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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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7
혹시 이미 본데는 진하게 칠했으니까 그건 넘기고 진하지 않은 부분부터 보세요.
Scenario.8 새해
[[B]]2294년 말. 드디어 서르 행성에서 벌어진 지구와 북부에덴(트랜스바 황국)와의 갈등 끝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르 행성 곳곳에선 아직도 불안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특히 지구가 아닌 에덴 족으론 자신들의 존엄성을 헤치고 학대한 에덴이 올 징조에 매우 민감해진 가운데 아직도 웜홀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서르 행성에서 반 동맹세력인 베돈타에서 민주정권을 세우고 베르아로 진출할 준비를 하는 테란 동맹...... 그리고 오르도스 연합을 합병시킬 속셈을 가진 발해동맹의 탐욕스런 진출.......
또한 아직 맺지 못한 인텔리언의 우나라의 내전개입 문제 등은 평화의 물결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었다.
이제 2295년을 앞둔 지금 이 타르인 섹터는 어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그레이 족 우주상선내에서 서르 행성의 뒷면이 비치는 복도 한 켠 에서는............
갑자기 문현근 중령이 어디 갔는지 몰라도 이창미 대령 혼자 사색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가면서 자신의 부관 이였던 문현근 중령과의 짜릿한 입맞춤이 아직도 얼얼한 건지 아니면 누가 곁에 없어서 생긴 고독함을 이기기 위해 그런지 또는 내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동안 달려왔던 과거에 대해 고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심정을 더 잘 반영해 주듯 창문에 비쳐진 서르 행성에선 이미 어두운 장막이 드리워진 가운데 하나둘 씩 빛나는 선들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두환 대장이 뒤에서 이창미 대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 대령! 어디 있나?”
그의 부름에 즉시 몸을 돌린 이창미 대령이 전두환 대장을 보자마자 그대로 그에게 경례하였다.
“충성!”
“어, 충성! 여기 있었나? 여기서 뭐하고 있었는가?”
전두환 대장의 말에 이창미 대령은 조금 둘러대는 것처럼 보이듯이
“여기서 사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색이라? 하하하........ 언제 봐도 자넨 정말 예쁘네. 그런데 아까 여기서 문현근 중령이랑 만나지 않았는가?”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아까 문현근 중령하고 키스하는 모습을 봤네. 정말 어울리는 한 쌍이더군.”
“하하하........ 아무리 장군님이라 해도 왜 그걸 봤어요?”
이창미 대령이 쑥스럽게 웃으면서 말하자 전두환 대장은 문현근 중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창미 대령, 문현근 중령은 조종사로 명성을 날린 10년 전에도 만나본적이 있을 듯 한데 기억나나?”
“10년 전에요? 아~ 그러고 보니 제 동료 중에 문현근이라는 친구가 있었긴 해요. 그런데 갑자기.......”
“지금 자네 곁에 있는 문현근 중령은 그때의 문현근 중위가 아냐.
그 문현근 중위는 5년 뒤 중령으로 승진한 뒤에 우주선을 타고 어디로 나가게 되었는데 실종 당했어. 그런데 2년이 지난 어느 날 소행성대에서 수상한 우주선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문현근 중령으로 보이는 사람을 구해서 그동안 그가 그 문현근 중령인줄 알고 있었네만.
최근 행동이 수상해서 조사해보니 그 문현근 중령과 다른 사람 이였어.
이창미 대령, 그 문현근 중위하고 지금 문현근 중령의 평소 모습을 말해보거나.”
이창미 대령은 그의 대답에 10년 전의 문현근 중위는 아주 대담했고 위험한 지역으로 대담하게 나가는 등 용감한 조종사 이였던 반면 지금의 문현근 중령은 용감하지만 대게는 여자 같은 성품의 소유자라고 답하자
“뭐 오랫동안의 조난생활로 인해 성품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만....... 이 대령 나중에 그와 만나면 체포해버리게나. 진상을 알아야겠어.”
“네?”
전두환 대장의 말에 이창미 대령이 깜짝 놀라 긴장한 사이 갑자기 전두환 대장의 PDA에서 비상 신호가 나오더니 액정을 본 순간.....
장군, 문현근 중령이 함대 내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난 걸 알고 잠적한 듯 보이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창진 소장
“으음! 문현근이~”
문현근 중령이 사라졌다는 말에 전두환 대장이 양미간을 찡그리다 이창미 대령에게 말했다.
“이 대령. 있다가 새로운 부관을 보내 줄 터이니 먼저 함선으로 복귀해!”
“예!”
전두환 대장의 명령에 이창미 대령은 곧바로 이 우주선의 격납고로 향해 갔다.
‘그럼 도대체 날 사랑하는 부관의 정체는 뭐지? 혹시 그거 때문에?’
문현근 중령, 그는 사마귀 같은 모습으로 변신 했을 땐 이창미 대령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었다. 그런데도 왜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났을까? 그리고 한국 우주 군에서 어떻게 아무런 의심도 없이 생활할 수 있었을까?
몇 분 뒤 이창미 대령의 최무선 급 순양함의 지휘실
“세상에, 언니.....아니 중령이 후임 이예요?”
뜻밖에도 문현근 중령의 후임으로 온 사람은 다름 아닌 마이(차예리) 중령이었다.
“그럼, 사령부에서 내가 니 부관으로 임명되었다면서 자리를 옳기라 해서 짐까지 싸들고 왔지.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충성!”
연장자가 연하자 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계급 상으론 당연히 이창미 대령이 상관 이였기에 군에선 연하자 이었던 이창미 대령에게 존댓말을 써야했다.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충성!”
그때 갑자기 뒤에 있던 화면에서 타운즈 중장의 얼굴이 나왔다.
- 이창미 대령, 즉시 베르아 행성으로 철수하게. 총 사령부에서 이번 사건 때문에 우리함대 전부 소환을 명령했다네.
“네? 그럼 혹시 그.......”
이미 이창미 대령은 그 사건이 뭔지 알고 있었는지
- 그래. 사라진 문현근 중령 때문이라더군. 아무래도 대령은 이번 사건의 증인으로 출두하게 될 텐데 말할 때 조심하도록 하게. 자칫하다간 공범으로 몰릴 수 있으니 말일세.
“....... 알겠습니다.”
- 나중에 총사령부에서 만나보지. 그럼.... [삑-]
이창미 대령은 참 난감해 보였다 만약 자기가 알고 있었던 문현근 중령이 사실은 장교를 사칭한 외부인 이라면 자기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기밀을 빼내갔다면 그녀의 군 생활은 진짜 끝장날지도 모른다.
“전 승무원들은 들어라! 지금 우린 베르아 행성으로 철수한다. 정해진 항로로 이동하도록!”
“옛!”
드디어 철수하는 제12함대를 이끄는 전두환 대장의 기함 치우천황 호를 따라 12함대에 속한 함선들이 철수하는 가운데 이창미 대령이 탄 최무선 급 순양함도 그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치우천황 호 앞에서 서르 행성의 궤도로 진입하려는 우리나라의 또 다른 함대가 보였다.
- 여기는 제 10함대! 전두환 장군, 이제부터 서르 행성은 우리가 맡을 터니 안심하고 군법재판에 출두하시오.
- 오, 박명진 장군이 아니오? 반갑소. 이무기3호 부라퀴는 무사히 진수 됐나 보구려. 우리 없는 동안 잘 부탁하구려.
- 명심하겠소이다.
통신으로 12함대의 총사령관 전두환 대장과 10함대의 총사령관인 박명진 소장이 서로 대화를 하고 난 뒤 코브라 머리 부분과 비슷한 일명 이무기3호 부라퀴라는 전함이 베르아 행성으로 돌아가는 치우천황호의 옆으로 뱀처럼 유유히 지나갔다.......
양길선 대통령의 전용기.
- 이제 서르 행성의 대기권에 진입합니다. 안전벨트를 매주십시오.
드디어 북부 트랜스바 황국과의 모든 협상을 마친 양길선과 외교관들이 이번엔 조선해방군, 그러니까 체제인정문제와 UEN과의 수교 등을 목적으로 고려연방공화국에 가고 있었다.
전용기가 대기권을 통과할 동안 양길선이 시바가 자기를 위해 쓴 편지를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오늘 당신이 이끌던 국가와의 전쟁이 끝났군요.
사실 내가 아버지라 부른 건 내 의지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내 영혼을 있게 해준 혜민이가 내 몸을 빌려 아버지였던 당신과 상봉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라요.
걔 덕분에 내 조국이 안전해진 것도 좋았고 또 당신과 친하게 지낸 것도 좋았습니다. 당신도 혜민이의 기운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그 말을 했다고 해서 내가 당신에게 굴복하는 건 아니라는 건 잘 알겠지요? 아직 난 마음에 안 드는 지구인이 있는데 바로 추락했던 우리를 공격한 무리들이지요. 당신이 그들의 이름이 조선해방군이라고 알려주니 고맙군요. 나중에 그들과의 회담 때엔 조금 도와주길 바라요.
그리고 혜민이가 못하다한 전생의 기억.... 내가 그 숙원을 풀어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개운해진 것 같습니다. 당신도 가족과 함께 있었던 기억을 내보니 좋았겠지요.
하지만 아직 다하지 못한 얘기가 남아있었는데 당신이 아직 살아있을..... 아니 서로 죽어 칠흑 같은 우주공간에 자유로이 노닐다 만났을 때 그 얘기를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딸의 영혼과 또 다른 나의 운명이 깃들어 태어난 시바가....
