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보내고.. 이 소리가 뇌릿속을 항상 맴돌았다.

잘 가요―――!
다시는 이렇게 만나지 마요―――!

그들을 떠나보내고, 생각했다.  이제 다 끝난것일까?
손에 남은 기억들, 허벅다리에 맞은 상처, 그리고 잊혀지지 않을 얼굴들...
거기서 멈추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숲이 온통 붉다.
회빛의 큰 몸집. 길고 빛나며 단단한 피부. 짧다싶은 꼬리에도 울긋불긋 굳은 붉은 물방울...
나무에도, 이파리에도, 길게 누워버린 라자룩스들의 전신에도... 사방은 붉은 비가 내린 것 같다...

전부 누워있었다. 작은 생명들만이 누워있는 그들을 찾아 모여들었다.
무던히도 애앵거리며 그들을 깨우지만, 듣지 못하나보다. 미동도 없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뒤집어보았다.
윗가슴에서 아랫가슴까지 크게 벌려졌다. 속에 들어있던 모든 것이 쏟아져 나온다. 붉은 물은 이곳에서 흘러내렸다. 이미 굳어버리고 상하여 작은 그들만이 애앵거리며 달려든다.

무엇이, 대체 무엇이 이 많은 라자룩스들의 가슴을 벌려놓아 죽게 한 것일까?
알고 싶다. 그러면서도 무척이나 기분이 좋지 않다. 익숙하면서도 불안한 이 감정은 무엇인가?





마을 사람들의 말로는, 분명 리자드맨의 짓이라고 하였다.
초록 비늘의 공포스러운 눈동자와 울음소리, 우리 팰츠하만 수비대가 찾아야 하는 가장 위험한 괴물이다.
이 숲에 들어온지 이제 나흘째, 보급을 기대할 수 없는 작은 마을인지라 사냥과 훈제로 계속 먹을 것을 조달하고는 있지만 이래서는 전체가 얼마나 버틸지는 잘 모르겠다. 이 숲은 그래도 캐내어 먹을 만한 칡이나 오바늘나뭇방울 등의 먹을만한 거리는 꽤 된다. 못해도 보름간은 어떻게든 버티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라이칸스로프 무리를 급습하였다. 심각한 중상자는 없었지만, 다들 사소한 경상정도는 훈장처럼 달아버렸다. 어차피 우리의 일이 주변 산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괴물들을 격퇴하는 것이지만, 이곳은 뭐랄까... 괴물들의 소굴이랄까? 별의 별 괴물들이 다 모여있다. 첫날부터 아울베어를 만나지를 않나, 어제는 라이칸스로프 무리. 곳곳마다 널려있는 큰무린재들의 발자국들... 여긴 무슨 할아버지 입으로 듣던 그런 ‘드래곤소굴’같은 기분이다. (숲에 사는 드래곤이란 말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여기에 드래곤이 있을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괴물 때려잡는 데에 도가 튼 우리 팰츠하만 수비대라도 이곳은 정말 사절이다. 기분 자체가 대단히 찜찜하고 소름돋는다고 할까? 나무들도 그렇고 무지하게 많은 이곳의 괴물들도 그렇고(이렇게 궁상떠는 가운데에도 우리를 노려보는 눈초리가 느껴진다.) 길에 널린게 가시잡덤불이요, 깔린 것은 푹 패이거나 고인 구덩이다. 항상 산늪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그런 지형들 뿐이다. 나무도 죄다 기괴하게 생겨서 꽈리를 튼 나무에 또아리트고 다른 나무에 매달린 요상한 나무들도 있다. 밤에 보면 나무귀신들이 어깨동무하고 노려보는 것만 같다.

기분이 더러운 것은 내 일이지만, 괴물퇴치는 영주님께서 직접 내리신 일이다. 미룰수는 없지 않는가?
마을에 들어선 그 밤에, 아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도롱뇽이나 도마뱀을 잡아서 불에 굽고 있었다. 단순히 먹는 눈빛들이 아니었다. 그 작은 도마뱀을 머리부터 꼬옥 꼬옥 씹는 그 눈빛은 마치 원수를 갚는 사냥꾼처럼 매서웠다. 나뭇가지에 꿰인 도마뱀구이를 팔,다리 하나씩 똑똑 떼어 머리부터 와작와작 씹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소름끼쳤다.

우리가 여기서 달아난다면, 그 애들의 눈빛이 나를 죽일것같다.
“부대 정렬. 이곳에 천막을 친다.”





들렸다. 분명 ‘인간’의 목소리.
이번엔 뭔가 무섭다. 역시 비늘을 덧대고 꼬챙이를 들었지만, 머리에까지 비늘을 쓰고 온 적은 없었다. 빛나는 비늘 때문에 눈이 아프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더 겁이 난다. 붉게 빛나는 저 넓적한 것은 무엇일까?

비늘이 선다.
알을 올리는 듯.. 알 수 없는 큰것을 만드는 동안에도 철저하게 주변을 돌아본다. 몇몇은 이상한 나뭇더미를 들고 서 있는데, 나뭇더미에는 거미집을 감아놓았다. 그 뾰죽한 꼬챙이도 가지고 있다. 빛나는 얼굴은 정말 무섭다. 저들은 혹시 돌 알에서 태어난 자들인가?

저 빛나는 돌 속에서 칼칼한 소리가 울려나오고 있다. 빛나는 안개를 두르고 뾰죽한 갖가지 것들로 몸을 감싸고 있다.
덕지덕지 묻어있고 멀리서 보이지만, 분명 그 물! 라자룩스의 헤어진 가슴 사이로 떨어지던 그 물의 빛깔.

생각이 마구 엉킨다. 사람인가? 아니면 안개가 온 것일까? 저들은 날 만나러 온 것일까? 저들 때문에 라자룩스들의 가슴이 벌어진 것일까? 저들은 위험한가?

저들은 위험한가? 그렇지 않은가?

지금은 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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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실패로 감점 -1점. 도로 0점에 이르는 순간이군요 -_-;;
집컴 사운드칩셋이 나가버렸는지, 사운드가 들리지 않는 관계로 삘링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꾸 굴러다니면서 이걸 쓰려니 하도 조용하여 자꾸 졸립네요 *.*;;;

언제나 그렇듯이, 딴지와 평가는 환영합니다.

[오바늘나뭇방울: 솔방울을 생각해주세요. 단, 속에 잣같은 열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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