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무협 포럼
판타지, 무협 세계의 정보나 설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그 다채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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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스라는 게임을 즐겨 가지고 놉니다. 이거 하나로 중세 환타지, 현대물, SF를 죄다 커버할 수 있어서 혼자만 있어도 이런저런 실험을 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헌데 이 겁스란 게임을 가지고 노는 유저들사이에서는(다른 나란 잘 모르겠군요. 적어도 한국은) '현대 이상의 TL에 마법을 등장시키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이 불문율에 정식으로 도전한 유저가 없습니다. 이건 디자이너들도 마찮가지인지 겁스의 모든걸 총망라한 켐페인인 '무한세계'에서도 어느정도 과학이 갖춰진 세계에선 마법을 등장시키지 못하도록 그 세계를 마력부재지역으로 설정한 예가 많습니다.
왜 그런가해서 혼자 시험을 했더니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과학기술의 수준이 뛰어나져, 높은 과학력으로 만든 무기의 파괴력이 마법의 파괴력을 압도하면... 전사와 마법사의 격차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져버립니다.
발사체 방어로 쏟아지는 총알을 무시하고, 공중 보행으로 지뢰밭을 돌파하고, 자기는 투명으로 몸을 숨기는 주제에 상대가 숨은 곳은 귀신같이 찾아내 화력을 꽃아넣습니다. 사소한 상처쯤은 마법으로 스스로 고치는건 물론이구요. 거기에 과학기술에 기초한 마법까지 쓰면 망가진 기계를 마법으로 순식간에 고쳐버리고, 마력이 떨어지면 기계의 동력을 뽑아내 마력을 보충하고, 동력이 멎은 기계를 마법으로 작동시키기까지 합니다. 괴물이죠.
던판의 템플릿을 개조해 붙여보았는데... 나름대로 한가락 하는 전사들을 마법사가 하나하나 다 물리쳐버렸습니다. 마법사를 제압할 수단이 수류탄, 대전차로켓같은 고화력 장비들 뿐이여서 더 많은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마법사가 너무 유리했거든요. 하나 더, 냉병기로 찌르거나 베는 것도 방법이지만 상대는 총을 가지고 있으니 무의미한 짓이라 시도도 안했구요(냉병기 난도질은 오히려 마법사 대 마법사에서... 서로가 서로의 수단을 제압할 수 있으니 가장 합리적인 전투법이 고화력 장비만이 아니라 냉병기 난도질도 있었죠. 머엉...).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현상의 원인은 현대사회의 가장 큰 특징인 '화력의 평준화'에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환타지(특히 마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서 (그중에서도 게임은) 마법사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전사의 그것을 절대로 따라잡지 못하게 되어 있단걸 알게 되었습니다. 뭐... 그도 그럴만 한게... 마법이란 근본적으로 불공평한 것이거든요. 신화에서도 영웅의 비범함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마법적인 힘의 조력, 또는 영웅 자신이 그 힘을 가진 것으로써 다른 인간과의 차이를 강조하잖습니까. 판타지의 마법도 통상적인 수단으로는 시간이 극히 길게 걸리거나, 큰 노력이 필요한 것을 한순간에 해내는 것. 그리고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써 표현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마법사의 힘을 구속하기 위해 온갖 창의력을 발휘하곤 하죠. 보통 마법엔 마법을 쓰는 에너지나 물질등의 자원이 필요하고, 마법 사용 전후에 쿨타임을 넣는다거나, 마법에 복잡한 절차를 넣고 지키지 않으면 마법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합니다. 보통은 전부 다 넣죠.
또한 그러한 제약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장비의 불균형입니다. 같은 장비를 쓰더라도 전사에게 유리한 것은 물론이요, dnd 같은 경우엔 아예 마법사에게 갑옷을 입을시 마법 실패율을 넣기까지 합니다(이 부분은 솔직히 편집증처럼 느껴지지만요. 어떤 마법사가 육체를 단련해 갑옷을 입을 체력을 키울까요?).
그러나 과학기술력의 발전은 이러한 아슬아슬한 균형을 모조리 무너뜨려버립니다. 전사와 마법사의 차이는 명중률의 정도만이 다를뿐 총의 파괴력, 연사력은 똑같거든요(실은 이것도 마법으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현대의 자동화기는 초짜가 몇달만 훈련해도 쉽게 숙달될 수 있고, 우수한 연사력으로 다소간의 실력차이는 총알의 갯수로 다소쯤은 메울 수 있습니다. 전사가 몇년을 들여 수련한 것을 마법사가 부러워할 이유가 없어진 거죠. 이렇게 전투력의 격차가 좁아져버렸으니 마법의 진정한 사기성이 발휘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중세시대처럼 마법사가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 어울리지도 않는 전투마법을 키울 이유마저 없어졌으니 마법사는 이중으로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죠.