‘(작가 왈 : 욕처럼 읽지 마시오!)고맙구나, 시바.......’
양길선이 자기도 모르게 나온 눈물을 닦다 창문을 보니 벌써 신 건천 우주공항에 도착한 걸 알게 되었다.
“각하,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지요.”
“알겠네.”
양길선이 드디어 전용기에서 내려와 우주공항을 나오더니 정장을 잘 차려입은 황진석 총독과 몇몇 고위공무원들이 그를 맞아주기 위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각하. 이미 머무실 호텔은 잘 잡아놨습니다.”
“오, 황진석 총독. 준비하난 잘했구려. 그런데 도시 분위기가 좀 우울해 보이는 것 같소만.”
그랬다. 천국의 재림 교단이 벌인 난에 조선해방군이 추락한 에르시올을 공격한 것과 무인기지의 잔해가 떨어진 사건, 그리고 러시아 식민지내의 도시 카브 시가 공격당한 일등으로 인해 도시 분위기는 전보다 매우 어두웠다.
“몇몇 큰 사건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대축제라도 열어주고 싶군요. 그런데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십니까?”
“오늘 일정이라...... 일단 신 건천시로 내려왔으니까 바로 호텔로 가서 쉬긴 섭섭하지. 박장근 전 총독을 뵙고 싶은데 안내해 주겠소?”
박장근 전 총독,
10년 전 조선해방군의 독립 선언 전 한 괴한에게 윤혜령 총독과 그녀의 가족이 암살된 뒤 그가 자연스럽게 총독 직을 승계하였으며 조선해방군의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군자금 보충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거나 자기 아들을 군대에 보내 열광적인 애국자, 지도자로 칭송받았으나 군국주의자라는 혹평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확대 주장으로 인해 UEN에서 하마터면 전범으로 몰릴 뻔했지만 다행히 남아있던 대한민국의 식민지의 안보에 큰 공로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드 왕국의 난민과 포로를 학살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을 받아 전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후 투표로 황진석 현 총독에게 자리를 물려 준 뒤에도 조선해방군에 대응하는 인물로 늘 일 해왔다. 그런 그를 만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로 일까.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장근 전 총독의 관저
[싹둑.... 툭.]
관저 앞에 확 펼쳐진 정원에서 직접 정원용 가위를 들고 홀로 나무를 손질하는 박장근 전 총독이 보였다.
“?”
방금 정문 앞에 누가 왔는지 인기척이 들어서 장갑을 벗고 대문으로 가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양길선 대통령과 그 일행이 정원 안으로 들어오자
“아니 어쩐 일로 저희 집에 왔습니까? 각하께서 왔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아, 박장근 총독 만나서 반갑소. 실은 조선해방군에 대해 자문을 구하러 왔소이다.”
양길선 대통령의 말에 박장근 전 총독은 겸손하게
“허허허......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와서 제 소견을 들으시려고 하니 영광입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서재.
“각하께서도 알다시피 조선해방군은 200년 전의 북한과는 차원이 다른 나라입니다.”
박장근 전 총독이 그동안 신문기사를 모아 만든 포트폴리오를 펴고 말하였다.
“최근 조선해방군의 원수였던 이덕규가 사임했다는 소식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는 김양명 추종세력의 압력에 인한 것 입니다.
물론 전적으로 바라지는 않았지만 추종세력 덕분에 자기가 원하던 계획과 개혁을 마음껏 실시할 수 있게 되었죠. 그 예가 바로 추락한 외계비행물체를 공격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를 대외적으로 알린바 있으며 또 내일 발표할 고려연방계획을 준비 중이라 밝혔습니다.”
“고려연방계획? 무슨 계획이오?”
양길선 대통령의 의문에 박장근 전 총독은 척척 대답해주었다.
“고려연방은 원래 북한이 주장하던 연방제통일에서 나온 말이지만 그것과는 매우 다른 성격의 계획으로 이는 군정을 종식하고 본격적인 정부수립을 위한 개혁안이라 봅니다.
먼저 종족단위로 행정구역을 나뉘어 각 종족에서 뽑은 지사로 통치하는 한편 직선제로 선거를 진행하여 출신에 상관없이 1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벨로시먼 부족군단과 전 드 왕국지역 출신 군단은 물론 조선해방군의 군세도 모두 연방군에 편입되나 역시 종족단위로 지휘를 하는 방침이라 보고 있습니다. 또한 원수는 앞으로 대통령. 부원수는 부통령으로 그 호칭이 바뀔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박장근 전 총독의 설명이 끝나자 양길선 대통령이 물었다.
“흠, 그러고 보니 그쪽에서 25일 뒤면 대선이 있다고 하는데 후보론 누가 나설 것 같소?”
“일단 당연히 김양명 현 원수는 나올 겁니다.
그리고 대균 시장과 몇몇 새로 생긴 군소정당 후보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만 유독 눈에 띄는 후보론 이덕규 전 원수의 영애인 이혜미인데 올해 30세로 사상 최초로 젊은 나이로 대선후보가 된 여성입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행정능력이 좋아서 종족을 초월한 민중의 인기를 많이 받는 후보죠.”
“대단한 여인이로구먼. 그렇다면 어느 후보가 당선되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라 생각하는가?”
양길선 대통령의 질문에 박장근 전 총독은 조금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
“아무래도 이혜미 후보가 당선 되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라 생각됩니다만 아무래도 아직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 지구 측 유권자들 대부분은 대통령 감으로 김양명을 꼽을 것이기에 그 나이엔 원수 직에 쉽게 오르지 못할 것입니다. 나이 때문에 사람들이 지지해 줘도 쉽게 신용해주지 않으니 말이죠.
하지만 대선 제도를 보면 두 번째로 득표수가 많은 후보가 부통령이 되는데 이에 기대를 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 자리에 이 후보가 당선되면 김양명의 독주를 견제하리라 생각됩니다.”
박장근 전 총독의 말을 들은 양길선 대통령은
“흠, 그러고 보니 회담 때 시바 황녀에게 추락당한 자기들을 공격한 놈들은 조선해방군이라고 일러주었는데 정상회담에서 이일을 알려준다면 김양명이 기분 상할지도 모르겠군.”
“정말 그렇게 말했습니까? 이러다 환생외교 때문에 자칫 다음에 할 정상회담에 금이 갈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그 교전은 그쪽에서 우리에게 협력할 의사로 벌인 일이라고 합니다.”
“김양명 그 사람 좀 전쟁 광처럼 보이는 군. 그자의 야망을 저지한다면 좋을 듯싶은데..... 어쨌든 자문 고맙소. 박 총독,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오.”
양길선 대통령이 손목시계를 보고나서 나가려고 하자 박장근 전 총독도 일어서서
“저도 좋은 시간 됐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각하.”
그 무렵..... 이창미 대령의 최무선 급 순양함의 지휘실에선
사령관 겸 함장 석에서 이창미 대령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지 턱을 손에 낀 채로 앉아있었다.
‘이상해, 그가 어떻게 해서 처음에 아무런 의심 없이 내 부관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아무리 실력 좋은 외부의 스파이라 해도 그 정도까진 못 가는데.’
“대령님, 문 중령님 말인데요. 사마귀 같은 동물로 변한다고 그랬죠?”
뒤에서 한 장교가 이창미 대령에게 말을 걸어오자
“응. 하지만 그 사람 10년 전에 서르 행성에서 그냥 맨몸으로 지켜주던 게 생각나던데...”
“그러면 좀 그런 얘기지만....... 무슨 괴수영화던가? 괴물영화를 보면 은요 괴물이 자기 종족번식을 위해서 사람에게 접근해서 자기 종족을 퍼트리는 게 있잖아요. 여자에게 접근하는 일명 인큐버스와 같은 아닐까요?”
그 말을 들은 이창미 대령이 좀 어이가 없었는지 웃으면서
“아이고~ 호호호....... 걔가 괴물이었다면 벌써 들통 났을걸?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내가 괴물이었다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갔어야지.”
그런데......
치우천황호 내의 사령관실.
“그게 정말입니까? 총독각하?”
전두환 대장이 전화기로 누구의 얘기를 듣다 놀랬는지
- 그렇다네, 자네가 문현근 중령이 식품을 사들고 어디론가 두는 것을 보고 내린 판단이 옳았어.
진짜 문현근 중령의 시신이 사투어루 공화국 관할에 있는 소행성 H01에 발견된 추락한 우주선내에서 발견되었는데 그게 오래전 우리가 찾던 우주선이야 그런데 시신에서 이상한 흔적이 발견되었다네.
“뇌에 이상한 흔적이 있었다고요?”
총독의 말에 전두환 대장이 의아해하여 묻자
- 과학자의 말에 의하면 무언가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상처라 여겼는데 출혈의 흔적은 없었어. 오히려 사인은 산소결핍, 그러니까 질식사 한거지. 하지만 뇌에 난 이상한 흔적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못했어.
“으음~”
한편 이 사실을 모르던 이창미 대령은 언니뻘 부관이었던 차예리(마이) 중령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 이게 베르아 행성에서 난다는 스파이스 화장품이야? 역시 비싼 값을 하네.”
“이게 비싸긴요. 제가 어렸을 땐 이걸 늘 발랐는데요. 이게 베르아 행성에선 제일 싸다고요~”
상관인 이창미 대령의 애교 떠는 듯한 목소리에 차예리 중령은
“그래? 그런데 왜 애교 떠는 것처럼 말하니? 니가 상관이잖아.”
