은 크다. 그리고 화쇄성 열운과 달리 용암은 크게 갈라진 땅등
에 지체될 것이므로... 게다가 여기는 비교적 고지대이므로 상당한 시간여
유가 있다. 루빌이 와주기만 한다면 분명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갖혀있는 시간은 너무 길었고 불안했다. 칠흙같은 어둠 속
에서 가방을 들척 거려보았다. 거기엔 루빌이 듣던 소형 카세트플레이어가
있었다. 카세트 플레이어에 묶여있던 이어폰을 풀어 귀에 끼고 한번 틀어
보았다.

워크맨이라고 했던가... 나는 이 휴대사이즈의 카세트플레이어를 사용해
보긴 처음이였다. 꽤 괜찮은 물건이긴 했지만 불행하게도 음악에 대해서
루빌과 나의 취향은 달랐다. 루빌이 듣던건 힙합인가 랩인가 하는 신흥장
르의 음악이였는데 그리 듣기 좋은건 아니였다. 그 외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마사라 연구소에서 내 책상에서 찾은 카세트 테이프를 가방
안에 넣어 뒀던 것 같았다. 내 책상과 함께 음성메세지 녹음기도 온전하
게 남아있었지만 불행하게도 플레이어를 겸하는 이 녹음기는 이제는 구할
길 없는 외부전원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였다. 그래서 일단 건전지로 돌아
가는 플레이어를 찾을 때까지 테이프만 넣어 뒀던 것인데 루빌이 이 워크
맨을 찾아서 들고왔을적엔 미처 이 테이프 생각을 못했다.

혹시나 해서 테이프를 찾아내어 워크맨에 끼어보니 다행하게도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거기엔 내 짐을 옮긴다던가, 어디서 배달이 왔다던
거, 루빌과 내가 국방연구소에 있는 동안 연구소에서 진행된 회의에 대
한 기록등이 동료연구원들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있었다.

마사리아 연구소는 진보주의 과학자 집단답게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
했어서 거의 연구원 수만큼 음성메모기 역시 지급되어 있었다. 한번 녹
음된 테이프는 재녹음이 가능했기 때문에 복사기로 서류를 돌리는 것보
다 저렴하고 편리했다. 필요하면 여럿이서 함께 들을 수도 있고 말이다.

녹음된 내용중에는 셀미나 교수.... 그러니까 우리가 대륙 서쪽의 대
학에서 발굴한 자료를 분석해준 연구원이 남겨둔 메모도 있었다.

-잘 돌아왔나요, 카리스? 당신이 국방연구소에 있는 동안 보내준 발굴품의
분석이 끝났어요. 오면 사서인 듀커에게 7-B화일을 부탁하세요.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유물 중 티태니움 삽에 손잡이 안쪽에
부식된 모양이 원래는 무언가 글씨가 새겨져 있던 것 같더군요. 그런데
그 모양이 마치 '카리스'라고 써져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직접봐요. 신기
하니까요.-



▽순간 머리를 스치는 의문에 티태니움 삽의 손잡이에 잡기 편하라고 둘러놨던
고무리본을 풀어 그 손잡이 안쪽을 만져보았다. 이 삽은 루빌으 내 생일 선물
로 주면서 주문할적에 내 이름을 새겨놨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루빌도 나도 어
디다 새겼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삽 어디에 이름이 새겨졌는지 이
제 알게되었다.

그런데 이것을 어째서 6000년 전에 묻혀졌던 삽을 통해 알게된걸까?
그 삽을 쥐고있던건 누구였을까...▽

그리고 나는 이 비좁은 굴안에서 웅크린채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아직 많은 의문이 남아있었지만 나는 적어도 한가지 의문의 해답을 찾아냈다.
아직은 가설에 불과한 것이지만 이 가설대로라면...

"지각이 계속 움직여 6000년 뒤에는 서부 해안에서 발견되는 것이구나."

어째서인지 납득이 되었다.








'우리의 미래는.....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것이 아마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생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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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죄송합니다. 무척 늦어져버렸습니다.
  게다가 원래 단순함과 속전속결이 요구되는 글이라서
  중간의 너저분함과 끝의 뒤늦음은 감상과 재미에 해악을 끼칠까 우려됩니다.
  (위에 저렇게 주의를 써놨을정도로)
   손본다면 용량을 3화나 4화분으로 줄여야겠죠. 첫연재의 늦어진 시간에 대해
  선 어쩔 수 없더라도.

-1999년 7월엔 공포대왕이 내려온다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세계의 종말이 온다고 날띄던 나라는 그 예언을 종말로 과장해석
해 책을 써서 팔아먹은 어느 머리 좋은 장삿꾼이 있었던 일본과 일본의 책이
라면 곧이곧대로 받아적는 우리나라뿐이였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같은 데서는 이미 그것이 노스트라다무스가 살던 지방의 일
식을 예언했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글쎄요, 이런 어리석음은 잘못된 정보를 즐기는데 빠져있는 우리의 내부의
잘못때문은 아닐까요?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보려해선 안되고 오직 진실만
을 보고 싶어 해야합니다.
  이 역시 두려움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감정에서 기인한 일종의 자기기만이라
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어리석음을 극복해야합니다! 이것이 이 글
의 주제입니다!!!
  ....인 것은 아니고... 사실 그냥 늘어놔본 말이죠.-_-
실은 단순히 반전이 주제입니다.
  


- 저는 글에서 반전이란 요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쎄요.
  제가 감상하는 입장으로써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최소한 쓰기는 싫습니다.
   오직 반전을 위해 구상되는 흐름과 캐릭터는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고
  (주제의식을 위해서라해도 마찬가지이지만.
  흔히 말하는 소설적 자유를 중요시여긴다는 거겠죠.)
   그다지 이야기로써 중요한 미덕이라고 생각되진 않거든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떠올랐는 걸. 안쓰면 손해죠.

  덕분에 쓰기엔 더럽게 재미가 없어서 그나마 의지를 발휘하여 쓴게 이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근성을 발휘해가며.

  역시 무엇보다도 제 자신의 재미를 위해 글을 씁니다. 남보다 제 스스로가
보기 위해 쓰는 것 같아요. 아무리 타인이 재미있다고 격려해줘도 힘이나지
않거든요. (원래 힘내란 소리 듣는다고 힘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재미있었다거나 정말 멋지다는 평가조차 매우 기쁘긴 하지만 글을 쓰는 원천
적인 힘이 되진 않죠 -_-
  물론 박수 쳐 주면 보답하고 싶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말입니다.

- 이것은 제가 중요시 여기는 테마인 '투쟁'이 배제된 저의 얼마 안될 이야기중
  하나입니다. 이정도면 (제가 쓰게 될 것중엔) 순수 SF죠 -_-

-다음은 Experiment 2/2나 2/3-_-
나란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지만 글쎄.. 죽지 않았다면 어딘가엔 있겠지만 이제 여기엔 없을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