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무협 포럼
판타지, 무협 세계의 정보나 설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그 다채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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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편집해서 만들어본 문파 지도. 대개는 '산'의 위치이다. ]
흔히 무협 소설에서는 9대 문파니 뭐니 하는 '조직'이 등장합니다. 여기에 세가라는 것이 추가되고, 방이니 장이니 하는 것이 들어가면서 무협 세계의 "세력"을 구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흔히 무당파, 소림파 같은 이름을 친숙하게 생각하며 실제로 그들이 존재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무당산이나 소림사 등을 중심으로 활동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소림파나 무당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당산을 중심으로 '무당파'라는 이름의 한 문파가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것은 어디까지나 무협 소설 작가들의 창작에 지나지 않지요. (물론, '세가'라고 할만한 세력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문파 지도를 보면, 상당 수는 '산'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청성파는 청성산, 아미파는 아미산, 무당파는 무당산, 소림파는 숭산...
그야말로 산의 이름이나 건물 이름을 그대로 문파 이름으로 따서 부르는 것입니다.
(한편, 세가라는 것은 모두 '성씨'를 따서 부른 것입니다.)
그러니까, 청성파는 청성산에 거점을 둔 문파가 될 것이고 소림파는 소림사에 거점을 둔 문파... 이렇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청성산에 '청성파 본산'이라는 하나의 도관이 있었을 때나 성립하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청성산이나 아미산, 무당산 같은 곳은 굉장히 큰 산으로 그곳에는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은 도관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 도관은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모두 별개의 조직으로서 그 수행 방식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리산처럼 크고 깊은 산 곳곳에 수행자들이 있고 그들이 제각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수행하듯 청성산의 도사들은 청성파라는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개별적인 도관에 소속되어 활동한 것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도관이나 암자에 들어가지 않고 동굴 같은데 홀로 틀어박혀 수행하는 이도 많았습니다.)
이것은 소림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림사라고 불리는 절은 분명히 하나이지만, 숭산에는 수많은 절이 있었으며, 제각기 독립적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소림사가 본산으로서 이들을 총괄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조계사가 조계종의 총 본산이 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도사나 승려들은 수행의 방법 중 하나로 무술을 익히곤 했습니다. 본래 동물이나 자연의 모습을 본따서 따라하는 방식의 수업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깊은 숲 속에는 맹수도 많고 때로는 산적들도 나오곤 하다보니 호신술로 활용하기도 하면서 이른바 '무술'이라는 형태로 정착된 것입니다.(그러니까 인도의 요가와 같은 수행 방법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도가 사상가들은 이렇게 동물의 행동을 본뜨고 하는 일은 수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당산에 무수한 도관이나 암자에서는 제각기 자신들의 방법으로 수행을 했기에 '무당파 무공'이라는 형태로 하나의 정해진 무술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무당파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무당산에서 수행한 여러 도사 중에서 민간 설화나 여러가지 면에서 가장 유명한 장삼봉이 무당파를 만든 것처럼 이야기를 구성했을 뿐입니다. (실례로 무당산 하나에도 전진교를 시작으로 매우 다채로운 도교 도관들이 있었습니다.)
숭산의 소림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숭산 일대의 많은 절이 다양한 방식의 무술을 만들어냈고 이를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소림파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체제를 구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편, '무림세가'라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본래 중국은 씨족 중심의 체제가 굉장히 강합니다. 국가가 시도 때도 없이 바뀌다보니 마을 사람들은 정부 관리보다는 마을 사람들끼리 상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많은 지역에서 마을은 대개 몇 안 되는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였는데, 산적이 공격해 오거나 할 때는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서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대개 신체 건장하고 싸움에 소질이 있는 젊은이들이 이 일을 맡았습니다. 그들은 평소에도 훈련을 거듭하며 대비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이른바 '무술 체계'라고 할 수 있는게 나옵니다. 이러한 체제를 갈고 닦아서 주변 지역에 힘을 떨치게 된 씨족 집단들이 바로 무림 세가입니다. 말하자면, 마피아의 '패밀리'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수호전에서도 호가장이니 사가장이니 하는 조직이 등장하면서 양산박과 대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지요. (이를테면 일장철 호삼랑이 바로 호가장 출신으로 싸움에서 패한 뒤에 양산박에 들어간 인물 중 하나입니다.)
