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어떤 분이 글에 대해 제가 '귀하는 '이성'의 의미를 잘못 사용했다'는 리플을 달았는데, 여기서 제가 떡밥 하나를 던져보겠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이성적으로 행동해라(혹은 말해라)'라는 지적을 받을 때는 언제일까요?
그리고 또, 우리가 스스로 '이성적으로 행동(혹은 생각, 말)해야해'라고 생각할 때는 언제일까요?













우선, 전자는 '철저히 타인을 의식할 경우'입니다.
후자는 '철저히 환경을 의식할 경우'입니다.
전자는 절대적으로 사회적 테두리 안에서만 의미를 갖습니다. 후자는 '잠재적인 의미에서' 사회적 테두리를 가정합니다.
표류기등에서 보면 오직 홀로 살아남아 '이성적으로 판단하자'라고 중얼거리는 주인공 정도가 그 테두리에서 예외지요. 그러나 사실은 이 경우도 그 '이성적 행동'은 실상 '지금까지 직, 간접적으로 얻은 정보와 그걸 다루는 방법을 근간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자'는 의미입니다. 결국에는 그 기저에 '사회성'이 암암리에 깔려있다는 것이죠.
간혹 이성, 혹은 오성, 인권등을 인간의 오만함으로 규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규정이나 지적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모두가 처음부터 '사회'를 전제하기 때문에 성립 가능한 개념이거든요.
따라서 '개, 벌레, 고양이에게 이성이 있냐?'같은 질문은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의미에서 간주하면)그냥 단어의 집합일 뿐 아무 뜻도 없는 문장이라는 것이죠. 물론 호소력은 있습니다. 그리고 감탄사도 호소력은 있죠. (아리따운 아가씨가 '우와! 너무 예뻐요!'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도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 남자는 게이거나 봉사거나 둘 중 하나겠죠. 물론 그 상황에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은 결코 이성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그러나 그것들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는 않습니다.

논지를 전개하기 전에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가 상대와 합의를 본 상태인지, 그게 아니라면 사회일반적인 용법인지, 일상언어적 오도를 저지르고는 있지 않은지 고찰해 보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대화라면 몰라도, 토론에서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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