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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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사무실에 (저에게는 매우 운 좋게도) Karlsruhe 에서 온 어느 물리학자께서 방문을 하셨습니다.
방문 목적은 친구와 함께 호주로 휴가를 왔다가 친구따라 들렀답니다. 맥주 마시러.
친구분이 저희회사 독일 사무소에서 근무하는지라 저희 사무실 몇 몇 분과 친분이 있으시고 시드니에 온 김에 한 번 들렀다 가라는 권유를 수락...마침 2주째 되는 맥주 마시는 금요일이고.
아 그 친구분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는 물리학 박사님을 붙들고 온통 질문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나노 테크놀러지를 연구하시는 분입니다.
한 동안 최신 유행을 멀리한 탓에 요즘은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왔나 궁금하기도 했고요.
현대 기술로 가능한 가장 성능 좋은 마이크로스코프를 동원하면 단위원자 수준의 관찰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물어봤습니다. 원자의 크기가 종류마다 다 다른지, 어떻게 보이는지 등등
일반적으로 원자량이 크면 크기가 증가하지만 또 원자량이 너무 큰것들은 많은 수의 전자를 붙들어두기 위해 강한 힘이 작용해서 크기가 더 쪼그라든다고 하네요.
마지막 질문
"혹시 전자를 볼 수는 있나요?"
"아직까지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건가요? 아니면 아직 기술이 안 되는 건가요?"
"언젠가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제가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했는지 명함도 주시고 웹페이지도 알려주셨습니다. 접속해보니 온통 독일어...
아 놔, 고등학교때 공부 좀 해 둘 걸...
물론 게으른 저의 핑계죠. 요즘은 인터넷에 제가 질문했던 것과 같은 기본 정보는 온통 가득할테니까요.
토요일이 되어 어제 일이 자꾸 생각나길래 웹에서 원자 사진들을 검색해봤습니다. 원자 모델말고 진짜 촬영된 사진들요.
멋진 사진들이 제법 돌아다니더라고요.
그 중에 제 눈길을 확 끄는 한 싸이트가 있었는데 바로 여깁니다.
http://allan-helpm.blog.friendster.com/
페이지의 중간 쯤 제 흥미를 심하게 끄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이 사진들입니다.
저 희고 둥근 부분이 원자들이고 이 원자들은 전자 결합으로 결정을 이루게 됩니다.
electron bond라고 페이지의 처음부터 설명된 연결고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전자입니다.
전자는 워낙 미스테리해서 하나의 원자에서 다른 원자로 저런식으로 걸쳐져 있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확률 분포로만 존재하는 존재이니까요.
흥미로운 설명은 바로 이 부분이죠.
실리콘 결정의 원자 지름은 약 82,000 femtometer, 보어의 원자 모델에 의한 전자의 크기는 5.6 femtometer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 사진에서 전자 결합 (electron bridge)는 어째 그 보다 훨씬 커 보이지 않습니까?
일부분 번역을 하자면
"만약 원자 속의 전자가 원자보다 15000배나 작다고 한다면 우리는 저 원자들 사이의 전자를 볼 수 없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은 명확하다. 우리는 원자 사이의 전자를 보고 있다. 사실 사진 속 동그란 모양 자체도 전자이다. 게다가 저 사진 속에서 우리가 전자결합의 정확한 위치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은 불확정성 원리 (인간이 전자를 관측할 수 없다는)가 과학적으로 틀렸다는 증거이다. 그들이 (불확정성의 원리를 고집하는 이들) 전자를 관측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이다. 그건 그들이 다루고 있는 전자가 불확실하고 신비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그들이 전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웹페이지의 과학적 정확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원자의 바깥쪽은 전자구름으로 덮혀 있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건 가장 바깥쪽이니 전자가 맞겠지요.
사실 엄밀하게 따지자면 불확정성의 원리는 꼭 관측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관측자가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고 관측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쉬운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확정적인 값을 가질 수 없다는 건 관측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적용이 되는 말입니다. 그리고 저렇게 두리뭉실하게 보이는 건 결국 전자의 확률분포 함수이지 우리에게 익숙한 작고 단단한 공모양의 입자가 아닐테니 불확정성의 원리가 틀렸다고 저렇게 단정적으로 주장하기도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 '가장 성능 좋은 마이크로스코프'는 전자현미경입니다. 일반적인 SEM이나 TEM보다 더 뛰어난 건데..
원리는 복잡하므로 패스하고; 하여간 저 위의 화상들도 그 전자현미경에 의해 찍힌 겁니다.
문제는 전자현미경이 사용하는 것이 전자라는 겁니다. 말장난 같겠지만, 이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뭔가를 '본다' 라는 것은 어떤 면에 입사한 빛이 반사하여 음영을 이루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 정밀도는 입사하고 반사하는 빛의 파장에 따라 달라지죠.
일반적인 가시광선으로는 1천배 이상 확대하기 어렵습니다. 빛의 파장이 너무 '무뎌서' 날카롭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를 더 세밀하게 보기 위해 더 짧은 파장의 자외선을 거쳐 X선까지 이르게 되면... 투과를 해 버립니다.
너무 강한 힘에 의해 물질을 그대로 뚫고 나가 버리는 것이지요.
(그걸 이용한 회절로 관측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본다'를 넘어서는 개념이므로 빼겠습니다.)
따라서 적당히 날카롭고(작고, 좁고) 적당히 강한 입자, 즉 전자를 충돌시켜서
반사 또는 투과한 전자의 양과 에너지 등을 이용해 화상을 만드는 것이 전자 현미경입니다.
여기서 다시 처음의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전자로 전자를 본다? 이건 노이즈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무딘' 것이죠. 전자를 확실하게 보려면 전자보다도 작은 소립자를 이용한 현미경이 나오지 않는 이상 무리입니다.
그런 소립자가 있긴 하죠. 쿼크와 중간자들...
그러나 이것들을 의미가 있을 정도로 분해하거나 제어하고 관측하는 건 어렵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죠.
저렇게 전자가 보이는 것은 전자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것인데, 원자의 지름은 피코미터(pm) 단위입니다. 즉 입방피코미터의 좁은 범위에서 초속 30만 킬로미터로 뛰어다니니까 구름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표현이 구름이지 매우 단단한 벽같은 수준입니다.)
딱히 예를 들자면 만화같은데서 주인공이 칼질이나 주먹질을 광속으로해서 하나의 벽을 만드는 것 같은 것입니다. 밀도면에서 전자가 훨씬 우세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