“그래도 언니가 나이 많으니까 내가 아무리 상관이라 해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하긴..... 내가 너보다 사관학교에 일찍 입학했다면 벌써 대령이 됐을텐데. 그런데 너 사진 보니까 벌써 17살 때 비행기를 몰았네?”
그러고 보니 함장 석에 꽂힌 사진들 중 그녀의 첫 비행을 기념하는 사진이 보였다.
“그럼요. 게다가 23살 때에는 사관학교에 가기도 전에 다이러스 해적들과 도그파이트를 벌였죠. 물론 권총 한 자루로 말이죠. 게다가 서르 행성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8살 때에 직접 외계인들과 공중전을 벌여서 이렇게 무공훈장도 받았다 구요.”
이창미 대령이 자기 추억자랑에 차예리 중령이 어이없어 하니
“어이구~ 자랑도 많으셔. 그런데 부관에게 이런 얘기한적 있어?”
“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땐 오랜만이라고 말했긴 한데.....”
이창미 대령의 말에 차예리 중령은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며
“흠~ 솔직히 말 야 난 니가 여심 때문에 우리 함선은 물론이고 전 군에 피해를 준적이 없었으면 좋겠어. 왜인지 아니?
호동 왕자하고 낙랑 공주 이야기 알지? 그 이야기처럼 서로 사랑 때문에 망하는 일이 없었길 바라서야. 너 문현근 중령하고 본격적으로 사귄다는 소문이 이 함선 내에 다 돌았어. 난 이제 알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왠지 니가 걱정돼.
그 사람 외부에서 군에서 이제야 알았지만 장교로 가장해 들어온 녀석 이라구. 혹시 그녀석이 널 이용해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너까지 파멸로 끌어들이면 어떡할래?”
차예리 중령의 말에 이창미 대령은 조금 슬픈 표정을 짓더니만
“언니 말이 맞아요. 하지만 전 오랫동안 외로웠어요. 내가 아무리 예뻐도 사람들이 잘 안와서 좀 외로웠단 말이에요..... 하지만 그 사람이 잘 일 해주었고 또 나에게 와서 사랑한다고 고백 해주었는걸요.”
“하긴...... 하지만 언니로서 충고를 해주겠는데, 절대 사랑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해도 함부로 니 운명을 결정짓지 마.”
그 순간 밑에 있던 라디오에선 긴급속보가 들어 왔었다.
- 오늘 베르아 노현성 총독이 서르 행성에 나간 12함대를 호출시켜 장교로 위장한 외부인에 대해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나포당한 프랑스군의 구축함은 웜홀로 예상되는 지점에 억류되어 있는데 문제는 외계인들의 것으로 보이는 전함과 시설이 있어 구출이 힘들어 보입니다.
그 무렵......
“흠~ 니가 연락도 없이 4년 동안 한국에 몸담고 있으면서 얻은 게 고작 수많은 식량들이라니........”
“죄송합니다, 아버지. 하지만 군 기밀이나 총포류를 사오긴 좀 위험했습니다.”
사라진 문현근 중령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바로 아버지가 있는 우주 이주구이였다. 그런데 시설 곳곳이 조금 낡아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의 행동이 썩 내키지는 않았는지........
“난 그런 것을 바란 게 아니었다. 차라리 아무 소득도 없이 돌아오길 바랐지. 하지만 니가 순종들의 식량을 가져온 바람에 조금 난처하게 되었구나.”
하지만 몸구조가 특이해 보이는 사람들이 조금 게걸스럽게 먹는걸 보면 몇 번 배를 굶었을 법한데 그의 아버지는 왜 난처하다고 말했을까?
“하지만 아버지, 팔셋(문현근 중령의 또 다른 이름)이 그동안 열심히 식량을 모은 덕분에 우리의 기근이 해결되었는데 왜 난처하죠?”
머리가 희고 눈이 빨간 것이 특징인 그의 다른 아들이 묻자 아버진 그 이유를 말했다.
“이미 한국군에선 팔셋이 외부 인이라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은 팔셋이 자기 능력을 잘 써서 은폐되었겠지만 어쩌면 살아남은 우리의 존재까지 알아챘을 법해. 그게 걱정이야.”
그랬다. 사실 문현근 중령은 어떠한 계기로 이미 죽었던 문현근 중령의 시신을 통해 그의 행적이나 기억, 생김새 등을 복제한 뒤 곧이어 한국군에게 구출되어 죽었던 그로써 행세하여 상관이었던 이창미 대령과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돈이 모아지면서 식량을 한꺼번에 사들인 뒤 형의 우주선을 타 도망친 것이다.
‘솔직히 10년 지도자라는 작자가 사투어루 공화국과 동맹을 맺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을 텐데......’
사실 이 돌연변이 인류들은 우주개발이 한창이던 2185년, 죄수로 취급받았던 돌연변이 사람들은 분노한 나머지 폭동을 일으켜 우주 섬을 점거한 뒤 곧바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먼 우주로 달아났는데 10년가량 걸려 드디어 타르인 섹터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공식적으론 2243년경이지만 먼저 타르인 섹터에 온 지구인 이였다. 그러다 부족한 자원과 식량, 그리고 우주 섬, 우주선 유지비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결국 가장 힘이 센 티보사라는 거인이 군주가 되어 마음대로 독재정치를 일삼았다.
그러던 중 2284년에 사투어루 행성에 마련한 일본 식민지에서 사투어루 공화국이라는 나라가 독립을 선언해 일본과 독립전쟁을 벌이던 중 티보사는 이때가 국제사회에서 자기들의 존재를 분명하게 알릴 기회다 여겨 사투어루 공화국과 동맹을 맺어 우주 군으로 일본과 대항했다. 일본은 이들의 기상천외한 우주전술에 당황하다 다국적군 편성 요청을 통해 일본, 미국, 한국, 남아공, 중국, 영국 등 타르인 섹터에 진출한 나라 중심으로 다국적 함대를 편성. 오래전부터 돌연변이 인류를 지탱해 온 우주 섬을 향해 35일 간 공성전을 펼친 끝에 함락시켰다.
이 과정에서 티보사는 공습으로 전사하고 5백 명 가량 되는 군사와 21척의 우주선 모두 전멸되었고 9천 여 명에 이르는 돌연변이 측 시민들은 UEN의 인도적 대우로 구호물자를 받은 뒤 베르아 행성의 한 지역으로 보내진 다음 그 우주 섬을 폭파시켰다.
하지만 바로 이 사람 다이포크스는 다국적군 함대의 추격을 피해 작은 우주 섬과 극소수의 우주선으로 UEN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으로 피해 간간히 살아가다 자기 아들인 팔셋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다 결국 형인 데프넨이 그의 생존을 확인, 그가 사들인 식량과 함께 돌아왔었다.
“하지만 아버지.... 그래도 팔셋이 돌아온 건 다행이잖아요. 군사지식도 많이 얻었을 테고......”
“형님, 뭔가 착각하는 게 아닙니까? 난 거기서 있었던 일 모두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을 겁니다.”
데프넨의 말에 팔셋이 자기감정을 말해버리자 데프넨이 당황한 사이
“저는 분명한 대한민국의 군인입니다. 저에게 우리 부대 내의 기밀을 알아내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뭐? 팔셋. 정신 차려! 넌 대한민국의 군인 문현근이 아니라 아버지 다이포크스의 차남인 팔셋이란 말 야! 설마..... 군에 있으면서 우리를 잊은 건 아니겠지?”
데프넨의 냉랭한 말에 팔셋은
“한국군에 임관하면서부터 형님하고 아버지, 그리고 제 친구를 잊은 없어요. 다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절 믿어 준 동료가 생겨서 그들을 위협하게 만들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게다가 전 정탐을 목적으로 그곳에 간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잖아요.”
팔셋의 대꾸에 데프넨이 표정이 풀어지는 사이
“됐다. 데프넨, 팔셋은 그저 살아남으려고 간 것뿐이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싸울 필요는 없지 않느냐.”
다이포크스의 말에 데프넨은
“전 그러려고 말을 건 게 아니에요. 하지만 팔셋이..... 우리 어머니를 죽인 세력 중 한곳에서 너무 오래 있다보니 그것마저도 잊어버린 것 같아요.”
“하긴..... 그때 팔셋은 7살 이었으니까. 어머니가 죽었다는 건...... 이제야 알았을 것이다.”
다이포크스가 팔셋의 표정을 보고 어머니가 그때 죽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는지 짐작한 순간 그의 울음 없는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데프넨 까지도 눈물을 떨 구고 말았다.
“흑.......”
다이포크스는 저 멀리 보이는 사투어루 행성을 지구라 셈 치며 보더니
‘우리가 만약 정상적인 인간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할 수없군.’
그 무렵 조선해방군의 수도 산시원에선.......
- 정부에선 내일 정오 12시쯤에 고려연방계획을 공포할 것을 발표하였습니다.
전자제품 상점에 진열된 TV에서 드디어 고려연방계획이 공포될 것이라는 보도에 퇴근길이던 시민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눈길을 그쪽으로 돌렸다.
- 한편 다음에 있을 선거에 현 원수인 김양명과 그를 따르는 파벌과 이덕규 전 원수의 영애인 이혜미의 파벌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모국 측에선 이혜미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앗! 빠스!!”
“기다려요!!”
한 시민이 버스를 놓쳤는지 후다닥 달려 나가자 다른 시민들도 멋모르고 지나쳤는지 뒤따라 달려갔다.