이런 식이니 게임 디자이너들이 현대 이상의 과학 기술력을 지닌 세계에 마법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악을 쓰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말이죠. 마법과 현대과학의 결합이란 얼마나 멋진 아이디어입니까. 쉐도우런처럼 톨킨과 dnd를 합친 어정쩡한 과학과 마법의 결합이 아니라 마법이 현대(혹은 그 이상의) 세계에 등장하여 세계의 일부분이 된 그런 세상이 전 무척이나 흥미롭고 또 즐기고 싶어집니다. (예를 들어 테크노맨서라든지, 테크노맨서라든지, 테크노맨서라든지...)
(헌데 초여명이 돌아가는걸 보니 그걸 기대하긴 어려울것 같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게임 세팅만 팔건지... 겁스 기본 세트만으로도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CPU는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보는데 그에 더해서 디지타이저, 프린터, 카메라까지 팔아야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말이죠. 이제 진정한 의미의 '게임 소프트웨어'를 팔아주었으면 합니다. 제 지갑은 언제든 준비되어있으니까요)
[물고기군] 밤이면 언제나 아름다운 인생을 꿈꾼다. 사랑하고픈 사람과 별을 바라다 보고 싶을때 비오는날 우산들이 공허하게 스쳐갈 때 노래부르는 물고기가 되고 싶고 날개달려 하늘을 날고싶다. 아침의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돌려 회색의 도시라도 사람의 모습을 느껴본다 부디 꿈이여 날 떠나지 마소서... [까마귀양] 고통은 해과 함께 서려가고 한은 갑갑하메 풀 길이 없네 꿈은 해와 함께 즈려가고 삶과 함께 흩어지네 나의 꿈이여 나의 미래여 나의 길을 밝혀 밤의 끝을 보내길....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법사도 총 쏘고 전사도 총 쏘면 차이가 있을 게 뭐냐...결국은 둘 다 할 수 있는 쪽이 유리하다는 거군요.
물론 겁스는 잘 모르지만 단순하게 세계관을 만드는 측면에서 밸런싱을 하자면 어떻게든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마법사라는 컨셉 자체를 더 약화시키고 필요 장비를 설정해서(가령 데스크탑 컴퓨터 두 대쯤은 지고 다녀야 한다던가...) 권총 이상의 물건은 갖고 다닐 여력이 없게 한다던가...그 세계에서는 총도 무식하게 큰 것만 들고 다녀야 한다던가. 억지스려우려나요.
구판 겁스는 호환이 원래 잘 안되거든요. 현행4판은 이제 컨펜디움 내용 자체를 포섭해서 기본복으로 거의 커버가 되기는 하는데..
겁스 블랙옵스는 슈퍼히어로급 CP로 제작되지만 슈퍼즈를 써서 그 CP로 만들면 블랙옵스와는 밸런스가 하나도 안맞죠.
겁스 플레이에서는 마스터가 얼마나 분위기를 잘 만들었느냐 하고, 플레이어의 양심적인 캐릭터 만들기가 관건일뿐....
어차피 같은 CP로 만들어도 레벨제가 아니라서 밸런스 자체가 플레이어 양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RPG는 원래 기본이 서플판매고 시나리오 판매는 D&D같은 나름 큰 곳에서나 팔죠...
RPG자체가 게임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즐기라고 있는 것이고 시나리오북은 통상 밸런스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참고해보라고 나오는것이 보통입니다. 즉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게임회사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뭐 그게 아니라고 할지라도 초여명에서 맘대로 출판할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스티브잭슨과 합의를 봐야 합니다.
초여명 여건상 순수 창작은 힘들기도 하지만...
과학 기술의 특성상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그 점 때문에 마법사가 유리하다는 거로군요. 하긴 마법과 과학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도 하니, 두 가지 능력에 모두 어울리는 마법사가 전사보다 유리하긴 하겠죠.
마법과 현대 과학의 결합이라고 하니, <메이지: 어세션>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의 마법사
규칙인데, 전통적인 마법사와 현대 과학을 내세운 마법사의 싸움을 그리죠. 결합보다는 대립이 어울리겠으나 어쨌든 전통과 신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교해 볼만 합니다. 다만, 이 규칙에서 제일 센 건 전사 타입인 늑대인간이로군요. 테크노크라시 마법사도 강하지만, 늑대인간이 한 단계 위인
듯.
으음, 괜찮군요! 제 블로그에 갖고갈께요. (출처는 기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