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색칠한 달걀이었다.

온화한 황금빛 실내등에 비친 딱딱한 표면엔 그림이 금박은박 색색깔로 찬란하게 그려져 있어서 먹기가 아까울 지경이다. 어떤 것들은 꽃다발과 화환의 모양이-. 어떤것은 날개날린 천사들의 모습이-. 어떤것은 기하학적인 문양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승천중인 나가의 위용어린 자태가 그려진 것도 있다. 화려한 원색의 조화와 대비. 단순하기에 더욱 강렬하며 도발적인 도안된 그림들. 진부한 소재들이었지만 예술적인 감각으로 재창조된 그것들은 완벽해 보이기까지 하다. 모두 신화적인 상징이 담긴 것들이었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비단 색이 칠해져있을 뿐 아니라 금박으로 둘러싸진 빛을 발하는 진짜 천연보석과 잘잘한 유리구슬들까지 촘촘히 박혀있었다. 무척이나 정교하고도 섬세한 솜씨로.

너무나 정성들여 그려진 것들이라 하나의 공예품이나 예술품이라 불릴만한 것들이었다.

무엇을 고를 것인가?

망설이듯 손톱의 끝이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다들 각기 다른 개성있는 매력과 완벽한 조형미를 뽐내는터라 선택이 괴로울 지경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이윽코 절묘하게 만들어진 대나무 소쿠리에 닮긴 그것들에 장갑낀 손 하나가 다가왔다. 손은 그것들 중 하나를 들어 가볍게 자신의 눈높이까지 들어올렸다. 손이 선택한 알은 특별히 화사한 색채와 아름다움을 갖춘 것이었다.

진홍빛.

너무나 고운 진홍빛이다.

화사한 순수한 주사가 바탕으로 칠해져있다. 그 위로 영롱한 진주를 빻은 가루로 비늘을 붙인 용(나가)이 꿈틀꿈틀 힘차게 약동하는 모습이다. 마음에 들었다. 나가. 확실히 신화속의 존재일 뿐이지만 신에게 바치는 예물로써 더 적합한 것을 달리 찾기힘든 신령함과 화려함과 품위를 두루 갖춘 짐승이 아니던가?

신의 영광을 찬미하며 세상을 뒤덮는- 날개를 펼쳐 비상하는 불의 봉황은 남자를, 태모신의 군대가 될 자식을 낳아 번창시키며 모신의 적은 그 목을 물어뜯고 심장을 예리한 발톱으로 터뜨리는 불의 용은 여자의 패기와 기백을 나타내는 짐승이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짐승의 역동적인 형상은 당장이라도 화면에서 뛰쳐나와 포효할 듯 생생했다.

손은 그것을 천천히 한바퀴를 돌려보았다.

완벽했다.

선택된 것을 포장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자속에 조심스럽게 첨부하며 손은 주의를 기울였다. 상처입기 쉬운데다 깨어지기 쉬운 것들이 담긴터라 여간 신중한 손놀림이 아니다.

비할 바없이 아름답고도 고귀한 분들께 드릴 예물이니 마땅히 신경을 보통때의 천배는 써야지. 아니 만배를 쓴다해도 부족하다. 달걀에 못지않게 자개로 장식된 상자역시 아름다운 최극상의 예술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상자안에 든 내용물에 비하자면 상자나 달걀의 아름다움따위는 그저 조잡한 인공물에 불과해질 뿐이지만.

차곡차곡.

손은 비단이 입혀진 최고급 포장지로 봉인한 상자를 아름답게 둘러쌌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주의깊게.

이제......인간의 땅위로 내려온 신들께 질문을 던질 시간이다.


[[끝]]
sf를 사랑하는 사람들중의 하나. 그러나 이 취향으로인해 주위사람들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슬픔이 있었으니-왜 다들 사람들은 sf를 어렵다고만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