- 그러나 드(유피아) 왕국과 몇몇 벨로시먼 부족은 아직 호구파악이 안 된 터라 결국 선거인단을 뽑기로 각 자치정부 측에서 합의했습니다.
이혜미의 집.
“요즘 니가 일하고 있는 쪽에서 고려연방계획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무슨 얘기야?”
한 언니의 말에 파란머리의 여자인 이혜미가
“고려연방계획은 말이죠. 예전의 군부와 유력자의 연계된 형태의 군정체제를 종식시키고 본격적인 민주공화정 수립을 위한 계획 이예요. 쉬라 언니의 고향인 드 왕국 지역과 핫칸 핫탄, 유레, 에슈 족이 지배하는 곳을 자치 주로 승격되며 또 나중에는 완벽하게 투표권도 준데요. 게다가 어느 종족이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헌법은 물론이고 군 행정에서도.....”
이혜미의 말이 길어지자 쉬라는
“그만! 여전히 니 말은 전혀 이해하지 못 하겠어. 그냥 너네 삼촌이 계획하는 개혁이라 간단히 말하면 되잖아.” [[/B]]
“그래요? 그래도 저랑 같이 살면서 정치용어 몇 단어 정도는......”
“흠~ 난 아직 골치 아프게 입담하는 것 보다는 단순하게 치고 박고 하는 게 더 좋은데 말야. 그런데 니 몸이 허약해서 장기간 선거유세 때 어떡할 거야? 내일이면 서극 시에 가서 유세를 해야 될 텐데.”
쉬라의 말에 이혜미는 우스갯소리로
“만화에선 허약하고 유약해 보이는 헤로인(히로인 : 여자 주인공 또는 영웅)이 인기를 끄는데 저라고 인기를 못 끌라는 법이 어디 있겠어요? 헤헤헤...”
“풋, 하지만 과로는 하지 말라고. 그러다 니 몸이 못 견뎌서 쓰러질까 걱정이다.”
바로 그때 그녀의 아버지이던 이덕규 전 원수가 집안에 들어오자 이혜미가
“다녀오셨어요, 아빠? 요즘 추운데 바깥에 자주 나갔다오면 감기 걸릴까 걱정되잖아요.”
“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오히려 니가 대선후보가 되었던데 몸이 하도 허약해서 잘 해 낼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
이덕규의 말에 이혜미는 그저 말이 없었다. 그때 쉬라도 이덕규에게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오, 쉬라도 왔구나. 아까 서로 이야기 하던 것 같던데.”
이덕규의 말에 쉬라는
“그냥 요즘 시사에 대해 얘기했어요. 예를 들어서~”
같은 무렵. 원수 관저에선.....
“........”
집무실내에선 고려연방계획을 짜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김양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관저 내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가?
드 왕국의 궁전.
드 왕국은 10년 전 조선해방군과 대한민국이 독립전쟁을 치르기 전에 먼저 선전 포고한 왕국으로 개전 초 수세에 몰리다 조선해방군의 지원과 뛰어난 공군력으로 위기를 극복해 냈지만 재정위기로 결국 6년 전 조선해방군에게 합병당하고 만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대 무도회가 열렸는지 밤늦게 까지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양명 원수께서 오셨습니다.”
“알겠다.”
머리 긴 남자의 말에 아피나 여왕이 발길을 돌렸다.
아피나 여왕, 그녀는 13년 전 왕위에 오르고 난 뒤 대신들의 다툼에 휘말려 결국 먼저 우리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고 결국엔 동맹국이던 조선해방군에게 합병됨으로 여왕으로써의 권력의 반은 이덕규, 김양명 원수에게 넘겨지게 되었다.
무도회장.
규모에 비해 무도회장에 참가한 참여 객들은 고작 20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때 김양명 원수가 무도회장에 들어서자 참여 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동시에 아피나 여왕도 들어오더니 김양명 원수에게 말을 걸었다.
“원수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고맙소. 여전히 아름다우시구려.”
아피나 여왕의 말을 들은 김양명 원수는 바로 무도회장 주변을 구경했다. 사실 드 왕국의 궁전은 자기가 일하던 관저보다 더 규모가 컸었다.
어째보면 김양명 원수는 아피나 여왕이 부러웠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고려연방계획에 따라 선거를 치르기로 했는데 괜찮은 가요?”
“괜찮소이다. 사실 내가 여기에 온 것도 선거유세는 물론 잠시 내 관저를 수리하기 위해 잠시 머물러 온 것이오. 그동안 폐나 끼치지 않으면 좋겠소이다.”
김양명 원수의 말에 아피나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기가 좋다면 잠깐 머물러도 좋죠.”
“여왕님!”
그때 분홍 빛 예복의 아메라 공작과 붉은 색과 보랏빛의 예복을 입은 티아 공작이 왔었다.
“어,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예. 덕분에요. 원수님도 안녕하시죠?”
티아의 인사에 김양명은
“오, 티아구나. 그래. 나도 잘 지낸단다.”
“.......”
그런데 아메라 공작은 김양명 원수를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서 있다 티아에게 쪽지를 남기곤 어디론가 갔다.
“어? 아메라 언니 왜 저러지?”
티아가 쪽지를 유심히 보더니... 김양명 원수에게 건네며
“원수님, 언니가 저더러 원수님께 쪽지를 전달하라고 하던데요?”
“그래? 어디.....”
김양명 원수가 쪽지를 보더니......
김양명씨, 내일 새벽에 할 말이 있는데 4번 탑에 올라와 주실래요?
- 아메라 공작 -
“흠~ 먼저 자보러 가겠습니다.”
“그래요? 이미 시녀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녀의 안내대로 방에 가세요.”
몇 시간 뒤. 4번 탑의 옥상에선
드디어 무도회가 끝났는지 궁전의 불이 모두 꺼진 채 햇살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밑에 있는 거리도 모두 불이 꺼진 상태로 문을 닫았으니 매우 한산하였다.
간혹 술주정뱅이의 주정만 간간히 들려왔다.
“왔군요.”
추운데 탑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메라가 뒤에서 인기척이 난걸 보고 뒤 돌아보더니 약속대로 김양명 원수가 올라왔었다.
“무슨 일로 날 보자 한거지? 9,10년 전에 나에게 검술로 패한 게 원한이 맺혀 재 결투를 신청하자는 건가?”
김양명 원수의 말에 아메라 공작은
“난 무기가 있는 데 지금 당신은 무기가 없잖아요. 무기도 없는 사람에게 재 결투를 신청하는 건 나로썬 비겁한 일이예요.”
“비겁한 일이다? 으음~ 하지만 추운데 왜 옥상에 올라온 거지?”
김양명 원수의 물음에 아메라 공작은 잠깐 홍조가 떴는지 아무 말 못하다 버럭
“나 같이 무례한 사람을 걱정해 주나요?”
“....... 그대는 나는 물론이고 그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군.”
“!”
김양명 원수의 말에 아메라 공작이 놀란 가운데
“그때 일은 이미 사면했다. 그 행동은 무례한계 아니었어. 다른 대신들이 우리에게 전작 권을 주자고 말할 때 넌 당당히 이 일을 저지하기 위해 나에게 결투를 신청했지. 비록 그때는 졌지만 결국은 우리는 드 왕국의 전작 권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모국(한국)군과 싸워 이길 수 있었지. 비록 우리나라에 흡수는 되었지만 아직도 너와의 결투를 기억하면 난 이곳을 함부로 다룰 순 없었어.”
김양명 원수의 말에 아메라 공작은 감동받아
“그런가요.... 저도 당신에게 패한 뒤로부턴 여자로써의 눈을 뜨게 되긴 했지만 당신하고는 결코 내 반쪽이 될 수 없는 운명인걸요.”
그랬다. 김양명 원수는 지구인이고 아메라는 서르 행성에 살면서 다소 몸에 변화는 왔지만 당연한 에덴 족이라 서로 결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내 반쪽이 될 수 없다고? 글쎄. 너하고 나하곤 우주가 갈라놓은 벽이 있어 아이를 못 낳는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내 이웃은 될 수 있지 않은가.”
“이웃이라고요? 아.......”
김양명 원수의 말에 아메라 공작이 고뇌하자
“솔직히 난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오랫동안 너와의 결혼을 희망했지만 얼굴은 비슷한데 다른 종족이라는 게 마음에 걸려서 하지 못한 것뿐이야.
난 남들에게 늘 전쟁 광, 독재자와 같은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말은 들었지만 아무도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말은 못 들었지. 응?”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메라 공작이 김양명 원수 뒤에서 확 껴안았던 것 이였다.
“당신은 이루어 질수 없는 무언가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전 당신 입장에서 보면 외계인인데다 당신의 지배를 방해하던 테러리스트인데 왜 저에게 반하신거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사실 아메라 공작과 김양명 원수는 키는 비슷했지만 왠지 아메라 공작이 껴안아서 그런지 김양명 원수가 위축돼 보였다.
“솔직히 나조차도 내 운명은 예측할 수 없지. 그러나 지금 분명한건 너하고 내 마음을 교환하고 있다는 거겠지?”
김양명이 말한 사이 서쪽 산에서 동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이 서로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한 사이 벌써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2295년이 도래해 온 것이었다.
점점 하늘이 밝아져 오자 아메라 공작은 껴안던 손을 풀고 자기의 애증의 대상이었던 김양명 원수와 함께 일출을 감상하다 그의 앞에서 말했다.
“사랑해요.”
바로 키스라도 할 분위기였지만 결국 그냥 탑에서 내려갔다.
