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 이 게시판은 최근에 의견이나 덧글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좀 초딩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들이 있을까요?
일단 우리가 보는 컴퓨터도 냉전의 산물이고, 비행기는 두말할것도 없고...
자동차는 애초에 말 대신 대포를 끌게 하려고 개발했었고요,
통조림은 나폴레옹 전쟁때 음식물을 전장까지 보존해서 보급하려고 개발시켰고
휴대용 시계는 16세기경에 전장에서 군대를 작전에 따라 제시간에 움직이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보급되었죠.
없는걸 찾는게 더 어렵겠군요.
현대 과학은 자본과 인원의 싸움이죠. 돈 되는 분야만 연구해서 그렇지, 기업들이 자기들끼리 경제적으로 전쟁 치르면서 과학과 기술을 꽤 잘 발전시키고 있기는 합니다.
전쟁 상황이라면 이 연구 분야가 무기쪽으로 넘어가면서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방식을 찾게 되고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거죠.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문제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가 나오기도 하고요. 가령 인터넷도 어느 정도 핵전쟁 때문에 나온 거지만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바꿔놨죠. 다만 그저 대치 상황에서 무기 개발 경쟁을 할 뿐인 냉전 상황이라면 모를까, 진짜 전쟁 나버리면 폭탄 떨어지고 사람들 죽어나가는데 기술 발전 속도는 더욱 둔화되겠죠.
요즘 시대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체계를 창조할 만한 군대는 미군밖에 없는데
미국이 자신의 모든 자원을 신무기(혹은 체계) 발명에 쏟아붓게 만들 정도로 막강한 군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전쟁이 기술 개발에 도움을 주던 때는 국방기술 개발 경쟁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냉전 때까지이고
요즘은 전쟁이 기술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 같습니다. 각종 신무기 도입이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줄줄히 취소된걸 보면...
안그래도 기술개발의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간지가 한참인지라 오히려 국지적인 분쟁조차 없을 때가
기술 발달 촉진에 더 좋을 겁니다.
1차 대전 와중에 하버-보쉬 암모니아 합성법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단 한 가지 기술이 20세기 이후 인류의 삶과 역사를 통채로 바꾸어 놓았죠.
아마도 가장 극적이고 대표적인 사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요.
본래 남미에서 나오는 칠레 초석으로부터 질소를 분리하여 화약을 제조하고 질소 비료도 제조하였는데,
20세기 초반 차츰 고갈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 당시 칠레는 초석을 수출해서 남미의 부국으로 잘 나갔더랬죠.
그런데 독일에서 태어난 유태인 상인 집안 출신의 화학자였던 프리츠 하버가
공기중에 떠다니는 질소를 잡아다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대량으로 저장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1차대전 직전 어느 정도 기술적 윤곽이 잡혀 있었고, 1차대전 발발 후 국가로부터 자본 지원을 받으며 급속도로 발전합니다.
1차대전이 발발하자마자... 남미로부터 독일이 수입해 왔던 칠레 초석의 무역망을 연합군이 모두 끊어 놓았습니다.
초석 없이는 화약을 만들지 못하고, 화약이 없으면 총도 대포도 쏠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질소 비료도 만들지 못하구요.
다급해진 독일은 프리츠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법 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고 총력을 기울여 투자를 하기 시작합니다.
본래 정통 화학자가 아니어서 학계로부터 소외되었던 프리츠 하버였지만, 돈과 사람을 지원받자 금새 기술을 진보시킵니다.
덕분에 독일은 남미로부터의 칠레 초석 수입 없이도 얼마든지 화약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질소 비료도 무진장 생산해 냅니다.
오히려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화약과 비료를 값싸게 잘 만드는 나라가 되었죠.
아마 프리츠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법이 아니었다면 독일은 1차대전에서 제대로 싸울 엄두도 못내었을 겁니다. 화약이 없으니까요.
더 나아가 프리츠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법으로 화학 비료의 생산이 값싸게 이루어지게 되지 않았다면, 전 인류는 굶주렸을 겁니다.
멜더스는 식량난 때문에 더 이상 인구 증가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언했었는데, 그 예상을 깨버린 것이 화학 비료의 등장입니다.
요약하자면 1차 대전 발발로 인한 독일의 칠레 초석의 수입망 단절은 암모니아 합성법에 의한 질소 생산 기술을 촉발시켰고,
전쟁 덕분에 프리츠 하버가 주도한 공기 중의 질소를 합성하여 농축시키는 기술이 오늘과 같은 모습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세상의 이치는 참으로 오묘한 것이...
프리츠 하버가 만든 기술은 본래 한 가지였지만,
두 가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인류에게 삶과 죽음을 동시에 선사하였습니다.
