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망할 것들..."

정포수의 욕에 장공덕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태가 약간만 가벼웠어도 장공덕도 정포수의 말에 동감하고, 더 심한 욕을 부었을 것이다.

정포수는 장공덕이 인정한 몇 안되는 최고의 산사람이자 사냥꾼이었다. 동시에 마을의 씨름대회에서 번번히 일등을 차지할 정도로 대단한 장사이기도 했다. 비록 창성의 출현 덕분에 그런 그의 기록은 깨지고 말았지만, 그가 타고난 산사람이며 그 힘만큼이나 배포가 두둑하단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둘은 산을 타는데엔 항상 단짝이었다.

"이것 봐! 여기 최씨 어르신의 묘도 파헤져져 있어!"

"이런 썩을 것을 봤나! 마을의 무덤이란 무덤을 싹다 쓸어가 버렸구먼... 내 이녀석들 만나기만 해 봐라!"

분노한 정포수의 외침에 산이 울릴 정도였다. 장공덕은 아무 말 없이 정포수의 분노를 내버러 두었다. 시대에 맞지 않게 광신적인 불교 신자인 장씨가문의 전통으로 장씨가문은 고인을 모조리 불살랐기에 그들은 조상의 무덤이 모욕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포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무덤은 모조리 파헤쳐 진지 오래였고 자신이 정포수 같은 처지라면 자신도 분개했을 것이다.

이들이 산길을 타다 마을의 전 촌장인 최선생의 봉분이 무너진 것을 발견했을 때, 두 사람은 경악했다. 하지만, 근처 산길을 살펴본 후 최선생만이 아닌 미래마을에 뼈를 묻은 이들의 무덤이 모조리 파괴되고 시체가 사라진 이후로 둘은 경악했고, 분노했다.

미래마을이 아무리 외지에 정착한 마을이라지만, 이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조선인이었다. 그리고 조선인들은 조상을 신성시 여기며 죽은 조상들의 모욕을 살아있는 자손들의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이거 아무래도 안되겠다. 마을에 내려가 어르신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어."

"지금 장난하나? 조부들의 뼈를 모조리 추려간 놈들을 잡아서 능지처참해야지!!!"

정포수는 흥분으로 인해 거구를 떨면서 외쳤다. 하지만 공덕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뭔가 이상했다. 도굴꾼들은 하나같이 시체들만, 그것도 아주 최근에 묻힌 시체들만 파갔고, 같이 넣은 물품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심지어 가장 최근에 묻힌 배 선생의 무덤은 안에서 부터 무너져 있었다. 마치 시체가 스스로 무덤에서 일어난 듯이. 막 그 사실을 전하려던 찰나였다.

"네 이놈들! 게 섰거라!!!"

정포수는 무엇인가를 목격하곤 천둥같이 외치며 어디론가 달려갔다. 공덕 역시 황급히 정포수를 따라달렸다. 선불맞은 멧돼지처럼 질주하는 정포수를 따라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만큼 정포수가 추격하는 것이 빠르고 유연하단 뜻도 된다.

힘과 지구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공덕이 열심히 달리자 그제야 멀리에 정포수가 쫓는 것이 보였다. 정포수가 발견한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었다. 거의 창성만큼이나 장신이고, 마른 사람이었다. 두터운 가죽옷을 입고 손에는 새하얀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등에는 시체임이 확실한 천덩이를 지고 있었음에도 산을 무척이나 잘 탔다. 그러나 창성만큼의 체력은 없음이 확실했다. 상대는 서서히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네 이녀석! 이런 무도한 짓을 하고도 잘 달아날 성 싶으냐! 게 섯거라!!! ...어?"

용맹한 정포수의 외침이 끝나자 마자 상대는 우뚝 멈추어 섰다. 순간 한참을 추격하던 둘은 어리둥절해 졌다. 서란다고 정말 서는 사람이 있나?