이제 행성 거대한 무덤은 잠시 쉽니다.
Scenario.8 새해
[[B]]2294년 말. 드디어 서르 행성에서 벌어진 지구와 북부에덴(트랜스바 황국)와의 갈등 끝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르 행성 곳곳에선 아직도 불안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특히 지구가 아닌 에덴 족으론 자신들의 존엄성을 헤치고 학대한 에덴이 올 징조에 매우 민감해진 가운데 아직도 웜홀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서르 행성에서 반 동맹세력인 베돈타에서 민주정권을 세우고 베르아로 진출할 준비를 하는 테란 동맹...... 그리고 오르도스 연합을 합병시킬 속셈을 가진 발해동맹의 탐욕스런 진출.......
또한 아직 맺지 못한 인텔리언의 우나라의 내전개입 문제 등은 평화의 물결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었다.
이제 2295년을 앞둔 지금 이 타르인 섹터는 어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그레이 족 우주상선내에서 서르 행성의 뒷면이 비치는 복도 한 켠 에서는............
갑자기 문현근 중령이 어디 갔는지 몰라도 이창미 대령 혼자 사색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가면서 자신의 부관 이였던 문현근 중령과의 짜릿한 입맞춤이 아직도 얼얼한 건지 아니면 누가 곁에 없어서 생긴 고독함을 이기기 위해 그런지 또는 내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동안 달려왔던 과거에 대해 고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심정을 더 잘 반영해 주듯 창문에 비쳐진 서르 행성에선 이미 어두운 장막이 드리워진 가운데 하나둘 씩 빛나는 선들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두환 대장이 뒤에서 이창미 대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 대령! 어디 있나?”
그의 부름에 즉시 몸을 돌린 이창미 대령이 전두환 대장을 보자마자 그대로 그에게 경례하였다.
“충성!”
“어, 충성! 여기 있었나? 여기서 뭐하고 있었는가?”
전두환 대장의 말에 이창미 대령은 조금 둘러대는 것처럼 보이듯이
“여기서 사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색이라? 하하하........ 언제 봐도 자넨 정말 예쁘네. 그런데 아까 여기서 문현근 중령이랑 만나지 않았는가?”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아까 문현근 중령하고 키스하는 모습을 봤네. 정말 어울리는 한 쌍이더군.”
“하하하........ 아무리 장군님이라 해도 왜 그걸 봤어요?”
이창미 대령이 쑥스럽게 웃으면서 말하자 전두환 대장은 문현근 중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창미 대령, 문현근 중령은 조종사로 명성을 날린 10년 전에도 만나본적이 있을 듯 한데 기억나나?”
“10년 전에요? 아~ 그러고 보니 제 동료 중에 문현근이라는 친구가 있었긴 해요. 그런데 갑자기.......”
“지금 자네 곁에 있는 문현근 중령은 그때의 문현근 중위가 아냐.
그 문현근 중위는 5년 뒤 중령으로 승진한 뒤에 우주선을 타고 어디로 나가게 되었는데 실종 당했어. 그런데 2년이 지난 어느 날 소행성대에서 수상한 우주선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문현근 중령으로 보이는 사람을 구해서 그동안 그가 그 문현근 중령인줄 알고 있었네만.
최근 행동이 수상해서 조사해보니 그 문현근 중령과 다른 사람 이였어.
이창미 대령, 그 문현근 중위하고 지금 문현근 중령의 평소 모습을 말해보거나.”
이창미 대령은 그의 대답에 10년 전의 문현근 중위는 아주 대담했고 위험한 지역으로 대담하게 나가는 등 용감한 조종사 이였던 반면 지금의 문현근 중령은 용감하지만 대게는 여자 같은 성품의 소유자라고 답하자
“뭐 오랫동안의 조난생활로 인해 성품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만....... 이 대령 나중에 그와 만나면 체포해버리게나. 진상을 알아야겠어.”
“네?”
전두환 대장의 말에 이창미 대령이 깜짝 놀라 긴장한 사이 갑자기 전두환 대장의 PDA에서 비상 신호가 나오더니 액정을 본 순간.....
장군, 문현근 중령이 함대 내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난 걸 알고 잠적한 듯 보이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창진 소장
“으음! 문현근이~”
문현근 중령이 사라졌다는 말에 전두환 대장이 양미간을 찡그리다 이창미 대령에게 말했다.
“이 대령. 있다가 새로운 부관을 보내 줄 터이니 먼저 함선으로 복귀해!”
“예!”
전두환 대장의 명령에 이창미 대령은 곧바로 이 우주선의 격납고로 향해 갔다.
‘그럼 도대체 날 사랑하는 부관의 정체는 뭐지? 혹시 그거 때문에?’
문현근 중령, 그는 사마귀 같은 모습으로 변신 했을 땐 이창미 대령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었다. 그런데도 왜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났을까? 그리고 한국 우주 군에서 어떻게 아무런 의심도 없이 생활할 수 있었을까?
몇 분 뒤 이창미 대령의 최무선 급 순양함의 지휘실
“세상에, 언니.....아니 중령이 후임 이예요?”
뜻밖에도 문현근 중령의 후임으로 온 사람은 다름 아닌 마이(차예리) 중령이었다.
“그럼, 사령부에서 내가 니 부관으로 임명되었다면서 자리를 옳기라 해서 짐까지 싸들고 왔지.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충성!”
연장자가 연하자 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계급 상으론 당연히 이창미 대령이 상관 이였기에 군에선 연하자 이었던 이창미 대령에게 존댓말을 써야했다.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충성!”
그때 갑자기 뒤에 있던 화면에서 타운즈 중장의 얼굴이 나왔다.
- 이창미 대령, 즉시 베르아 행성으로 철수하게. 총 사령부에서 이번 사건 때문에 우리함대 전부 소환을 명령했다네.
“네? 그럼 혹시 그.......”
이미 이창미 대령은 그 사건이 뭔지 알고 있었는지
- 그래. 사라진 문현근 중령 때문이라더군. 아무래도 대령은 이번 사건의 증인으로 출두하게 될 텐데 말할 때 조심하도록 하게. 자칫하다간 공범으로 몰릴 수 있으니 말일세.
“....... 알겠습니다.”
- 나중에 총사령부에서 만나보지. 그럼.... [삑-]
이창미 대령은 참 난감해 보였다 만약 자기가 알고 있었던 문현근 중령이 사실은 장교를 사칭한 외부인 이라면 자기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기밀을 빼내갔다면 그녀의 군 생활은 진짜 끝장날지도 모른다.
“전 승무원들은 들어라! 지금 우린 베르아 행성으로 철수한다. 정해진 항로로 이동하도록!”
“옛!”
드디어 철수하는 제12함대를 이끄는 전두환 대장의 기함 치우천황 호를 따라 12함대에 속한 함선들이 철수하는 가운데 이창미 대령이 탄 최무선 급 순양함도 그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치우천황 호 앞에서 서르 행성의 궤도로 진입하려는 우리나라의 또 다른 함대가 보였다.
- 여기는 제 10함대! 전두환 장군, 이제부터 서르 행성은 우리가 맡을 터니 안심하고 군법재판에 출두하시오.
- 오, 박명진 장군이 아니오? 반갑소. 이무기3호 부라퀴는 무사히 진수 됐나 보구려. 우리 없는 동안 잘 부탁하구려.
- 명심하겠소이다.
통신으로 12함대의 총사령관 전두환 대장과 10함대의 총사령관인 박명진 소장이 서로 대화를 하고 난 뒤 코브라 머리 부분과 비슷한 일명 이무기3호 부라퀴라는 전함이 베르아 행성으로 돌아가는 치우천황호의 옆으로 뱀처럼 유유히 지나갔다.......
양길선 대통령의 전용기.
- 이제 서르 행성의 대기권에 진입합니다. 안전벨트를 매주십시오.
드디어 북부 트랜스바 황국과의 모든 협상을 마친 양길선과 외교관들이 이번엔 조선해방군, 그러니까 체제인정문제와 UEN과의 수교 등을 목적으로 고려연방공화국에 가고 있었다.
전용기가 대기권을 통과할 동안 양길선이 시바가 자기를 위해 쓴 편지를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오늘 당신이 이끌던 국가와의 전쟁이 끝났군요.
사실 내가 아버지라 부른 건 내 의지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내 영혼을 있게 해준 혜민이가 내 몸을 빌려 아버지였던 당신과 상봉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라요.
걔 덕분에 내 조국이 안전해진 것도 좋았고 또 당신과 친하게 지낸 것도 좋았습니다. 당신도 혜민이의 기운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그 말을 했다고 해서 내가 당신에게 굴복하는 건 아니라는 건 잘 알겠지요? 아직 난 마음에 안 드는 지구인이 있는데 바로 추락했던 우리를 공격한 무리들이지요. 당신이 그들의 이름이 조선해방군이라고 알려주니 고맙군요. 나중에 그들과의 회담 때엔 조금 도와주길 바라요.
그리고 혜민이가 못하다한 전생의 기억.... 내가 그 숙원을 풀어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개운해진 것 같습니다. 당신도 가족과 함께 있었던 기억을 내보니 좋았겠지요.
하지만 아직 다하지 못한 얘기가 남아있었는데 당신이 아직 살아있을..... 아니 서로 죽어 칠흑 같은 우주공간에 자유로이 노닐다 만났을 때 그 얘기를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딸의 영혼과 또 다른 나의 운명이 깃들어 태어난 시바가....
