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무협 포럼
판타지, 무협 세계의 정보나 설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그 다채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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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은 찌르기용, 도는 베기용
그런 구별 없습니다. 기병도라 불리는 샤벨(혹은 샤브르, 세이버)는 일본도보다 더 잘 찔러지고 더 잘
베집니다. 물론 이 부분은 발달한 야금학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긴 합니다. 중세에 양날검들은 베기는
물론 찌르기 역시 가능합니다. 중세 뿐만이 아니라 당나라/송나라/원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검이나 도 등도 역시
벨 수도 있고 찌를 수도 있습니다. 그냥 무협 소설들이 낳은 잘못 된 지식입니다.
또, 외날은 도고 양날은 검이라는 것 역시 잘못된 상식입니다. :(
2. 중세의 검은 뭉툭하다
중세의 검은 뭉툭해서 갑옷을 입은 적에게 효과적이라는 강아지 멍멍 짓는 소리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는 완전히 잘못된 지식입니다. 중세에도 칼날은 날카롭게 갈았으며(애초에 날카롭게 안 갈 거라면 칼이
아니라 둔기를 쓰는게 낫죠), 흔히들 말하는 카타나와 비교해보더라도 날카로움 자체만큼은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중세의 검은 갑옷을 베야 하기 때문에 두께가 두꺼워졌다는 말도 있습니다. 역시 강아지 짖는 소리입니다.
중세의 검이 두꺼웠던 것은 단조 방식의 미발달과 야금학에 대한 이해도의 부제로 인한 필연적인 이유였습니다.
동시대의 무기를 찾아보시면 어느 지역에서건 중세 유럽의 칼만큼 두꺼운 두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3. 중세에는 사람들이 다들 갑옷을 입고 싸웠다
16세기 정규병들의 경우 부분적으로 판금갑옷을 입고 싸웠다는 기록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정규병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실질적으로 중세의 싸움이란 정규병들끼리 한판 붙는 전장이 아닌 정규병 약간과 징집병(농노, 주민)들로 이뤄진 싸움판
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철은 그렇게 싼 물건은 아닙니다. 더더군다나 판금갑옷을 만들어 입을 정도면 강철을 쓴다는
것인데 농기구도 강철이 아닌 조악한 철을 썼던 시대에 강철로 된 판금 갑옷을 입고 싸웠다니, 어불성설입니다.
바이킹의 경우나 로마시대의 군단병의 경우 전투가 생업인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의 관심사는 일신의 안전이었습니다.
자기들이 약탈해서 번 돈을 무구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았고, 따라서 그들은 오버테크 급이라고 볼 수 있는 갑옷(사슬갑옷)을 입고
전투에 임했습니다.
다만 중세-르네상스 유럽이나 고대 로마시대 때 거부(巨副)들의 사병의 경우 거부들이 직접 장구류를 마련해 줬던 적도 있다고 합니다.
요는 다들 가죽갑옷 쯤이나 입고 창이나 한 자루 꼬나들거나 조악한 칼 자루나 들고 전쟁에 임했던 것이죠.
4. 사람은 무기가 5kg만 되도 휘두르기 힘들어 한다
무협 소설을 보면 무기 단위들이 판타스틱 합니다. 100근짜리 청강검, 200근짜리 대영부, 500근짜리 청룡언월도...
한나라 시절에는 1근이 233g이었다고 하는데 한나라라고 해도 100근짜리 칼이면 23.3kg짜리 칼이군요. 우와...
공사판에서 좀 일 해 보신분들이면 아시겠지만, 1m에 1kg도 안되는 철근이라도 가운데부분을 안들면 꽤나 묵직합니다.
그런데 보통 칼이라는게 아무리 폼멜을 달아서 무게균형을 맞춘다고 한들 무겁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검도를 해보신 분들 중 실검을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대한검도의 실검의 무게는 2kg이 안됩니다.
그런데도 휘둘러보신 분들이라면 100번만 휘둘러도 손목이 나갈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아무리 7척에 700근(한나라 단위)의 근육질 괴한이라도 23.3kg짜리 칼을 휘두르라고 하면 차라리 날 잡아 잡수소, 할 겁니다.
이건 마치 K-3 3정을 두 손에 들고 휘두르는 느낌... 으엌!
'중세'가 아니라 '판타지'의 경우에 통일된 도량형과 공용화폐가 정확히 통용되는 것이 이상할 것까지는 없을 듯 합니다(웃음)
판타지 설정이야 각기 나름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디까지나 중세와 흡사할 뿐 엄연히 다른 세계니까요.