그 자는 등에진 시체를 땅에 놓고 천천히 뒤돌아 섰다. 그자의 모습을 보게된 정포수는 헉, 하며 놀랐다. 상대는 정말 기이하게 생겼다. 칡흙처럼 새카만 얼굴은 하얀 염료로 기이한 문양을 그려넣었고, 새하얀 지팡이는 역시 하얀 염료를 바른 나무지만 꼭대엔 새의 해골이 깃컬과 함께 자식되어 있었다. 날씨에 안맞게 두터운 가죽옷을 입었고, 그자의 얼굴은 그토록 새카맣지만 생기가 거의 없었다. 특히 눈알은 눈동자가 뒤집어진듯 새하얗기만 했다.

"헤... 헤..."

기괴한 목소리.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가죽 주머니에서 바람을 빼는 듯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 다음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 &&*#%#!!!"

직후에 벌어진 일에 두 사람이 혼비백산한 것은 두 사람의 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에 경악하고야만 것이다. 그자의 등 뒤에서 분명히 시체임이 분명할 짐이, 스스로 몸을 둘러싼 천을 걷어내고 썩어가는 살덩이를 흘러내면서 일어서 버린 것이다.

"으...흣... 저... 저건??"

정포수가 손으로 가르킨 곳을 따라가자 거기엔 또 다른 시체가 상복 두루말이를 걸친채 새카만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시체들이 마치 그래야 한다는 곳곳에서 걸어왔다. 거의 썩어 문드러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자도 있고 특히 멀쩡해 보이는 시체도 있다. 그 시체들의 군집에게 두 사람은 포위를 당해 버렸다.

"놈... 무슨 사술을 쓰는지 몰라도 죽어서도 쓸 수 있는가 보자!"

정포수는 대담하게도 조총을 재어 새카만 사람을 조준했다. 그에 맞춰서 공덕 역시 등에서 활을 끌러내어 그자를 겨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격준비에도 불구하고 새카만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았고 기묘한 음율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그 모습에 정포수와 공덕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곤 동시에 새카만 사람에게 탄환을 날렸다.

"#@$%@@... 케헤엑!"

"맞췄다. 놈을 죽였어!"

총알과 화살에 명중당한 새카만 사람은 그자리에 쓰러져 버렸고 사술을 쓰는 자를 죽였다는 기쁨에 정포수가 황성을 질렀으나, 보다 침착한 공덕은 실패를 예감했다. 공덕은 공포에 떨면서도 침착하게 새카만 사람을 관찰하였고, 새카만 사람이 전혀 숨을 쉬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카만 사람은 머리에 구멍이 뚫리고 화살이 꽃힌 상태에서도 그냥 일어나 버렸다. 공덕이 침을 삼켰고, 정포수는 놀라움에 입을 벌렸다. 새카만 사람은 희번뜩한 눈으로 둘을 직시하였다. 아니, 눈동자가 없는 눈으로 직시하는 듯 했다. 새카만 사람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음에도 무엇인가를 두려워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에 정포수은 용기를 얻고 다시 조총을 재었다.

"장가야, 화살 더 쏠수 있냐? 한번 더 저놈을 공격해 보자."

"아니, 그럴 필요 없는 것 같아... 저놈은 우릴 보는게 아냐."

공덕은 그러면서 자신의 등 뒤를 가르켰다. 거기엔 낡은 가사를 걸친 60대 남자가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불경을 읊으며 노인다운 느린 걸음걸이로 그들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물고기군] 밤이면 언제나 아름다운 인생을 꿈꾼다. 사랑하고픈 사람과 별을 바라다 보고 싶을때 비오는날 우산들이 공허하게 스쳐갈 때 노래부르는 물고기가 되고 싶고 날개달려 하늘을 날고싶다. 아침의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돌려 회색의 도시라도 사람의 모습을 느껴본다 부디 꿈이여 날 떠나지 마소서... [까마귀양] 고통은 해과 함께 서려가고 한은 갑갑하메 풀 길이 없네 꿈은 해와 함께 즈려가고 삶과 함께 흩어지네 나의 꿈이여 나의 미래여 나의 길을 밝혀 밤의 끝을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