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들의 전통 문화를 참 잘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닌자나 사무라이, 사신 같은 것만이 아니라 각지의 설화나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여러가지가 알려진 작품이 있지만, 특히 대표적인 것으로 '모모타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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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복숭아에서 태어났다는 모모타로는 자라나서 오니가시마(도깨비섬)으로 오니를 퇴치하러 떠납니다. 그 와중에 개, 원숭이, 꿩을 동료로 얻어서 결국 오니를 퇴치하고 보물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수많은 전설과 설화, 또는 신화가 그렇듯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동화나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져 일본인들에게 매우 친숙합니다.

  [모모타로]라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이를 바탕으로 변형시켜 만든 이야기도 다양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요술공주 밍키(마법의 프린세스 밍키 모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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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의 나라에서 개, 원숭이, 새와 함께 날아와서 세상에 꿈과 희망을 전하고자 주인공이 활약하는 이야기.

  아이가 없는 가정에 도착했다는 점에서도 모모타로를 연상케하는 이 이야기는 본래 내용대로라면 '꿈과 희망을 방해하는 악몽과 같은 존재(즉 오니)'와 싸울 예정이기도 했지요.

  사실 제목부터 '밍키 모모'거든요. (그리고 일본 원판에서는 '밍키'라고 부르지 않고 항상 '모모'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모모타로]를 반드시 판타지 이야기로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 또 한 작품이 있습니다.

  이성인의 후예인 주인공이 이성인이 남긴 유산인 바벨탑의 힘으로 사악한 악당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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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요코야마 미츠테루 원작의 SF 만화 [바벨2세(바빌2세)]입니다.

  주인공이 과학력이나 초능력 모든 면에서 악당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서 악당이 어떻게 강해지는지 더 궁금했던 작품.

  이 주인공에게는 "세명의 부하"가 있는데, 바로 거대 로봇 포세이돈(원숭이), 로봇 새 로푸로스(꿩), 그리고 변신 표범 로봇인 로뎀(개)입니다. 그리고 사악한 요미(오니)를 물리치기 위해서 싸우죠.

  물론 이들 작품이 [모모타로]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약간의 영감을 받았을 뿐이지요.([바벨 2세]보다는 [밍키 모모] 쪽이 모모타로라는 원형에 더 가깝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같은 것도 아니죠.)

  사실 이 작품 외에도 [모모타로]를 원형으로 한 일본의 창작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른바 세 명의 부하, 또는 동료가 등장하면 [모모타로]나 [서유기]를 원형으로 한 것이니까요.(주인공이 활약하는 쪽이 [모모타로]. 부하들만 활약하는 쪽이 [서유기])
 전체 설정이 아니라 하나의 에피소드, 또는 캐릭터로만 따지면, [도라에몽]이나 [닥터슬럼프], [원피스] 같은 수많은 작품에서 모모타로의 영향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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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나미에서 만든 디지털 코믹. 댄싱 블레이드, 제멋대로 모모 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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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라에몽 극장판. "나, 모모타로란다." ]

  [모모타로] 이외에도 [타케모노가타리]를 소재로 한 [천년여왕], [월광천녀]. [팔견전]을 소재로 한 [우주로부터의 메시지]. 일본의 신화 세계를 그대로 모델로 삼은 [천지무용].

  일본 밖의 작품을 원형으로 한 것을 보면 [서유기]를 소재로 한 [스타징가]나 [드래곤볼]. [인어공주]를 소재로 만든 SF [달의 아이] 같은 것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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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타케모노가타리 1000년 여왕". 설화 속 카구야 히메처럼 우주로 돌아가는 숙명 앞에서 고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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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를 위해 삼장법사오오라 공주를 모시고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세 사이보그의 활약상을 그린 "SF서유기 스타징가" ]


  이러한 작품들은 일본에게 친숙한 이야기로서 호평받으며 그들의 전통 문화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다시금 새롭게 재탄생하도록 돕습니다.

  일본에는 전국에 수만, 수십개의 신사가 있으며, 제각기 전설과 설화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게게게의 키타로]로 유명한, 미즈키 시게루 같은 분들에 의해서 발굴되어 콘텐츠로 사용되고 다시금 다른 이들이 재활용하기에 이르지요.

  그 결과 일본은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를 갖게 되었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적어도 만화에서만큼은 미국 시장조차 상당 부분 장악할 정도로 말이지요.


  최근 한국에서 [어벤져스]를 중심으로 한 마블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작품 속의 수많은 슈퍼 영웅이 고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처럼 영감을 주는 전설과 설화, 그리고 신화의 가능성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에도 수없이 많은 전설과 설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콘텐츠로 재활용된 것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니, 쉽게 찾아서 알려진 것이라도 있을까요?

  일본이나 미국, 영국이나 독일의 콘텐츠를 보고 뭔가를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무언가를 발굴해서, 우리 전통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서 활용하는게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미즈키 시게루가 일본 각지의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수없이 많은 요괴 이야기를 탄생시켰고, 과거에는 중국 명,청대의 작가 포송령이 시장 바닥에서 차를 대접하며 행인들로부터 모은 이야기로 [요재지이] 같은 걸작을 탄생시켰듯이 말입니다.

  설사 외국의 콘텐츠를 참고하더라도 [어벤져스]나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같은 완성된 콘텐츠가 아니라, 그 원형이 되는 무언가를 찾아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 편이 자신만의 무언가를 추가하여 완성하기에 더 좋을 뿐더러, '표절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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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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