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멸망 이후 태양계의 탈출에 성공한 인류는 수세기에 걸쳐서 저 넓은 은하를 개척하고 탐험했다. 기나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류는 수많은 갈래로 나뉘어 은하계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하나둘씩 자신들의 새로운 고향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에느 아직 워프항법이 발병되기 전이었기때문에 항성간항행은 거의 세대를 교체해가며 해야하는 대 사업이었다. 그래서 은하에는 수백개에 달하는 단성계국가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으나, 인류에게는 바로 이웃나라조차도 방문할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 아니, 이웃 성계에 또다른 개척자들에 의한 국가가 있으리라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워프항법이 최초로 발명된것은 은하력이 성립되기보다 약 300여년 전으로, 그 당시가 될때까지도 은하계 한 구석을 떠돌던 어떤 개척자집단에 의해 최초의 가능성이 확인되었고, 그후 수십년에 걸친 고행끝에 최초의 워프드라이브가 완성되었다. 최초의 워프드라이브는 출력도 형편없고 도약가능 거리도 턱없이 짧아서, 1회에 기껏해야 1광년 정도가 한계였다. 그러나 이정도로도 수백광년 이상 분포되어있던 인류를 하나로 이어줄 획기적인 발명임이 분명했다. 이때부터 인류의 역사에 새로운 장이 펼쳐졌
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최초로 워프항법을 발명해낸 개척자집단이 한개의 행성에 정착한때는 워프항법이 최초로 발명된 후로부터 약 200여년이 흐른 후였다. 개척자집단은 자신들이 새로운 고향으로 삼을 행성의 이름을 '유지아'라고 지었다. 이 행성에는 물과 산소가 풍부하게 함유된 대기가 있으며, 환경역시 전설속의 지구에 가까워인간이 거주하기에 더할나위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의 탐사대가 행성 유지아의 대지에 발을 딛었을때, 이들은 커다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바로 유지아에는 인류 이외의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었던것이다. 그들의 문명은 지구시대의 중세시대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긴 했지만 틀림없는 문명을 이루고 있다는데에 인류는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되었다. 이후에 개척자집단 사이에는 여러가지 논의가 있었다. 원주민들을 정복하여 그들 위에 군림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흡수하여 더불어 살아갈 것인가. 분명 뒷탈이 없으려면 후자를 선택해야 할것이었으나, 자신들의 우월한 힘을 맹신하는
일부 사람들은 전자의 것을 원했다. 그결과 개적자집단은 처음으로 분열을 맞이했다. 유지아의 주회궤도상에서 벌어진 싸움은 유지아인들과 공존을 바라는 측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패배한쪽은 약간의 물자와 한척의 우주선에 실려 추방당했다. 최초에 유지아인과 인류가 접촉했을때, 유지아인들은 인류를 하늘에서 내려온 - 맞는 말이다만... - 천신으로 생각하여 숭배하려했다. 인류는 그들을 '교육'하기 위해 애썼고, 유지아인들이 인류에게 완전히 포용된것은 상당히 긴 세월이 흐른 뒤다.
프레이 왕국의 성립은 인류가 유지아에 정착하고나서 약 100여년이 흐른 뒤의 일이다. 유지아에 도래할 당시의 개척자집단의 수장이 국왕을 맡게 되었지만, 국왕은 명예직에 가까웠다. 프레이 왕국은 성립초기부터 입헌군주제를 표방하였으며, 국회는 유지아인과 인류가 같은 수로 배석하도록 의무화되었다. 그리고 프레이 왕국이 성립된 해를 '은하력'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를 열게된다.
이후 1000여년이 흐른 현대, 프레이 왕국은 은하계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국가중 수위를 다투는 국력을 자랑하는 강국으로 성장했으며, 무려 6개의 유인성계와 5개의 반유인성계, 그리고 2개의 무인성계라는 광대한 영토를 거느리게 되었다. 왕국의 전체 인구는 약 220억으로 추산되며, 그중 150억명 가량이 우주에서 생활한다. 지상과 우주생활자간의 격차는 없으며, 왕도 유지아도 거의 대부분의 시설은 행성 유지아의 주회궤도상에 건조되어있다. 지상은 자연의 보호를 위하고 최대한의 식량생산을 위한 인구만이 거주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유지아인은 유전적으로 인류와 매우 흡사하며, 매우 뛰어난 외모를 자랑한다. 덕분에 인간과의 사이에 혼혈이 발생하기도 하나, 그러한 경우는 드문편이다. 이들은 인류에 비해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종족적 특성인지 대부분 상당히 마이페이스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 은하계에는 수백개의 성간국가들이 난립해 있는 상태다. 대부분이 단성계국가에 인구는 10억 남짓한 수준. 단일 경제권으로는 상당히 규모가 작기때문에 단성계국가들은 언제나 영토를 넓히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시장의 팽창은 곧 국가의 부가 증가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성간국가간의 전쟁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그 덕분에 항성간 교통로에 대한 치안상태는 대단히 취약하며, 우주해적이라 불리우는 집단들 역시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성각 국가들은 여간 골치를 앓는것이 아니다. 이들의 퇴치를 목표로하고, 성간국가간 평화로운 자유교역을 위한 '은하연합'이란 기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이 기구에 가입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기구 자체에 실질적인 힙이 없기때문에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은하연합에서 비교적 활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역시 다성계 국가들로, 영토가 넓은만큼 해적들에 의한 피해도 적지 않기때문이다.

은하력 991년 1월 초, 프레이 왕국 왕도 유지아

"흐응... 우주군 사관학교에 입학하고 싶다고?"
"네."

