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청평원은 널찍한 곳이며 북방치곤 제법 천기가 좋은 편이라 여러 민족이 방목을 하거나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왔다. 거기에 신선한 물을 공급하는 헌청강까지 끼고 있어 근방에선 가장 살만한 곳중 하나다.

만일 이땅을 차지하고 있는 민족들이 조금만 관대했더라도 미래마을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곳은 예외적으로 풍요로운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북방. 북방답게 하늘은 차갑고 청량하다. 남만의 하늘처럼 끈적한 바람은 없어서 좋지만 해가 짧다는 것이 흠이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지금 마차를 몰고 있는 일행은 짧은 해에 저주라도 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바로 이 평원을 관통하여 달리는 10여대의 사두 마차는 그 사람들과 인연이 깊었다. 하지만 이 마차가 미친듯이 폭주하는 데엔 지금까지완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해와 경주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이 어찌 해와 경주하겠는가? 이 강행군으로 모두가 초주음 직전이다. 그리고 선두마차의 마부도 그렇게 판단한듯, 속도를 잠시 늦춰 중위 마차에 다가가 외쳤다.

"제갈 공자님! 말들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행군을 멈춰야 될것 같습니다!"

"병신같은놈! 지금 질주를 멈추면 모두가 끝장이야. 쓰러져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중위 마차의 젊은 목소리는 분노하며 중년의 목소리를 꾸짖었다. 그러나 말들의 상태가 좋지 않음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 당장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말들이 하나씩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멈추게 된다면 그 후의 일은 상상도 하기 싫다.

지금 이 젊은이가 마음적으로 원하고 있는 것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그는 자신이 토해낸 불로 평원을 모조리 붉게 물들였을 것이다.

'남만땅을 횡단하자 마자 동이쪽 땅으로... 게다가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그러나 젊은이가 무슨 생각을 하던간에 한계는 뚜렸이 다가오고 있었다. 젊은이는 고개를 저으며 속도를 더 내기위해 채찍질을 가했다. 그러나 바람과 속도때문일까? 마차에 달린 큼직한 깃발이 떨어져 나가버렸다.

"제...제기랄..."

"공자님! 깃발을 회수해야만 합니다!"

"장난하냐? 죽고 싶다면 네녀석이 회수햇!"

"그렇지만 명령은..."

"제기랄! 아직 중요한건 분실하지 않았어! 그렇다 해도 살려면 달려야 해! 빌어먹을..."

젊은이 일행은 동이족 땅에 어떠한 물건도 남기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사정은 깃발마저도 하찮게 여길 정도로 급박했다.

한편 정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는 듯, 후위의 마차가 속도를 내어 따라붙었다.

"제갈공자님! 이대로 가단 큰일이 벌어집니다. 차라리 모든 짐을 버려서라도..."

"무슨 소립니까! 군주의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게다가... 하여간 안됩니다!!!"

젊은이는 말을 하다 맘을 바꾸어 속으로 삼켰다.

'게다가 이 짐을 평원에 둔다면 돌이킬 수가 없어진단 말이다...'

젊은이는 그 생각마저 떨쳐버리고 더더욱 말에 채찍질을 가했다. 이미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평소라면 이 붉은 하늘과 붉은 대지를 보며 그 아름다움을 즐기겠지만, 지금의 이들 일행에겐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

더 빨리! 더 빨리! 더 빨리... 그들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달리기에 바빴다.

시간이 없다.

[물고기군] 밤이면 언제나 아름다운 인생을 꿈꾼다. 사랑하고픈 사람과 별을 바라다 보고 싶을때 비오는날 우산들이 공허하게 스쳐갈 때 노래부르는 물고기가 되고 싶고 날개달려 하늘을 날고싶다. 아침의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돌려 회색의 도시라도 사람의 모습을 느껴본다 부디 꿈이여 날 떠나지 마소서... [까마귀양] 고통은 해과 함께 서려가고 한은 갑갑하메 풀 길이 없네 꿈은 해와 함께 즈려가고 삶과 함께 흩어지네 나의 꿈이여 나의 미래여 나의 길을 밝혀 밤의 끝을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