질소 비료를 무진장하게 생산할 수 있게 되자 농업 생산량의 혁명적 증가를 가능해 졌고
그 덕분에 오늘날 많은 인류가 비료를 사용해서 농사를 짓고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질소를 대량으로 싸게 만들어 내면서 화약을 무진장하게 만들어지자 수 많은 전쟁 무기가 공급되었고,
인류는 전쟁에서 사용되는 화약을 쉽게 값싸게 얻게 되자 더더욱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고 계속 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차 대전 기간이 길어진 것은 물론 2차 대전이 발발한 배경에는, 값싸게 화약을 무진장 많이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큽니다.
프리츠 하버는 노벨 화학상을 받습니다.
업적의 파급효과만으로 본다면 그보다 더 위대한 업적도 아마 없을 겁니다. 전 인류를 먹여 살렸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 본다면 프리츠 하버만큼 사악한 과학자도 없을 겁니다.
그는 질소를 대량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일의 무기 제조에 깊숙히 관여하여 결국 '독가스'를 만들어냅니다.
프리츠 하버가 만들어낸 독가스는 1차대전 중 "기관총 + 참호"로 요약되는 대치 전선에 살포되어 많은 희생자를 냈고,
오늘날까지 화생방 전쟁이라는 새로운 무시무시한 공포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칠레는 20세기 초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지만, 초석 수출이 줄면서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프리츠 하버가 공기로부터 무진장하게 질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든 후, 칠레 초석은 외면을 받게 되죠.
결국 칠레는 초석 수출이 뚝 떨어지고, 그 결과 아주 가난한 나라가 됩니다.
행정학, 인사관리, 물류관리, 음식 대량 제조분야는 군대라는 거대 수요덕분에 발전속도가 가속되었습니다. 택배가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주는 물류 추적시스템도 군대의 필요에 의해 고안되었죠.
현재 구현가능한 기술은 현재 쌓인 과학과 기술의 레벨에 의하면 한참 더 멀리 뻗어 있죠.
그걸 현실화 시키는데 필요한 건 충분한 연구비와 연구인력과 시간인데
전쟁은 그런 필요요인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전쟁과 같은 위기상황 앞에선 돈을 아끼자는 소리는 사치스러운 이야기가 되니까요.
X-COM보세요. 최신 기술 개발하는데 세계 각국이 돈을 아낌없이 퍼 붓습니다.
뭐.. 물론 전쟁이 서로를 궤멸 시킬 정도가 되면 자본도 사라지니 기술 개발은 커녕 퇴보가 촉진되겠죠.
저는 1,2차 세계대전도 자본의 흐름에 의해 촉발된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전쟁이 기술을 개발한다.. 보다는,
적절한 경쟁이 몸에는 이롭다 정도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지옥훈련을 통해 강철같은 육체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입을 손실을 감안해 본다면
과연 그게 이로운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겠죠.
평화적인 형태로 전쟁에 준하는 기술의 개발을 이루어내는 방법도 얼마든지 세상엔 존재할 거라고 봅니다.
문제는 개개인들과 집단이 그로 인해 누릴 부와 소비를 줄이는 것을 감내하게 할 수 있느냐 정도의 문제겠죠.
전쟁이 특별한게 아닙니다. 전쟁을 통해서 필요한 수요가 있고 그 수요가 있으면 해당 기술은 개발됩니다..
그래서 해당 수요를 얻기 위해서 위협을 강화하는등의 방법으로 기술발전이 되기도 하죠..
냉전기에 미국과 소련은 전쟁을 한적이 없지만.. 미국은 경이적인 기술발전을 보여줬습니다.
대표적인게 바로 우주기술입니다. 현재 분석으로는 전혀 위협이 아니었지만 정치적으로 소련핵을 위협으로 과대선전해서
미국은 비약적인 우주기술의 개발을 얻게 됩니다. 반드시 전쟁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전쟁의 위협만으로도 충분히
기술은 발전합니다. 즉 전쟁이 핵심이 아니라 요소는 수요이고 이 수요는 자연적일 수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고
해도 전쟁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전쟁의 위협만이 고조되는 것이 더 기술개발에는 용이합니다. 왜냐하면 전쟁이 발생하면
더 이상 생산의 잉여분이 전쟁전만큼 충분하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단기전에서야 모르겠지만.. 장기전에서는 결국 피폐함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독일이 패전한 것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할 만한 동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승리에 이런 부분이 가려지는
것 같은데... 미국은 충분한 생산력과 잉여자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버틴 것이지만 그럴수 없었던 독일은 궁극적으로는
버티지 못하고 한계점에서 무너진것입니다.
질문글인데 왜 댓글을 막아놓으신 건지 모르겠네요. 그건 바꿔놨고요...
아무튼 보통 전쟁에 도움이 되는 분야는 뭐든지 다죠. 무기, 수송, 통신, 행정, 의료, 전자...직접적인 무기체계는 보통 코앞에 전쟁 위협이 있지 않는 한은 잘 투자가 안 이뤄지지만, 우주개발도 무기와 관련있고 레이더도 무기와 관련있고 하는 식이라 그 범주가 애매해지기 쉽습니다. 현대전에서는 특히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죄다 동원되니까요.