‘(작가 왈 : 욕처럼 읽지 마시오!)고맙구나, 시바.......’
양길선이 자기도 모르게 나온 눈물을 닦다 창문을 보니 벌써 신 건천 우주공항에 도착한 걸 알게 되었다.
“각하,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지요.”
“알겠네.”
양길선이 드디어 전용기에서 내려와 우주공항을 나오더니 정장을 잘 차려입은 황진석 총독과 몇몇 고위공무원들이 그를 맞아주기 위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각하. 이미 머무실 호텔은 잘 잡아놨습니다.”
“오, 황진석 총독. 준비하난 잘했구려. 그런데 도시 분위기가 좀 우울해 보이는 것 같소만.”
그랬다. 천국의 재림 교단이 벌인 난에 조선해방군이 추락한 에르시올을 공격한 것과 무인기지의 잔해가 떨어진 사건, 그리고 러시아 식민지내의 도시 카브 시가 공격당한 일등으로 인해 도시 분위기는 전보다 매우 어두웠다.
“몇몇 큰 사건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대축제라도 열어주고 싶군요. 그런데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십니까?”
“오늘 일정이라...... 일단 신 건천시로 내려왔으니까 바로 호텔로 가서 쉬긴 섭섭하지. 박장근 전 총독을 뵙고 싶은데 안내해 주겠소?”
박장근 전 총독,
10년 전 조선해방군의 독립 선언 전 한 괴한에게 윤혜령 총독과 그녀의 가족이 암살된 뒤 그가 자연스럽게 총독 직을 승계하였으며 조선해방군의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군자금 보충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거나 자기 아들을 군대에 보내 열광적인 애국자, 지도자로 칭송받았으나 군국주의자라는 혹평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확대 주장으로 인해 UEN에서 하마터면 전범으로 몰릴 뻔했지만 다행히 남아있던 대한민국의 식민지의 안보에 큰 공로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드 왕국의 난민과 포로를 학살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을 받아 전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후 투표로 황진석 현 총독에게 자리를 물려 준 뒤에도 조선해방군에 대응하는 인물로 늘 일 해왔다. 그런 그를 만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로 일까.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장근 전 총독의 관저
[싹둑.... 툭.]
관저 앞에 확 펼쳐진 정원에서 직접 정원용 가위를 들고 홀로 나무를 손질하는 박장근 전 총독이 보였다.
“?”
방금 정문 앞에 누가 왔는지 인기척이 들어서 장갑을 벗고 대문으로 가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양길선 대통령과 그 일행이 정원 안으로 들어오자
“아니 어쩐 일로 저희 집에 왔습니까? 각하께서 왔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아, 박장근 총독 만나서 반갑소. 실은 조선해방군에 대해 자문을 구하러 왔소이다.”
양길선 대통령의 말에 박장근 전 총독은 겸손하게
“허허허......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와서 제 소견을 들으시려고 하니 영광입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서재.
“각하께서도 알다시피 조선해방군은 200년 전의 북한과는 차원이 다른 나라입니다.”
박장근 전 총독이 그동안 신문기사를 모아 만든 포트폴리오를 펴고 말하였다.
“최근 조선해방군의 원수였던 이덕규가 사임했다는 소식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는 김양명 추종세력의 압력에 인한 것 입니다.
물론 전적으로 바라지는 않았지만 추종세력 덕분에 자기가 원하던 계획과 개혁을 마음껏 실시할 수 있게 되었죠. 그 예가 바로 추락한 외계비행물체를 공격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를 대외적으로 알린바 있으며 또 내일 발표할 고려연방계획을 준비 중이라 밝혔습니다.”
“고려연방계획? 무슨 계획이오?”
양길선 대통령의 의문에 박장근 전 총독은 척척 대답해주었다.
“고려연방은 원래 북한이 주장하던 연방제통일에서 나온 말이지만 그것과는 매우 다른 성격의 계획으로 이는 군정을 종식하고 본격적인 정부수립을 위한 개혁안이라 봅니다.
먼저 종족단위로 행정구역을 나뉘어 각 종족에서 뽑은 지사로 통치하는 한편 직선제로 선거를 진행하여 출신에 상관없이 1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벨로시먼 부족군단과 전 드 왕국지역 출신 군단은 물론 조선해방군의 군세도 모두 연방군에 편입되나 역시 종족단위로 지휘를 하는 방침이라 보고 있습니다. 또한 원수는 앞으로 대통령. 부원수는 부통령으로 그 호칭이 바뀔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박장근 전 총독의 설명이 끝나자 양길선 대통령이 물었다.
“흠, 그러고 보니 그쪽에서 25일 뒤면 대선이 있다고 하는데 후보론 누가 나설 것 같소?”
“일단 당연히 김양명 현 원수는 나올 겁니다.
그리고 대균 시장과 몇몇 새로 생긴 군소정당 후보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만 유독 눈에 띄는 후보론 이덕규 전 원수의 영애인 이혜미인데 올해 30세로 사상 최초로 젊은 나이로 대선후보가 된 여성입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행정능력이 좋아서 종족을 초월한 민중의 인기를 많이 받는 후보죠.”
“대단한 여인이로구먼. 그렇다면 어느 후보가 당선되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라 생각하는가?”
양길선 대통령의 질문에 박장근 전 총독은 조금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
“아무래도 이혜미 후보가 당선 되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라 생각됩니다만 아무래도 아직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 지구 측 유권자들 대부분은 대통령 감으로 김양명을 꼽을 것이기에 그 나이엔 원수 직에 쉽게 오르지 못할 것입니다. 나이 때문에 사람들이 지지해 줘도 쉽게 신용해주지 않으니 말이죠.
하지만 대선 제도를 보면 두 번째로 득표수가 많은 후보가 부통령이 되는데 이에 기대를 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 자리에 이 후보가 당선되면 김양명의 독주를 견제하리라 생각됩니다.”
박장근 전 총독의 말을 들은 양길선 대통령은
“흠, 그러고 보니 회담 때 시바 황녀에게 추락당한 자기들을 공격한 놈들은 조선해방군이라고 일러주었는데 정상회담에서 이일을 알려준다면 김양명이 기분 상할지도 모르겠군.”
“정말 그렇게 말했습니까? 이러다 환생외교 때문에 자칫 다음에 할 정상회담에 금이 갈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그 교전은 그쪽에서 우리에게 협력할 의사로 벌인 일이라고 합니다.”
“김양명 그 사람 좀 전쟁 광처럼 보이는 군. 그자의 야망을 저지한다면 좋을 듯싶은데..... 어쨌든 자문 고맙소. 박 총독,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오.”
양길선 대통령이 손목시계를 보고나서 나가려고 하자 박장근 전 총독도 일어서서
“저도 좋은 시간 됐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각하.”
그 무렵..... 이창미 대령의 최무선 급 순양함의 지휘실에선
사령관 겸 함장 석에서 이창미 대령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지 턱을 손에 낀 채로 앉아있었다.
‘이상해, 그가 어떻게 해서 처음에 아무런 의심 없이 내 부관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아무리 실력 좋은 외부의 스파이라 해도 그 정도까진 못 가는데.’
“대령님, 문 중령님 말인데요. 사마귀 같은 동물로 변한다고 그랬죠?”
뒤에서 한 장교가 이창미 대령에게 말을 걸어오자
“응. 하지만 그 사람 10년 전에 서르 행성에서 그냥 맨몸으로 지켜주던 게 생각나던데...”
“그러면 좀 그런 얘기지만....... 무슨 괴수영화던가? 괴물영화를 보면 은요 괴물이 자기 종족번식을 위해서 사람에게 접근해서 자기 종족을 퍼트리는 게 있잖아요. 여자에게 접근하는 일명 인큐버스와 같은 아닐까요?”
그 말을 들은 이창미 대령이 좀 어이가 없었는지 웃으면서
“아이고~ 호호호....... 걔가 괴물이었다면 벌써 들통 났을걸?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내가 괴물이었다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갔어야지.”
그런데......
치우천황호 내의 사령관실.
“그게 정말입니까? 총독각하?”
전두환 대장이 전화기로 누구의 얘기를 듣다 놀랬는지
- 그렇다네, 자네가 문현근 중령이 식품을 사들고 어디론가 두는 것을 보고 내린 판단이 옳았어.
진짜 문현근 중령의 시신이 사투어루 공화국 관할에 있는 소행성 H01에 발견된 추락한 우주선내에서 발견되었는데 그게 오래전 우리가 찾던 우주선이야 그런데 시신에서 이상한 흔적이 발견되었다네.
“뇌에 이상한 흔적이 있었다고요?”
총독의 말에 전두환 대장이 의아해하여 묻자
- 과학자의 말에 의하면 무언가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상처라 여겼는데 출혈의 흔적은 없었어. 오히려 사인은 산소결핍, 그러니까 질식사 한거지. 하지만 뇌에 난 이상한 흔적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못했어.
“으음~”
한편 이 사실을 모르던 이창미 대령은 언니뻘 부관이었던 차예리(마이) 중령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 이게 베르아 행성에서 난다는 스파이스 화장품이야? 역시 비싼 값을 하네.”
“이게 비싸긴요. 제가 어렸을 땐 이걸 늘 발랐는데요. 이게 베르아 행성에선 제일 싸다고요~”
상관인 이창미 대령의 애교 떠는 듯한 목소리에 차예리 중령은
“그래? 그런데 왜 애교 떠는 것처럼 말하니? 니가 상관이잖아.”