안락의자에 몸을 맡긴채로 전술서적을 탐독하던 라이디슈는 올해 열세살 난 아들의 말에 책에서 시선을 거두어 들이고 아들을 쳐다보았다. 인간과 유지아인의 혼혈로 태어난 아들은 기묘한 분위기를 가진 소년이었다. 냉철함과 열혈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 - 쿄X케 X부?? - 이랄까. 소년의 부친이자 그녀의 남편이기도 했던 이는 십여년전에 호위함의 함장으로 근무하던중 국경분쟁에서 눈먼 적탄에 함이 격침당하며 전사했다. 졸지에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그녀는 이리저리 근무지를 옮겨 다니느라 아들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고, 아들은 이모 부부에 맡겨져서 길러지다 시피했다. 그녀는 항상 그러한 일들이 마음에 걸렸는데 아들은 다행스럽게도 제법 바르게 - 일단 겉보기에는 - 성장해주어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대령으로 승진하면서 왕도로 발령이 나서 이제 아들과 좀 살아보려고 하는데 이 아들놈은 사관학교에 입학하겠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이 드는 그녀였다.

"군인이 우리집안의 가업 같은건 아니다. 굳이 군인이 될 필요는 없다만..."
"군복무를 마치고나면 혜택이 많잖아요. 세금 감면도 많고, 장기복무하면 연금도 그럭저럭 나온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근무지는 어떻게 안되지만 근무시간도 왠만한 공무원들하고 비슷하잖아요?"
"뭐, 합리적이긴 하구나. 하지만 군생활이 네가 생각하는 것 처럼 만만하지는 않단다. 적어도 초급장교 시절에는 말이지."

어느 군엘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상급장교들의 하급장교들에 대한 음성적인 린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군기를 잡는다는니 어쩐다느니 하는 명목이 있긴 하지만 역시 군에게 있어서는 암적인 존재임이 틀림없다. 현대의 우주군은 이러한 사례가 적발되면 가해자의 직위를 박탈하고 실형을 선고하는 등 매우 강경히 대처하고 있어 최근에는 사고사례가 많이 줄어든 편이었다. 라이디슈 역시 초급장교 시절에 직접적인 린치를 당한적이 있는 경험자로서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이성적인' 유지아인임에도 불구하고 노화가 끓어오를 지경이다. 지금이야 그녀는 이미 대령에다 전장 1km가 넘는 순양전함의 함장으로, 과거에 그녀를 린치했던 선임들은 오히려 그녀보다 계급이 한두단계씩 아래다. 이제는 형세역전...이랄까나. 그녀는 그들에게 경례를 받는 것으로 충분한 복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쨋거나 엄마, 반대는 안하시는 거죠?"
"난 상관없구나. 네 마음대로 하렴."
"옙! 엄마의 발목을 잡지 않는 훌륭한 군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난스레 거수경례를 하는 아들을 보며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남편의 기질을 닮아서 애교도 잘부리고 꽤나 유쾌한 녀석으로 성장했다. 이것 역시 종족 특성인지는 몰라도 유지아인 여성들은 감성적이고 웃음이 많은 타입의 남성에게 매우 약한 면모를 보여준다. 별개로 느끼한 녀석들에게는 철옹성이 따로 없지만.

은하력 991년 3월, 프레이 왕국 왕립우주군 대령 라이디슈 즌 대령의 외아들 '유진 즌 케이'는 13세의 나이로 프레이 왕국 우주군 사관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3년뒤인 994년 2월에 정식으로 소위로 임관후, 본인의 당초 계획과는 전혀 역방향으로 끊임없이 변방성계들 사이의 야전부대들을 전전하며 무수한 국지전과 도발을 헤쳐나온 끝에, 998년 놀벡 성계 방위전에서 적국 해병대에 자함이 점거위기에 놓이자 손수 백병전을 지휘해 적을 격퇴하던 도중 적병과의 전투중 오른팔을 절단당하는 중상을 입고 후송된다. 후송되는 도중에 함을 지켜낸 공로가 인정되어 대위에서 소령으로 특진, 겨우 22세의 나이로 소령이 된다.
이후 의병 전역이나 해야하나 하며 미래를 걱정하던 그였지만, 우연찮게도 신설 국책프로젝트인 '의체'가 실시되면서 프로젝트에 자원, 인공으로 제작된 오른팔을 달게된다.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와 사고가 있었지만, 의체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어 갔고 그가 속해있던 어깨와 팔부위의 의체화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프로토 타입의 개발이 완료되었다. 전투나 사고로 사지를 상실한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게 된것이다.
유진은 의체개발계획 3년간 군용 의체에 대한 데이터 제공과 의체 자체의 개발에 큰 역할을 담당함으로서 그 공로가 인정되어 중령으로 진급한다. 현재 그의 오른팔은 왕립과학원이 최초로 완성해낸 프로토타입의 군사용 의체로, 그 성능은 후에 등장하는 양산형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은하력 1003년, 나날이 증가하는 주변국들의 도발과 우주해적의 창궐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함대가 창설되었다. 그 이름은 '왕립우주군 제 13함대'. 통칭 '사략함대'로, 항시 월경영역을 순찰하며 '의심스러운' 것에 대해서는 선제공격권까지 부여된, 지극히 공격적이며 비합법적인 성향의 함대였다. 유진은 이 함대의 1번함의 함장으로 내정되어, 5년여만에 다시 최전방을 밟게 된다.
음... 특히 SF에 매진하지는 않지만 어쩌다보니 건담에 미치게되었습니다. 그외의 SF물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자하고 요즘 쓰고자하는 소설이 약간 근미래적인 설정과 판타지를 믹스한거라서 말이죠. 앞으로 잘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