무협 세계에서는 사천 당가, 하북 팽가, 남궁 세가 같은 무림 세가가 나오지만, 실제 중국에 오대세가라는게 존재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대 세가라면 '남궁세가'를 시작으로 '모용세가, 제갈세가, 사천당가, 하북 팽가'를 말하는데, 이 중에서 제갈 세가 같은 건 아예 '제갈량의 후손이라서 머리가 똑똑하다'라는 식으로 창작해낸 개념이니까요.
[대부]의 콜리오네 패밀리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 오대 세가 역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유명한 '세가(세력 가문)'가 존재하긴 했을 겁니다. 그리고 무술의 발전에 이바지한 가문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무술에 보면 성씨가 붙은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러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 하북에는 '석가장'(石家庄)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것이 '석가장'이라는 세력 가문의 흔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그러한 상상을 하게 해 주는 이름이지요. (석가장이라는 도시 이름은 명대부터 등장하는데 유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세력 가문' 중에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례는 없으므로 이제와서는 언제 어떤 가문이 세력을 떨쳤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물론, 성씨를 중심으로 한 세력 가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림 세력 중에는 방이나 장 같은 이름을 붙인 세력이 종종 등장합니다. 가령 "청룡장" 같은 것 말이지요.
이러한 것은 장원 제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거대한 장원을 지키려면 무력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사병을 고용하여 운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식객들을 거느리면서 세력을 떨쳤습니다. 이러한 이들 중에는 여불위처럼 국가의 권력에 다가간 이들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떤 장원이 세력을 떨쳤는지는 모릅니다.
한편, '방'이라는 이름은 그냥 주먹패의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무림의 세력이라는 것은 사실상 모두 소설가에 의해 창작된 것입니다. 톨킨이 엘프나 드워프를 만들어 개념을 잡았듯이, 여러 소설가들이 소림파니 무당파니, 남궁 세가니, 거경방이니 하는 조직들을 창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관련된 역사적 기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설사 그들이 존재했다고 해도 그것이 역사 속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의협은 어디까지나 정치와 연결되었을 때만 그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무협 세계를 만들 때 기존의 설정에 구애될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 김용 같은 이들마저 자신이 설정했던 내용을 다른 작품에서는 번복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니까요. (근래에는 이러한 점을 수정하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판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무당이나 소림, 개방 정도의 세력은 기본적으로 등장시키는게 자연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워낙 많은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왔기에 판타지의 엘프나 드워프 이상으로 무협에서 정착된 존재들이니까요. 산적 집단을 부르는 녹림(Green Wood^^)이나 악당 집단의 대명사인 마교도 괜찮겠군요. (김용은 본래 마니교를 마교라고 부른 것이라면서, 주원장이 마니교(명교) 출신이라는 등의 주장을 집어넣기도 했지만, 이 역시 역사적 사실과는 엄청나게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이들의 설정마저도 기존의 무협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9파 1방이건 6대 문파건... 그런 건 자기 마음대로 정해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문파의 이름 같은게 아니라, 그러한 다채로운 세력이 다투는 무림이라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까요.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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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의 숭산 소림사의 유래야 달마대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달마라는 인물 조차도
일종의 가공의 인물이며 숭산 자체와 소림사의 연관성 자체도 요즘에는 부정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달마대사 자체는 불교로 따지자면 석가의 양대 제자였던 아난과 가섭중에서 아난을 교종의 효시로
가섭을 선종이 효시로서 보는 입장에서 가섭의 뒤를 이어 달마로 이어지는 조사의 계보를 위해서
만들어낸 것으로 보는 견해가 꽤 강력합니다. 설정 놀음이랄수도 있는 원조와 그 계보놀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라는.....
기본적으로 한중일 모두 절의 경우에는 특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할 경우에는 지명과 종파등을 같이 붙이는게 관례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고야의 진언종이라던지 히에이의 천태.. 우리나라는 5교9산이 있으며 모두 본찰이 따로 있습니다.
이야기 하신대로 본찰과 관련된 종파를 같이 말하는게 관례였고 아마도 도교의 도장도 유사할것으로 보입니다.
오래되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청성파의 도장은 현재도 남아서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