“그래도 언니가 나이 많으니까 내가 아무리 상관이라 해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하긴..... 내가 너보다 사관학교에 일찍 입학했다면 벌써 대령이 됐을텐데. 그런데 너 사진 보니까 벌써 17살 때 비행기를 몰았네?”
그러고 보니 함장 석에 꽂힌 사진들 중 그녀의 첫 비행을 기념하는 사진이 보였다.
“그럼요. 게다가 23살 때에는 사관학교에 가기도 전에 다이러스 해적들과 도그파이트를 벌였죠. 물론 권총 한 자루로 말이죠. 게다가 서르 행성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8살 때에 직접 외계인들과 공중전을 벌여서 이렇게 무공훈장도 받았다 구요.”
이창미 대령이 자기 추억자랑에 차예리 중령이 어이없어 하니
“어이구~ 자랑도 많으셔. 그런데 부관에게 이런 얘기한적 있어?”
“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땐 오랜만이라고 말했긴 한데.....”
이창미 대령의 말에 차예리 중령은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며
“흠~ 솔직히 말 야 난 니가 여심 때문에 우리 함선은 물론이고 전 군에 피해를 준적이 없었으면 좋겠어. 왜인지 아니?
호동 왕자하고 낙랑 공주 이야기 알지? 그 이야기처럼 서로 사랑 때문에 망하는 일이 없었길 바라서야. 너 문현근 중령하고 본격적으로 사귄다는 소문이 이 함선 내에 다 돌았어. 난 이제 알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왠지 니가 걱정돼.
그 사람 외부에서 군에서 이제야 알았지만 장교로 가장해 들어온 녀석 이라구. 혹시 그녀석이 널 이용해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너까지 파멸로 끌어들이면 어떡할래?”
차예리 중령의 말에 이창미 대령은 조금 슬픈 표정을 짓더니만
“언니 말이 맞아요. 하지만 전 오랫동안 외로웠어요. 내가 아무리 예뻐도 사람들이 잘 안와서 좀 외로웠단 말이에요..... 하지만 그 사람이 잘 일 해주었고 또 나에게 와서 사랑한다고 고백 해주었는걸요.”
“하긴...... 하지만 언니로서 충고를 해주겠는데, 절대 사랑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해도 함부로 니 운명을 결정짓지 마.”
그 순간 밑에 있던 라디오에선 긴급속보가 들어 왔었다.
- 오늘 베르아 노현성 총독이 서르 행성에 나간 12함대를 호출시켜 장교로 위장한 외부인에 대해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나포당한 프랑스군의 구축함은 웜홀로 예상되는 지점에 억류되어 있는데 문제는 외계인들의 것으로 보이는 전함과 시설이 있어 구출이 힘들어 보입니다.
그 무렵......
“흠~ 니가 연락도 없이 4년 동안 한국에 몸담고 있으면서 얻은 게 고작 수많은 식량들이라니........”
“죄송합니다, 아버지. 하지만 군 기밀이나 총포류를 사오긴 좀 위험했습니다.”
사라진 문현근 중령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바로 아버지가 있는 우주 이주구이였다. 그런데 시설 곳곳이 조금 낡아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의 행동이 썩 내키지는 않았는지........
“난 그런 것을 바란 게 아니었다. 차라리 아무 소득도 없이 돌아오길 바랐지. 하지만 니가 순종들의 식량을 가져온 바람에 조금 난처하게 되었구나.”
하지만 몸구조가 특이해 보이는 사람들이 조금 게걸스럽게 먹는걸 보면 몇 번 배를 굶었을 법한데 그의 아버지는 왜 난처하다고 말했을까?
“하지만 아버지, 팔셋(문현근 중령의 또 다른 이름)이 그동안 열심히 식량을 모은 덕분에 우리의 기근이 해결되었는데 왜 난처하죠?”
머리가 희고 눈이 빨간 것이 특징인 그의 다른 아들이 묻자 아버진 그 이유를 말했다.
“이미 한국군에선 팔셋이 외부 인이라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은 팔셋이 자기 능력을 잘 써서 은폐되었겠지만 어쩌면 살아남은 우리의 존재까지 알아챘을 법해. 그게 걱정이야.”
그랬다. 사실 문현근 중령은 어떠한 계기로 이미 죽었던 문현근 중령의 시신을 통해 그의 행적이나 기억, 생김새 등을 복제한 뒤 곧이어 한국군에게 구출되어 죽었던 그로써 행세하여 상관이었던 이창미 대령과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돈이 모아지면서 식량을 한꺼번에 사들인 뒤 형의 우주선을 타 도망친 것이다.
‘솔직히 10년 지도자라는 작자가 사투어루 공화국과 동맹을 맺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을 텐데......’
사실 이 돌연변이 인류들은 우주개발이 한창이던 2185년, 죄수로 취급받았던 돌연변이 사람들은 분노한 나머지 폭동을 일으켜 우주 섬을 점거한 뒤 곧바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먼 우주로 달아났는데 10년가량 걸려 드디어 타르인 섹터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공식적으론 2243년경이지만 먼저 타르인 섹터에 온 지구인 이였다. 그러다 부족한 자원과 식량, 그리고 우주 섬, 우주선 유지비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결국 가장 힘이 센 티보사라는 거인이 군주가 되어 마음대로 독재정치를 일삼았다.
그러던 중 2284년에 사투어루 행성에 마련한 일본 식민지에서 사투어루 공화국이라는 나라가 독립을 선언해 일본과 독립전쟁을 벌이던 중 티보사는 이때가 국제사회에서 자기들의 존재를 분명하게 알릴 기회다 여겨 사투어루 공화국과 동맹을 맺어 우주 군으로 일본과 대항했다. 일본은 이들의 기상천외한 우주전술에 당황하다 다국적군 편성 요청을 통해 일본, 미국, 한국, 남아공, 중국, 영국 등 타르인 섹터에 진출한 나라 중심으로 다국적 함대를 편성. 오래전부터 돌연변이 인류를 지탱해 온 우주 섬을 향해 35일 간 공성전을 펼친 끝에 함락시켰다.
이 과정에서 티보사는 공습으로 전사하고 5백 명 가량 되는 군사와 21척의 우주선 모두 전멸되었고 9천 여 명에 이르는 돌연변이 측 시민들은 UEN의 인도적 대우로 구호물자를 받은 뒤 베르아 행성의 한 지역으로 보내진 다음 그 우주 섬을 폭파시켰다.
하지만 바로 이 사람 다이포크스는 다국적군 함대의 추격을 피해 작은 우주 섬과 극소수의 우주선으로 UEN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으로 피해 간간히 살아가다 자기 아들인 팔셋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다 결국 형인 데프넨이 그의 생존을 확인, 그가 사들인 식량과 함께 돌아왔었다.
“하지만 아버지.... 그래도 팔셋이 돌아온 건 다행이잖아요. 군사지식도 많이 얻었을 테고......”
“형님, 뭔가 착각하는 게 아닙니까? 난 거기서 있었던 일 모두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을 겁니다.”
데프넨의 말에 팔셋이 자기감정을 말해버리자 데프넨이 당황한 사이
“저는 분명한 대한민국의 군인입니다. 저에게 우리 부대 내의 기밀을 알아내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뭐? 팔셋. 정신 차려! 넌 대한민국의 군인 문현근이 아니라 아버지 다이포크스의 차남인 팔셋이란 말 야! 설마..... 군에 있으면서 우리를 잊은 건 아니겠지?”
데프넨의 냉랭한 말에 팔셋은
“한국군에 임관하면서부터 형님하고 아버지, 그리고 제 친구를 잊은 없어요. 다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절 믿어 준 동료가 생겨서 그들을 위협하게 만들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게다가 전 정탐을 목적으로 그곳에 간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잖아요.”
팔셋의 대꾸에 데프넨이 표정이 풀어지는 사이
“됐다. 데프넨, 팔셋은 그저 살아남으려고 간 것뿐이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싸울 필요는 없지 않느냐.”
다이포크스의 말에 데프넨은
“전 그러려고 말을 건 게 아니에요. 하지만 팔셋이..... 우리 어머니를 죽인 세력 중 한곳에서 너무 오래 있다보니 그것마저도 잊어버린 것 같아요.”
“하긴..... 그때 팔셋은 7살 이었으니까. 어머니가 죽었다는 건...... 이제야 알았을 것이다.”
다이포크스가 팔셋의 표정을 보고 어머니가 그때 죽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는지 짐작한 순간 그의 울음 없는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데프넨 까지도 눈물을 떨 구고 말았다.
“흑.......”
다이포크스는 저 멀리 보이는 사투어루 행성을 지구라 셈 치며 보더니
‘우리가 만약 정상적인 인간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할 수없군.’
그 무렵 조선해방군의 수도 산시원에선.......
- 정부에선 내일 정오 12시쯤에 고려연방계획을 공포할 것을 발표하였습니다.
전자제품 상점에 진열된 TV에서 드디어 고려연방계획이 공포될 것이라는 보도에 퇴근길이던 시민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눈길을 그쪽으로 돌렸다.
- 한편 다음에 있을 선거에 현 원수인 김양명과 그를 따르는 파벌과 이덕규 전 원수의 영애인 이혜미의 파벌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모국 측에선 이혜미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앗! 빠스!!”
“기다려요!!”
한 시민이 버스를 놓쳤는지 후다닥 달려 나가자 다른 시민들도 멋모르고 지나쳤는지 뒤따라 달려갔다.