대부분의 중세판타지(양판소 포함)의 경우, 실질적으로 중세에는 존재하지 않는 마법 등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비교적 정보의 공유나 전달이 실제 중세에 비하면 빠르게 이루어지고 지역편차가 줄어들 수 있는 조건이 되니까요.
화폐의 경우는 국가별 화폐발행의 주체가 다를 터인데도 불구하고 같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에 대한 사유도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을 깨는 정도의 분량을 들여 설명하면 충분히 이유를 붙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은 화폐가 공용화폐인지 아닌지도 딱히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선후기 군사무예 병서인 ‘무예도보통지’를 보면 “양날 칼을 ‘검’(劍)이라 하고, 외날 칼을 ‘도’(刀)라고 하는데 후세에는 검(劍)과 도(刀)가 서로 혼용됐다”고 기술돼 있습니다. 조선 사람들이 무협지의 영향을 받진 않았겠죠. 기본적으로 서양식 칼에 동양식 검-도 개념을 대충 갖다 붙이다보니 벌어진 혼선이라고 봅니다.
2,3번은 처음 들어보는 주장이네요...
4번은....어차피 '내공'을 써서 날아다니고 산을 부수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건데 23키로면 어떻고 1톤이면 뭐 어떻습니까.
여기에다 '사람은 1kg만 넘어도 오래 휘두르기 힘들어~'라고 하면 대부분의 무협지가 성립되지 않겠죠.
가장 현실적인 무협지는....그레이시 가문의 발리투도 점령기?
2번 주장은 처음입니다. 중세 유럽쪽 검이 둔기에 가깝게 운영되었다는 주장은 들어봤어도 말입니다. 전장환경이 틀려서 그런 것이지만 기원은 아마도 사자심왕 리처드와 살라딘의 면담에서 나왔다가 정설입니다.(물론 이 사례조차도 실제 있었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자심왕이 자기의 검으로 검을 부러뜨리는 (책에 따라서는 바위를 부쉬는.. ) 쇼를 하자 살라딘은 흐늘거리는 비단을 베는 행위로 답했다는 뭐 그런 것입니다.
3번 애기는 어떤 시기에는 맞습니다. 사슬갑옷도 갑옷입니다. 중세의 전반기( 5세기~10세기)에 해당되는 시절에는 전사와 그의 종자들만으로 전쟁을 했던 시절입니다. 사슬갑옷이지만, 그정도만으로도 이미 망가져 버린 당시에 충분히 갑옷이었죠. 중세도 어느 시절에 따라서는 맞는 애기가 됩니다. 어차피 백성들에게 전쟁터는 자기가 사는 터전이 아닌 이상 구경거리이자 돈벌이가 될 수 있는 현장이니 말입니다.
정확하게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전신 판금 갑옷을 입는 기사가 격돌했다고 믿는 거죠.
이 사이트에서 올라온 글을 빈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양판소'나 잘못된 지식을 알려주는
몇몇 책을 읽은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그리고 보통 판타지물들의 배경을 보면 5~10세기라기보단 12~15세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요...
상당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네요. 물론 5번처럼 '판타지'나 '무협'만의 상상을 초월한 상황이 있겠지만, 여러가지 이야기 속에서 이른바 '잘못된 상식'이 통용되곤 하니까요.^^
그나저나, 관우의 82근 청룡도...라고 하지만, 이 역시 무협 작가인 나관중의 창작이죠? ^^ 그 시대엔 청룡도 자체가 없었으니. 그럼 과연 관우는 뭘 갖고 싸웠을까... 상당히 궁금한 일입니다.
여담) 최근에는 킹덤이라는 무협 만화가 역시 무협 수준의 무기들을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지요. 여하튼 재미있는건 재미있는거니.
사실 일본도로 분류하는 칼도 퍼포먼스용이나 면도칼처럼 예리하게 날을 세우지, 실전용은 그렇게 예리하진 않았죠.
절삭력을 높이려면 단면적을 줄여야되는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내구성이 떨어져 이가 잘 빠지거나 깨지기 쉬워질테니까요.
더군다나 일본에서 전통방식으로 칼을 만들려면 사철 갖다가 온갖 노력을 다해서 불순물을 빼야되는데 그래도 상태가...
여튼 도검류의 예리함을 이야기하면서 일본도를 잣대로 하는 것도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된 도량형과 공용화폐가 정확히 통용되는것도 이상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