- 그러나 드(유피아) 왕국과 몇몇 벨로시먼 부족은 아직 호구파악이 안 된 터라 결국 선거인단을 뽑기로 각 자치정부 측에서 합의했습니다.
이혜미의 집.
“요즘 니가 일하고 있는 쪽에서 고려연방계획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무슨 얘기야?”
한 언니의 말에 파란머리의 여자인 이혜미가
“고려연방계획은 말이죠. 예전의 군부와 유력자의 연계된 형태의 군정체제를 종식시키고 본격적인 민주공화정 수립을 위한 계획 이예요. 쉬라 언니의 고향인 드 왕국 지역과 핫칸 핫탄, 유레, 에슈 족이 지배하는 곳을 자치 주로 승격되며 또 나중에는 완벽하게 투표권도 준데요. 게다가 어느 종족이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헌법은 물론이고 군 행정에서도.....”
이혜미의 말이 길어지자 쉬라는
“그만! 여전히 니 말은 전혀 이해하지 못 하겠어. 그냥 너네 삼촌이 계획하는 개혁이라 간단히 말하면 되잖아.” [[/B]]
“그래요? 그래도 저랑 같이 살면서 정치용어 몇 단어 정도는......”
“흠~ 난 아직 골치 아프게 입담하는 것 보다는 단순하게 치고 박고 하는 게 더 좋은데 말야. 그런데 니 몸이 허약해서 장기간 선거유세 때 어떡할 거야? 내일이면 서극 시에 가서 유세를 해야 될 텐데.”
쉬라의 말에 이혜미는 우스갯소리로
“만화에선 허약하고 유약해 보이는 헤로인(히로인 : 여자 주인공 또는 영웅)이 인기를 끄는데 저라고 인기를 못 끌라는 법이 어디 있겠어요? 헤헤헤...”
“풋, 하지만 과로는 하지 말라고. 그러다 니 몸이 못 견뎌서 쓰러질까 걱정이다.”
바로 그때 그녀의 아버지이던 이덕규 전 원수가 집안에 들어오자 이혜미가
“다녀오셨어요, 아빠? 요즘 추운데 바깥에 자주 나갔다오면 감기 걸릴까 걱정되잖아요.”
“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오히려 니가 대선후보가 되었던데 몸이 하도 허약해서 잘 해 낼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
이덕규의 말에 이혜미는 그저 말이 없었다. 그때 쉬라도 이덕규에게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오, 쉬라도 왔구나. 아까 서로 이야기 하던 것 같던데.”
이덕규의 말에 쉬라는
“그냥 요즘 시사에 대해 얘기했어요. 예를 들어서~”
같은 무렵. 원수 관저에선.....
“........”
집무실내에선 고려연방계획을 짜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김양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관저 내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가?
드 왕국의 궁전.
드 왕국은 10년 전 조선해방군과 대한민국이 독립전쟁을 치르기 전에 먼저 선전 포고한 왕국으로 개전 초 수세에 몰리다 조선해방군의 지원과 뛰어난 공군력으로 위기를 극복해 냈지만 재정위기로 결국 6년 전 조선해방군에게 합병당하고 만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대 무도회가 열렸는지 밤늦게 까지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양명 원수께서 오셨습니다.”
“알겠다.”
머리 긴 남자의 말에 아피나 여왕이 발길을 돌렸다.
아피나 여왕, 그녀는 13년 전 왕위에 오르고 난 뒤 대신들의 다툼에 휘말려 결국 먼저 우리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고 결국엔 동맹국이던 조선해방군에게 합병됨으로 여왕으로써의 권력의 반은 이덕규, 김양명 원수에게 넘겨지게 되었다.
무도회장.
규모에 비해 무도회장에 참가한 참여 객들은 고작 20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때 김양명 원수가 무도회장에 들어서자 참여 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동시에 아피나 여왕도 들어오더니 김양명 원수에게 말을 걸었다.
“원수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고맙소. 여전히 아름다우시구려.”
아피나 여왕의 말을 들은 김양명 원수는 바로 무도회장 주변을 구경했다. 사실 드 왕국의 궁전은 자기가 일하던 관저보다 더 규모가 컸었다.
어째보면 김양명 원수는 아피나 여왕이 부러웠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고려연방계획에 따라 선거를 치르기로 했는데 괜찮은 가요?”
“괜찮소이다. 사실 내가 여기에 온 것도 선거유세는 물론 잠시 내 관저를 수리하기 위해 잠시 머물러 온 것이오. 그동안 폐나 끼치지 않으면 좋겠소이다.”
김양명 원수의 말에 아피나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기가 좋다면 잠깐 머물러도 좋죠.”
“여왕님!”
그때 분홍 빛 예복의 아메라 공작과 붉은 색과 보랏빛의 예복을 입은 티아 공작이 왔었다.
“어,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예. 덕분에요. 원수님도 안녕하시죠?”
티아의 인사에 김양명은
“오, 티아구나. 그래. 나도 잘 지낸단다.”
“.......”
그런데 아메라 공작은 김양명 원수를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서 있다 티아에게 쪽지를 남기곤 어디론가 갔다.
“어? 아메라 언니 왜 저러지?”
티아가 쪽지를 유심히 보더니... 김양명 원수에게 건네며
“원수님, 언니가 저더러 원수님께 쪽지를 전달하라고 하던데요?”
“그래? 어디.....”
김양명 원수가 쪽지를 보더니......
김양명씨, 내일 새벽에 할 말이 있는데 4번 탑에 올라와 주실래요?
- 아메라 공작 -
“흠~ 먼저 자보러 가겠습니다.”
“그래요? 이미 시녀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녀의 안내대로 방에 가세요.”
몇 시간 뒤. 4번 탑의 옥상에선
드디어 무도회가 끝났는지 궁전의 불이 모두 꺼진 채 햇살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밑에 있는 거리도 모두 불이 꺼진 상태로 문을 닫았으니 매우 한산하였다.
간혹 술주정뱅이의 주정만 간간히 들려왔다.
“왔군요.”
추운데 탑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메라가 뒤에서 인기척이 난걸 보고 뒤 돌아보더니 약속대로 김양명 원수가 올라왔었다.
“무슨 일로 날 보자 한거지? 9,10년 전에 나에게 검술로 패한 게 원한이 맺혀 재 결투를 신청하자는 건가?”
김양명 원수의 말에 아메라 공작은
“난 무기가 있는 데 지금 당신은 무기가 없잖아요. 무기도 없는 사람에게 재 결투를 신청하는 건 나로썬 비겁한 일이예요.”
“비겁한 일이다? 으음~ 하지만 추운데 왜 옥상에 올라온 거지?”
김양명 원수의 물음에 아메라 공작은 잠깐 홍조가 떴는지 아무 말 못하다 버럭
“나 같이 무례한 사람을 걱정해 주나요?”
“....... 그대는 나는 물론이고 그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군.”
“!”
김양명 원수의 말에 아메라 공작이 놀란 가운데
“그때 일은 이미 사면했다. 그 행동은 무례한계 아니었어. 다른 대신들이 우리에게 전작 권을 주자고 말할 때 넌 당당히 이 일을 저지하기 위해 나에게 결투를 신청했지. 비록 그때는 졌지만 결국은 우리는 드 왕국의 전작 권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모국(한국)군과 싸워 이길 수 있었지. 비록 우리나라에 흡수는 되었지만 아직도 너와의 결투를 기억하면 난 이곳을 함부로 다룰 순 없었어.”
김양명 원수의 말에 아메라 공작은 감동받아
“그런가요.... 저도 당신에게 패한 뒤로부턴 여자로써의 눈을 뜨게 되긴 했지만 당신하고는 결코 내 반쪽이 될 수 없는 운명인걸요.”
그랬다. 김양명 원수는 지구인이고 아메라는 서르 행성에 살면서 다소 몸에 변화는 왔지만 당연한 에덴 족이라 서로 결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내 반쪽이 될 수 없다고? 글쎄. 너하고 나하곤 우주가 갈라놓은 벽이 있어 아이를 못 낳는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내 이웃은 될 수 있지 않은가.”
“이웃이라고요? 아.......”
김양명 원수의 말에 아메라 공작이 고뇌하자
“솔직히 난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오랫동안 너와의 결혼을 희망했지만 얼굴은 비슷한데 다른 종족이라는 게 마음에 걸려서 하지 못한 것뿐이야.
난 남들에게 늘 전쟁 광, 독재자와 같은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말은 들었지만 아무도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말은 못 들었지. 응?”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메라 공작이 김양명 원수 뒤에서 확 껴안았던 것 이였다.
“당신은 이루어 질수 없는 무언가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전 당신 입장에서 보면 외계인인데다 당신의 지배를 방해하던 테러리스트인데 왜 저에게 반하신거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사실 아메라 공작과 김양명 원수는 키는 비슷했지만 왠지 아메라 공작이 껴안아서 그런지 김양명 원수가 위축돼 보였다.
“솔직히 나조차도 내 운명은 예측할 수 없지. 그러나 지금 분명한건 너하고 내 마음을 교환하고 있다는 거겠지?”
김양명이 말한 사이 서쪽 산에서 동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이 서로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한 사이 벌써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2295년이 도래해 온 것이었다.
점점 하늘이 밝아져 오자 아메라 공작은 껴안던 손을 풀고 자기의 애증의 대상이었던 김양명 원수와 함께 일출을 감상하다 그의 앞에서 말했다.
“사랑해요.”
바로 키스라도 할 분위기였지만 결국 그냥 탑에서 내려갔다.
이제 행성 거대한 무덤은 잠시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